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88화 (88/352)

〈 88화 〉 82.뭐? 메스가키? 그게 뭔데?(1)

* * *

“자,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ASMR시간~!”

­짝짝짝

­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ㅜㅑ

[GROUNDPOUND님이 10000원 후원!]

­사실 오래전부터 당신 같은 스트리머를 기다려 왔다우

“아이고, 그라운드파운드님 만원 후원 감사해요!”

­ㄹㅇ 이거 보려고 연차 씀

­목소리 원툴 스트리머가 ASMR한다는데 어떻게 참아 ㅋㅋㅋㅋ

뭐 원툴? 아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여기까지 크는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게 목소리 때문이었으니까. 가끔가다 컨텐츠가 망해도 목소리 들으려고 계속 본다는 소리까지 들었었지...TS미소녀는 역시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아름답게 변해야 TS인 법이다.

­ㄹㅇㅋㅋ

반응이 격렬 하구만, 방송용 컴퓨터가 렉이 걸릴 정도로 미칠 듯이 폭발하는 채팅과 도네에 나는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은 천원이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쌓이고 쌓이다 보면 만원 십만원 백만원이 되는 법이다.

원래 머기업들 도네의 대부분도 소액 도네라고! 무슨 머기업이라고 도네가 수십만 원씩 막 터질 리가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단지 머기업은 터지는 횟수가 하꼬 방송인들에 비해 수백 배는 많을 뿐이다.

“와, 2천명! 2천명이나 들어왔네! 오늘 기록 갱신했네요! 새로 오신 분들은 공지사항 다 한 번씩은 읽어보시고, 욕설이나 성드립 치면...아시죠?”

­미치겠네 ㅜㅑ ㅜㅑ

­이거 신종 고문 법임? 대놓고 색기흐르는 목소리 내놓고 성드립 치지 말라고 하네 ㅋㅋㅋㅋ

­아 잠깐 화장실 다녀옵니다

아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고. 원래 인터넷 방송은 스트리머가 법인거 몰라? 스트리머가 B를 보고 A라고 하면 A인거야. 슉 슉 슈발럼아!

역시 한솔이 말대로 ASMR 컨텐츠를 하길 잘했어! 시작한지 10분 만에 도네금액만 20만원이 넘었다고! 역시 선배 말은 듣고 봐야 한다니까! 방송 끝나면 한 턱 쏴야지!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몸을 침대위에서 마구 굴렸다.

세연아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내가 이렇게 쌩쇼하면서 번 돈이 다 네 햄버거가 되고에포나 줄 당근이 되는 거야. 너희들을 먹여 살리는 이 시대의 참 가장을 보면서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보라고! 가장이 이렇게 힘들게 돈을 벌고 있는데 그런 불경한 눈빛을 하다니 네가 아직 소금 맛을 덜 봤구나?

­신청은 어떻게 해요?

“자자, 신청은 제 X게더에 시청자 참여 게시판을 열었으니 거기에 올리면 됩니다. 5분에 닫을 거니까 신청하실 분은 빨리 하시구요! 새로 오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원하시는 노래나 대사 중에 하나를 골라 게시글에 올려주시면, 그중에 추천수가 높은 순서대로 뽑아서 말해 드릴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과도한 성드립이나 비하발언, 혐오발언은 금지입니다.”

[Ahoy!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와! 듀라의 ASMR컨텐츠! 즐겁다!

­ㄹㅇ 어떤 걸 들을 수 있을지 ㅈㄴ 기대됨 ㅋㅋㅋㅋ

­야 너두?

나도 즐겁다! 돈 복사 시간! 귀찮게 똥겜 찾아서 하지 않아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돈 복사 방법! 겜방 조까! 대세는 ASMR이다! 목소리만 좀 야릇하게 내줘도 10만원이 굴러들어오는데 어떻게 안하고 버텨!

게임 실력도 어중간해서 pvp게임만 하면 하이라이트는커녕 굴욕사만 찍혀서 박제되길 일쑤고, 공략이 필요한 게임은 시간 질질 끌려서 고구마 방송이 되어버리고, 시공만 하면 사람들이 나락을 외쳐대는 지옥에서 이젠 안녕! 나는 ASMR 전문 스트리머가 될 거야!

“자 1분 남았어요 1분! 마지막으로 승차하실 분은 빠르게 글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시청자수 2300명 돌파! 누군가 내 방송을 홍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실시간으로 급상승하고 있는 내 방송 시청자수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클릭하고 있거나. 이런 거 아주 좋아! 인원수가 늘어나는 만큼 물주도 늘어나는 법! 내 건물장만을 위한 제물이 되어라!

­2300명...실화냐? 듀라는 전설이다...

­와 100명도 안됐을 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이젠 2300명...이게 데뷔 네 달 밖에 안 된 스트리머?

