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103.나는 듀라한을 포기하겠다!(1)
* * *
[주, 준비는 끝나셧나요?]
“음, 주문했던 캐릭터 일러스트도 도착했고, 라이브 2D작업도 끝났고, 장비도 구매했고, 이제 키기만 하면 돼.”
일러스트의 퀄리티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윤기 넘치는 하얀 머리카락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황금색 눈동자, 백옥 같은 피부, 살짝 날카롭지만 서글서글한 인상의 눈매, 작지만 도톰한 입술.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러니까 내 방송용 버튜버 일러 말이야. 특수기능까지 주문하느라 내가 무려 400만원이라는 거금을 때려 박고 주문했다. 당연히 일러스트는 내 겉모습을 베이스로 조금 복장이나 좀 더 캐릭터스럽게 바꾼 정도 였다.
현실에 이렇게 완벽한 베이스가 있는데 뭐 하러 고민해? 쓸데없는 고민에 시간 낭비할 바에야 버튜버 방송 연습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백배는 낫지. 처음에는 풀 3D로 만들까 했지만, 이쪽은 돈이 어마어마하게 깨지는데다 퀄리티가 만족스럽지를 못해서 포기했다.
돈도 돈인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 방이 일단 별로 크지가 않은데다 여긴 일단 빌라다. 3D모델링 움직여 본답시고 움직이면 쿵쿵 울려서 아래층에서 항의가 올지도 모른다고.
근데 아래층에 사람이 살고 있긴 한가? 이제는 거의 반년정도 이 빌라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이웃이라곤 한솔이나 유라 밖에 모른다. 어쩌면 아래층도 비어있을지 모른다. 사실 내가 오기 전까진 지박령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빌라였으니까...소문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꺼려하지 않을까.
주인아저씨는 사람이 들어오질 않아서 눈물 나겠지만, 어쩌겠나. 현실이 그런 것을...나라도 듀라한 아니었으면 이렇게 애매한 위치에 있는데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빌라에 입주하지는 않았을 거다.
“웹캠도 좋은 거사서 제대로 설치했고, 마이크도 이참에 새것으로 비싼 거 맞췄고, 하는 김에 컴퓨터도 하나 새로 맞췄지.”
3070TI만세! 채굴 좆까! 똥파리 좆까! 비디아 만세! 듀라한 스트리머를 하고~ 나의 성공시대 시작됐다~
[화, 화끈하게 쓰셧네요.]
“천만원 가까이 깨졌어.”
이왕 사는 김에 예산 내에서 최대한 고성능으로 주문했거든. 어중간한 사양으로 구매하면 나중에 또 바꿔야 하니까 몇 년을 더 쓸 생각으로 비싸지만 성능 좋기로 유명한 모델 위주로 구매했다.
아아, 이게 바로 돈지랄이라는 거다. 돈 많은 자만이 할 수 있지.
사실 시청자가 4000명을 넘어간 이후로 한 달 수익이 1000만원을 넘어가기 시작해서 가능했던 거지만. 머기업이 되기 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내 통장과 타협을 해서 적당히 가성비 좋은 걸로 구매를 해야 했을 거다.
역시 돈은 많을수록 좋다! 이게 내가 피땀 흘려가며 번 돈으로 이뤄낸 결실인 것이다. 버튜버 코인타면 사람 좀 더 늘겠지? 어쩌면 5천명이 넘을지도 몰라.
그러면 결과적으로 내 수익이 더 오를 거고, 쓴 돈 메꾸는 건 일도 아니지! 인기가 없다면 돈을 적게 쓰지 않았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 그러면 내일부터 시작이네요.”
“반응 괜찮겠지? 저기 머기업 스트리머 하나가 버튜버 코인 타고 떡상하던데, 나도 코인 제대로 탄거 맞겠지?”
[괘, 괜찮지 않을까요? 한국은 버튜버 볼모지이기도 하고, 듀라님은 원래부터 인기가 많으셨으니까...]
역시 그렇지?
나는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입이 피비린내로 가득 차는 감각을 느끼며, 차오르는 핏물을 양동이에 뱉어낸 것이었다.
“안녕하세요~듀라에요~”
????????????
오늘 왜 저럼? 혹시 뭐 잘못 먹었음?
[GROUNDPOUND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오늘 아주 기쁜 일이 있으시답니다
“고럼 고럼! 오늘 아주 기쁜 일이 있어서 좀 있다 공개할 겁니다!”
시작부터 텐션 높네...가 아니라 원래 높잖아?
뭐임? 혹시 은퇴선언함?
에반데;;
왜 이야기가 내 은퇴선언 쪽으로 가는 건데? 내가 평소에 건물주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은퇴까지는 아니거든? 건물주 되도 방송 할 거야! 카메라 앞에서 주절대기만 해도 돈이 복사가 되는데 어떻게 안할 수가 있겠어?
“은퇴는 아니고! 우리 X수분들 눈 호강하시라고 제가 일러를 바꿔왔습니다!”
미리 켜두었던 라이브 2D일러스트를 화면에 띄우고, 나는 X수들의 반응을 구경했다.
