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26화 (26/352)

〈 26화 〉 25.힐링게임 스트리머(1)

* * *

“존경하는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힐링게임을 하겠습니다.”

­?????????????????

­재 오늘 또 왜 저러냐

­어제도 이상한 똥겜 가져와서 하지 않았음?

­또 이상한 게임 가져오는거 아니냐?

­진짜 헬창들 피해서 프로틴 훔치는 게임 씹 ㅋㅋㅋㅋ 하도 요상한 게임만 가져와서 이번엔 또 뭐 가져올지 기대되네 ㅋㅋㅋ

니네들이 X게더에서 추천한 게임이잖아요. 니네들이 말이야!

결국 그 많은 게임 중에 똥겜을 고르는 것도 나지만. 처음에는 유명한 온라인 게임이나 명작 게임들 위주로 하는 겜방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게 때깔도 좋고 게임성도 어느정도 보장되고 어쨌든 나오는대로 하면 되니까 게임 고르느라 고민할 필요도 없잖아.

어느샌가 X게더에는 듣도 보도 못한 똥겜들이 수십개씩 게임추천 게시판에 올라오고, 이제는 똥겜 전문 듀라한 스트리머라는 안타까운 수식어가 붙고 말았다. 니들이 똥맛을 알아? 나도 AAA급 게임 광고가 들어오는 머기업 스트리머 하고 싶어...숙제방송 해보고 싶다.

하지만 나같은 하꼬 스트리머에게 숙제방송 같은게 들어올 리가 없다. 시청자수 180명 남짓. 하꼬치고는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업이 홍보효과를 기대할 만큼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평균 시청자 수가 네자릿수는 되어야 기업들이 광고제의를 하지 않을까. 최근에 만들어 놓은 X튜브도 구독자수를 이제 막 천단위를 찍은 정도였다. 조회수도 제일 높았던게 6000회를 겨우 넘어가니 어디가서 X튜버라고 하기에도 부끄럽네.

­힐링게임이면 짐승의 숲 하나요?

­님스있?

“X텐도 X위치 없어요. 살지말지 고민중인데, 솔직히 사도 몇 번 만지고 안할 것 같아요.”

­그쪽은 똥겜 안나오니까 컨텐츠로 못쓴다고 아 ㅋㅋㅋㅋ

­그래도 스트리머 하실거면 하나즈음 있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비싸긴 한데 요즘은 X위치로 나오는 게임들이 잘나온게 많아요.

­X다 같은 게임 나오면 X크리트 존나 등판해서 별론데

­그래도 X오어2 보단 낫지 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ㅋ

X텐도 게임들이 재밌어 보이긴 하지만, 비싸! 없는 살림에 X위치는 본체 값도 값이지만 나오는 게임들을 비싼값 주고 구매해야 하니까 하꼬인 지금으로써는 좀 부담스럽다. 최근에 이것저것 해서 200만원 넘게 빠져나간걸 생각하면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상황이다.

팬이 X게더에 올려준 팬아트 모음집을 화면에 띄워놓는다. 생각보다 많다. 10댓장은 되니까... 한사람이 5장이나 그렸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왠 백발 금안 미소녀 데포르메가 마스코트가 되어버렸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이것이 억지력?

적당히 옆 모니터로 시청자들의 채팅을 구경하면서 X팀에서 게임을 실행했다. 듀얼 모니터 정말 편합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잔잔한 BGM이 이내 거칠게 고막을 뒤흔드는 헤비메탈 소리에 파묻힌다.

네놈의 내장을 찢고 죽인다! 큰 덩치! 내장도 존나게 크겠지! 찢고 죽인다!

­?????????????

­이게 힐링...게임?

­힐링게임 어디감

­언제부터 파멸 리부트가 힐링게임이 됨?

­웬일로 똥겜 안함? 초심 잃었음?

[듀X셀님이 1000원 후원!]

­오늘 켠왕가나요?

켠왕? 에반데...하지만 어중간하게 끝나는 것 만큼 아쉬운것도 없다.

“아, 켠왕하면 힐링이 아니잖아요! 어차피 길어봐야 이틀이니까 이틀동안 할거임.”

­아 컨텐츠 날로먹네 ㅋㅋㅋㅋ

파멸 시리즈가 정말 작품이 많기는 하지만, 시리즈 중에서 비교적 최신작인 리부트 1편을 꺼냈다. 이쪽이 더 찢고 죽이기 좋아서 그런것도 있고, 1편~2편을 이어서 하는게 시청자들이 더 몰입하기 쉽다는 점 때문이었다. 끝까지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예 파멸시리즈를 모르는 시청자도 있기는 할 테니까. 사실 겜방에 이골이 난 X수들이라면 대부분 다 플레이 했겠지? 아니면 X튜브 에디션으로 ‘플레이’ 해봤던가...세상엔 보는 것만으로도 직접 플레이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X튜브로 144프레임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버젓이 존재하는 세상이기도 하고...아니 X튜브 영상은 60프레임 까지에요...

메인 메뉴가 뜨자마자 새로 시작을 누른다. 얼마되지 않아 인트로가 뜬다. 대충 악마가 화성을 침공해서 인류가 ㅈ된다는 내용. 그리고 존나 쎈 X가이의 봉인이 풀렸다는 내용의 영상.

