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115화 (115/352)

〈 115화 〉 104.나는 듀라한을 포기하겠다!(2)

* * *

“그래서, 오늘 뭐하지?”

­?

­방송컨텐츠도 준비 안 해온 스트리머가 있다?

­ㄹㅇㅋㅋ

“그냥 이거 보여주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거든.”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아 고건 어쩔 수 없지...그러니까 위로 좀...

“시른데, 시른데~”

에벱베베베. 보고 싶으면 공물(도네)를 바치거라. 싫음 말구.

“그럼 1부부터 시공 달릴까?”

­어제 기강 잡는다고 시공 10시간 한 거 잊었음?

­시공강점기 ㅂㄷㅂㄷ

­왜 리오레는 안 해요?

“자랑스러운 레스토랑스로서 분식점엔 가지 않습니다. 분식집 문의 저어기 옆동네 가서 하시면 아주 잘 받아줄 테니 가시면 됩니다.”

내가 돈이 없냐 가오가 없냐! 설사 천만 원 도네가 들어와도 분식집만은 하지 않아! 근데 진짜 시공하면 난리날거 같으니 다른 걸 해야겠는데. 뭔가 괜찮은 컨텐츠가 없을까...

[듀라팬1234호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그런데 무슨 컨셉이에요? 요즘 버튜버들 보면 컨셉 잡던데 이쁜데 디자인이 단순해서 모르겠어요

“아, 이 아바타요?”

나는 대답 대신 머리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사실 이거 때문에 돈 많이 깨졌다.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분리되게 만드는게 힘들더라.

“듀라한이요.”

­ㄷㄷ 아니 저걸 머리통 분리되게 만드네 ㅋㅋㅋㅋㅋ

­깜짝이야

­컨셉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무우려 듀라한 컨셉입니다! 저도 처음엔 좀 그랬는데 이거 생각보다 재밌어요!”

나는 마우스로 머리를 화면 곳곳으로 끌고 다니다 가슴 앞에 놓아두었다. 아 이 안정감 넘치는 자세. 역시 머리는 목 위에 있는 게 아니라 가슴팍에 있어야지. 머리가 목 위에 있는 게 이상한 거야! 머리는 원래 분리되는 거라고!

[혹시 약이라도 잘못 먹었느냐?]

에이, 섭섭한 말씀을.

“얍.”

나는 머리를 화면에서 아예 치워버렸다.

“와! 듀라한 스트리머!”

­아니 존나 기괴하네 ㅅㅂ

­듀라님 얼굴 좀... 무서워요

­ㄹㅇ 저 얼굴로 저러니까 더 무서워;;

“내 머리가 어디로 갔더라~”

시청자들 놀려먹는 게 역시 제일 재밌어. 그래도 이대로 방송하면 난리날 것 같으니 나는 얌전히 머리를 목 윗부분으로 옮겨놓았다. 조금 위치 조정이 번거롭긴 하지만, 효과는 톡톡히 봤으니까, 미리 준비해둔 컨텐츠를 하면 된다.

“자, 그럼 오늘의 컨텐츠는~Q&A야. 자 지금부터 하고 싶은 질문 있으면 X게더 이벤트 게시판에 글 올려! 각도기는 깨지 말고, 응? 알았지? 지금부터 전부 올려라.”

­하긴 이제 듀라도 한번 할 때 되긴 했음 구독자도 10만 넘었자늠?

­생각해보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한 적 없네 ㅋㅋㅋ

­ㄹㅇ...급격하게 성장한 것 치고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긴 했음

예상했던 대로 반응은 호의적인 편이었다. 원래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질문 타임 주면 신나는 게 팬들이라고. 가끔 선넘는 놈들이 나오지만 그거야 내가 충분히 거를 수 있는 일이고, 팬들과 친밀감을 형성해서 충성팬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특히 오프라인 팬미팅이나, 얼굴을 맞대는 소통이 불가능한 듀라한 스트리머나 버츄얼 x튜버들은 더더욱.

