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58.FUN, COOL, SEXY(4)
* * *
결전의 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최후의 결전에...아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아침 일찍도 결전도 아니잖아. 정오를 지나 이제 오후 1시가 되기까지 15분 밖에 남지 않았다.
어제 사놓은 민트초코라떼를 마시며, 나는 조심스럽게 캠을 여러 번 껐다키며 위치를 조정했다. 아슬아슬하게 목 아래까지만 보이게 맞춰놔야 혹시 모를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었다. 무론 얼굴도 헬멧으로 가릴 생각이지만...이거 괜찮나?
나는 캠 위치를 체크하며 한솔이가 건네준 헬멧을 만지작거렸다. 이거 헬멧이 너무 화려 한거 아닐까. 한솔이가 예전에 받은거라며 가져온 헬멧은 딱 보기에도 나가서 쓰라고 만든 헬멧이라기보단 코스프레용...같은 느낌이었다. 세상에 어떤 오토바이 헬멧이 고양이 귀가 붙어 있고 얼굴 가림막에서 LED가 번쩍이는데?
이거 앞이 보이긴 하나? 헬멧 무게에 머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머리카락으로 목을 고정하고, 조심스럽게 헬멧을 쓴다. 다행히도 헬멧이 머리에 안들어 가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무게가 꽤 나가서 목이 뻐근해지기는 했지만, 머리카락으로 잘 붙들어매면 춤추는 도중에 떨어지지는 않겠지?
헬멧을 쓰고 몸을 조심스레 움직여본다. 생각보다 불편히지는 않았다. 하긴 아무리 코수프레용 헬멧이라도 결국 사람이 쓰는 거니까 쓰는데 불편히면 안 되지. 앞도 무난하게 잘 보이고...어차피 춤 추는 도중엔 자연스럽게 머리를 붙잡고 있게 되니 추는 동안에는 안전했다.
“세연아, 준비 됐지?”
“응.”
방구석에서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세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긴장되네. 캠방도 캠방이지만, 남들 앞에서 섹시댄스를 춰야 한다는 게 심적으로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원래부터 여자였다면 모를까, 내가 여자가 된 지는 채 반년이 지나지도 않았다. 이러다 1년정도 지나면 완전히 마인드까지 완벽하게 여성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암컷타락...에반데...
아 몰라. 하면 하는 거지. 안 그래도 인생이 복잡한 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돈이나 많이 벌어서 건물주나 할래! 02댄스도 건물주 되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었다. 그저께 땀 뻘뻘 흘리며 연습한걸 생각하면 억울해서라도 춰야겠다.
일단 캠은 다시 꺼놔야지. 그리고 한솔이가 짜준 전략을 복기해 본다.
일단 평소랑 똑같이 방송을 킨다. 이 때 절대 티를 내서는 안 된다. 어거지로 만드는 클립각이라고 X수들이 생각하게 하면 안 되고, 자연스럽게 02댄스를 추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게 세연이. 세연이가 미션을 걸고 바람잡이 역할을 맡는다. 아마 처음에는 X수들도 뇌절 그만하라고 욕 좀 박겠지만, 미션금액을 올릴 수록 X수들도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보며 나를 부추킬게 뻔했다.
인터넷 방송도 게임이나 영화처럼 원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보는 게 아니던가. 결국 재밌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까 온갖 막장짓을 하는 방송인들이 인기를 얻는 것이기도 하고...나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막장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 시대는 이제 지났으니까. 완전히 음지에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의 인터넷 방송은 전에 비해 비교적 대중적으로 변했으니까, 콘텐츠 선정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하는 게 똥겜이냐고? 니들이 똥겜을 알아? 똥겜은 가장 쉽게 방송하기 좋은 콘텐츠라고! 한 게임만 죽어라 파는 전문 스트리머들에 비해서 고정 시청자층을 만들기는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방송각을 재는 건 상대적으로 쉽지! 애초에 한 게임만 파는 스트리머는 최소한 고인물에서 프로급인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인터넷 방송이 괜히 레드오션이 아니라니까...연예인에, 스포츠 선수에, 프로게이머, 전직 셰프까지 생태계 교란종 들이 많아서 이제는 어중간한 재능으로는 하꼬를 벗어나는 것조차 지옥이지. 나도 마성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뜨기도 불가능에 가깝지 않았을까.
...잡생각은 그만하고, 방송이나 키자. 몇 달 동안 반복한 끝에 이제는 보지도 않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방송 세팅을 켜고, 방송을 켠다.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ㄷㅎ
ㄷㅎ
듀라 ㅎㅇ
“듀하~ X수들아 잠은 잘 잤어? 부모님 속은 안 썩였고?”
