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78화 (78/352)

〈 78화 〉 72.죽인다냥(2)

* * *

“먼저! 이름이다냥!”

­그냥 듀라라고 지으면 되는거 아님?

“그렇다냥!”

망설임 없이 이름을 넣는다! 원래 미연시에선 자기 이름을 적는게 국룰이라지만 나는 듀라한 스트리머고, 본명은 알릴 생각이 없다. 내가 왜 내 신상정보를 밝혀야 돼? 듀라한 스트리머의 장점이 신상보호가 된다는 건데, 나는 그걸 스스로 내던질 생각이 없었다.

여성 스트리머는 언제나 스토커를 조심해야 한다고... 유명한 여성 스트리머들이 스토킹으로 인해 이사하는 사건이 한두번 벌이진게 아니었다.

수틀리면 기밀관리본부에 요청이라도 해서 쫒아내면 되겠지만...그건 좀 번거롭잖아.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게 낫지.

“이름은 듀라로 정했다냥! 불만 있으면 때린다냥!”

­죽여주세요

­냥냥펀치로 때려주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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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업계에선 포상입니다

특급전사 뺨치는 힘으로 한번 맞아볼래? 니들이 그렇게 환장하는 냥냥펀치로 머리통을 박살내주마. 어디서 포상드립을 치고 있어? 그거 이제 알아듣는 놈들이 있긴 해? 틀딱 드립아니냐고, 어?

니들의 이상성욕을 내 방송에서 드러내지 마! 이상성욕은 저기 저 구석에서 충간물이나 보던가! 뭐? 사지절단? 자살? 우리는 그걸 사람새끼라 부르지 않기로 합의했어요. 나는 평범하디 평범한 순애물이 좋다고!

나에게 내상을 입히지 마라! 내게 필요한건 돈과! 자본과! 건물과! 집문서 뿐이야!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다냥!”

경쾌한 배경음악과 함께 평범한 주택가를 그린 CG가 나타났다. 첫 장면은 바깥에서부터 시작하는구만. CG가 뭐냐고? CG는 컴퓨터 그래픽스(computer graphics)의 약자로서, 컴퓨터 호화상처리, 즉 컴퓨터를 사용한 그림을 말해! 자세한건 트리위키를 참조하도록.

“오, 브금 경쾌하다냥!”

­ㄹㅇ....

­아아...이게 폭풍전야인가...

“스포하면...죽인다냥?”

­죽여달라냥

죽어! 그냥 죽어! X수가 육성으로 저 말을 내뱉을 걸 생각하니 끔찍해졌어! 이건 테러야 테러! 당장 경찰은 저 놈 안잡아가고 뭐하냐!

“오, 저게 소꿉친구다냐?”

­소꿉친구...약속된 패배의 히로인...

­ㄹㅇㅋㅋ

­소꿉친구...그거 하렘 인원 수 채우기용 히로인 아님? ㅋㅋㅋㅋ

“이런 꼴 알못들, 소꿉친구야 말로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다냥! 요즘 호라 모 젠젠이라느니 들러리라느니 말이 많지만 소꿉친구 보다 완벽한 히로인은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냥! 공인은 아니지만 이미 공인이나 다름없는 사이! 서로의 집에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는 그 모습!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누구보다 몸은 솔직함! 서로의 연심을 자각하고 어색해진 사이! 결국 주변 히로인들의 마수를 뿌리치고 이어져서 결혼식에 골인하는 그 모습! 소꿉친구는 단언컨대 최고의 히로인이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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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에 누구보다 진심인 스트리머 ㄷㄷ

­혹시 소꿉친구 있었는데 다른 여자한테 뺏긴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

­소꿉친구가 꼴알못이네 ㅋㅋㅋㅋ

“소꿉친구 없다냥...아싸라서 없다냥...”

내가 암컷타락하지 않는 이상 내게 소꿉친구는 없다! 살던 곳이 외진 시골이라 애들끼리는 다 소꿉친구라 할만 하기는 하지만, 내가 여자가 된 이상 그놈들은 그저 수컷일 뿐이야! 암컷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미 결혼식 청첩장도 받아봤다고! 당장 반년전에 개들 결혼식도 갔다왔단 말이야!

­아 ㅋㅋㅋㅋㅋ 어떻게 그 몸매와 저런 목소리를 가지고 아싸일 수가 있냐고 ㅋㅋㅋㅋ

­기만이다냥...

그런데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

니들이 듀라한 해볼래? 친구 만들기vs모르모트 되기의 양자택일을 느껴보고 싶어? 니들이 머리를 번거롭게 목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내 심정을 알아? 그냥 방송할때처럼 책상위에 목 내려놓고 머리만으로 방송하고 싶다고! 몸뚱이는 침대에서 뒹굴고 말이야!

머리만 외출할 수 있게 해달라! 몸뚱아리는 필요 없어! 머리만 있어도 이족 보행 할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고, 식사도 할 수 있고 차도 몰 수 있다고!

...차는 못 모나?

