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51화 (51/352)

〈 51화 〉 49.방송천재 듀라! 였으면 좋겠다(2)

* * *

대류맨...이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인가.

마나 잡아먹는 귀신인 불기둥을 강화해 죽창으로 만들어버리는 로망중의 로망, 마법사의 근본중의 근본, 유리대포 중의 유리대포. 조루중의 조루. 하지만 로망 답게 그 조건은 죽지 않고 불기둥 20번 적중.

스킬 20번 맞추는 것 정도야 쉽지 않냐고? 그럼 니가 종잇장 몽뚱아리를 가진 마법사로 사거리 짦은 불기둥 맞춰 보던가! 괜히 로망이 아냐! 대류를 찍은 순간부터 대류맨은 최우선 공격대상이 돼버린다고! 스킬샷 몇 번 맞으면 사라지는 주제에!

[미션:마나중독자 퀘스트 완료하기]

(10000원)

­쳐내!

­아 눈치 챙기라고

­선넘네...설마 우리 듀라가 저런 간악한 꼬임에 넘어가서 마나중독자를 찍겠음?

마나...중독자...미션? 만 원? 로망중의 로망인 대류와는 다르게 라인에서 웨이브당 우리 쪽 한 개, 적쪽 한 개해서 최대 2개씩 나오는 구슬을 20개 받아먹으면 최대마나 증가와 함께 60초짜리 마나비례 실드를 쓸 수 있는 퀘스트에 미션이...걸렸다고? 나를 게이로 만들 속셈인가! 결코 1만 원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

[미션:마나중독자 퀘스트 완료하기]

(20000원)

누구야, 내 방송을 망치려는 놈은! 사람들은 로망중의 로망인 머류를 보고 싶어 하지 마나중독자같은 쫄보 특성 찍는걸 보고 싶어 않는다고! 내가 그렇게 쉽게 자본주의의 유혹에 넘어갈 것 같아 보이나? 내가 평소에 돈 걸린 미션만 걸리면 클리어하려고 악을 쓰기는 하지만 그건 게이머로서 최선을 다 할 뿐이야!

X바도 말 하잖아?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나아는 한국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부모님을 잃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애오. 미션은 덤일 뿐이지. 우리나라는 게임을 못 하면 부모를 잃어버리는 하드코어한 문화를 가진 나라란 말이야...

­야 빨리 대류미션 누가 걸으라고 ㅋㅋㅋ 듀라는 자낳괴라 여기서 더 올라가면 진짜 해버린다고 ㅋㅋㅋㅋ

­듀라님 설마 머류를 머리고 마나중독자를 찍으시는 건 아니죠?

“아 2만 원에 레스토랑스로서의 긍지를 버릴 제가 아니에요, ”

[미션:마나중독자 퀘스트 완료하기]

(40000원)

돈이...두배로...복사?

­뭐임 진짜 뭐임

­마나중독자가 보고 싶으시다는 거지~

­아 노잼

­에반데

“아, 제가 4만 원 따위에 로망을 져 버릴 순­”

[미션:마나중독자 퀘스트 완료하기]

(80000원)

­아니 진짜 뭐임 ㄷㄷ

­얼마나 머류맨들 한테 시달렸으면 저러냐...

저거 오류 아니지? 두배로 뻥튀기 된 금액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8만 원? 8만 원? 저 돈이면 유황숙 게임 노멀 패키지를 하나 사고도 국밥 두그릇 사 먹을 돈이 남는다. 그래 X비젼 시발아! 레스토랑스로서의 나인가, 스트리머로서의 나인가! 내가 오늘 이 미션을 제끼고 8만 원 이상을 벌을 수 있을 것인가!

아, 드디어 매칭 잡혔다. 역시 느긋하게 즐기는 레스토랑 게임답게 5분 정도의 시간 끝에 간신히 매칭이 되었다. 조합, 조합을 보자...?

“이기지 못 한다면 돈이라도 벌어야지!”

­이건 ㄹㅇ 머류 안찍어도 ㅇㅈ이다

­미쳤냐고ㅋㅋㅋㅋ 모바에 세라툴에 X타스 X눕아락 X바투르 ㅋㅋㅋㅋ 힐러 어디 갔냐고 ㅋㅋㅋㅋ

­아 힐바투르 모름?

­심지어 저쪽 조합은 X페리우스에 x두인에 요즘 존나 쎈 X라에 X시아 X디브임 ㅋㅋㅋ

­매칭시스템 도꼬?

­시공의 폭풍이 자랑하는 완벽한 매칭 시스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매칭을 해드립니다!

“완벽한 매칭...?”

­그런데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

­아 머류맨은 탱커라고 ㅋㅋㅋㅋ

맵은 저주받은 골짜기네. 넒은 맵에 라인이 3개인, 맵의 기믹인 오브젝트를 3개 먹으면 지속시간 동안 적의 미니언의 체력이 1이 되고 포탑들이 죄담 멈춰버리는 맵이다. 여긴 한타에 강한 조합 유리한 데 한타력이 답도 없는 수준인 데. 나야 광역 누커니까 괜찮다지만 1대1 특화 암살자가 무려 두 명! 한타는 개뿔 저놈들이 1.5인분씩은 해야 균형이 맞춰질까 말까 텐데 어떻게 감당하라는 거야?

이건 답이 없었다.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개.

머류로 로망을 보여주기 위해 발악하느냐, 아니면 마나중독자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느냐? 어느 쪽이던 이길 가망은 거의 없었다. 저 개노답 조합을 어떻게 이겨! 암살자가 암만 암살을 시도해 봐야 x두인이 고유능력으로 끌면 못죽일게 뻔하고, x디브가 조금만 센스가 있어도 암살자가 암살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길 가망이 있다면 상대가 벌레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저열한 실력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고의 트롤로 상대가 게임을 던져 버리거나.

