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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133화 (133/352)

〈 133화 〉 IF END:DON't worry be happy!

* * *

“아, 잠깐! 뼈 맞았어! 잠깐 타임! 아 타임 모르냐고 망할 멧돼지새끼야!”

­시작부터 반피 까이고 시작하네 ㅋㅋㅋㅋㅋㅋㅋ

­아까 자신만만하게 원트 한다던 사람 ㅇㄷ? 아까 자신만만하게 원트 한다던 사람 ㅇㄷ? 아까 자신만만하게 원트 한다던 사람 ㅇㄷ? 아까 자신만만하게 원트 한다던 사람 ㅇㄷ? 아까 자신만만하게 원트 한다던 사람 ㅇㄷ?

나는 급하게 키를 눌러 에스트를 마셨다. 순식간에 반 토막 났던 체력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한손 검과 방패를 든 기사는 다시 검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보스의 돌진에 반피가 날아가고 말았다.

첫 보스는 쉽다며! 튜토보스가 더 어렵다며!

아 씹.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해가지고. 그래도 들어오는 돈은 달달하다. 역시 인방계 국밥이었던 게임다운 수금력이야. 성능 확실하지. 나는 게임 캐릭터를 열심히 조종하면서, 눈을 바쁘게 움직였다. 정신없이 달려드는 보스와, 검과 방패를 쥐고 틈을 노리는 내 캐릭터.

몇 번 맞아가며 에스트를 3개쯤 빨으니, 그래도 어느 정도 보스의 패턴이 눈에 익기 시작했다. 확실히 어려운 보스는 아니 구만. 근데 참 시끄러운 놈...?

“유진아!”

아 왜. 나는 내 팔을 붙잡고 흔드는 세연이의 행동에 짜증을 느끼며 세연이를 쳐다보았다. 세연이는 정말 경악한 얼굴로 창 밖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게임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것을 뒤늦게 눈치 채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뭐임?

“...뭐야?”

세상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선반위에 올려두었던 물건들이 떨어지려 하자 나는 머리카락을 늘려 급하게 물건들을 붙잡았다. 물건을 잡으며 비친 시야에 혼란스럽게 올라가는 채팅창이 보였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수 KM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싱크홀이 도시 한 복판에 떡하니 생겨나 있었다.

“여신님...?!”

대답은 없다. 내가 그날 일을 거절하면서 여신님은 내 안에서 떠나갔으니까. 마리아도 순수하게 편집만 도와주게 되어버렸고. 나도 더 이상 큰 트러블에 휘말리지 않게 되면서 비교적 평탄한 인생을 구가한지 한 달.

저 싱크홀은 도대체 뭐야? 왜 갑자기 생겨나는 거야? 그리고 왜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지? 불안감을 느낀 나는 곧바로 옷을 챙겨 입고 방을 뛰쳐나왔다. 나만 이 사태를 확인한 것이 아니었는지, 유라와 에포나도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보자마자 달라붙었다.

“언니! 저, 저기...”

“주인님! 저기 큰 구멍이 생겼어! 이상해! 무서워!”

“일단 빠져나가자.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아...”

그전에 한솔이에게 연락을...문을 두드리는 걸 보니 이미 나왔구나. 한솔이도 상황을 눈치 채고 배낭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집안을 뒤지느라 격렬하게 움직이기라도 했나.

“유진씨!”

“일단 나가자!”

빌라를 빠져나가는 데에는 1분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게, 우리에게 남은 얼마 안 되는 골든타임이었다.

상식적으로 도시 하나가 빨려들어갈만한 구멍이 생겼는데 주변이 멀쩡할 리가 없지. 우리가 빌라를 빠져나오자마자, 계속되는 충격을 버티지 못한 빌라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너지는 빌라를 피해 전력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가지세계의 침략? 아니면 그냥 우연한 사고? 아니면...

내가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가기 전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옆이었다.

“*@&($!(&@^#$(!”

나는 곧바로 가방을 놈의 머리에 집어던졌다. 개인간­저번에 만났던 놈들보다는 약해보였다­이 잠시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나는 개인간의 배때기에 발을 꽃아넣었다. 큰 충격에 날아간 개인간은 우리 집 근처에 있던 카페의 외벽에 부딪히고는 땅바닥에 처참하게 널부러졌다.

피를 잔뜩 토한 걸 보니 즉사한 걸까. 내 행동에 잔뜩 놀란 유라와 한솔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죽은 건가...?

“저, 저건...”

나는 그제 서야 상황을 대충이나마 파악했다.

넘어온 거구나.

막지 못했구나.

이게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과일까?

피비린내로 가득한 도시, 그 속에 섞여 있는 명백한 이형의 괴물들, 그리고 무너진 건물들. 아포칼립스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세상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단숨에 절명시킨 개인간의 모습도.

...내가 그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이런 지옥도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후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없어도 잘 될 거라면서, 이게 뭐야.

END???­전부 잘 될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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