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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14화 (14/352)

〈 14화 〉 13.응애 나 아기 듀라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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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응애 나 아기 듀라한(2)

응애 나 아기 듀라한,

28짤!

집보러 왔어!

한적해 보이는 베드타운을 돌아다니면서 2주정도 괜찮은 월셋집을 찾아다녔어! 근데 괜찮은 매물 찾기 참 힘들더라! 역시 한국이야! 내 집 마련의 꿈은 험난하구나!

처음에는 부동산 어플을 잔뜩 깔아놓고 찾아다녔는데, 생각보다 베드타운 쪽은 사기매물이나 허위매물이 많고, 번화가 쪽에만 매물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발품을 팔아 집을 찾을 수 밖에 없었어!

누가 그랬었는데, 의식주는 발품 팔아서 찾을 수 밖에 없다고 한거. 그 말이 딱 맞다.

의식주는 기호품이 아니라 생존에 관련된 필수품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부동산 어플에 올라온 매물의 3할 정도는 허위매물이라고 하니까, 결국 괜찮은 방을 구하려면 직접 발로 뛰어야만 한다.

진짜 고향집으로 돌아가 버릴까?

보증금이나 집세도 필요 없고, 삼시세끼 챙겨먹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이런 생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돌아가면 방송은 힘들겠지...아버지가 목수 일 거들라고 할게 뻔하다.

불꽃효녀인 나는 목수일 하고 싶지 않은 것이애오...

그나저나 그만 돌아다니고 싶다. 이 머리 달고 다니는게 얼마나 귀찮은데.

게다가 혹여나 저번처럼 사고로 목이 사출될까 신경쓰니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이 지옥불반도에서 나 혼자 난이도 상승이라니 이거 밸런스 패치 분명 발로 했어. 시바알...

패치할거면 커마만 하라고 종족 변경 시키지 말고! 아니 변경시킬거면 다른것도 있는데 왜 언데드야!

어? 하다못해 엘프라던가, 어? 흡혈귀라던가 그런걸로 바꿔줘도 되잖아... 아, 흡혈귀는 언데드구나. 어쨌든 머리만 온전하게 붙어있고 인간형이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려봐야 징징대는 것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생각날때마다 진심으로 짜증이 몰려온다.

최소한 사회생활은 문제 없이 할 수 있게 종족변경 해줘...

버스에서 내리자 중개인이 알려주었던 대로 공인중개사 간판이 보인다. 저기구나.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안을 확인하자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하나가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를 치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 분이 부동산 중개인인가...중년의 나이에 직원일 것 같지는 않으니 아마 맞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니터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부동산 중개인의 시선이 내쪽으로 이동했다. 느글느글한 시선보다는 복장을 보고 어떤 손님인지 판단하는 눈길이었다. 묘하게 프로페셔널한 느낌이라, 나는 이사람이 제대로된 중개인이라고 느꼈다.

“아이고, 손님이 오셨네, 방 찾으러 오셨수?”

“아, 네. 아까 연락했던 사람인데요.”

“아, 그렇구만. 싼 월셋방 찾는다고 했지?”

“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요.”

보증금 적고 월세도 싼곳! 이왕이면 사람도 적은 곳! 듀라한쟝 히키코모리라 주변 교통상태 좋지 않아도 OK!

근데 다들 내 얼굴 보고 참한 처자가 그런 곳에 살면 안된다고 정색하시더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주변 평판이 안좋아진다는 이유를 대며 거절당했다. 그렇게 거절당하기를 여러번, 나는 아예 눈까지 선글라스로 가리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래도 목소리가 목소리라 같은 엔딩을 맞이하긴 했지만. 그렇게 아홉 번째 동네를 찾았을 때, 나는 내가 원하는 매물을 소개해주는 업자를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퇴짜는 놓지 않아도 걱정스러운 시선이다.

적당히 도심에 가깝고, 주변에 이웃도 적고, 보증금이랑 월세도 싸고, 교통 인프라도 그럭저럭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은 방. 대부분 보증금이랑 월세 선에서 컷 당하지만, 이번에 찾아온 베드타운에는 이런 방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개발이 덜 된 곳이 많아서 그렇다던가. 뭐 부동산 중개인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사실 지금 살고 있는 방도 급하게 직장 주변에 방을 구하다 대충 계약한 방이라, 이렇게 발품 팔아가면서 돌아다니는 것은 또 처음이다. 진짜 집주인이 착해서 다행이야. 다른 곳은 월세 올린다고 악을 쓰던데 집주인은 쿨하게 ‘그냥 내던 만큼만 내.’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진짜 TS만 아니었어도 이사갈 필요가 없었을 텐데.

“소개해달라고 고집을 부리니 소개는 해주겠는데, 무슨 일이 생겨도 원망하지 말고...”

