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93화 (93/352)

〈 93화 〉 86.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2)

* * *

[안녕하세요. 듀라입니다. 이번에 영상편집자 채용공고 영상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 혼자 영상편집 및 업로드까지 했었습니다만, 이제는 방송의 규모 증가 및 피로도로 인해 영상편집자를 1분 채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미성년자는 신청하셔도 제가 고용하기는 힘들 것 같으니 보내시지 말아주세요. 신청하실 분들은 간단한 이력서랑 지금까지 실제로 작업했던 작업물들을 저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영상 밑 자세히 보기에 제 이메일이 있으니 보내주시면 되구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다면 금일 오후 1시에 방송 예정이니 그때 방송에서 질문해주시길 바랍니다.]

언제 듀라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오나 기다리던 듀라의 X튜브에 영상이 올라왔다.

이례적으로 2일 정도의 텀으로 영상이 업로드 되던 X튜브 채널에서 하루 만에 올라온 영상에, 구독자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영상을 클릭했다. 1분 30초짜리 짦은 영상이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시청자들이 늘어나 몇 시간 만에 조회수가 3만을 넘었다. 구독자 5만명 안팎의 작은 X튜브 치고는 꽤 빠른 상승세였다.

이렇게 말하니까 마치 전지적 듀라한시점 같네. 2인칭 말이야 2인칭.

­듀라님이 만들고 있던 거였어요?

­하루 10시간 방송하는데 편집자는 따로 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방송 규모도 커졌으니 이제 X튜브는 실력 있는 편집자 구해서 맡기면 좋겠네요!

­영상 편집하는 거 ㄹㅇ 쌩 노가다인데 10시간씩 방송하면서 그걸 하네요 ㄷㄷ 휴방일에도 못 쉬는 거 아닌가요?

“반응이 나쁘진 않네.”

뭐 반응이 나쁠 이유가 없긴 하지만.

내가 무슨 큰 사고를 친 것도 아닌데다, 평소 이미지가 나쁜 것도 아니니 트집 잡을 거리도 딱히 없었다. 있다가 방송 켜서 채용 모집 공고나 한번 읽어주고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되겠지.

많이 신청 해주...겠지? 나름 신경 써서 급여나 복지 같은 것도 꽤 괜찮게 준비했으니 10명 정도는 보내지 않을까. 업계 평균이 어느 정도 인지는 잘 모르지만, 200만+@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인 급여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가 회사 다닐 때도 월급이 200만원 안팎을 넘나드는 수준이었으니까...

정 뭐하면 편집자가 알아서 연봉협상이라도 하겠지. 내가 좆소기업 사장도 아닌데 돈을 떼먹거나 명시된 급여보다 적게 주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아 내가 당한 걸 내가 시전하는 내로남불은 내 인지도 때문이라도 꿈도 못 꾼다고.

구독자 50만을 넘은 대형 X튜버도 임금 체불문제나 갑질 문제로 한방에 나락가는 세상인데 이제 갓 머기업이 된 스트리머가 그런 사고를 치면 순식간에 나락을 가는 건 뻔 한 수순이니까. 1세대 머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가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내가 시청자가 3000명대를 넘나들게 됐지만 여전히 반년밖에 안된 햇병아리 스트리머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나한테 그럴듯한 기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택지가 없어 하게 된 일인 만큼 최대한 사고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틸 수 있으니까.

건물 사려면 못해도 10년은 해야 될까 말까 할 것 같은데.

가장의 무게가 쓸데없이 무겁다. 방송은 한 없이 가벼운데, 신경 쓸게 많으니 정말 귀찮아. 이게 다 햄버거 때문이다. 나는 내 옆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는 세연이의 볼을 잡아당겼다. 귀신 특유의 차가운 피부가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다.

껴안고 있으면 아이스팩 대용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왜흐레!”

“음...뭔가 열 받아서.”

“아프니까 놔줘...”

좀 아쉽네. 시원했는데. 스마트폰 화면을 키고 시간을 확인한다. 12시 30분. 슬슬 방송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네. 나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방송 세팅을 하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이 짓을 하니 이젠 말년병장이 환복 하는 것 마냥 세팅하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세연아, 오늘부터 알지?”

“햄버거 2세트?”

“채팅창관리 말이야.”

“걱정 마. 이래 뵈도 숙련된 X수야.”

그건 자랑이 아닙니다 선생님. 나는 송출용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는 세연이를 뒤로 하고 머리를 뽑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역시 방송은 머리를 내려놓고 해야지! 이런 더운 날씨엔 몸뚱이는 적당히 시원한 곳에 박아두는게 제일 좋다고!

“듀하~”

­ㄷㅎ

­ㅎㅇ

­오늘은 뭐함?

“오늘도 평범하게 게임 방송하죠. 그 전에 잠시 편집자 채용 관련해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GROUNDPOUND님이 1000원 후원하셧습니다!]

­편집자 구하시나요?

“네. 나도 이제 편집자 구할 때가 됐지. 솔직히 이렇게 빠르게 구할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하긴 듀라 정도면 영상 편집자 한두 명은 고용해서 쓸 정도는 되지 ㅋㅋㅋ

­머기업 쯤 되면 편집자 월급제로 부려도 괜찮은 수준이자너

­반년짜리 머기업 ㅋㅋㅋㅋ 듀라는 전설이다 ㄹㅇ

­반년 만에 시청자 3000명대 ㄷㄷ

­아 듀라 목소리 들으면 시청자 될 수밖에 없다고 ㅋㅋ

­목소리 자체로 힐링이긴 함 ㅋㅋㅋ

­이제 매일매일 영상 올라오는 거임?

