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화 : 아르논의 땅으로
"다 왔나 보내."
눈을 감고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던 성진이 눈을 뜨면서 입을 열었다. 아직 아르논의 땅에 도착을 하려면 수십 킬로미터가 남아 있었지만 성진은 느낄 수 있었다.
육체가 바꿔서 그런지 아니면 성진이 살짝 긴장을 해서 신경이 곤두서서 느낀 것인지는 몰라도 자신을 태운 비행기가 향하는 곳에 어둡고 끈적끈적한 기운들이 몰려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대개 몬스터들에게서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어둠의 기운. 성진의 어둠의 기운과 비슷해 보이면서 전혀 다른 어둠의 기운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며 성진은 신경을 곤두새우
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적들의 소굴은 아니지만 적들 사이에서 잠시 동안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예민해지지 않는다면 멍청한 것이거나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지만, 일행이 있는 만큼 성진은 예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으음, 벌써 다 왔어요?"
"아, 곧 도착할 것 같아. 일어나."
성진의 작은 말소리를 듣고 깬 것인지 아니면 유진아도 똑같은 기운을 느낀 것인지는 몰라도 잠에서 깨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유진아의 그 말로 인해서 다들 자고 있다 하나 둘씩 주변 기운을 확인하며 대충 근처에 섬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저마다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벗어났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이었으나 웬만한 나라보다 큰 크기를 보며 다들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이제 저기가 성진에게 전투를 하는 곳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성진은 느낄 수 있었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적의 기척을 말이다.
'저렇게 대놓고 있는데 모르는 것이 이상한 건가? 하긴. 그럼 나도 화답을 해야겠지?'
성진은 그렇게 말하며 아무도 모르게 바알만이 알 수 있게 자신의 역량의 기운을 은은하게 펼치면서 바알에게 신경전을 펼쳤다.
기운을 펼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낸 성진은 자신들이 향하고 있는 섬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저기가 내 전장이군. 그리고 저것이 나의 적장이고.'
그렇게 말한 성진은 자신의 감각에만 보이는 바알의 기운을 봤다. 엄청난 거의 제주도만한 섬을 모조리 뒤덮고 있는 바알의 기운을 느끼며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했다. 허나, 자신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이며 점점 가까워지는 전장을 노려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제 전쟁을 알리는 북소리가 머지않았음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는 성진이었다.
"그가 왔다. 다들 준비를 시작해라."
섬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기운을 거둬내며 바알이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했다. 바알의 명에 따라 아무런 대답 없이 즉각 일을 처리를 하고 있는 이들을 보며 바알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바알의 앞에 파이몬이 나타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보며 바알은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듯이 그대로 있자 파이몬이 알아서 입을 열었다.
"그가 왔다는 것을 듣자마자 다들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아직 주인님의 육체가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언제 완성이 될 것이라고 보느냐."
"데카라비아의 말을 따르면 아마 3일 이내면 완성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늦는 다고해도 5일 안이면 완성이 된다 했습니다. 재료는 모두 구했으니 아마 빠른 시일에 완성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옵소서."
"그렇다면 나의 첫 출정은 언제인가? 몸이 근질근질 하군."
"일정대로라면 데카라비아가 완성이 된다고 한 3일 즈음에 첫 출정을 할 것 같습니
다. 올해 들어 A급 계약자들의 신청자 수가 줄었고, S급 계약자들의 신청이 늘어서 토너먼트 대전은 아마 X급 계약자는 마지막 날인 3일쯤에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파이몬의 말에 바알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그마치 50년을 기다렸다. 그런데 고작 3일이나 5일을 기다리지 못한 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이제 그 고지가 코앞인데 그것을 엎는 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고 바알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태평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놈은 언제 보는 것이지."
