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65.안은 생각보다 깨끗한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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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인데 호러게임 해주면 안 되나요?
ㄹㅇ...여름에 호러게임을 안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호러게임? 안 해요 안 해. 난 길 찾는 게임은 질색이야.”
요즘 들어 부쩍 호러게임을 해달라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요즘 여름이라고 스트리머들이 호러게임을 하는게 유행이라, 나도 해주길 원하는 것 같았다.
길 찾기 쉬운 호러게임 하면 되는 거 아님?
“이 세상에 길 찾기 쉬운 호러게임이 있긴 해? 맨날 미로 찾기 하라는 것도 아니고 복잡하게 꼬아놓은 건물을 굳이 찾아가서 주거침입으로 집주인한테 쫓겨 다니면서 기어코 집안을 초토화 시키는 게임이 호러게임 이잖아. 나는 호러게임치고 길이 안 꼬여있는 호러게임을 본 적이 없어! 거기다 맨날 무슨무슨 열쇠 찾으라고 굳이 뺑이를 치게 만들잖아! 도대체 아이 방 열쇠를 안방 화장실 변기 안에 넣어두는 인간은 정체가 뭐야?”
불합리함을 따지자면 끝이 없지만, 나는 그 불합리함을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무튼 그랬다.
물론 내가 무섭다는 건 아니었다. 해본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귀신도 때려잡는 듀라한이라 이거야. 귀신도 무서워하는 내가 이제 와서 호러게임을 무서워 할 것 같아? 내가 호러게임을 하지 않는 건 그저 내가 길치라 맨날 길을 잃기 때문이고 그것 때문에 놀림 받는 게 싫어서 그런 거라고!
X수들에게 놀림 받느니 돈 좀 덜 벌더라도 딴걸 하고 말지! X수들은 말이야, 건수만 잡히면 뇌절 할 때까지 놀려댄다고. 계속 놔두자니 거슬리고, 그렇다고 잡자니 X수들이 반발하는, 건드리기 애매한 상태가 되는 게 얼마나 귀찮은데.
스트리머는 X수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게 내 방송 지론이다. 한번 주도권을 잃으면 채팅창 분위기가 박살나서 온갖 종자들이 모이는 개판이 되어버리니까...내 마음속 멘토이신 돼지뇨속이 언제나 그랬다고. 풀어주는 것 같으면서도 분탕의 기미가 보이면 칼같이 잘라 버려야 한다고. 그분은 1만단위 시청자를 용케도 잘 통제하신단 말이야. 매니저도 없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나도 매니저 슬슬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700명이나 보는 나름 중견기업 스트리머인데, 나 혼자 방송하고 영상편집해서 올리고 채팅창에서 분탕 쳐내고 있는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저 컴맹 귀신 세연이를 시킬 수도 없고. 유라는 애한테 시키긴 뭘 시켜.
살림살이도 좀 나아졌으니 좀 저렴하게 매니저, 아니면 영상편집자라도 구하고 싶은데... 어디서 개쩔게 내 방송 하이라이트 편집해 주는 사람 없나? 어? 이럴 때는 X튜브 뒤져보다가 팬 영상 보고 이거다! 하면서 연락했는데 크레이지 사이코 레즈를 만나서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조건으로 계약하는 전개가 이어져야 하는거 아니야?
내가 본 TS인방물은 다 그랬는데?
나도 나름 TS해서 인방중인데 그런 편의주의 전개 있으면 안 돼? 나도 다메다메보단 나데나데가 더 취향인데? 내가 멘트 하나치면 하하 호호 웃으면서 ‘아이고 재미씁니다 듀라님’하면서 훈훈하게 방송도 하면서 도네도 팡팡 터지고 어?
막 내가 일일이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알아서 분탕들 잡아내고 어? 막 스트리머들이 알아서 찾아와서 같이 합방하실래요? 물어보고. 요즘 대세는 머기업 스트리머가 집착해서 끌어올려주는 거다 이 말이야. 나는 방송 4개월차 무인도 스트리머지만. 합방은커녕 제의도 받아본 적이 없어...
듀라가 호러게임하는 거 보고 싶음.
ㄹㅇ 스트리머들이 호러게임 붙잡고 리액션으로 수금각 재는데 듀라는 맨날 이상한 똥겜만 가져와서 하자너 ㅋㅋㅋㅋ
[AAAAA님이 10000원 후원!]
호러게임 ‘해 줘’
“AAAAA님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호러 게임은 죄송하지만 사절이에요~”
도네 받고 입 싹 씻는 스트리머가 있다?
에반데;;
“에이, 그럴 리가, 호러 게임 빼곤 다 들어줄 수 있는데. 시공 하실?”
듀라/사건사고/도네먹튀논란
아니 호러게임하면 수금각 씨게 잡을 수 있는데 자낳괴가 왜 호러게임을 안하냐고 ㅋㅋㅋㅋ
레스토랑스가 또...
어제도 시공했자너 ㅋㅋㅋㅋ 우리는 호러게임을 원한다!
레스토랑스가 왜! 단언컨대 시공보다 완벽한 AOS게임은 없다고! 너희가 시공을 알아? 물론 까마귀 군주의 딸이니 듣도 보도 못한 흑누나 사냥꾼 같은 개노답 캐릭터도 잇지만 근본 넘치는 눈보라사의 영웅들이 우리와 함께 한다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민속놀이 한번쯤은 해봤을거 아니야!
