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화 : 계약자 토너먼트 전야 파티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와인과 음식을 조금씩 즐겼다. 대화를 하면서 서로 친목을 다지고 서로 정보도 얻으면서 파티다운 면모가 보였다.
그런 파티장에 성진은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대규모 파티는 어제도 하긴 했지만 뭔가 모인 사람들이 상류층의 사람들이니 분위기가 달랐다.
어제와 같은 경우 성진이 흔히 볼 수 있었던 그러한 파티였고, 지금 이 파티는 뭐랄까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런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조금 어색하기는 했으나 그의 좌우명이
'될 때로 되라.'
라서 그런지 여유가 넘쳤다.
"마스터 아무래도 먼저 찾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마스터의 상태로는 먼저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유준혁은 그렇게 말을 하며 성진을 봤다. 지금의 성진은 그저 아르논 협회에서 초대를 한 귀빈으로만 보일 뿐 새로운 X급 계약자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파티장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기운은 느껴지지 않더라도 강자의 압박감이 존재하기는 했다. 그러나 파티장에 들어오고 나서는 어째서인가 성진에게서 그러한 분위기와 압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계약자가 아닌 일반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래서 유준혁이 전력을 파악하러온 성진에게는 불리하지 않냐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성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아마 지가 알아서 오겠지 안와도 사실 그놈의 전력은 왔을 때부터 확인 했어. 뭐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도 가고 이중 누가 걔인지도 아니까 상관 없을 거 같아."
"버, 벌써 확인을 하셨습니까? 아, 아니 어떻게……?"
"그러면 넌 내가 어떻게 기운을 완벽하게 숨겼다고 생각 하냐? 다 그런게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있어."
"그, 그러면 파티는 왜 오셨습니까?"
"어? 파티하려고 왔지. 게다가 내일 나 생일이잖아 애들이 생일 파티를 해줬다고는 해도 나혼자 즐길 시간도 있어야지."
"……"
유준혁은 그렇게 태평하게 말을 하는 성진을 보며 자신이 잊었던 성진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요즘 들어서 열심히 하는 모습 때문에 잊고 있었지만, 마스터는 원래 이런 분이셨지.'
성진의 마이페이스는 유준혁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었는데 여태 속아온 자신에게 살짝 화가 나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의 주인이 하고 싶은걸 하겠다는데 그것을 말릴 수 있는 하인이 어디 있겠는가.'하아, 확 그냥 유진아님들에게 말해버릴까?'
유준혁이 그렇게 생각을 할 때쯤 언어의 물약을 먹어 마음대로 여러 사람들, 주로 여자들이랑 대화를 하는 성진이 뒤를 돌아 유준혁을 보며 말했다.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애들한테 말하면 너는 정말 가만 안둘 거다."
"다, 당연한 걸 구, 굳이 말씀 하실 필요까지는 없으십니다."
유준혁의 그런 대답을 듣고 나서 잠시 동안 성진은 유준혁을 보며 의심의 눈초리로 노려보다가 다시 앞을 보면서 여러 사람이랑 대화를 나눴다.
짧게는 인사를 하고 지나치기도 했고, 길게는 악수도 하면서 10분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한 성진의 뒤에서 계속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경호 아닌 경호를 하는 유준혁으로써는 죽을 맛이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아리나는 영국 왕실 공주님이시군요."
"그러면 성진님은 중국 분이신가요?"
"비밀이 많을수록 남자의 매력은 많아지는 법이죠. 레이디."
"호호호, 장난도 잘 치시네요."
저런 느끼한 대화를 뒤에서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 유준혁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까부터 곰곰이 생각을 했지만, 떠오르는 죄가 없어서 더 슬퍼지고 있었다.
"자, 이제 밥이나 먹자. 나는 여기 앉아 있을 테니까 너는 요리나 가져와."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던 성진은 테이블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유준혁을 시켜서 음식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상당히 많은 양을 먹는 성진이기에 유준혁이 성진에 맞춰서 적당히 요리들을 가져왔다. 아까부터 즐겁게 대화를 하는 성진이 왜 갑자기 요리를 먹겠다는 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까라면 까는 게 유준혁의 성격이기 때문에 일단은 요리들을 가지고 테이블로 향했다.
유준혁이 그렇게 테이블을 보니 성진이 앉은 맞은편에 두 명의 여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을 가지며 테이블에 접시를 내려놨다.
