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74.죽인다냥(4)
* * *
“사요짱!!!!!!!!!!!!!!”
왜?
무서워 ㅠㅠ
그 장면 입갤 ㅋㅋㅋㅋ
ㅅㅂ 깜짝이야
“...왜 죽은거다냥?”
분명 어제 극적인 고백과 함께 오늘부터 1일이었을 텐데...오늘부터 2일도 못해보고 이렇게 끝이라고? 별다른 선택지도 없이? 악의...구역질나는 악의를 느낀다. 이 게임 악명이 높더니 이런 식으로 높은 거였어! 저 뒤에 떠오른 맛 간 배경화면은 뭐야?
시청자들도 이 게임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온도차가 심한 모양인지 상반된 댓글이 달린다. 여러 가지로 좀...그랬다.
뚝. 뚝.
“아, 잠깐만 기다리랴냥. 물 쏟았다냥...”
시뻘건 물이지만. 넘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입에 침 대신 피가 새어나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토하지 않은 게 다행인가. 그래도 일주일 넘게 피가 나오는 걸 열심히 컨트롤하는 연습을 해서 다행이지, 그냥 놔뒀으면 지금쯤 책상이 피바다가 되어있었을 거다.
장패드 바꿔야 하나? 피에 물든 장패드는 더 이상 제 몫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빨아서 버려야겠네. 이대로 버리면 사람들 보고 놀라겠다. 피투성이 장패드라니, 누가 보면 게임하다가 쌍코피라도 흘린 줄 안다고. 진짜 겜창으로 보이잖아.
장패드를 빼고, 걸레로 닦는다. 으, 장패드는 일단 대야에 던져두자...
“됐다냥...계속 진행하겠다냥...”
게임 화면은 어느 샌가 사요의 목매단 모습 대신 검은 화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인공의 자책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소름끼치는 배경음악이 흐른다. 주인공의 기나긴 내레이션이 끝나고, 이윽고 화면에는 [END] 세글자가 떴다.
“이게 끝인거냥...?”
ㄴㄴ 2회차부터 시작임.
다시 화면을 마우스로 클릭하니 메인 화면이 나온다. 독서부의 히로인들이 서있던 배경은 깨져 있었다. 정확히는 사요가 서 있던 부분이. 여러 그림이 뒤섞여 기괴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게임 시작하기’ 버튼이 있었던 곳에는 영문 모를 외계어가 쓰여 있었다.
“이, 이거 버그인거냥?”
무서워;;
아까 자살씬도 그렇고, 그냥 그런 류의 게임 아닌가?
일단 눌러보자
잠깐의 망설임 끝에, 버튼을 누른다. 익숙한 배경음악이 들린다. 이거 1회차 첫 시작때 들려왔던, 그리고 게임 내내 들려왔던 경쾌한 느낌의 배경음악이다. 똑같이 핑크색 대사창이 열리고 글씨가 나와...?
“뭐냥? 왜 글씨가 깨져있냥?”
정확히는 사요에 관한 부분이 전부 깨져있는 것 같았다. 몇 번 넘기니 갑작스레 화면이 깨지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게 뭐야?
“사요는 어디 갔냥...?”
아예 없었던 걸로 처리된 것 같은데;;
아까 사요 이름 적힌 파일 삭제된다고 써 있던 게 ㄹㅇ인듯
초반의 내레이션이 바뀌어 있었다. 소꿉친구가 없다고? 사요는? 처음부터 소꿉친구는 없었다는 것 마냥 진행되는 이야기가 무서웠다. 이것도 사골라스트처럼 대놓고 호러만 아니지 충분히 호러잖아!
오히려 미연시 분위기에 이러는 게 더 무서워! 오늘도 피를 한 사발 토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정도면 적응하면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게 위안일까. 대놓고 무서운 것 보다는 이렇게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건 익숙해지면 그렇게 무섭지는 않으니까.
나는 잠시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냄비 받침대를 가져와 머리를 위에 올려놓고, 내 턱밑에 종이컵을 가져다 놓았다. 이러면 피를 흘려도 종이컵에 뱉으면 되겠지. 다시 머리카락으로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본격적으로 2회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흐름은 우리의 소꿉친구 사요짱이 사라진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았다.
대사나 사소한 흐름, 그리고 중간 중간 화면이 깨지거나, 노이즈가 끼거나, 대사가 깨지거나 하는 등의 연출이 추가된 것만 빼면. 익숙해지니 무섭다기 보단 그냥 기괴하다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근데 부장은 도대체 정체가 뭐다냥?”