아예 안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나는 할거라 이거야. 시간 때우기 좋은 컨텐츠기도 하고, 또 시공하면 이탈할 사람들이 보이니 요걸로 시간 좀 끌다가 적당한 게임으로 갈아타야지. 평소에 안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던 게임 골라서 해주면 또 좋아죽는다고.

말도 안 되게 고여서 뉴비는 오지 말라는 X바데나 너무 고이고 고여서 초보를 애타게 찾는 고인물들이 기다리는 민속놀이 겜이라던가, 아직도 충분히 통하는 차도둑 게임도 있고. 스트리머들이 잊을만하면 찾는 국밥 메뉴들이 아직 많은 것이다.

“자, 5분! 5분 드립니다! 평소에 궁금했던 있으면 빨리 올려!”

이번에도 게시판 화력이 굉장한 모양인지, 나도 확인차 x게더를 켜니 렉이 장난이 아니었다. 와, 화력 죽여주네. 이거이래서 5분 만에 질문 올라올 만큼 올라오려나. 못해도 한두 시간 정도는 넘어가고 싶은데.

그래도 언제나 시간은 무정한 법. 나는 5분이 지나자마자 냉정하게 게시 글을 컷했다.

“질문등록 멈춰! 이제부터 답변 타임이야! 아까 말했듯이 위험한 수위의 발언이나 내 정체를 밝혀내려는 질문 같은 선 넘는 질문은 단호하게 넘어갈 거야. 알았지?”

게시 글의 가장 뒤쪽으로 가서, 첫 번째 질문을 클릭한다.

“첫 번째 질문! 왜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 일하던 직장이 이 시국이라 망해버려서 백조가 돼 버렸어. 그래서 재취업 준비를 하려다가 문제가 생겨서 취업이 힘들어졌거든. 그래서 반강제로 전업 스트리머가 되버렸지. 아마 계속 하꼬로 남았다면 지금쯤 취업을 했거나 취업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진짜 운이 좋았다니까. TS미소녀가 돼서 인생 역전각 나오나 싶었더니 듀라한으로 캠방이 강제 봉인 당하지, 온갖 사건에 휘말리지...이렇게 급성장 했다는 게 아직도 가끔 안 믿긴 다니까.

­회사 망해서 다행이다

­ㄹㅇㅋㅋ

그 문제가 TS라는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밝혀서는 안 되는 사실이므로, 나는 아쉬움을 꾹 참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두 번째 질문. 듀라라는 이름의 유래는 뭔가요? 노캠으로 일러 하나 띄워놓고 하는 스트리머들을 듀라한이라 부르잖아? 뭐 좋은 뜻은 아니지만...그 듀라한에서 한을 빼서 듀라! 그런 유래를 가지고 있어.”

­ㅇㅇ 딱 그 느낌이긴 했음

­한자 하나 뺏다고 귀여운 어감이 될 줄은 몰랐음 ㅋㅋㅋㅋ

당연히 내가 진짜 듀라한이라 그런 이름이 생각났다고는 말 못해. 말해봐야 농담 취급당하겠지만 라쿤 박사님한테 잔소리 4시간 풀코스를 듣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세 번째 질문! 혹시 성우지망생 이신가요?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

­근데 성우 했어도 쩔었을 듯. 워낙 목소리가 좋아서

­ㄹㅇ 여기 온 사람들 중에 7할 정도는 목소리 때문에 보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음

­ㅇㅈ

“네 번째 질문! 무슨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음, 싫어하는 건 딱히 없네요.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제가 만들기 쉬운 요리가 좋죠.”

­만들기 쉬운 요리=라면

­아 라면은 어쩔 수 없지 ㅋㅋㅋㅋ

“아, 이래봬도 요리 꽤 잘한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웬만한 한식 요리는 다 할 수 있어. 애초에 내가 식사 담당이기도 하고...”

­식사 담당? 누구랑 같이 살고 있음?

“그건 질문에서 나오면 이야기 해 줄게. 이야기하면 좀 길어지니까...다섯 번째 질문!”

게시글을 누른다. 이번에는 왜 안나오나 싶었던 질문이다.