X수들과 말을 주고받으며 계속해서 게임을 진행한다. 아무래도 이 게임의 소꿉친구는 덜렁이인 모양이었다. 덜렁이 속성...매우 오모시로이다. 저게 막 요리하다가 실수로 주인공 배때지에 식칼을 꽃아 넣는 그 속성 맞지?

2D에선 매력포인트지만 현실에선 민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대표적인 속성...자매품으로 츤데레가 있어! 츤데레는 왜 인기가 많은 걸까...전성기였던 때도 나는 그냥 메가데레가 좋았다고.

“이 집 소꿉친구는 내가 직접 깨워줘야만 나오는 거냥? 글러먹은 소꿉친구다냥!”

­ㄹㅇㅋㅋ

­아 아침엔 소꿉친구가 주인공 깨우러 오는 게 국룰 아니냐고 ㅋㅋㅋ

“그래도 소꿉친구 히로인답게 귀엽게 생겼다냥. 생긴 걸 보면 아마 여동생계 소꿉친구 인 것 같다냥.”

여동생계 소꿉친구도 괜찮다고 생각해. 미연시에서 나오는 고전적인 소꿉친구 타입이기도 하고, 일단 귀엽다는 점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잡설은 이쯤하고, 게임을 계속해서 진행해야지. 사실 그 이후의 내용이 너무 정석적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주인공이 소꿉친구 방에 들어가서 소꿉친구를 깨우고, 소꿉친구가 에헤헷, 미안! 이라고 밝게 사과하고 나와서 같이 학교를 가고, 소꿉친구가 주인공을 부활동에 참가시키려 하고, 주인공은 아닌 척 빼면서도 결국은 부활동에 들어간다는 느낌?

이게...인싸의 삶? 인싸는 이렇게 이성이 꼬이는 건가? 역시 소주중독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어! 나도 현실에서 캣파이트 보고 싶어! 물론 나를 대상으로 그러는건 싫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멀리서 개판이 나는 걸 구경하고 싶을 뿐이니까!

“내용은 정석적인 미연시 같다냥.”

­평탄한 스토리기는 함. 여기까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쳐 웃지마 이 새끼야! 니들이 그러는게 곧 스포일러라고! 뭔가 반전이 있다는게 딱 티나잖아! 내 안정적인 방송과 수금을 위해 티 내지마! 진짜 죽인다냥! 분위기 흐리면 널 죽이겠다!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독서부 부실에 들어가니 세명의 미소녀가 나를 맞이했다. 분홍머리 츤데레, 보라머리 문학소녀, 포니테일 부장이다. 덜렁이에 츤데레에, 문학소녀에, 중재자까지, 밸런스가 잘 잡힌 조합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극의 중심이 되기 딱 좋은 조합이기도 했다. 원래 이런 부활동부터 시작하는 러브 스토리는 청일점이어야 스토리가 재밌게 흘러간다고.

생각해봐, 만약에 내가 부활동에 들어갔는데 죄다 시커먼 남정네들 밖에 없다? 미쳤다고 거길 들어가냐? 그것도 묘하게 BL물에 나올 것 같이 생긴 남자들이 있다?

NOOOOOOOOOOOOO!

BL드리프트 멈춰!

“오, 새로운 히로인이 셋...아니 둘이다냥!”

­왜 둘임? 부원1이랑 부원2랑 부장셋인데?

“딱 보라냥! 생긴 것만 봐도 조연 캐릭터 같이 생기지 않았냥? 원래 저런 캐릭터는 히로인이 아니라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하는 거다냥!”

­듀라좌...미연시 잘알로 밝혀져

­ㄴㄷㅆ

­ㄴㄷㅆㄴㄷㅆ~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니들이 미연시를 알아? 아냐고! 니들이 우주명작 2하트를 아냐고!

“한명은 츤데레에, 한명은 문학소녀 같다냥. 부장은 그냥 부장이다냥.”

­부장 아까부터 취급 왜 그럼?

­하지만 그거 말곤 개성이 없자너 ㅋㅋㅋㅋ

“부장은 부장이면 된다냥. 원래 저런 캐릭터는 부장인거 자체가 아이덴티티가 된다냥.”

원래 어느 쪽이던 한 집단의 리더쯤 되면 그게 캐릭터성이 되는 법이라고. 학생회장이면 학생회장 특유의 부담감 이라던가, 부장이면 부장으로서의 책임감 이라던가, 그게 캐릭터성의 주를 이루게 되니까. 결국 본인의 성격도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부담감, 책임감 등을 중심으로 짜일 수 밖에 없으니 부장은 부장이다.

“일단은 소꿉친구 루트로 가보겠다냥.”

­듀라님 진짜 소꿉친구 NTR당하신거 아니죠?

­ㄹㅇ 소꿉친구 너무 좋아하는데 ㅋㅋㅋㅋ

“나는 극적인 만남이 싫다냥. 나는 평범한게 좋다냥...”

니들이 흡혈귀랑 라쿤이랑 투 머치 토커 난쟁이랑 처녀귀신이랑 저승사자 만나볼래? 내가 정말 극적인 만남 하나는 오질라게 겪고 있거든? 내가 무슨 웹소설 TS인방물 주인공도 아닌데 인생이 왜 이렇게 스펙터클한거야?