'여자 친구 분들도 많으시면서 아직도 그렇게 욕심이 나시나? 내가 이상한 건가? 하긴 영웅은 삼처사첩이라는 말도 있으니 에휴.'
그렇게 유준혁이 생각을 하며 다시 호위하기 위해 성진의 뒤로 가면서 두 여자의 얼
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에도 그러시더니 지금도 약한 척을 하고 있으신 게 취미이신가 봐요? 그러면서 먼저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 다시 힘으로 찍는 건가요?"
두 명의 여자 중 한명이 그렇게 얘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대화를 하면서 예의는 항상 지켜온 성진이 여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음식을 먹으면서 들었다.
그런 성진의 모습에 말을 한 여자는 침착하게 성진의 대답을 기다렸고, 성진은 요리를 한 입 먹고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러면 이번엔 그쪽을 찍으면 되는 건가요? 에이미."
성진에게 먼저 말을 건 여자는 전에 러시아에서 블러드필드 소멸 작전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던 에이미였다. 그런 그녀와 아까 파티의 시작을 알렸던 아르논 협회 회장인 세피르도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런 성진의 대답에 에이미는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성진을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시비를 걸로 온 게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느끼셨다면 사과를 드리겠습니다만,
저와 제 스승님이 왔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다 제가 말을 하고 나서도 음식을 먹으며 듣다가 말을 하는 것도 시비 아닌가요?"
오늘따라 유난히 날카롭게 구는 이유가 자신의 스승이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유난히 시비조로 말하는 에이미를 보며 성진은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으음,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그 대단하신 아르논 협회의 회장님께서 아직 이름도 없고, X급 계약자인지도 몰라서 인지도가 매우 떨어지는 나를 찾아왔다는 건 부탁이 있어서 왔다고 생각이 드는데 자리를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남의 자리에 앉는 거는 무슨 예의인거죠? 이곳이 아르논 협회의 땅이라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아, 아니 그, 그건"
"더 따지고 보자면 저는 이곳에 초대가 된 손님이죠. 그런 초대를 한 아르논 협회 측에서 제가 회장인지 아닌지 모르는 사람이 왔다고 해서 제가 공손하게 할 이유도 없거니와 안면도 없는데 불쑥 와서는 사람 밥 먹는 걸 방해해도 된다는 말입니까? 아르논 협회 회장은 그럴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겁니까?"
아르논 협회 회장을 두고 하는 얘기였으나 성진은 세피르를 보지도 않고 에이미만을 보면서 입을 열었고, 성진이 이렇게까지 말 할 줄은 몰랐는지 적잖이 당황하는 에이미를 보며 유준혁은 안 됐다는 듯이 고개를 슬쩍 저었다.
에이미가 조금 예의 없게 군것은 맞는 것이었으나 성진이 이렇게까지 나올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성진이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이유는 성진이 밥을 먹고 있을 때 건드려서이다.
성진은 밥을 먹고 있을 때 친한 사람이 아니고, 별로 안면식도 없는데 시비를 거는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싫어한다. 그런데 방금 에이미가 한 행동이 그것인 것이다. 에이미가 말문이 막혀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세피르가 미소를 지으면서 성진을 보며 말했다.
"호호호, 에이미에게 듣던 것 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네요. 식사중인데 불쑥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성진님."
"스승님! 스승님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감히 스승님 앞에서 저렇게 나오는 사람에게 그 일을 부탁할 정도로 아르논 협회는 약하지 않습니다."
세피르가 그렇게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본 에이미는 화가 났는지 성진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다행히 유준혁이 아까부터 기막을 펼쳐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
도록 막아서 이목이 집중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에이미가 소리를 지르며 붉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선 모습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조금 눈치를 채고 이쪽을 힐끔힐끔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그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에이미, 앉아요. 이 스승의 명령입니다."
"하, 하지만 스승님!"
"어릴 때처럼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리는 에이미가 아니죠?"
그렇게 말을 한 세피르가 미소를 지으며 에이미를 보자 에이미는 분한 듯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에이미가 다지 자리에 앉자 이쪽을 보는 사람들도 흥미가 죽었는지 다시 자신의 일들을 봤다.