생각해보니 진짜 그러네. 이제 슬슬 방송한지 네 달이라니, 벌써 그렇게 됐다는 사실이 참 묘했다. 매일매일 10시간짜리 방송을 하다보니까 하도 익숙해져서 이젠 시간 감각이 무뎌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는데. 반년 사이에 시청자수 2300명이라, 내가 진짜 TS미소녀 코인을 제대로 타고 떡상하고 있긴 한 모양이었다.

내가 원래부터 유명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칠 듯이 넘치는 끼가 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얼굴이 잘생겼거나 목소리가 좋았다면 그것도 아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평범한 현역 만기 전역한 사회생활에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한 회사원. 그게 바로 나였다. 정말 TS미소녀가 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한 자릿수 대 시청자를 붙잡고 방송을 빙자한 게임이나 하고 있지 않았을까.

­빨리 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시작해

­도배충 쳐내!

­쳐내!

아이고. 좀만 참지 그랬어. 나는 가차 없이 도배를 시작한 시청자를 한땀 한땀 밴하기 시작했다. 아 10분후에 풀어 줄 테니 조용히 하세요! 그렇게 채팅창을 관리하다보니 약속했던 시간이 되어 있었다.

“자 이제 끝! 지금부터 올라온 글은 무효처리 되니까 더 이상 올려도 소용없습니다.”

­아 나도 올리려 했는데 ㄲㅂ

­눈나 나 못 참겠어

“아 이제 시작하니까 좀 참아봐! 떼쓰는 어린애도 아니고 ”

­눈나 앞에선 X수는 다 어린애야...눈나...

­우욱...

아니 그건 좀...사람이 천명 넘게 유입되니까 이상한 드립을 치는 시청자들이 늘어난 것 같네.

에반데. 진짜 조만간 매니저 하나 구해야 하지 않을까. 되도록이면 멀쩡한 인간으로. 최근에 만난 인간들치고 멀쩡한 사람이 정말 드물었으니까, 이젠 좀 평범한 사람을 만날 때도 됐다 이거야. 솔직히 이젠 변이자들 말고 평범한 인간도 좀 보고 싶었다. 변이자 들은 만나면 탈주하거나, 탈주하거나, 탈주한단 말이야.

니들이 무슨 X자야? 탈주하게? 신노빈이냐고! 이젠 처음 보는 사람이랑 알게 되면 탈주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단 말이야! 평범하게 좀 가자 좀! 특히 이상한 페티시 가진 에포나 같은 애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망할 망아지 새끼. 생각하니까 빡치네. 방송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요새 코로나가 확진사태가 터져서 학교도 안가고 집에서 뒹굴 거리는 유라에게 맡겨놓길 잘한 건가. 개 분명 놔두면 방송이고 뭐고 들어와서 지랄 발광할 게 눈에 보여서. 어린애가 보호자한테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닌데, 적당히 해야지.

언제 날 잡아서 빡세게 굴려야 할 것 같다.

방송화면을 평소 잡담시간에 쓰던 배경화면에서 시청자 참여 게시판이 보이도록 바꿔놓고, 마지막으로 인기글 순으로 나열되도록 인기글 아이콘을 클릭한다. 오우. 첫 번째 게시글부터 볼까.

“와, 못해도 수백 개는 되어 보이네요. 아까 말했다시피 추천 순으로 잡아서 할거니까, 우선 추천수가 무려 200이 넘는 게시글부터 볼까요~”

[이벤트 신청글 입니다!]

­듀라님이 ASMR 컨텐츠를 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듀라님 목소리가 정말 예쁘신데 ASMR컨텐츠를 안하셔서 정말 아쉬웠어요! 지금이라도 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제가 원하는 ASMR은 요즘 유행하는 유행어에요!

나는 글 밑에 시청자가 올려놓은 유행어를 확인했다.

이게 최다 추천 게시글...?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작부터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저게 왜 최다추천임? 에반데

­아 코런갑다 하라고 ㅋㅋㅋㅋ

섹드립도 아니고, 혐오나 비하발언이 섞인 것도 아니라서 난 좋긴 한데...시작부터 어처구니없는 게 걸리네. 유행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재밌을 것 같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첫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

“이거 좀 말 실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하르방방님이 올려주신 유행어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하르방방님이 미션을 걸었습니다!]

­안틀리고 성공하면 5만원 ㄱ

이걸 미션까지 걸어주시네?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이거 생각보다 어려워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하다가 중간에 웃음 터질 것 같은데. 슬픈 생각...슬픈 생각...나는 엄숙한 마음가짐으로 2321명의 시청자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첫 ASMR 받아라!

“슉. 슈슉. 시. 시발럼아 슈슉. 슉 슉시. 시발럼아. 슉. 시발. 슈슉. 슉. 시. 시발. 슉 럼아 슈슉. 시발. 럼아. 슉. 슈슉 슉. 슉 시. 시발럼. 아슉 슈슉 슉. 시벌람아. 슉슉. 슉 슉시. 시발럼아. 슉. 시발. 슈슉..풉...시. 시발. 럼아. 슉 럼아 슈슉. 시발.”

더럽게 헷갈리네 슈발럼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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