­이게 힐링게임...?

­시작부터 꿈도 희망도 없는데?

­ㄹㅇ 이 게임 악마 한정으로 꿈도 희망도 없음ㅋㅋㅋ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 여러분은 유혈낭자, 공포요소...? 가 어쨌든 있으니 시청을 삼가시길 바라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힐링게임이라며 ㅋㅋㅋㅋㅋ 경고문은 호러게임인데 ㅋㅋㅋㅋㅋ

­왜 공포에서 머뭇거리는데 ㅋㅋㅋㅋ

드디어 튜토리얼이 시작된다. 석관에서 일어나는 X가이와 다가오는 좀비. 두부를 뭉개버리듯이 좀비의 머리를 뭉개버린 X가이는 총을 챙기고, 밖으로 나간다. 대충 로봇 대가리가 나와서 어디로 가라 뭘 해야 한다 알려주고, 목적지로 달리며 악마와 악마와 악마를 쳐부순다!

힘은 빛을 만든다! 그리고 난 힘찬 기분이 든다!

권총은 너무 약해! 강력한 샷건이 필요하다...샷건이 언제 나오더라, 극초반이었던건 기억이 나는데! 얼마 가지 않아 시체에서 크고 아름다운 샷건을 주운 나는 좀비들의 대가리를 하나하나 날려버렸다. 그래 이 손맛, 이게 그리웠어...

니들도 듀라한으로 만들어주지! 머리가 없다고? 그럼 만들어!

여기 몸통이랑, 여기 머리, 손에 쥐여주면 듀라한 완성!

“찢고 죽인다!”

­듀라 오늘 약먹었음? 텐션 왜 저럼?

­아 언젠 안저랬냐고 ㅋㅋㅋㅋ

[방구석천마님 10000원 후원!]

­즐기시게 냅둬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의 정권 하나 둘 셋! 그는 신인가? 그는 신이야!”

“...ㅁ...ㅣ...?”

어쩐지 등짝에 안쓰러운 시선이 느껴지지만, 이게 다 돈을 벌기위한 스트리머의 똥꼬쇼입니다. 쪽팔린건 금융치료로 해결되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이게 전업 스트리먼의 애환이라고! 어떤 개소리라도 오디오를 채울 수만 있다면 해야 돼!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선을 넘으면 그대로 업보스택이 폭발해서 방송 커리어가 한방에 날아가는 스트리머도 많지만!

“저기 보세요 여러분! 저기 커다란 악마가 있어요.”

샷건을 집어넣고 전기톱을 꺼낸다. 아 이 드르륵 갈리는 소리 너무 좋아! 속이 풀린다! 공과금! 월세! 보험료! X플릭스 정액제! 햄버거!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너무 괴롭다! 이번달은 적자야! 다음 달도 적자겠지! 빨간줄이 가계부를 점령한다!

돈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우리 핑크핑크한 친구, 지금은 생물학 시간! 오늘 주제는 네 핑크핑크한 몸 속 탐구야!”

내 쪽으로 돌진하는 코뿔소 같은 악마의 돌진을 옆으로 슬쩍 움직여 피하고, 전기톱을 친구의 뒤통수에 꽃아넣는다. 분홍색 피부를 전기톱이 무참히 찢어발기며 두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자 체력과 탄약이 차오른다. 그래 이거야. 이 느낌을 원했어...

­광기 ㄷㄷ

­그 와중에 목소리는 개쩌네

­ㄹㅇ 목소리 원툴 스트리머 ㅋㅋㅋㅋ

­아니 말하는건 무친년인데 왜 ASMR이 됨 ㅋㅋㅋ

여러분도 머리 하나 떨어지면 가능합디다.

듀라한 한번 해보쉴?

머리카락으로 거미맨 놀이도 할 수 있고, TS는 덤이고, 처녀귀신이랑 베프 먹을 수도 있어!

세연아 내 목 위에 머리 얹어놓지 마라. 목 단면이 간지러워. 그런데 너 은근히 이런거 좋아하는 구나. 저번에도 시청자가 추천해준 인디 호러게임 하는거 보면서 재밌게 보더니, 이번 게임도 세연이의 흥미를 자극한 모양이다.

나중에 해볼생각 있냐고 한번 물어볼까?

젓가락질 할 수 있으면 키보드랑 마우스도 쓸 수 있는거 아닐까? 집안일 하면서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까지 돌리면서 깔끔하게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널어놓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뭔가 나도 미안하고, 그래서 가끔 만원이 넘는 고­급 햄버거 세트 사먹이는데 어째 오물오물 먹고 있는걸 볼때마다 마음에 미묘한 죄책감이 든다.

과거사가 어두워도 저기 X퍼맨 동네마냥 너무 어두워서 집안일 하고 있는거 보면 양심이 좀 찔린다. 근데 막상 도와주려고 해도 본인이 다끝내버리기 때문에 언제나 내 시도는 수포로 끝나고 만다.

설거지를 해본게 도대체 언제였지? 청소는? 빨래는? 자고 일어나면 빨랫대에 빨랫감이 정갈하게 널어져 있고,설거지거리는 갖다놓을 때 빼곤 본적도 거의 없고, 방에는 먼지 한톨 보이지 않는다.

혹시 나...처녀귀신한테 사육당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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