“어째서 시공에 그렇게 집착하나요? 그것이 시공이니까...는 농담이고, 원래 눈보라사 게임을 좋아했는데 눈보라사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여 싸움을 한다? 그래서 시작했고, 5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젠 제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린 거죠. 지금은 회사가 공중분해 되기 일보직전이지만...”

눈보라사가 그렇게 갈 줄은 몰랐지. 심지어 원년멤버도 연루되어 있어서 아주 가루가 될 예정이다. 실제로 한때 리오레를 넘어섰던 옵치가 스폰서들을 거의 다 잃고 리그가 시공당하게 생겼다고.

시공 당한다는 건 말이야, 망겜이 된다는 거야... 완전히 버려진 망겜이.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ㄹㅇ 님폰없부터 PC질까지 삽질 존나 해서 망조가 들었구나 싶었는데 성범죄로 망할 줄은 꿈에도 몰랐음...

­ㄹㅇ 추억이 능욕당한 느낌이라는 게 뭔지 눈보라사 보고 깨달았음 ㅠㅠ

­리마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때 나오기는 하나?

“암울한 이야기 멈춰! 계속해서 다음 질문 갑니다! 오팬무? 쳐내!”

누가 쓴거야? 나는 게시글의 아이디를 확인하고 채팅창에서 채팅을 치고 있던 범인을 퇴장시켰다. 성희롱은 범죄인 것이에요우. 내가 전직 남자라지만 어쨌든 기분 나쁜 건 사실이니까. 남자한테 오팬무 물어봐도 병신 소리듣는데 여자한테 오팬무 드립을 친다?

성희롱으로 콩밥 먹고 싶니?

­넌씨눈 ㅅㅂ

­선 넘지 말래니까 선 넘네

아 채팅창 곱창난다. 암울한 이야기+분위기 흐리는 분탕의 콜라보로 채팅창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 절로 짜증이 나네. 진짜 에포나 타고 달려가서 얼굴에다 피 뿌려주고 싶다.

“그럼, 다음 질문! 가끔 마이크에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리던데, 다른 사람이랑 동거하시나요? 채팅방 매니저가 친한 친구라서 같이 살아요. 그리고 애완동물도 있고...”

­오.

­애완동물이면 개?

“말이요.”

­???

­horse?

“넵.”

­선 넘네...구라치면 손모가지 잘리는거 안배웠음?

­말을 어떻게 키워 ㅋㅋㅋ

­사실 금수저인거 아님? 일반 가정집에서 말을 어떻게 키움 ㅋㅋㅋㅋ

아, 속고만 사셨나. 악어도 키우고 늑대도 키우고 여우도 키우고 라쿤도 키우고 별이 별걸 다 키우는 세상인데 애완용 말 하나 키우는 게 뭘 그리 놀라시나.

“당연히 일반 말은 못키우죠. 미니어쳐 홀스라는 종인데, 엄청 작은 종이에요. 다 커도 어린애도 겨우 태울 정도로 작은 수준?”

­아 그거면 ㅇㅈ이지...근데 미니어쳐 홀스 엄청 비싸지 않나?

­부잣집 딸 맞다니까 ㄹㅇ ㅋㅋㅋㅋ

“지인이 저한테 분양한 거라서...제 돈 주고 데려온 애는 아니에요. 처음엔 좀 골치아팠는데, 애교도 잘 부리고, 말도 잘 듣는 편이라 이젠 소중한 가족이죠. 평소엔 방송하고 있어서 옆집애가 같이 놀아줘요.”

­요즘 세상에 이웃이랑 친하기 쉽지 않은데...

­평소 하는 거 보면 아싸라면서 인싸기질 은근 슬쩍 풍기는데 그 정도면 옆집이랑도 친하기 지내는 거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ㄹㅇㅋㅋ

­빼앗긴 아싸...

“아, 저도 아싸 맞다니까요? 뭐 이건 중요한건 아니니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어디보자, 이번 질문은...

“이게 여덞번째였죠? 여덞번째 질문! 얼굴 공개할 생각 있으신가요?”

이 질문 왜 안나오나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음...나는 잠시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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