시공은 언제나 영웅들을 환영한다고...그러니까 시공하자고...
저거 분명 무서워서 못하는 거임ㅋㅋㅋㅋ
“에이, 내가 호러게임 무서워 할 사람으로 보여?”
ㅇㅇ
무서워서 안 하려는거 아님?
“에이 내가 니네들 길 잃어서 시간 질질 끄는 모습보면 재미없을까봐 일부러 안하는 거야.”
구라 ㄴㄴ
아니, 진짜라고. 이것들 오늘 왜 이래. 평소라면 물에 술탄 듯 부드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가던데.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호러게임을 시킬 생각인 것 같았다. 진짜 해야...되나? 아니 정말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고 길 찾는게 싫어서 그런거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줄래?
빨리 미션 ㄱㄱ
[X수귀신님이 미션을 걸었습니다]
(호러게임 켠왕 ‘해 줘’10000원)
닉네임이 익숙한데. 저번에도 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이거 세연이 맞지? 나는 곧장 뒤돌아 보았지만, 세연이는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서 보고 있나? 요즘따라 내 방송에 출현하는 빈도가 높아진 것 같았다. 너도 내가 호러게임 하는거 보고 싶은 거니?
아, 호러게임 하기 싫은데...외통수가 이런건가. 안하면 분위기가 곱창나는 미래가 보이니 안 할 수도 없었다. 최대한 무섭지 않은...아니 길 찾기 쉬운 게임을 골라야지. 되도록 짦은걸로...
[X수귀신님 10000원 후원!]
사골라스트 ‘해 줘’
아 사골라스트는 ㅇㅈ이지 ㅋㅋㅋㅋ
ㄹㅇ 스트리머가 어떻게 사골라스트를 안해봄ㅋㅋㅋㅋ
ㄹㅇ 몇 년 전만 해도 사골라스트 클리어 안해봤으면 스트리머 취급 안해줬음.
“사골라스트는 진짜 사골이잖아! 그거 사골처럼 우려먹어서 훈수당하기 딱 좋은데 다른 게임이 낫지 않을까? 왜 요즘 유행했던 야간 배달 게임도 있고...”
야간 배달 게임이 딱 좋을거 같은데. 길 찾기 쉽고, 짦고, 무엇보다 별로 안 무서워 보였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사골라스트로 기울어진 듯 모두가 채팅창을 사골라스트로 도배하고 있었다.
700명이 하나같이 사골라스트를 외치니 압박감이 상상 이상이었다.
[x수귀신 님이 10000원 후원!]
사골라스트. ‘해 줘’
듀라 사실 호러게임 무서워 하는거 아님?
“뭐? 내가 무서워 한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어? 내가 귀신도 잡고, 일진도 잡고, 머리도 분리되는 듀라한인데 호러게임 따위를 무서워 할 리가 있나. 아 진짜라고.
빼박이네 ㅋㅋㅋㅋ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배웠음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쫄았죠?
듀라, 쫄보인 것으로 밝혀져...
팩트)다
그냥 무섭다고 하면 되지ㅋㅋㅋㅋㅋ 설마 이것도 수금 각을 재기위한 큰 그림?
ㄹㅇ이면 듀라 넌 진정한 자낳괴다...하산해라!
하산은 무슨 다 주거! 그까짓 거 하고 만다! 나는 X팀을 눌러 라이브러리 한켠에 잠들어있던 사골라스트를 꺼낸다. 옛날 할인 때 사놓기만 하고 깰 엄두가 안나서 한번도 안 건드렸는데. 이걸 이렇게 하게 될줄은 몰랐다.
아니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길 맨날 잃어서 그런 거라니까? 내가 가오가 있지 목숨이 없냐!
“제가 오늘 켠왕 합니다. 잠깐만 세팅 좀 할게요...”
머리카락을 늘려 커튼을 연...왜 안 열려?
“세연아?”
내가 광합성을 좀 하고 싶어서 그런데, 커튼 좀 놔주지 않을래? 내 간절한 눈빛에도 불구하고, 세연이는 커튼을 놔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제는 아예 커튼을 붙잡고 앉은 상태로 나를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폰을 만지작거렸다.
나한테 왜 그래...어제 햄버거 주문하는거 깜빡해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그저께 치킨 혼자 다 먹어버려서? 아니면 오늘 아침에 밥해먹기 귀찮아서 X딜리버리 혼자 시켜먹은거? 옷 대충 바닥에 내팽개치고 빨래 통에 안 넣은거?
아니면 요즘 바빠서 안 놀아줬다고 삐진...거야?
요즘 뭔가 들러붙는 느낌이라 꺼림칙해서 좀 피하긴 했는데 이건 좀...너 들러붙으면 빨래판이라 아프단 말야.
네가 초등학생이야?
나는 커튼 열기를 포기했다. 대신에 나는 내 머리를 품에 끌어안고 있기로 했다. 원래 이런 거 할땐 비명 지르면서 품에 안기는 게 국룰이랬어. 내가 나를 품에 안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듀라한이라서 다행이었다. 사람이었으면 그냥 게임 했어야 했다는 거잖아.
“그, 그럼 시작 할게요~”
평소랑 목소리 톤이 묘하게 다른데
진짜 무서운가봄ㅋㅋㅋㅋㅋ
사골라스트가 별명은 사골이라 불려도 줜나 무섭긴 함
그렇게 나는 예정에도 없던 사골라스트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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