"아마 오늘 밤에 볼 수 있으실 겁니다. 다른 한국 참가자들은 일주일 전에 도착을 한 반면 그놈이 오늘 도착했으니 오늘 저녁에 열리는 귀빈파티에는 꼭 참석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놈도 제 발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바알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게 먼저 신경을 건드렸으니 그 정체를 보려고 반드시 파티에 올 것이었다. 바알도 마찬가지. 바알에게 있어서 성진이라는 존재는 궁금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적은 적이다. 반드시 죽여야 할 존재라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알겠으니 나가봐라 파티가 있기 전까지 자고 있겠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며 파이몬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파이몬이 사라진 뒤에 바알은 자신도 모르게 움켜쥐고 있었던 자신의 주먹을 봤다.
파이몬은 모르는 것 같았으나 바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전 기운을 회수하기 전에 자신의 기운을 뚫고 들어오는 거대한 이질적인 기운을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축축해진 손바닥을 보며 바알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이 내가 긴장을 하는 것인가? 뭐에? 인간 따위에게? 웃기지도 않는다. 결국 승리를 하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홀로 있는 공간에서 말하는 바알의 모습은 어둠으로 차여져 무섭게 변해 있었다. 새빨간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자신이 인간 따위에게 긴장했다는 것에 조용히 분노했다.
성진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낀 것은 신기함이다.
이곳이 인공 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런 섬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듯이 저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고 있었다. 이곳에 한번 와본 성유진만이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들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인공 섬이라고 해도 섬과 비슷할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섬 전체가 기계로 만들어 졌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섬 같지 않았다.
그냥 말을 하자면 도시 하나를 때어다가 태평양 한 가운데에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냥 도시가 아니라 마치 미래의 도시를 때어 놓 것 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이러한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인지 다들 하나같이 촌티나게 입을 벌리며 감탄하고 있었다.
기술력이 뛰어나고 대단한 아르논 협회인 것은 알았으나 이 정도까지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성진 일행.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는 성진의 일행에게 드디어 말을 할 수 있게 된 레닌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르논 협회의 땅 아르논의 땅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귀빈과 귀빈의 일행의 안내를 맞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이쪽으로."
레닌이 그렇게 말을 하며 앞장을 섰고, 다들 레닌이 시끄럽게 떠들어도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처음 보는 것들이었는데 우선 건물 양식들부터가 신기했다. 빌딩 같기는 했는데 빌딩이 무슨 궁전과 같이 지어져있었고, 게다가 그 근처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들도 있었다. 식당의 경우 그저 주문을 하면 바로 그 요리가 나오는 등 그들이 상상했던 그 이상의 미래도시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조금 걷다보니 한 거대한 건물에 도착 할 수 있었는데 레닌은 성진 일행을 데리고 그 건물 꼭대기 층에 데리고 올라가면서 말했다.
"아쉽게도 저는 이만 여기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최상층 스위트룸은 모두 성진님 일행 것이니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도 일단 호출이 들어와서 가겠습니다. 어차피 저도 이곳에 제 방이 있어서 그곳에서 묵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평상시의 레닌과 달리 이곳에 오면서 어떤 인무를 받은 것인지 성진 일행을 안내해주고 바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레이나도 마찬가지인지 레닌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그런 둘을 신경도 쓰지 않고 일단 방들을 구경하는 성진 일행은 이 방들 역시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진의 집만 해도 한국 최고의 무기 장인인 최영일 장인이 만든 집이라 매우 좋은 디자인에 넓은 환경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하나 없었는데 그런 성진의 집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이곳 스위트룸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오오, 여기서 쉬다가 안내가 오면 그때 파티에 입장하면 되겠군."
"예, 아마 제가 알기로 파티시간은 저녁 10시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 오후 3시 이니 아직 7시간이나 남아 있습니다."
성진의 말에 유준혁이 부가설명까지 해주고 나니 성진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았다고 표시를 하고 제일 좋은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성진뿐만이 아니라 유준혁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침대에 누웠는데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제대로 잠을 못자서인지 아니면 침대가 너무 편안해서 잠이 온 것인지는 몰라도 모두들 침대에 눕는 동시에 잠이 스르르 들었다.
