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91.우효~ 초 럭키~SSR급 편집자 겟또다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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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될 마리아와의 찝찝한 만남 뒤로 시간이 흘렀다.
방송은 순조로웠고, X튜브도 내가 할 때와는 다르게 번창하기 시작헀다. 하긴 주에 2~3개 올리던 시절에 비해 일주일에 4개, 많으면 6개까지 올리니까 평소보다 더 많은 유입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편집자가 생긴지 3주만에, 나는 구독자 10만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와! 10만! 자릿수가 달라! 들어오는 돈도 다르지!
...라곤 해도 엄청나게 벌리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익이 몇 만원 수준이었던 채널이 백만원 넘게 벌린다는건 엄청난 성장이었다. 마리아의 편집은 정말 대단해! 역시 내 사람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어!
좀 찝찝하지만.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뭐 신화 덕후라도 되나?
아니면 변이자...?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외모랑 성격이 정반대인 것도 그렇고, 나한테 뜬금없이 신 이름을 아냐고 물어보는 것도 그렇고. 보통 그런 걸 초면인 사람에게 물어보지는 않지.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까 물어본 것이 틀림없었다. 그게 아마 나와 관련된 것일 테고.
모리안...크롬...크루거? 뭐였지? 기억이 잘 안나네.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기억이 잘 안난다. 모리안은 N사의 모 온라인 게임에서 나오는 통수의 여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질문의 의도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설마 그 게임 유저라서 동지를 찾는 마음으로 물어본 건 아닐 거 아냐.
뜬금없이 게임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도 않으니까. 음...
혹시 어떤 식으로든 내가 듀라한인 걸 알아볼 수 있었다면? 그리고 저승사자가 말한 나 이전에 존재했다던 그 듀라한과 아는 사이라면? 그래서 내가 듀라한인 것을 눈치 채고 간을 본거라면?
처음부터 듀라한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면 알아보기 쉬웠을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지라 보통 사람과는 몸짓이나 움직임이 좀 다를 수밖에 없거든. 머리카락으로 목을 묶은 기묘한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전대 듀라한도 그런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던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신화 속 듀라한은 머리를 들고 다녔으니 들고 다니지 않았을까.
이 가설은 좀 더 그럴 듯 했다. 여전히 빈틈이 많아서 무너지기 쉬운 반쯤 진행된 젠가 같은 상태였지만.
이 가설이 맞다 치고, 그럼 생각해볼까. 듀라한이랑 그 신들이랑 무슨 관계였지? 인터넷에 듀라한을 검색해본다. 이게 몇 달 만이야. 듀라한...요정...켈트 신화 속에서는 저승사자로서 등장한다...켈트 신화 속 신들의 화신으로 취급되기도 함...
신들의 화신?
그거 X크소울...아니지, 듀라한이 켈트 신화의 삼여신(모리안)의 화신이라는 설도 존재한다...는 거구나.
이 가설이 맞다면, 내가 변한 건 그냥 듀라한이 아니라 듀라한(여신)쯤 되는 걸까.
내가 그냥 듀라한이 아니라 여신(아마?)으로 변한 거라는 거지? 하긴 그 정도는 돼야 이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운 외모가 설명이 된다. 저승사자들이 묘하게 정중한 것도 이해가 되고. 따지고 보면 더 윗줄에 있는 존재니까, 지옥참마도 까지 선물해주면서 까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는 거겠지.
그럼 저승사자 들이 말한 전대 듀라한은 모리안을 말하는 건가? 그 통수의 여신? 하지만 통수의 여신은 X루인걸...
생각할수록 쪽팔리네. 왜 결론이 그런 건데! 난 그냥 평범하게 건물주가 되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고! 더 이상 판타지가 내 일상에 들어오지 말라고!
생리 안하는 이유도 설마 그거 때문인가. 인간의 몸이 아니라 여신의 몸이 베이스니까, 인간과는 좀 다르다는 걸까.
이 가설이 맞다 쳐도 좀 허무맹랑한 망상 같은데. 내가 여신이라니! 여신이라니!
그냥 듀라한이 좋아! 여신이라고 하니까 중2병 말기인 년이 망상하는 것 같잖아! 이건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된다. 누가 농담 삼아 여신님이라고 부르면 피를 양동이 하나 만큼 토할 자신이 있다고!
...일단 넘어가자. 가설은 가설일 뿐이야.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데 설레발치다가 추측이 틀리면 내 꼴만 우스워 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마리아는 누구야?
뭐하는 사람...인가? 어쨌든 어떻게 그걸 알고 있고, 나를 떠본 걸까. 단순히 변이자라고 생각하기엔, 좀 이상했다. 저승사자도 있고, 여기 미친 망아지도 있고, 흡혈귀도 있고, 난쟁이도 있고, 거인도 있고, 라쿤도 있고, 곰도 있는 판인데 ‘진짜 신화 속 인물’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게 누군지는 둘째 치고...켈트 신화라고 해봐야 쿠훌린이랑 모리안 정도 밖에 모른다고. 아서왕도 넒게 보면 켈트 쪽 신화 아니었나?