"그리고 에이미. 지금 우리는 먼저 예의를 깬 것이고,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해요. 재미있어서 에이미의 말을 안 말리고 있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 너를 포함해서 네 스승이라는 저 회장님도 나한테 뭐라고 절대 할 수 없어. 따지고 본다면 나는 절대 갑이랄까?"
"맞아요. 성진님은 우리 아르논 협회의 갑이라고 하실 수 있는 분이죠. 그러니 에이미 조금 더 예의를 지켜주세요."
그렇게 반말로 변해서 오만하게 말하는 성진이나 그 말에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세피르를 보며 에이미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나 두 사람은 마치 전에도 만난 적이 있다는 듯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나누고 있었다.
"늦었지만 반가워요. 성진님. 아르논 협회. 회장직을 지금 잠깐 맡고 있는 세피르 아르논이랍니다. 제 제자의 실수를 너그러이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반갑습니다. 회장님 뭐 제자분이 저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아직 머리가 나빠서 그럴 수 있죠. 저는 이해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을 보니 레닌이 왜 그런 말투였는지 이해가 살짝 되기는 하네요."
"호호호, 레닌이 에이미와 같이 커서인지 제 영향을 좀 많이 받기는 했는데 그렇게까지 칭찬을 하실 줄은 몰랐네요. 저는 계속 레닌을 한국에 보내서 저를 혼내려는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으시는 걸 보니 속이 좁지 않은 대인배시네요."
"하하하, 그러는 회장님도 상당히 말씀을 잘하시네요. 제가 이거 영광이라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하."
그런 영문을 모르는 대화에 에이미만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어리둥절해 있었다. 반면에 유준혁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살며시 젓고 있었다.
"아, 제자 분은 그걸 아직 모르고 있나 봐요? 회장님은 아는데 차기 회장님이 모르다니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호호, 말은 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서요. 일이 일인 만큼 아르논 협회에서 아는 사람은 재무담당 총무와 저뿐이거든요."
"스승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신 거예요? 성진 씨한테 온건 부탁을 하러 온 게 아니었나요? 이, 이게 무슨?"
에이미가 그렇게 이어지는 내용들을 듣다보니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고, 지금 아르논 협회가 성진에게 약점을 잡혀 있다는 것만 대략 아는 상황이지 정확한 상황은 모르고 있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아까는 님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씨라고 바꾼 것부터 에이미의 기분이 나쁜 것이다. 에이미의 마음 같아서는 그냥 성진처럼 반말을 하고 싶었으나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해서 차마 그럴 수 없었고, 그나마 양호하게 씨라고 붙인 것이다.
에이미가 그렇게 말을 하자 세피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에이미에게는 미리 얘기를 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사실 성진님이 얼마 전. 정확히는 2일 전에 아르논 협회에 정산 요청을 했어요."
"정산요청이라면 몬스터의 사체나 소울 스톤의 가격을 매겨서 돈을 달라는 그거죠?"
"예, 그거랍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아르논 협회가 성진님에게 넘어가게 생긴 거고요."
"예? 자, 자, 잠깐만요. 그, 그게 무슨 소리죠?"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에 에이미는 놀람과 황당함을 넘어서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사체 때문에 아르논 협회가 넘어가게 생겼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산이라면 해주면 그만이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에이미로써도 지금 세피르가 쩔쩔 매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가 정산을 요청해온 몬스터들의 사체 가격은 한화로 계산을 해본다면 300경에 가까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르논 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돈은 정확히 140경 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지금 상황이 상당히 난감해 졌습니다."
"그, 그러면 성진님에게 부탁한다는 것은 그…… 악의 종자들을 무찔러달라는 게 아니라?"
"예, 빚을 갚을 시간 좀 달라고 해서 온 거였어요. 저는 그냥 부탁을 하러 온다고 했지 악의 종자 따위를 무찔러달라고 하지는 않았죠."
"……"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고,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이해가 된 에이미는 성진을 보며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 납득이 되었는데 왜 그걸 말리지 않은 자신의 스승님이 너무나도 미웠다. 하다못해 처음부터 말을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속으로 수만번 울고 있는 에이미였다.
============================ 작품 후기 ============================그렇죠. 160경의 빚이 있으면 지구가 위험에 쳐해있다 해도 눈에 안들어오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 화는 12시에 올라옵니다! 두둥!
< -- 계약자 토너먼트 전야 파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