1회차때는 들러리에 불과했는데, 2회차 부터는 사요의 역할을 부장이 일부분 맡는 것도 그렇고, 묘하게 비중이 커진 것도 그렇고, 수상쩍은 분위기를 대놓고 흘린다. 대놓고 흑막 같지만,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네.
개발자 같은 거 아님?
일단 부장이 수상한건 확실한 듯.
그래도 일단 계속 진행해야지. 1회차와 동일한 부분은 적당히 넘겨버리니, 순식간에 다시 독서부에 도착했다.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사라져버린 소꿉친구 대신 부장이 나를 데려왔다는 점일까. 츤데레와 문학소녀는 이번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뭔가 불안하다냥...”
지금까지 보여준 게 너무 기괴해서, 더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 츤데레와 문학소녀와의 대화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중간 중간 배경이 깨지거나, 배경음악이 느려졌다 빨라지거나, 히로인들의 얼굴이 깨지는 게 불안하다.
“이번에도 선택할 수는 있나 보다냥. 뭐로 갈까냥? 이건 투표로 하겠다냥.”
X위치 투표 프로그램을 연다. 츤데레와 소꿉친구 둘 중에 누가 더 많을까.
!츤데레
!문학소녀...
채팅창이 투표 명령어로 가득 찬다. 생각해보니 투표 기능은 오랜만에 쓰네. 평소에 쓸 일이 없었으니까...
“생각보다 츤데레가 인기가 많은 것 같다냥.”
문학소녀는 몬가 무서움;;
“그럼 다수결에 따라 츤데레 루트를 타보도록 하겠다냥.”
조금 마음엔 안 들지만, 민주주의가 츤데레를 원하니 어쩔 수 없지. 2회차 첫날이 끝나고 시에 쓸 단어를 고르는 부분에서 츤데레가 좋아할 것 같은 단어를 집중적으로 고르고, 곧바로 다음날로 넘어갔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이상하네. 배경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시작부터 깨졌다 돌아오고, 배경음악도 어쩐지 음산하다. 이게 다 소꿉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소꿉친구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소꿉친구를 찬양하라! 소꿉친구를 찬양하라!
조금 마음에 안 들지만 츤데레야! 소꿉친구 대신 너를 선택할 테니 영광으로 알거라! 근데 너 문학소녀랑 너무 사이 안 좋은 거 아니니? 왜 2일차 시작부터 대판 싸우는 거야? 이젠 그냥 욕까지 가감 없이 내뱉는 걸 보니 이게 다 소꿉친구가 없어진 것 때문이었다. 드립이 아니라 진짜다.
소꿉친구의 역할이 중재자였던 만큼, 서로 브레이크가 없어지니 대화가 더 과격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부장은 이 상황을 방관하는 것 같은데, 일 안하냐? 이거 완전 조별과제에서 뒷짐 지고 엣헴하다 무임승차하는 조원 같은 녀석일세?
점점 개판이 되어가는 스토리를 대충 흘려보며, 모든 선택지에서 츤데레를 고르고 츤데레와 함께 책장을 정리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츤데레는 잠시 책장을 보더니, 분노를 숨기지 못한 표정으로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모X카 시발년이!llllllllllllllllll]
부장 시발년아! 소꿉친구 돌려내! 내 사요짱 돌려내라고!
시니카 모발년이!!!!
시리즈 다 나열해놓고 한 권만 이상한데 놓는 건 선 넘지 ㅋㅋㅋㅋ
정당한 분노 ㅇㅈ
“저건 어쩔 수 없다냥.”
신경 쓰이게 만화책 시리즈를 다 모아놓고 중간에 한권만 쏙 빼서 딴데다가 놨다? 듀라한 뚝배기 스매시 맞아도 할 말 없다 진짜. 한권만 빠져있는 건 치킨을 시켰는데 닭다리가 하나 모자라게 온 것만큼이나 신경 쓰인다고!
“부장은 일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냥?”
부가 너무 개판인거 아니냐고 ㅋㅋㅋ
ㄹㅇ 소꿉친구가 빠지니까 바로 개판되는 거 봐라. ㄹㅇ 부장이 자기 자리 뺏길까봐 소꿉친구 없애버린거 같음.
부장 흑막설 등판
계속해서 츤데레와의 티키타카를 보며 진행하자, 츤데레와 부실 벽에 기대어 앉아서 책을 보는 일러스트가 나오고, 대화의 내용이 점점 이상해진다. 글자 그만 깨져! 원래 같은 장난도 두 번 치면 뇌절인거 모르냐?