“짠! 나는 듀라한을 포기하겠다! 이젠 버튜버의 시대다! 갈채하라! 갈채하라! 돈을 쳐 바른 일러스트니라!”
[내 말투를 따라하지 마라!]
에이, 여신님. 좋은 건 돌려쓰는 거죠. 제가 한우도 사드렸는데...이 정도는 넒으신 아량으로 허락해주시면 안될까요?
[...불경한 짓이지만, 그대의 갸륵한 정성을 봐서 허락해 주겠노라.]
와 씹고퀄이네 ㄷ
ㄹㅇ 저렇게 부드럽게 움직이는 일러는 또 처음이네
일러에 돈을 얼마나 때려박은 거임?
“얼마나 때려 박았을지 맞춰봐! 맞추면 내가 치킨 한 마리 쏜다!”
채팅창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 나는 평소보다도 더 미친 듯이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이긴 자만이 치느님을 영접하리니!
[치느님은 무엇이더냐? 나 말고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은 불경하느니라!]
아니 왜 삐지시고 그러세요. 치느님은 신이 아니라 요리에요 요리!
[요리? 어째서 요리를 그리 높여 부르는 것이냐?]
어...치느님은 위대하시니까?
[불경하도다! 회개하라! 음식을 섬기다니!]
회개하면 뭐 해주실 건데요?
[...위, 위대한 영광을 그대에게 하사할 것이니라.]
구체적으로 뭐?
[...조금 더 성장하고 싶지 않느냐?]
저는 하와와 여중생이 좋은데요. 어차피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아닌데 몸이 가벼운 게 낫지~여기서 D컵 F컵 되어봐야 나만 불편하다고. 애초에 가슴은 내 몸에 달린 것보다 남의 몸에 달린 게 더 좋은 법이야!
지금도 한국 기준에선 충분히 거유 취급 받는 가슴인데 지금도 관리하게 되게 불편한데. 씻을 때 쓱쓱 문지를 수가 없어서 불편하다. 위에 닦고 주변 닦고 가슴 들어 올려서 아래 닦고. 처음에는 닦을 때마다 뭔가 흥분했는데 일주일 지나니까 아무렇지도 않더라.
사실 어차피 내 몸인데 흥분하는 게 이상한 거기도 하고. 나는 거기까지 막나가는 나르시스특가 아니다. 내 몸에 스스로 발정하는 몸이 아니...야!
그러니까 저는 이 상태가 좋슴다. 치느님이 뭔지 나중에 직접 보여드릴 테니까 화 푸시구요.
“오, 300? 300? 300이 제일 높나?”
보통 200만 원 정도 한다고 들었는데
퀄보면 200으로 안됨 ㅋㅋㅋ 움직이는거 말도 안 되게 부드럽자너 ㅋㅋㅋ
ㅜㅑ...
“320! 320만 나왔다! 천만 원? 그건 너무 높아! 아직 근삿값에 도달한 사람이 없어요!”
370
380
390
400?
“지금 400 외친 사람 누구야! 당첨! 이메일 알려주시면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맛있게 드세요!”
와!
ㄲㅂ
“다른 분들은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400만원이나 투자한 값이 있네요 ㄷㄷ
“고러췌! 적당한 일러레 찾는데 만 한 달 넘게 걸렸다니까? 잘 봐, 눈도 잘 돌아가고 머리도 부드럽게 흔들리고! 복장도 여러 개야!”
가벼운 티셔츠 차림부터 고스로리, 시원시원해 보이는 하얀 원피스까지! 이게 바로 흔히 말하는 청초함 그 자체인 패션이야!
“그리고...모핑도 있어.”
?????
ㅜㅑ ㅜㅑ
속보)듀라 랍투디 일러에 모핑 있는 것으로 알려져...
[AAAA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어깨까지만 보여주고 그런 말을 하네 부들부들...
헤헤, 킹받지? 꼴받지? 니들이 애간장이 타는 모습을 보는게 얼마나 재밌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평소에 잘하라고. 알게써?”
어차피 작은거 아님?
위에서 보이는 볼륨감이 영 아닌데?
“아, 나도 보잉보잉 하다고! 봐바!”
니들은 평생 보지도 못할 가슴이야! 이 x수들아! 2D로라도 감상이나 하렴! 일러스트를 조금 축소해서 화면에 허리까지 나오도록 위치를 조정했다. 일러레의 취향인지 뭔지 너무 크게만 그리기 말아달라고 했는데 나보다 크더라.
...내 가슴이 작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 정말로.
[GROUNDPOUND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원판보다 가슴이 크...읍읍
“?”
저기요 마리아님? 여기서 빨간약 꺼내기 있기? 없기? 님이 그러면 님 가슴이 저보다 두배는 더 큰거 까발리는 수가 있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갈치려다 걸렸죠? 걸렸죠?
ㄹㅇㅋㅋ
야 이 X수 새끼들아!
“아 그럼 보지 말던가.”
죄송합니다 그대로 있어주세요
듀라님 가슴 짱큼!
“그거 성희롱이야! 내 가슴에 대한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
[도대체 뭐하는 것이더냐...]
여신님의 한숨소리를 무시하며, 나는 이 텐션 그대로 방송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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