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96화 (96/352)

〈 96화 〉 89.우효~초 럭키~SSR급 편집자 겟또다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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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우효~초 럭키~S급 편집자 겟또다제!(1)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에 관심을 가지는 법이다.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 사람의 심미안을 만족시키며, 동시에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괜히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외모지상주의도 그런 사람들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사회적 현상이고. 애초에 미남미녀의 기준이 시대를 따라 바뀌기만 했지 결국 외모는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법이다. 당장 고대 그리스의 프리네가 단지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지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던 것처럼, 외모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방패다.

당장 서비스업에서 여직원을 선호하는 이유가 뭔데.

당연히 못생긴 남자보다는 잘생긴 남자가, 잘생긴 남자보다 예쁜 여자가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때문이지.

옛날에 들었던 말인데 대학교 강의였었나? 아무튼 외모라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는 거야. 그러니까 TS미소녀는 무적이고, 듀라한은 신이다 이 말이야.

보기 드문 미녀라는 것은, 당연하게도 시선을 끄는 법이니까.

시선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감탄일 것이다. 그 다음은 음욕일 테고. 솔직히 내 스스로 이렇게 말하면 나르시스트 같긴 하지만, 내 뇌내보정을 빼고 봐도 이 몸매와 얼굴은 예쁘기로 소문난 연예인들과 비교해도 압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건 확실했다.

그러니까, 궁극기를 쓴 겉바속촉 대족장님 마냥 어그로를 미친 듯이 끈다는 거다.

“저기,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선약 있어요.”

귀찮게 구네. 두 번이나 튕긴 거 봤으면 눈치 있게 알아서 짜저있으면 안될까?

나는 벌써 3번째 들어온 대시를 냉정하게 쳐내며, 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럴 때는 아예 관심도 주지 않는 게 답이다. 조금이라도 여지를 주면, 득달같이 달려들 늑대들이 사방에 깔려 있으니까. 차라리 무안을 줘서 쫒아내는 게 서로에게 좋다. 나는 남자한테 관심이 없고, 저쪽은 먹지도 못할 감 쳐다보지도 않는 게 서로에게 좋으니까.

너무 아름다운 것도 문제인 것이다. 이게 TS미소녀의 숙명인가...머리 한번 떨구면 다 도망갈 텐데.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진짜 그러면 곧바로 실험실에 끌려갈지도 모르니까 하면 안 되는 게 아쉽다. 끌려가서 라쿤 박사님한테 잔소리 4시간 정도는 듣겠지?

“저기...”

훠이훠이, 저리가. 난 몸은 암컷이지만 마음만은 아직 수컷이라 남자가 다가오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고. 니들이 원하는 암컷타락은 저기 옆 동네에서 찾아!

언제 오려나. 현재시각 2시 57분. 도착까지 3분 남았다. 지각은 좀 그런데. 슬슬 나타나야 하지 않나? 이런 중요한 자리에 지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미리 시켜놓은 아이스티를 홀짝이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폰겜은 질렸고...X튜브나 볼까. 전업 스트리머로서 경쟁자의 영상을 체크하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업무지. 나는 다른 스트리머의 이름을 검색하며 새로 올라온 영상이 있나, 혹은 이슈같은게 있나 뒤적거리며 시간을 죽였다.

아, 아메 방송 새로 올라왔구나. 오리지널 지상파운드좌가 방금 방송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오늘은 어떤 그렘린 보이스를 시전하려나.

“저기...”

“선약 있어요.”

에이. 대시 할 거면 좀 자신 있게 하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시를 하다니, 이건 틀림없는 모태솔로로다.

“저기...”

아 왜 또. 짜증이 치민 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부른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에는 여성이었다. 혹시 이번엔 여자한테 대시 당하는 거야? 언제 우리나라가 동성에게 당당하게 대시를 하는 세상이 된 거지?

“아, 예...”

“혹시 듀. 듀라님 맞으신가요?”

내가...누군지 안다고? 이건 분명 오늘 만나기로한 그라운드파운드가 틀림없었다. 내가 하얀 머리 금색눈동자를 가진 여성을 찾으라고 했으니까, 내가 듀라인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그라운드파운드님 뿐이라는 거지.

“네. 맞아요. 혹시 그라운드파운드 님이신가요?”

“네, 넷! 만나서 여, 영광이에요!”

소리지르지 마!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그라운드파운드, 본명은 강마리아였나? 하여튼 강마리아양은 내가 뭘 한것도 아닌데 잔뜩 긴장했는지, 큰 목소리로 대답하곤 깜짝 놀라 스스로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강마리아양은...이름과 정말 어울리지 않게도 잘 익은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인 안경이 잘 안 어울리는 여성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잘 안 어울리는 여성이었다!