왜 들어오자마자 극딜임;;
아 ㅋㅋㅋ X수들 뼈맞았네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이 순식간에 채팅창을 가득 메운다. 그래, 이 느낌이지. 적당히 X수들과 티키타카를 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대충 30분 정도 노가리 까다가 하면 되지 않을까.
오늘은 무슨 똥겜 준비해옴?
“그건 있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물어봐도 대답 안 할거 알잖아.”
아 ㅋㅋㅋㅋ 고건 맞지
ㄹㅇㅋㅋ
혹시 몰라서 게임을 몇 개 준비해두긴 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재미를 유발하기 쉬운 똥겜들이다. 똥겜은 발에 차이는 게 똥겜이라 게임을 찾는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아서 좋다니까. 그만큼 내가 고통받을 확률이 늘어나긴 하지만. 똥겜이 똥겜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가끔 똥겜 제작자들의 정신상태가 정말 궁금해질 때가 있다.
오늘은 그냥 춤만 추고 방종해버리고 싶은 데. 방송을 하기 전에 02댄스를 검색해서 영상을 찾아봤는데, 도네 양에 따라서 춤 추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식이라고했던가. 내가 중소기업이니 머기업들처럼 두시간 세시간 추지는 않겠지만,
“다들 점심은 먹고 보는 거지?”
ㅇㅇ. 삼겹살 먹음
금수저 ㄷㄷ;;
난 컵라면 먹었는데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 게 좋지 않을까?”
돈이 없어...
X수들은 경제활동 안 해서 돈이 없씀...
“상하차라도 뛰던가 해. 생각보다 할만 해...”
?????? 여자도 상하차 할 수 있음? 비하발언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궁금해서 물어봄
“친척분이 물류회사 운영하셔서 용돈 벌겸 몇 번 해본 적 있어...”
으, 실수했다. 이런건 별로 꺼내기 좋은 이야기가 아닌데. 나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역시 여고생 ㄷㄷ
남자들도 하기 힘든 걸 하네 ㅋㅋㅋ
“할 수 있을 때 알바라도 해. 돈 버는 감각은 잊으면 진짜 위험해. 최소한 돈은 벌고 있어야 취직할 의욕이라도 생기지 방구석 여포되면 입으로만 취업취업 거리다가 집에서 쫓겨난다.”
이미 쫓겨나서 박스 깔고 그 위에 누워서 보는 중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
“들었지? 저렇게 되니까 일 해...”
일하면 X수가 아닌데
오늘은 게임 언제해요?
“평소처럼 2시에서 2시반쯤? 그렇게 할 것 같은 데.”
방송시간이 10시간이라 저스트 채팅 시간이 다소 길어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똥겜들은 플레이 타임이 짦은 게 대부분이라, 저챗시간이 긴 게 나에겐 좋다.
어차피 똥겜들 준비한 거 다 끝나면 시공을 하던가, 아니면 저챗을 하다 방종하던가 하는 선택지 밖에 없단 말이야. 레오리는 고등학생 때 말곤 해본 적이 없어서 중급 봇이랑 1대1로 목숨을 건 혈투를 해야 할 판이고.
X수들과 대화를 하면서 몰래 시간을 확인한다. 20분이 지났네. 슬슬 천천히 간을 보기 시작하면 될 것 같은 데. 나는 머리카락을 늘려 세연이를 툭툭 건드렸다. 이제 슬슬 시작해. 나와 세연이의 시선이 교차하고, 세연이가 어쩐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는 햄버거 앞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해지는 구나. 그렇게 햄버거가 좋아? 햄버거랑 영결식이라도 해줄까? 나랑 햄버거랑 둘 중에 하나 고르면 망설임 없이 햄버거를 고를 년...편강탕 같은 년...
[X수귀신님이 10000원 후원!]
(대충 02댄스 영상도네 짤)
아 이방에선 영원히 나올일없는 그 ‘춤’이네
ㄴㄴ 다른 듀라한 스트리머도 얼굴 가리고 춤 췄음 ㅋㅋㅋ
어? 이거 각 아니냐?
“X수귀신님 만 원도네 감사합니다. 저게 요즘 유행하는 춤이죠? 이름이 뭐더라?”
02댄스임. 요즘 다 저거 한 번씩 추더라.
듀라도 한 번 추자 떡상각이야.
뇌절 ㄴㄴ
아 듀라한 스트리머인 데 어떻게 추냐고 ㅋㅋㅋㅋ
그런데, 짜잔!
선생님 저희에겐 VR이라는 수단이 있사옵니다.