아 이 게임은 뇌절 드립 나오기 전에 나왔던가? 여튼, 이번에도 츤데레는 점점 이상한 말을 내뱉더니 이내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깨우려는 순간, 눈과 입이 마치 광산크래프트의 자폭몬스처럼 변하며 외계어를 쏟아내다가, 갑자기 등장한 부장이 던진 초코바에 정신을 차렸다.
“뭐다냥? 츤데레는 개과였냥?”
ㄷㄷ
와...저건 쪼큼;;
츤데레야, 너 개야? 초코바 던져주면 달려가서 그걸 허겁지겁 먹어? 부장 대사도 너무하네. 츤데레한테 관심을 받고 싶으면 간식을 가지고 다니라니. 거의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길냥이랑 같은 취급이잖아?
까칠한 성격이 고양이 같긴 하지만.
“이 게임 얼마나 남았냥?”
한 두 시간 정도 남음
이걸 두 시간이나 더 봐야 한다고?
“두 시간이면 얼마 안남았다냥.”
미연시인척 하는 호러게임이라 그런가 확실히 짦았다. 플레이 타임부터 미연시라고 부르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네. 보통 미연시가 한 루트당 서너시간 정도는 잡아주니까, 확실히 미연시라고 부르기엔 시간이 너무 짦았다. 팬디스크였으면 모를까. 그럼 좀 스피디하게 진행하면 1시간 반정도엔 끝나지 않을까.
츤데레와의 이벤트가 끝나자 다시 부실에 부장과 문학소녀가 나타나 대화를 하는가 싶더니, 2차전을 뜨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층 더 격렬해 지면서 주인공에게까지 불똥이 튀기기 시작했다.
나야? 재야! 아니 삼각관계에서 자주 볼법한 이벤트긴 한데, 게임이 게임이라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모르곘는데. 일단 츤데레를 클릭...어? 왜 화면이 커지지? 계속해서 츤데레를 클릭하니 화면이 점점 확대되다, 어느 순간 부장의 얼굴이 선택지를 가로막으며 나타났다.
“부장 얼굴 치우라냥!”
치워!
쳐내!
흑막이라고 그냥 광고를 해라! 저렇게 나오면 누가 봐도 대놓고 흑막이잖아! 애가 무슨 이 게임을 뒤에서 조종하는 배후쯤 되고, 애가 뭔 수를 써서 지금 상황이 개판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거야? 그냥 평범한 미연시나 즐기게 해줘!
다음 장면은 부장이 주인공을 데리고 부실 밖으로 나가서 둘의 싸움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부분이었다. 그 다음은 츤데레가 부실을 뛰쳐나가버리고, 다시 부실로 돌아간 주인공과 부장, 문학소녀가 이야기를 나누다 문학소녀가 부장에게 개기자 부장은 어쩔 수 없다며 곧바로 씨를 쓰는 화면으로 넘겨버렸다.
이번에도 츤데레에게 몰빵하면 되겠지? 시에 쓸 단어를 전부 고르니 3일차도 부실부터 시작이다. 분명 나 츤데레 루트였던거 같았는데 츤데레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막 부실에 들어온 주인공을 문학소녀가 전날의 일을 사과하고, 뒤이어 들어온 츤데레가 문학소녀의 사과를 퉁명스럽게 받으며 무난하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어서 내 선택과는 별개로 문학소녀와의 이벤트가...이젠 아예 내가 고른 선택지도 무시하네. 그렇게 강제로 진행하게된 문학소녀와의 데이트를 적당히 넘겼다.
문학소녀 코인 강제 구매 ㄷㄷ
에반데...
또 뭐 튀어나올 것 같아서 자꾸 긴장됨
“나도 그렇다냥. 이 문학소녀 뭔가 좀 그렇다냥.”
문학소녀 캐릭터 치고 멀쩡한 애가 은근 드물단 말이야.
“아, 뛰쳐나갔다냥.”
뭐임?
달달한 분위기를 못 버티고 탈주한 거 같은데
탈주히로인 ㅋㅋㅋㅋㅋ
부장 쉑, 문학소녀가 부실을 뛰쳐나가자마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거 봐라? 부장은 문학소녀는 한동안 오지 않을 거라며 같이 시를 돌려보자고 한다. 오, 이번에는 츤데레가 선택지에 있네. 나는 망설임 없이 츤데레를 선택했다.
1회차 때랑 그렇게 달라진 건 없네. 그럼 시도 똑같나...?
“이거 뭐냥? 왜 외계어로 쓰여 있냥?”
아니 이번엔 또 뭐임;;
아니 진짜 웬 외계어야? 이 정도면 키보드 막 눌러서 나온 시 같은데?