부동산 중개인은 이런 매물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탐탁찮다는 얼굴이었다. 중개인은 그 방으로 안내하면서 잔소리를 주절주절대다 ‘이 방에서 석달을 버틴 사람이 없어.’라는 불길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방 찾으러 온 내가 말하긴 좀 그런데, 그런 매물을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는게 좀 그렇지 않나요.

방에 심각한 하자라도 있는건가. 층간소음? 일단 집에다 방음패드를 덕지덕지 붙이긴 할텐데, 집 자체에 하자가 크다면 방음패드도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음...일단 직접 보고나서 결정해야지.

소개받은 월셋집은 빌라들이 모인 단지의 외곽에 있었다. 3층짜리 빌라였는데, 10평정도라고 했었나, 지은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건물이라고 한다. 입주민들에게 불길한 일이 생겼다는 소문 덕에 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도 마땅히 갈곳이 없어서 남아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너무 애매모호한 말이다. 불길한 일이 도대체 뭔데. 그게 뭔데 이 아저씨야...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 이유는 알만했다.

보증금도 500 정도에 월세 30이면 남아있을만 하지. 솔직히 허위매물이 아닐까 가장먼저 의심되는데, 그건 가보면 알 일이다. 원래 허위매물은 기재된 거랑 다른지 확인해보고 집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 건물이 빛져서 산 곳인지, 아닌지도 중요하고. 전세금 떼먹히기 싫으면 확인해야할게 많다.

집은 부동산에서 10분정도 거리에 있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걸어서 10분.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까지는 15분. 큰 마트로 가려면 대략 차타고 30분. 생각보다 주변 입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소개받은 방은 빌라의 3층이었다. 제일 윗층이네. 부동산 중개인이 문을 열자 아무것도 없는 내부가 보인다.

“안이 생각보다 깨끗하네요?”

“집주인이 와서 가끔씩 청소를 한다는구만.”

아니, 아무것도 없어서 물어본건데. 월세는 싼데 최소한의 가구도 없으면 좀 그런뎁쇼. 당연히 있어야 할 주방정도를 빼면 거실 하나에 방 하나 짜리 집인데, 서랍이나 식탁 같은것도 아예 없으니 너무 휑한 느낌이다.

“가구가 하나도 없네요...”

“이상하게 이집에 가구만 갖다놓으면 손자국 같은게 생긴다고 하더만.”

진짜 귀신 씌인 집인가? 나는 호기심에 방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청소를 했다는게 빈말은 아닌지 전체적으로 먼지가 살짝 쌓인 것을 제외하면 깨끗했다. 단지 희미하게 역한 냄새와 끈적끈적한 시선이 느껴진다는 점일까. 나는 볼것이라곤 깔끔한 것 밖에 없는 휑한 거실을 다 둘러보자마자 이 집에 있는 유일한 방의 손잡이를 잡았다.

차갑네. 쇠로된 문고리라 당연한 거긴 하지만, 어쩐지 불길한 것은 내 착각일까? 내가 문고리를 돌리고 조심스럽게 밀자,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푸른색 벽지가 칠해진 작은 방. 한 두세평즈음 되는거 같은데. 벽에 낙서가 되있다거나 불길한 얼룩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정도면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방을 돌아다니며 꼼꼼하게 무슨 하자가 없나 살펴보았지만, 뚫어져라 쳐다봐도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금까지 본 방중에선 가장 싸고 멀쩡해 보이기는 하는데...주방도 살펴볼까.

“수도에 문제가 있다거나 한건 아니죠?”

“수도문제로 문제가 생긴적은 없는 걸로 알고있는디, 혹시 모르니까 한번 확인해봐요.”

싱크대 수도꼭지를 튼다. 잠깐 녹물이 나오다가, 이내 깨끗한 물이 나온다. 이정도면 오랬동안 비어있던 집 치고는 멀쩡한 것 같기도 하다. 혹시 몰라서 코드도 확인해보니 일단 전부다 문제없이 작동하기는 했다. 하긴 꽤 최근에 지어진 집이랬으니까, 어지간히 부실공사 하지 않으면 기본 인프라에 큰 문제는 없겠지.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들러본다. 화장실도 큰 문제는 없었다. 좀 좁기는 했지만, 세탁기가 들어가고도 공간은 어느정도 남는 정도였다. 근데 뒤통수가 따갑네. 아저씨가 눈치 주는건 아닌 것 같고. 뭔가 음습한 눈길이다.

진짜 귀신이라도 있는걸까. 솔직히 내가 이렇게 되기 전까진 귀신에 대해선 믿지 않았는데, 머리가 떨어지고 나니 귀신의 존재여부에 대해서 확실히 답을 내릴 수가 없다. 일단 나갈까.

“오늘은 여기만 볼게요. 나중에 다른곳도 소개해 주세요.”

“그려. 왠만하면 다른 곳 찾아보고. 소개해줄 방이 많아.”

걱정섞인 목소리였다.

...나가.

방금 누가 나가라고 하지 않았나?

뒤를 돌아본다.

“...”

...

아, 눈 마주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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