추려면 풀트래킹 장비 필요한 데 그거 존나 비쌈ㅋㅋㅋㅋ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그게 더 안전하기도 했다. 모 헬 창 스트리머가 아바타입고 하지 않았었나? 정말 요염했던 것...같은 데. 나는 아직도 그 요염한 몸놀림이 남자라는걸 믿을 수가 없어...헬 창이 되면 다 저렇게 요염한 몸놀림을 할 수 있게 되는걸까?
아니 도대체 왜 헬 창들이 그러는 거야? 그냥 평범하게 방송하면 안 돼? 나 같은 중소기업은 뭐 먹고살라고!
“난 저런 춤 못추겠더라...너무 어려워.”
생각보다 쉽지 않음? 동작이 간단해서
저렇게 리듬감있게 하려면 어려움. X수들이 해 봐야 배둘레랑 엉덩이가 실룩실룩거리는 게 끝 아니냐고 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
아 상상해버렸다...우욱,..
“아니 그걸 왜 상상해! 먹은 거 다 게워내고 싶어?”
말넘심;;
듀라님 실망했습니다. 하차합니다. 듀라님은 상하차나 하세요.
“나 하차하면 더 이상 못 보는데?”
아 그건 안 되지;; 요즘 듀라눈나 목소리 듣는걸로 힐링하는 데
ㄹㅇㅋㅋ
듀라님 목소리 듣고 나서 불면증이 사라졌습니다.
아니 그건 그냥 잠크리트잖아...근데 나 오후내내 방송하는 데? 새벽방송도 아닌데 잠 와서 뭐 해?
근데 정말 실물 궁금하다...목소리가 저런데 얼굴도 이쁠 듯.
그러다 돼지면 어쩌려고 ㅋㅋㅋ
“선넘네...너는 10분만 쉬고와.”
어? 돼지는 좀 빡치네? 기분이 나쁘네? 나는 망설임 없이 돼지라고 부른 X수를 밴했다.
아 처신 잘하라고 ㅋㅋㅋㅋ
듀라님도 얼굴 가리고 02댄스 한 번 해 보는 거 어떰? 머기업 각인 데?
“그건 좀.”
[X수귀신이 미션을 걸었습니다.]
(02댄스 10분 ㄱㄱ 20만 원)
02댄스에 왤케 집착함? 그건 다른 여캠가서 보라고 ㅋㅋㅋ
저건 좀;;
근데 보고 싶기는 하다
채팅방의 분위기는 뇌절이라는 쪽이 우세하긴 했지만, 내 02댄스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도 꽤 존재했다. 비율로 따지면 3:7정도일까. 적잖은 상금에 시청자들도 술렁이는 게 보인다. 20만 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 내 통장에서 나온 돈이지만.
“20만 원... 좀 쎄네요.”
역시 자낳괴;; 돈 많이 주니까 컨셉도 버리고 갈등하네ㅋㅋㅋㅋㅋ
20만 원이면 국밥이 30그릇인 데 갈등 안 할 수가 없지 ㅋㅋㅋ
“그래도 춤 추는 건 좀 그러네. 요즘 세상이 험해서 얼굴 까기엔 좀 그래.”
그래서 20만 원을 손절한다고?
야 빨리 판돈 올려!
20만 원에서 조금씩 금액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1분만에 30만 원까지 상금이 쌓였다. 이것만 해도 평소보다 더 많았다. 좀 더 간을 볼까?
“그냥 다른 스트리머한테 해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나?”
우리가 보고 싶은 건 듀라의 02댄스임.
근데 캠도 없는 데 어떻게 보여주냐고 ㅋㅋㅋㅋ
“캠은 있는 데...”
? 노캠방송하면서 캠은 왜 있어?
“친구가 안쓰는 거 줘서 가지고는 있는 데.”
40만 원. 올라가는 속도가 꽤 빠르다. 어느새 시청자 수도 250명이 모여 있었다. 평소에 모이는 게 딱 저 정도였으니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다 모였다고 봐도 되겠네. 슬슬 밑밥을 좀 깔아서 수금각을 봐야 할 타이밍이다.
“음...30분 안에 시청자 천 명 찍으면 얼굴 가리고 한 번 출게요.”
아 에반데;; 그냥 안 하겠다는 거 아님?
야 빨리 클립 만들어서 뿌려!
30분에 천 명이면 지금 인원수의 4배인 데 저게 되나 ㅋㅋㅋㅋ
안 될 것 같지?
“진짜 모이네.”
여기가 시청자 천 명 넘으면 02댄스춘다는 방인가요?