나는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잽싸게 특성을 찍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머류를 찍지 않았다. 내가 머류를 왜 찍어? 저기 8만 원이 마나중독자만 찍고 퀘스트만 완료해도 들어오는 데!

­??? 머류맨 어디감

“아. 실.수.로. 잘.못.눌.러. 버.렸.네~”

구슬 먹어라 노예들아! 나는 끝까지 추하게 살아남아 수금각을 재겠다!

­듀하다 추하야

­아 게임 한판만 해도 8만 원인 데 이건 킹쩔 수 없지 ㅋㅋㅋㅋ

AAAAAAA:아 판 조졌네

님힐없:빠르게 오픈하고 다음판 각?

에반데. 나는 구슬을 20개 먹어야 한단 말이다! 던지는 건 용서하지 않아! 나는 맹렬하게 맵의 한가운 데를 향해 핑을 찍었다. 달려! 우리의 목표는 극 초반 한타에서 적의 모가지를 따는 거다!

운영! 오직 운영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다행히도 채팅은 저렇게 쳤어도 아주 던질 생각은 아닌 모양인지, 팀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가운 데 라인을 가로질러 라인 중간에 서서 상대팀과 대치를 시작했다. 상대 쪽이 급발진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조합은 뇌절하는 상대를 잡기엔 나름 괜찮은 조합이다.

빠른 시간안에 딜을 우겨넣는 딜러 가 3명이니까. 지속딜이 별로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만, 그건 이 주옥같은 빠대 탓이니 어쩔 수 없다.

서로 원거리 스킬로 간을 보며 킬각을 잰다. 초반 한타는 특성이 없는 쌩 1레벨 끼리의 싸움이라, 딜러들의 생존력이 대체로 형편없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가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우리 쪽 딜러들은 나 빼고는 광역딜이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포커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르려다 우리가 잘려버리는 그림이 나올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상대팀은 열심히 퀘스트 스택을 쌓겠지. x라가 최근에 W스킬에 몰빵하는 트리가 유행이라 W 적중시 공격력 강화(제한없음)스택을 쌓게 해서는 안 된다. 광역기로 죽창을 때려 박는 딜러를 만들다니, 진짜 x리자드 제정신인가?

잠시동안의 대치에서 별다른 이득을 얻지 못 한채, 라인전이 시작된다. 가운 데 라인에는 내가 선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러고 싶으니까다. 이래저래 합류하기 좋은 라인이기도 하고, X타스 혼자 라인섰다가 짤리면 그건 대손실이다.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X눕아락과 같은 라인을 서는 게 유리했다.

저쪽은 x라와 X두인. X두인이 초보가 아니라면 이건 킬은 먹기 힘들겠다. 그냥 라인을 빡세계 밀어서 구슬먹고 크는 게 좋지 않을까

시공조오아;마나중독자인 데 구슬 먹어줄 수 있음?

GROUNDPOUND:ㅇㅋㅇㅋ

“와! 탱커님이 구슬을 먹어주신다! 나는 이제 뒤에서 킬각만 재면 되겠네!”

­그 ‘특성’답게 졸렬하다...

­머류맨은 앞장서서 싸워야 하는 법이거늘...

다 닥쳐! 니들이 구슬 먹어주는 탱커의 고마움을 몰라서 그래! 어? 빠대에서는 구슬은커녕 원딜보다 뒤에서 깔짝대는 탱커들도 한 무더기라고! 그리고 원딜이 죽으면 입을 털기 시작하지.

아 원딜 뭐함.

뭐 하긴 니가 쫄보마냥 뒤에서 깔짝대고 있으니까 원딜이 물려서 뒤진 거지!

탱커는 탱커답게 앞에 서서 킬딸에 미친 암살자들이나 막으라고! 뒤에서 사릴 거면 탱커말고 그냥 딜러하라고...왜 X페리우스 같은 애들 들고 사리는 거야...그냥 죄다 뚝배기를 날려버리라고...

예상대로 서로 킬각이 안 나온다. 한 번에 들어 가는 딜은 높지만 맞추기도 어렵고 상대를 한 방에 죽일 딜은 안 나오는 데다, 저쪽은 힐러의 케어까지 받고 있으니 내 딜이 의미가 없었다. 상대가 마나를 다 쓰기도 전에 내 마나가 바닥나게 생겼으니까.

그렇게 구슬을 다섯 개쯤 먹었을 때 즈음, 카운트다운이 울렸다. 나는 즉시 맵을 보며 상황을 체크했다. 윗라인 쪽부터 나오네.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 우물을 먹고 올라가야겠다. 15초 정도 남았으니 우물을 먹고 천천히 올라가면 얼추 시간에 맞겠네.

나는 우물 핑을 찍은 다음 곧바로 오브젝트에 핑을 찍었다. 다행히도 다들 핑을 보기는 했는지 전부 오브젝트 근처로 모이고 있었다.

1레벨때의 지지부진한 한타 이후로 최초의 한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레벨은 동렙. 초반에는 비교적 우리 쪽이 딜능력은 우위에 있으니 할만 한 한타다.

우리 다섯, 적 다섯 도합 10명이 오브젝트를 사이에 놓고 서로 견제를 시작했다. x바의 저격과 내 불기둥이 적들을 압박했지만 상대방 쪽에 힐러 가 있는 만큼 유의미한 피해를 주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견제전을 벌인지 약 1분째, 아눕아락이 스킬로 3명을 띄우는데 성공했다.

한타의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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