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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92화 (92/352)

〈 92화 〉 85.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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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1)

제군, 나는 매니저가 가지고 싶다.

나는 비교적 월 200만 원 정도에 월 5회 이상 영상 편집 밑 업로드와 채팅창 관리를 할 수 있는 일 잘하는 매니저가 가지고 싶다.

이왕이면 여자에 내 팬이고 능력자인 매니저가 격하게 가지고 싶다.

그게 TS미소녀 인방 국룰이잖아. 집착은 좀 그렇지만 난 이미 처녀귀신부터 망아지까지 다종다양하게 집착당하고 있는 몸이라 사람이 늘어나면 좀...농담이긴 하지만, 가끔 세연이한테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소리 들으면 소름이 끼친다고.

안 그래도 온갖 집안일을 다 처리하면서 나를 돌봐주고 있으니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실제로 고맙기도 하고...햄버거 하나로 집안일 다 해주는 처녀귀신을 어디서 구해. 세상 천지에 그런 귀신 있으면 또 나와 보라고 그래라.

아예 사람을 구했으면 못해도 200만원은 나갈 텐데, 햄버거 하루에 두세 개 정도로 퉁칠 수 있는 가정부는 정말 드물다. 식재료는 못 건드려서 내가 요리해야 하긴 하지만. 이래봬도 자취 경력이 3년 가까이 되는 편이라, 웬만한 요리는 할 줄 알았다.

내가 이 층의 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거야. 한솔이는 요리 실력이 영 아니고, 세연이는 식재료는 못 만지고, 유라도 요리는 할 줄 모르니 내가 밥을 할 수 밖에 없다. 에포나? 넌 지금 망아지한테 밥을 만들라고 하는 거냐? 개는 밥 만들어 오라고 하면 당근 씹은 거 줄 놈이라고. 언제 날 잡아서 유격마냥 굴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매니저 뽑는 것 좀 도와줘.”

“아직도 매니저가 없다는 게 신기한데요...”

이젠 저보다도 시청자 수 훨씬 많잖아요. 한솔이가 어이없단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왜, 없을 수도 있지. 어떤 편집자가 그랬다고. 스스로 편집할 줄 모르는 인터넷 방송인은 성공할 수 없다고.

확실히 그렇긴 한데, 거의 2년 선배니까 나보다는 이 바닥에서 사람 구하는 노하우나 관리 노하우 같은 게 있을 거 아니야. 나는 반년동안 너무 급격하게 성장한 케이스라 매니저 뽑을 생각도 못했다고.

특별 방송 컨텐츠 두세 개 했다고 이정도로 규모가 커질 줄 알았겠냐?

“매니저라...가장 쉬운 건 MCN들어가서 거기서 매니저 지원을 받는 거죠. 그게 제일 편해요. 단점은 이래저래 MCN이 간섭 할 수 있다는 게 좀 크네요. 숙제 방송 알선이나, 이벤트성 합방 같은 거 말이에요.”

MCN(Multi­channel networks)이라. 몇 번 들어보기는 했는데, 이것저것 문제 많았더라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가입할 생각은 없었다. 나한테 뭔가 메리트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사비로 월급주면서 매니저 한두 명 굴리는 게 나한테 이득이 아닐까.

이제 3000정도의 팔로워가 생긴 만큼 영상 편집자 정도는 충분히 고용할 여유는 있었다. 인외가 되어서 체력이 넘쳐난다지만, 매일 방송 10시간씩 하고 네다섯 시간씩 편집을 하다보면 여유시간이라는 게 잘 나오지 않으니까...

각종 트러블로 영상 업로드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건 덤이다.

“너는 MCN들어갔어?”

“저는 따로 들어가진 않았어요. 아무래도 변이자다 보니까 이런 계약에 기밀관리본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다, 저는 2년 동안 방송하면서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요.”

기밀관리본부가? 하긴 이래저래 회사랑 계약하면 인적사항 같은 게 들어가니까, 곤란할 수도 있겠네. 변이자는 아직 사회적으로 공인받지 못한 존재라, 조금이라도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하니까.

당장 저번의 흡혈귀 교회 사건이 그랬다. 피해자로서 사건의 뒤처리를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는데, 아예 변이자들 전용 교도소가 존재하고, 거기로 이송되는 모양이었다. 철저하게 변이자가 사회에 노출되는 걸 막으려는 노력이 눈물겨울 지경이었다.

하긴 이게 무슨 유혈이 난무하는 어반 판타지도 아니고, 흡혈귀 같은 게 사고 치면서 돌아다니면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감당하기 어려울 게 뻔했다. 여기가 무슨 미친 달의 세계라서 집단 최면 걸어서 아무 일도 없었다를 시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 나간 놈들이 지들이 선택받은 자라면서 지랄 발광할 게 눈에 뻔히 보이잖아.

괴상한 선민사상 가진 녀석들이 뭉쳐서 헛짓거리 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뽑을 거면 아예 공개적으로 채용공고를 내는 게 어때요? 규모 큰 방송인들은 실제로 그렇게 채용 많이 하기도 하고, 실력 있는 사람 뽑기도 좋아요.”