“음, 그건 편집자가 얼마나 능력자냐에 따라 달렸지.”

기왕이면 실력 있는 편집자가 걸렸으면 좋겠는데. 여성에 레...아 이건 좀 아닌가. 하여튼 실력이 최우선이다. 나는 급속도로 올라가는 시청자수를 잠시 쳐다보다, 다시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자, 공지사항을 말하기 전에 오늘도 좋은 오후인데, 다들 월급 루팡은 잘 하고 있어?”

­갑자기 뼈 때리네;; 회사에서 틀어놓고 일하는 중인데 뜨끔해서 눈치 보이자너 ㅋㅋㅋㅋ

­월급 루팡할 직장은 있냐고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니냐?

­회사 안다녀!

“아...그럼 빨리 취직해!”

­엄마임? 인방에서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고 아 ㅋㅋㅋㅋㅋ

­듀라마망 헤으응...

­우욱...

개판이네. 3000명쯤 되니까 정신 나간 인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인다. 다행히도 가끔씩 보이는 성희롱 발언이나 과도한 욕설은 세연이가 나름대로 잘 처리하고 있었다. 경고고 뭐고 전부 밴을 때려버리긴 했지만.

“내 X튜브 영상 올린거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상 편집자 한명만 구하고 있거든? 하고 싶은 사람은 3일 후 까지 내 이메일로 이력서랑 포트폴리오 보내주고...뽑는 방식은 나한테 신청한 사람들 중에 문제 있는 사람들만 걸러내서 대충 1~2주 후에 대회를 할 거야. 자세한 날짜는 나중에 공지할게. 일단 조율을 해야 되니까... 아, 미성년자는 신청 안하는 게 좋아. 그냥 공부해.”

미성년자는 감당 못해. 트러블 생기면 나만 조져질게 뻔 한데 뽑을까보냐.

­급식 컷!

­아 급식은 킹쩔 수 없지 ㅋㅋㅋ

­편집자 채용도 컨텐츠로 만드려고 하네 ㄷ

“그냥 이력서랑 포트폴리오만 보고 조용히 면접보고 뽑을까 했는데, 어차피 보는 건 내가 아니고 너희인데 너희 마음에 드는 걸로 해야지. 안 그래?”

­설득력이...있어!

­배틀로얄 ㄷㄷ

­이젠 채용마저 배틀로얄로 하는 시대냐 ㅋㅋㅋ

“회사 면접이랑 똑같은 거지. 회사도 결국 쳐낼 사람 쳐내고 뽑을 사람만 뽑잖아.”

그래도 이쪽이 난이도 자체는 더 낮지 않을까. 일단 학력 안보고, 과거 경력이나 인성에 문제만 있지 않으면 실력만 보겠다는 거니까.

­편집자 급여랑 복지는 어떻게 되나요?

오, 급여랑 복지를 물어보는 것을 보니 편집자 꿈나무인 모양이었다. 그냥 X수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편집자들에겐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나는 방송을 키기 전에 체크해둔 편집자 월급을 떠올렸다.

머기업에서 뽑는 편집자가 월 200만원 이상 이랬으니까, 나도 비슷하게 주면 되겠지. 복지는...어...

“...햄버거.”

아니 그건 너한테나 해당되는 이야기잖아 이 햄버거야.

나는 머리카락으로 세연이의 정수리를 가볍게 후려치고는 다시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급여는 협상을 해야겠지만 월 200이상으로 잡아두고 있고, 복지는 4대 보험...정도?”

­그냥 저냥 무난한 듯?

­200이면 ㄱㅊ은거 아닌가

­몰?루

­200이상 월급제 편집자면 나쁘진 않은 듯.

복지는 뭘 해줘야 하나...난 개인 유튜버라 식사 제공 이런 건 안 되고, 그냥 좀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컴퓨터를 지원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뽑고 생각하지 뭐.

“복지에 관해선 추후 상담하시면 될 것 같고. 대회는 일단 3일 동안 신청을 받고 추려서 이번주 내에 공지하고 진행할게요.”

[GROUNDPOUND님이 1000원후원하셧습니다!]

­혹시 우승하면 듀라님 뵐 수 있음?

­아 ㅋㅋㅋㅋ

­얼공은 못참지 ㅋㅋㅋ

“어...아무래도 계약서 쓰고 협의하려면 한번은 만나야겠죠?”

요즘은 전자 서명 계약서인가 하는걸. 쓰는 게 편하다지만, 난 쓸 줄 모른다. 애초에 내가 계약서를 내미는 입장이 된 건 처음이라,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게 맞는 말일까.

방송 끝나고 알아볼게 늘었다.

­바로 신청 넣었다 ㅋㅋㅋㅋㅋ 듀라 얼굴 딱대 ㅋㅋㅋ

­ㄹㅇ 경쟁률 장난 아닐 듯

경쟁률이 높으면 나야 좋지. 어쨌든 실력 좋은 편집자를 구하는 게 내 목적이니까.

“대회 공지는 나중에 하고, 슬슬 게임하러 가자. 오늘 할 게임은 X페랑카2야.”

대회 이름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대회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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