작정하고 태닝을 한 건지 자국하나 보이지 않는 맥반석 계란 같은 구릿빛 피부에, 금빛이 감도는 연한 갈색머리, 그리고 묘하게 남자 잘 꼬실 것 같은 살짝 와일드한 분위기의 눈매, 마스크 아래로도 숨길 수 없는 갸름한 턱선. 티셔츠 위로 드러나는 풍만한 곡선은 내 밥공기와 비교하면 라면 그릇 정도는 된다.

크다 커! 진짜 크네! 한솔이랑 비슷한 수준이야!

소심한 성격이 대놓고 드러나는 ‘대화를 오랫동안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 겨우 용기내서 말을 건’ 표정과 분위기를 깨는 동글동글한 안경을 빼면 그야말로 금태양의 표본이었다.

...이번에는 비교적 멀쩡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저 정도면 정상인 축에 드...나? 하지만 넷상에선 관심이 고픈 X수, 현실에선 초 소심한 인간이라는 설정이지? 그렇지? 금태양이면 정상의 범주에 충분히 들어가지 않을까? 아니 뭐,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패션이 있는 법이니까, 저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게 아닐까?

일단 동물탈을 쓰고 나타나거나 중2병이 어울릴법한 외모를 가지고 있거나 곰이거나 라쿤이거나 하지 않은 걸 보면 충분히 일반인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요즘은 금태양(처녀빗치)가 대세인 세상이잖아.

애초에 노는 애인데 사실 처녀에요~하는 게 어디에 매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남자 경험이 많은데다 나에게 와준 금태양이 더 좋은 거 아니야?

“그, 저, 정말 아름다우세요!”

아, 마스크 내려놓고 있었구나. 계속 아이스티를 빨대로 빨아먹고 있어서 올려놓지를 않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강마리아양도 예쁘시네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놓고 칭찬받으니까 좀 쑥스러운 기분이었다. 낯간지럽다고 하는 게 맞을까. 내가 미인인건 사람들 반응을 보면 모를 수가 없지만 그걸 직접 입으로 들으면 좀 부끄럽단 말이지.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딱딱한 자리 아니니까 힘 빼셔도 되요.”

나도 밖에 있기 힘드니까 후딱 끝내고 헤어집시다. 어? 어차피 계약서 몇 개만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하는 일이니까, 10~15분 정도면 끝날 일이었다. 계약서 체크하고, 상품도 주소로 보내고, 연락처 교환하고 X톡 교환하면 되겠지?

개인적으로 친목을 다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보는 여성과 데이트라니...아싸에겐 허들이 너무 높은 것이 애오. 차라리 에포나를 타고 도심을 질주하는 게 더 쉽겠다.

나도 내가 계약하는 입장이 되어 본 건 처음이란 말이야. 나도 첫 경험이니 헤멜 수밖에 없다고. 원래 고인물이 아닌 유저는 있어도 뉴비가 아니었던 고인물은 없는 법이니까...

“일단 저는 아시다시피 x위치 스트리머 듀라구요. 본명은 이유진이에요. 일단 이제 같이 일하실 테니까 제 본명정도는 말해야겠다 싶어서요.”

“네, 네에...저는 강마리아...입니다. 이름이 많이 특이하죠?”

“요즘은 세례명을 이름으로 쓰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내가 급식 때도 박요한, 곽마태오 같은 이름이 있었으니까 이상할건 없다. 금태양 스타일에 이름이 마리아라는 게 좀 어울리지는 않지만.

성모(금태양) 마리아...

아 뭐든 일단 예쁘면 그만이지. 요즘 시대는 예쁘기만 하면 된다. 최소한 남들보다 몇 미터 앞에서 출발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괜히 남자도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게 아니라니까? 나는 안했지만. 좆소기업에서 뭐가 좋다고 꾸미고 다녀. 당장 야근하다가 생긴 다크서클 때문에 화장을 하려면 아주 분칠을 해야 됐는데.

“헤헤...그,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보네요.”

수줍게 웃는 모습이 귀엽다. 아무리 봐도 패션이랑 성격의 갭이 너무 커서 그냥 타고난 생김새가 금태양이었던 건지 의심이 되네. 보기 드문 피부색에 머리카락 색깔이라지만, 백발 금안 미소녀 듀라한이 버젓이 살아있는 세상인데 금태양 정도야 자연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지.

근데, 이 사람은 뭔가 재야에 묻혀있기엔 너무 아까운데. 이 사람, 인터넷 방송인이 되면 성공할 것 같단 말이야.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치트키 그 자체라고.

외모는 금태양, 성격은 소심한 순둥이. 이게 치트키가 아니면 뭐야? 미칠 듯한 갭에 시청자들도 ㅜㅑ를 외치며 도네를 펑펑 터트리지 않을까.

요즘 시대에 저런 갭으로 인한 매력은 인터넷 방송에서 정말 강력한 어필 포인트라고!

“혹시, 방송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네?”

내가 팍팍 밀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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