성진은 잠이 들지 않고, 형용할 수 없게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유준혁의 보고를 받으려고 누워있었다. 이곳에 오자마자 일정을 듣기로 해서 유준혁에게 미리 말을 해놨으니 지금쯤이면 알아놨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스터가 말씀하신 계약자 토너먼트 일정의 경우는 오면서 확인을 해보니 S급 토너먼트의 경우는 2일에서 3일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A급 계약자 토너먼트는 올해 하지 않도록 했는데 아마 참가자가 많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뭐 그런 것도 있겠지만 바알 쪽에서 없앴을 확률이 크겠네."
"저도 일단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일단은 S급 계약자 토너먼트는 그냥 대전으로 이뤄지고 워낙 S급의 수가 적으니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저와 성유진님의 시합은 내일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를 나눠서 하는 것을 예상이 됩니다."
"으음, 참가자들의 정보는 얻을 수 없는 것인가? 그런 걸 알 수 있으면 적당히 적에 윤곽이 들어나서 편할 것도 같은데?"
"저 역시 그것을 구해보려고 했으나 아르논 협회에서 철통같이 지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했습니다. 아마 아르논 협회도 바알의 작전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판단 됩니다."
유준혁의 말에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어둡고 찐득한 기운을 섬 전체에 뿌리고 있었는데 그걸 모른다면 정말로 이상한 것이다.
그러나 성진에게 걸리는 것이 몇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도 함부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겠지. 그들이 처리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겠지."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예를 든다고 한다면 국가 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 바알이 강력한 강대국에 꽤나 중요한자리에 앉아있다면 바로 아르논 협회를 밟으라고 했을 거니 말이야. 뭐 그러지 않은 이유는 아르논 협회가 작정하고 바알만 죽이려고 했을 때 아직 그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어 참는 것도 같고 말이야."
"그러면 이번에 일을 꾸미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힘이 완성이 되었으니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겠네요. 헌데 이번이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유준혁의 말에 성진은 고개를 저으며 그것은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마 그것은 아닐 거야. 바알은 아무래도 내가 느끼기에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다. 아마 너무 강한 나머지 어둠의 힘을 인간의 육체로 다스리기 힘든 상황이겠지."
성진의 말에 유준혁도 살짝 공감이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은 아직 느껴본 적이 없었으나 계약자들이라면 모두 한번 씩은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기운을 모두 소비하고 났을 때 드는 무기력감과 뭔가 영혼에 무리가 왔다는 느낌말이다. 그런 것을 가끔 느껴본 유준혁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바알은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할지 난감한 것 아닌가요? 새로운 육체를 찾는 것입니까? 아니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걸까요?"
"나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데카라비아라는 놈이 소울스톤을 모으고 있었다는 것과 그놈을 죽여도 소울스톤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봤을 때 그놈이 육체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 그 육체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당장 일을 시작 못하는 것이고 말이야."
"그렇군요. 그러면 바알이 새로운 육체를 얻기 전에 쓰러트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야 더 쉬울 것 같은데요?"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명분을 좋아하는 시대에 우리가 먼저 그놈들을 공격하면 그놈들이 속해있는 나라와 한국과 전쟁을 할 수도 있는 문제다. 아마 바알이 죽고 나서도 그렇게 하겠지. 그러면 결과적으로 우리손해고, 아르논 협회도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처단하려고 들 거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맞춰서 계약자 토너먼트 때 나와 바알이 붙는 때를 기다려야지."
"……그렇게 되면 그들은 이미 육체를 완성한 후이겠군요."
어둡게 말을 하는 유준혁을 보며 성진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내가 이긴다. 반드시 이긴다."
유준혁은 그런 성진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웬지 성진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후 오늘부터 폭참 들어갑니다.
왜냐고요?
올해 안에 완결 내고 싶어서요. 너무 길게 너무 너무 길게 끈 감이 있고, 또 얼마 남지 않은 한해안에 완결을 내지 않고 끝내면 찝찝할 것 같아서요.
대략 20~30화 남았는데 그거 모두 31일 안으로 올리겠습니다.
제가 말했죠? 이제좀 쉬라고 할 때까지 연참하겠다고!
두두두두둥두우둥두우두우두우둥ㅋㅋㅋㅋㅋㅋㅋ
두두두두둥두우둥두우두우두우둥그걸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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