­평범하게 소꿉친구랑 연애하고 결혼하고 그쵸?

­아 소꿉친구라는게 존재할 수 있는 거냐고 ㅋㅋㅋ

­폰꿉친구 ㄷㄷ

“닥치라냥. 소꿉친구를 모독하지 말라냥!”

소꿉친구는 단언컨대 최고의 히로인이라고! 근본없는 츤데레, 얀데레는 꺼져! 나는 사요짱이랑 결혼 할끄니까! 잠시 대화가 이어지다가, 아직 프롤로그격 스토리인지 독서부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10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1일차가 끝나니 짦은 귀가 장면이 나오고 내가 시를 직접 써야하는 선택지가 나왔다. 옆에 소꿉친구, 츤데레, 문학소녀 순으로 귀여운 SD일러스트가 있고 노트에는 단어들이 있는걸 보니 그 캐릭터가 좋아하는 단어를 누르면 호감도가 생기는 방식인가?

그럼 소꿉친구가 좋아할만한 복슬복슬하고 부드럽고 말랑한 걸로 시를 쓰면 되겠네! 적당히 단어들을 클릭하니 곧바로 2일차가 시작되었다.

2일차부터는 등교 장면이 생략되는 모양이다. 곧바로 부실에 마지막으로 들어오는걸로 시작한 주인공은 곧 이어 히로인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헀다. 뭐라고 해야하나, 까칠한 츤데레와 문학소녀와 밝은 분위기를 흩뿌리며 부원들 사이를 중재하는 소꿉친구 조합이 완벽했다는 것만은 알겠다.

역시 소꿉친구야. 성능 확실하군.

“정말 달달하다냥...누군지 몰라도 일러스트 하나는 정말 달콤하게 잘 그렸다냥...”

주인공의 히로인의 옷차림을 정돈해 주는 건 둘의 사이를 보여주는 가장 정석적인 장면이지!미연시 히로인이라면 한번쯤은 꼭 나오는 장면이다. 안 나온다고? 그거 X야의 노래는 아니지?

“지금까지는 무난한 느낌이다냥. 아직까지는 공용루트인 것 같다냥...”

­ㅇㅇ 아직 초반부니까 그럴 듯. 보통 4~5일차는 되야 히로인별 루트 진입하지 않나?

­선생님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건실하게 살아온거다냥. 빨리 하산하라냥.”

미연시는...씹덕의 전유물인 것이애오...너희들은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씹덕의 길에 들어서지 말거라.

“시 낭독 시간이다냥. 정말로 하는구냥...”

매도 먼저 맞으라고, 츤데레 부터 볼까. 음... 무난한 것 같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게 뭐냐는 느낌이다. 너무 심플하잖아! 원숭이는 올라탄다, 귀뚜라미는 뛴다, 말은 경쟁한다, 죄다 단문이라 단순하고 심오...한지는 모르겠어!

그 다음은 우리 메인 히로인 소꿉친구! 우리 사요짱 시도 귀엽게 잘쓰네! 제목이 햇빛에게? 제목도 귀엽네! 내용도 달달해서 입에 꿀을 퍼부은 것 같아!

이어서 다른 히로인들의 시를 읽기 시작헀다. 츤데레는 시가 묘하게 어둡네. 문학소녀는 책을 많이 읽어서 시가 어둡구만, 부장님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이거 혹시 트루먼 쇼?

“독서부라고 시도 쓰다니, 활동 열심히 한다냥.”

­ㄹㅇ...시 쓰는건 글짓기 대회 이후로 한번도 써본적 없는데

­근데 시 내용이 하나같이 기묘하지 않음?

“떡밥이 있으면 후반부에 풀리지 않겠냥? 일단 그냥 쭉 감상하라냥.”

[GROUNDPOUND님이 100000원 후원하셧습니다!]

­츤데레 시 끝에 냥자 붙어서 낭독해주세요!

“십만원 후원 감사하다냥. 그럼 귀 똑바로 열고 잘 들으라냥!”

10만원?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다. 10만원이면 개소리를 내라고 해도 낼 수 있어! 10만원이면 유황숙 게임 골드에디션을 살 수 있고 X팀에서 인디게임 다섯 개를 살 수 있고 노벮피아에서 10달짜리 정액제를 끊을 수 있다고!

제목:독수리는 난다냥

원숭이는 올라탄다냥.

귀뚜라미는 뛴다냥.

말은 경쟁한다냥.

부엉이는 찾는다냥.

치타는 달린다냥.

독수리는 난다냥.

사람들은 시도한다냥.

근데 그게 다다냥.

­ ㅜㅑ ㅜㅑ

­초딩이 쓴 것 같은 시가 순식간에 귀요미급 애교로 변해버리네 ㅋㅋㅋㅋㅋ

­이건 클립으로 남겨둬야함 ㅋㅋㅋㅋ

“그만두라냐아아아아아앙!”

안 돼! 내 흑역사를 따지 마! 니들 대가리를 따버리기전에 멈춰! 클립 제작 멈춰!

“클립 제작 멈추라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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