왜 한국에서 X수질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라면 좀 소
름 돋는데. 스토커야? 나 지금 스토커한테 편집자 하라고 한 거야?
일단 가진 정보가 너무 부족해. 그럴듯한 정보도 증거도 없으니 그저 망상에 불과한 이야기였다. 난감한데.
그냥 이렇게 된 거 전화해서 물어볼까.
대답해 줄지는 모르지만, 그냥 이렇게 혼자서 잘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 붙잡고 끙끙댈 바에야 그냥 물어보는 게 속 편하겠다.
나는 곧바로 폰에 적혀 있는 마리아의 연락처로 전화를 시도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다행히도 마리아는 내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도 연락을 씹거나 하진 않네. 당연한 거긴 하지만.
[여, 여보세요?]
“그, 이렇게 전화해서 미안한데, 알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이게 뭐라고 긴장되냐. 아니 긴장하는 게 맞는 건가. 어쩌면 이건 정말 중대한 비밀일지도 모른다. 막 웹소설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숨겨진 진실 같은 거 말이야. 그냥 얼버무릴까? 정말 물어봐도 될까?
[어, 어떤걸요?]
“전에 그, 네가 말했던 것 말인데...”
[아! 그, 버츄얼 X튜버 기획 말씀이신가요?]
“그, 그래!”
아, 아닌데.
하지만 이미 대화의 흐름은 넘어간 상황이었다. 아 몰라. 나중에 물어보지 뭐.
뭐 내일 지구가 멸망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테니까...나중에 확신이 생기면 그때 물어도 늦지 않다.
[LIVE2D 아바타 의뢰는 맡기셧나요?]
“아니, 아직 찾아보고 있어. 그거 말인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
[우, 움직이는 그림이다보니 그렇겠네요...사실 그냥 캠방을 하셔도 될 것 같으신데요...]
“그건 좀 많이 불편할 것 같아서. 내가 굉장히 눈에 띄는 외모잖아.”
[그래도...좀 아쉬워요. 유진씨 외모라면 순식간에 성장하셧을 텐데...]
나도 알아. 나도 안다고...그게 머리가 떨어지는 리스크를 감당할 정도의 리턴이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렇지... 어차피 듀라한으로 머기업이 된 지금 캠방을 할 이유도 없고 리스크도 크니 안하는 것 뿐이다.
처음에 캠방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걸 거절하니, 버튜버로 데뷔하는 게 어떻겠냐고 방향을 바꿔서 제안하더라. 그건 고민 끝에 승낙했다. 나도 생각해 두던 거기도 하고, 원래 이런 최신 첨단 산업이라는 게 흐름을 잘 타야 하니까, 흐름 잘 타서 버튜버 코인좀 타겠다 이 말입니다.
버튜버라, 내가 버튜버 방송을 좋아하는 편이라 챙겨보긴 하는데, 내가 버튜버 활동 계획을 짜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긴 요즘 유명한 듀라한 스트리머들도 버튜버로 넘어가는 추세더라. 확실히 그냥 캐릭터 일러스트 하나 갖다 놓고 이야기 하는 것보다 예쁘장한 LIVE 2D일러스트로 아바타 쫙 뽑아서 움직이는 걸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아주 좋아할 테니까.
물론 내가 보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있다.
아 나도 다른 버튜버들이랑 놀고 싶다고! 센쵸! 아메! 가울!
영어? 일본어? 난 1개 국어 사용자라 그런 거 몰라...그냥 되는대로 말하면 되지 않을까?
A, Ahoy! FUCK YOU! WRYYYYYYYYYYYYYYYYYYYYYYYYYYY!
“ahoy...”
[네?]
아 실수. 입으로 내뱉어 버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넵...]
“일단 아바타가 만들어지면 캐릭터성 같은 것도 잡아야 할 텐데, 어떻게 생각해?”
[그, 그냥 평소대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평소에도 이미 충분히 개성적이신데...]
내가? 난 그냥 되는대로 방송하고 있을 뿐 인데?
[그, 뭐라고 해야 하나...아름다운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하면서 똥겜을 사랑하는 스트리머?]
그거 욕이야 칭찬이야?
아니지, 너 지금 시공을 똥겜이라 모욕한 거야?
아니 물론 지금 눈보라사가 진짜로 똥 되긴 했지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이건 너무하잖아? 성희롱에 강간에...
눈보라사는...눈보라사는 죽은 거지!?
하지만 시공은...시공은...갓겜이라고.
눈보라사가 사라져도...시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거야...
“그렇구나...”
[그럼 저는 이만 식사하러...]
아, 도망간다. 하지만 나는 잡을 생각이 없었으므로 쿨하게 보내주기로 했다. 더 붙잡아 봐야 옆으로 샐게 뻔 한데 붙잡을 필요는 없지.
“아, 미안. 그럼 식사 맛있게 해요~”
결국 하나도 못 물어봤네.
뭐, 나중에 물어보면 되는 거지만...대화 할 기회야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 말고도 물어볼 만한 축생이 하나 더 있으니까...
일단 그 쪽에 물어보기로 하자.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