소식듣고 왔습니다
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빨리 보여줘
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정신 나갈 것 같애
듀라는 도발을 사용했다! 도발의 효과는 굉장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이게 전략의 핵심이었다. X수들이 이런 흥미로운 상황을 그냥 무시할 리가 없었다. 듀라한 스트리머가 30분 안에 시청자가 천 명을 넘으면 캠을 키고 02댄스를 추겠다는 공약을 시청자들이 퍼나르자,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시청자 수가 아슬아슬하게 천 명을 채웠다.
동시에 미칠 듯이 짤도네와 혼란스러워진 채팅창 때문에 잠시 정신이 어지럽긴 했지만, 가파르게 올라가는 미션 금액을 보니 입꼬리가 찢어질 듯이 올라갔다.
와! 신난다! 마참내! 100만 원 돌파! 만세!
“으...그럼 캠 킬게요.”
끝까지 탐탁지 않은 척 목소리를 끌며 나는 복장을 점검하고 캠을 켰다. 모니터로 캠에 비치는 내 모습을 확인하니 흰색 티셔츠와 돌핀 팬츠를 입은 내 몸뚱어리가 보였다. 이렇게 보니까 헬멧이 좀 눈에 띄네.
ㅜㅑ
ㅜㅑ 몸매 미쳤냐고
팔다리에 잡티하나 없는 거 보소
근데 왜 이렇게 어려 보임? 28살이라고 하지 않았음?
괜히 내가 하와와 여중생 드립을 치는 게 아니다. 그만큼 어려 보이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몸매 자체는 웬만 한 20대 여성보다 좋을지 모르지만, 그거랑 별개로 몸집이 작은 데다 피부가 하얗고 보들보들해서 더 어려 보이는 인상을 준다.
“내가 좀 동안임.”
아 얼굴 보여줘야 동안인지 아닌지 알지 ㅋㅋㅋ
아 이왕 깐 김에 얼굴도 까라고~이제 캠방송 하자~
“시른 데~헬멧 쓰고 있을건데~”
나 헬멧 벗으면 죽어! 진짜 죽어! 사회적으로!
나는 머리카락을 조종해 헬멧을 꽉 붙들었다. 이제 춤을 춰야할 때였다...빨리 끝내자. 오래 노출될 수록 그래...
“그럼 출게요?”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가즈아
미리 받아두었던 노래와 타이머를 동시에 켠다. 하나, 둘, 셋, 넷.
골반을 튕기며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한다. 끈임없이 춤을 추면서도 나는 채팅창을 주시하며 반응을 살폈다. 이거 헬멧쓰고 하려니까 진짜 힘드네.
채팅창 반응은 아주 좋았다. 수 많은 ㅜㅑ가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중간중간 선을 넘는 채팅을 치는 녀석들도 꽤 많이 보였다. 이것들 어디서 유입됐길래 상태가 개판이냐. 역시 시청자가 4배로 늘어나니 수질이 구리다. 어차피 이번 춤만 끝나면 사르륵 빠져나갈 인원이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근데 언제까지 춰야 돼. 10분이 이렇게 길었나? 나는 조금씩 자세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춤을 췄다. 어려운 일이지만 100만 원이 걸렸는데 이 정도야 할만 했다. 100만 원이면 상하차를 100시간 넘게 뛰어도 힘든 금액이라고!
몸에 땀이나서 옷이 달라붙을 즈음, 타이머가 울렸다. 나는 타이머를 끄고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다. 후. 힘드네...
ㅜㅑ ㅜㅑ
근데 생각보다 춤 잘추는데?
엄살이었누
더 춰주면 안됨?
“힘들어...더 안춰요.”
아 수금 끝났으니 이제들 가라고. 춤만 끝나면 시청자 수가 많이 줄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직 600명 정도 남아있었다. 생각보다 많네.
근데 정말 캠방하면 안됨?
ㄹㅇ...
“귀찮아. 노캠방송이 훨씬 편해.”
머리도 머린데, 캠방하면 옷도 편히게 입기 힘들고, 표정도 신경 써야 하고, 머리카락으로 키보드 조작도 못 하잖아. 안 그래도 연결 부위가 가려운 참이다. 목위에 머리를 얹고 다니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 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제 캠 꺼야지. 캠 끄면 시청자 수 또 토막 나려나. 나는 캠을 끄기 위해 팔을 뻗었다.
내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헬멧이 꽤나 무겁다는 것. 그리고 내 목은 눈에띄지 않을 정도로만 머리카락으로 묶여 있어 헬멧정도의 무게가 추가 된다면 기울어지는 순간 중력의 법칙에 의해 내 머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내 머리가 캠앞에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캠을 가리긴 했지만 얼마나 보였을지는 알 수 없었다.
좆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