읽을 수도 없는 시를 넘겨버리자, 이번에는 츤데레가 얀까지 각성했는지 맛 간 대사를 내뱉는다. 그리고 점점 얼굴 부분이 맛이 가더니, 갑자기 목이 꺾이며 화면 너머로 달려온다. 왠지 이럴 거 같아서 놀라지는 않았는데, 거 좀 그만 좀 합시다.
화면에 쓴 뒤집힌 [END]는 또 뭐야.
“유진아, 피, 피!”
아 넘쳤다. 세연이는 곧바로 다른 종이컵을 가져와 내 턱밑에 있던 종이컵과 바꿔놓았다. 언제 이렇게 많이 흘렸대.
종이컵의 위치를 머리카락 몇 가닥을 움직여 조정하고, 다시 게임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우리의 부장님이 축제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거 마지막 날엔 축제도 열렸었지? 1회차때는 사요짱의 자살로 마무리 됐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되려나.
...는 츤데레와 문학소녀의 말다툼으로 파토가 나 버렸다. 그만 싸워! 니들이 애새끼야? 아 애들 맞지. 고등학생이니까. 어쨌든 그만 싸워! 부장아 너는 좀 말리라고!
“또 탈주했다냥...”
부장이 그걸 보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지만, 갑작스레 시 쓰는 화면으로 넘어가 버린다. 뭔데?
“대충 찍겠다냥. 어차피 이제 뭘 고르든 상관없어 보인다냥...”
ㄹㅇ
왼쪽 끝에 부장 머리 튀어나오는 거 같은데
배경음악 또 왜 이럼 ㄷㄷ
그리고 다음날, 문학소녀가 아주 맛 간 상태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우리 불쌍한 츤데레양에게 폭언을 날려서 울려버리질 않나, 부장도 질색하면서 화내게 하질 않나, 말하는 대사는 또 얀데레 뺨치는 수준이라 좀 무섭다.
좀만 있으면 주인공 목 자른 다음에 배타고 사라지겠다?
부장도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는지, 미친 듯이 말을 내뱉던 문학소녀 대사창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저번처럼 순식간에 서로 시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맛 간 분위기에 걸맞게, 오늘의 시는 정상적인게 하나도 없었다. 갑자기 블루스크린을 가장한 CG가 뜨질 않나, 문학소녀의 시에는 핏자국이랑 오줌자국 같은 게 있지를 않나, 츤데레는 뭔가 이상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더니 맛이 가서 “오직 모X카만.”을 외치는 기계가 되어버렸다.
오직 모X카만. 모X카만. 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모X카만.
게임이 갑자기 재시작 되며 이야기는 축제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발! 그만 할래! 무서워!
“이거 무섭다냥...”
종이컵에 피를 뱉는다. 또 반 정도 찼네.
진짜 개무섭네;;
[GROUNDPOUND님이 1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그래도 이제 엔딩 얼마 안 남았음. 가즈아
“그라운드파운드님 감사한다냥! 힘내서 엔딩까지 가보겠다냥.”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해도 됨;;
저번처럼 쓰러지면 안 돼 ㅜㅜ
“이런 걸로 쓰러지진 않는 다냥. 이제 익숙해져서 그렇게 무섭지도 않다냥.”
저번의 일이 시청자에게 트라우마가 된 모양인지, 채팅창에 순식간에 그만두라는 채팅으로 가득해졌다. 하긴 스트리머가 갑자기 호러게임하다가 병원 실려갔다고 하면 나 같아도 트라우마 생기겠다.
“끝을...보겠다냥.”
아직 오늘은 종이컵 4번 밖에 안 갈았어!
다시 마우스를 잡고 화면을 클릭한다. 계속 누르면서 진행하니 축제 이야기는 뒷전이고, 이젠 원색적인 욕설이 난무하는 개판이 되어있었다. 와, 서로 병신이라느니 시발이라느니 아주 쌍욕의 향연이구만.
결국 빡친 부장과 츤데레가 부실을 나가버리고, 문학소녀에게 붙잡힌 주인공은 문학소녀의 헛소리를 계속 듣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곤,
문학소녀는 주인공의 눈 앞에서 배를 두 번, 가슴을 한번 칼로 찌르며 자살했다.
“혹시 저쪽 세계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살하는게 트렌드라도 되는 거냥?”
ㄷㄷ
ㅅㅂ 소리 ㅈㄴ ㄹㅇ하네
에반데;;
스킵! 스킵! 하지만 스킵키를 눌러도 문학소녀의 시체가 점점 부패해가는 모습이 빠르게 돌아갈 뿐 장면이 지나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게임 시간상으로 4일이 지나자, 츤데레가 부실에 나타났다.