“아, 나도 본적 있는 것 같아.”

내가 자주 보던 방송인이 그렇게 새 편집자를 뽑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편집자들끼리 경쟁 시키는 게 실력을 알아보기 가장 좋은 방법이긴 했다. 중소~중견기업시절에 그랬다면 신청자도 적을 거고 별로 화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나는 지금 시청자가 3000명을 넘나드는 머기업 라인에 안착한 상황이었다. 아마 편집자 채용공고를 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보내지 않을까. 나도 이제 엄연히 고용주가 될 수 있는 입장인 것이다.

고작 반년 만에 을에서 갑이 되다니, TS미소녀는 역시 현대 치트키야! 정작 외모 덕을 보진 못했지만...목소리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이제 판떼기 하나 만들어 와서 버추얼 X튜버 행세하면 되지 않을까.

요즘 달달해 보이더라. X튜브 구독자 300만도 찍고 씹덕? 그쪽 시청자들 유입되는 것도 충분히 좋아 보이고. LIVE 2D인가 하는 거 외주해서 만들고 트래킹? 그쪽 알아보면 되니까...나중에 고려는 해볼 생각이었다.

요즘 듀라한 스트리머들이 버추얼 X튜버로 데뷔하더라고. 확실히 시청자나 구독자나 늘어나는 게 보여서, 나도 그 판에 끼어들어보고 싶었다. 내가 못 끼어들 짬도 아니고. 뭐 그건 천천히 알아보면 될 일이고...일단 매니저부터 뽑을 준비를 해보자.

채팅방 관리자는...가까이에 쓸 만한 인재가 하나 있었다.

“세연아.”

“...왜?”

열심히 아침 햄버거를 꼭꼭 씹어 먹고 있던 세연이가 식사를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입에 햄버거 소스 묻었네. 재는 평소 행동은 똑 부러지면서 왜 햄버거 먹을 때만 저러지. 그게 귀엽기는 했다.

참고로 먹고 있는 햄버거는 아침 댓바람부터 사온 X모닝 세트다. 내가 양심이 있지 이제 와서 싸구려 인스턴트 햄버거로 식사를 때우게 하진 않는다. 매일 햄버거 세트를 먹어도 약 18000원대, 30일 곱하면 60만원 정도 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지출이었다. 어쨌든 세연이가 청소, 빨래, 설거지를 전부 전담하고 있으니까...

스트리머 하길...잘했어...

“너 채팅창 관리 해볼 생각 없어?”

“햄버거 하나 더 추가 해주면 할게.”

“콜.”

세연이와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손을 마주잡고 흔들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햄버거 세트 두 개면 좀 많이 나가기야 하겠지만, 최저시급 기준으로 계산해도 200만원 넘게 받아야 하니 이정도면 저렴한 편이지.

일단 채팅창 관리자는 쉽게 구했고.

“공지를 뭐라고 올릴까나~”

“일단 이력서랑 포트폴리오 받아야 하고, 이왕이면 문제 없는 사람으로 골라야죠.”

“예를 들면?”

“혐오 사이트 이용자나, 특정 사상을 가지고 있거나, 평판이 매우 좋지 않거나, 과거에 사고를 쳐서 짤린 사람? 한번 뽑을 때 신중하게 뽑아야 되요.”

신경 쓸게 많기도 하다. 아니 당연한가. 요즘은 꼬투리 잡으면 꼬투리부터 시작해서 전부 폭발하는 세상이니까. 당장 유명한 X튜버도 혐오 사이트 이용자란 게 밝혀져서 잠적하고 그랬었지. 괜히 말 나오면 그러니까 그런 부류의 사람은 거르는 게 맞다.

결국 내가 고용주가 되는 만큼, 나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테니까. 사람 뽑는데 이렇게 조심해야 하다니, 괜히 회사에서 면접관들을 여러 명 뽑는 게 아니구나 싶네.

“그건 내가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고...이력서랑 포트폴리오를 잘 살펴봐야 겠네.”

“그래요. 대놓고 말하면 그건 그것대로 논란이 돼서...좋지 않은 의미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겠죠.”

“고마워. 역시 업계 선배라서 도움이 많이 되네.”

역시 세상살이 편하게 살아가는데 인맥 만한게 없다. 궁금한거 있으면 바로 물어볼 수도 있고.

“매번 피도 얻어 마시고 있으니 이정도야 해줄 수 있어요. 원한다면 합방이라도...”

“이젠 내 쪽이 더 많으니까 네가 더 이득 아니야?”

“그러네요. 이렇게 순식간에 역전당할 줄은 몰랐는데...”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못해도 이번년 말쯤에야 머기업 공기 좀 맡아보나 싶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얼굴을 보여줄 수 없다는 치명적인 패널티를 가지고서 말이다.

“그럼 밥도 다 먹었으니 난 채용공고나 올리러 가야겠다. 수고해~”

채용 공고는 어떻게 쓰지?

그냥 다른 스트리머가 해놓은 거 적당히 베끼면 되겠지.

그렇게 나는 채용 공고를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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