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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0. 이게 당신의 머리 입니다. 뭐야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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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이다.
재수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어제는 아침부터 개똥을 밞지를 않나, 낮에는 고장날리가 없는 새 컴퓨터가 먹통이 되기도 하고,
기분전환이나 하려고 시킨 치킨은 딱 내 차례에 재료가 다 떨어져서 못판단다.
딴 데서 시켜먹을 기력도 없어서 그냥 침대에 쓰러져 눈을 감았는데...
눈을 떳는데 뭔가 이상하다.
생각해보자.
일어날 시간이 돼서 몸을 일으켰는데 이상하게 내 눈은 천장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네?
근데 또 내 몸은 제대로 앉아있네?
뭔가 이상해서 목 부분을 보니 목 위가 없네? 아무리 없는 것보다 나은 얼굴이라지만 아예 머리가 떨어져나가는건 예상 못했는데?
뭐야? 뭐임? 뭐여? 뭐냐고?
몸도 이상하리만치 가볍다. 마치 10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런데 그것보단 일단 내 머리와 몸이 별거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더 문제다.
아니 아무리 내 머리가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긴 했지만 아예 떨어지는건 선넘네...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맞지? 정말 실감나는 악몽이 따로 없다. 살다보니 목과 머리가 생이별하는 꿈도 꾸네. 듀라한이야? 듀라한은 스위치에서나 볼 수 있는거 아니었어? 이럴땐 일단 뺨을 때려보면 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했지.
뺨을 때리기 위해 몸을 움직여본다. 느낌이 이상하다. 메인카메라는 장식 아니었어? 애석하게도 내 몸은 내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내 몸은 명령을 내릴 대가리가 없어서인지 꼭두각시인형이 움직이듯이 부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새삼 인간의 감각이 대부분 머리에 몰려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오감중에 4개가 머리에 몰려있으니, 메인카메라를 잃어버린 내 몸뚱이가 제대로 움직일 리가 없었다.
움직이는 감각도 이상한게, 1인칭 시점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뀌니 몸을 움직이는 방법이 낯설었다. 앞으로 걸으려 했는데 뒷걸음질 친다던가, 검지를 피려 했는데 중지를 핀다거나, 앉으려 했는데 앞으로 꼬꾸라진다. 머리가 없어서 그런가 통증은 없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일어나려다 침대에 넘어지기를 몇 번. 팔을 내 쪽으로 뻗어보려다 빗나가길 몇 번, 나는 수십번의 시도 끝에 손으로 내 머리(로 추정되는 것)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시야가 높아진다. 나는 내 몸을 정면에서 바라본다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그제서야 나는 이 상황이 단순히 머리가 떨어진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이 있어?”
여유증은 아니다. 갑자기 하루 아침에 살이 쪄서 여유증이 생기는 것도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애초에 그렇게 살집이 많은 편도 아니었고, 내 가슴에 자리를 잡은 작은 둔덕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양새였다.
자세한 확인을 위해 내 머리를 다시 베개위에 고이 모셔놓고 다리 사이를 만져본다. 밋밋하다. 없다. 그제서야 충격적인 사실에 잠들어있던 뇌세포가 일제히 기상을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고, 고추가 사라졌다.
이게 그 누렁이들이 말하는 TS입니까? 듀라한 입니까?
눼!
...일단 휴방공지부터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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