으, 토했다. 하긴 부실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죽어있으면 그럴만하다. 반대로 뒤이어 들어온 부장은 평온한 표정으로 자기 실수라고 말하고는, 사요짱과 마찬가지로 츤데레와 문학소녀의 데이터 파일을 지워버렸다.
“예상했던 대로 흑막이었다냥...”
시니카 모발년!
ㄹㅇ 썅년;;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오직 모X카만
도배충 쳐내!
그리고 곧바로 게임이 재시작 되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막바지가 아닐까. 이제 부장이랑 맨투맨 대면이잖아. 둘이서 뭔가 진행하면 끝나겠지.
다시 게임시작을 누르니, 이번에는 왠 방에서 부장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 싶더라니, 아무래도 부장은 데X풀처럼 자기가 작품 속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캐릭터인 것 같았다.
히로인이 되고 싶었으면 자기 루트나 조용히 만들것이지...
뭔가 계속 대사가 출력되는데, 스킵도, 저장도, 빨리 넘기기도 안된다. 이거 이대로 끝인가?
“이게 끝이냥?”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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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폴더에 캐릭터 파일 있는데 부장 거 지워버리면 됨.
게임 참 신박하구만. 나는 게임을 끄고 곧바로 설치 파일 폴더에서 소꿉친구와 츤데레와 문학소녀가 당했던 것처럼 부장의 캐릭터 파일을 지워버렸다.
다시 게임을 켜보니 이번엔 처음과 똑같이 멀쩡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이 깨지지도 않고, 이상한 소리도 안나고, 메뉴도 멀쩡하고. 달라진 거라곤 부장만 타이틀 화면에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게 흑막의 최후라니, 허망하네.
아직 회차 한 번 더 남았음. ㄱㄱ
한 번 더 남았다고? 모든 일의 흑막인 부장이 사라졌는데 더 있어? 설마...
나는 게임 시작 버튼을 눌렀다.
[듀라, 내가 자랑스럽지?]
“사요짱이 부활했다냥!”
부장 없으니까 늦잠도 안자네 ㅋㅋㅋ
시니카 모발년 ㅋㅋㅋㅋ
그럼 독서부 부장은 누구임?
1회차와는 다르게, 사요짱은 동아리를 직접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주인공은 어느 동아리에 들어갈지 마음을 정했다며 이야기를 나누며 등교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커플 놈들. 그래 이래야 미연시지!
“이제 미연시 다워 졌다냥...”
해피엔딩...
당연하게도, 주인공이 입부하겠단 동아리는 사요짱이 있는 문예부였다. 즉, 사요짱이 부장이 된 것이다. 아 사요짱이면 부장 인정이지. 전 부장은 말이야 어? 싸움도 중재 못하고, 일도 제대로 못하고, 흑막 짓만 하고 있고. 탄핵당할만 했어!
츤데레와 문학소녀 둘의 사이도 아주 원만하다. 사이좋게 둘이 도서실에 가는 모습이 훈훈하네. 그래 좀 안 싸우고 친하게 좀 지내. 제발. 그렇게 사요짱과 둘이 남은 주인공은...어라?
[...모X카를 없애줘서 고마워.]
“뭐냥?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냥? X치왕이냥?”
[노래하는그렘린님이 1000원 후원!]
흑막을 계승하는 중입니다 부장님...
“사요짱이라면 어쩔 수 없다냥. 나를 가져라냥.”
아 ㅋㅋㅋㅋ 소꿉친구는 어쩔 수 없지
소꿉친구 코인 떡상했네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둘뿐이야.]
뒤의 배경이 3회차때 부장이 있었던 배경으로 잠시 변했다 사라진다. 4회차도 감금 엔딩이야? 사요짱이라면 괜찮지만 뭔가 찝찝한데...
[영.원.히.함.께.하...]
[안돼...]
“부장 아직 안죽었다냥? 사요짱과의 감금데이트를 방해하지 말라냥!”
눈치 없는 년! 좀 빠져! 니가 그러니까 히로인이 아닌거야!
하지만 게임이 왜 게임인가. 스크립트대로 진행되니까 게임이지. 내 의사와는 별개로, 전 부장은 현 부장을 막아서며 엔딩 크레딧으로 넘어갔다.
“안된다냥...난 사요짱과 감금데이트를 하고 싶었다냥...”
스페셜 엔딩있음. ㄱㄱ
“그게 뭐냥?”
모든 CG다 모으면 나옴 ㄱㄱ
“안 한다냥!”
이제 멘탈 케어용 힐링게임 하러 갈거다냥!
나는 시공의 폭풍을 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