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화 : 아르논의 땅으로점심이 되기 전 오전. 애매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10시 즈음. 성진의 집 앞으로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다. 내일 열릴 계약자 토너먼트 한국 주력 선수들인 유준혁, 성유진과 이번 계약자 토너먼트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성진이 모여 있었고, 그 외에 같이 응원을 갈 레아, 네이트, 이하란, 유진아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이들과 별개로 아르논 협회 사람으로 귀빈이라고 할 수 있는 성진을 모시러 온 안내자 레닌과 잠시 휴가임에도 이들과 함께 떠나는 레이나가 있었다.
총 9명의 사람들이 현관 앞에 모여 있었고, 그런 그들을 배웅 나온 이진숙이 있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무리만 하지 않았어도. 콜록, 콜록. 뭐라도 차려드리고 보내야 제가 편한데 죄송합니다."
"에이, 이장인님은 최선을 다해서 어제 제 생일파티에 매진을 하셨으니 당연한 거죠. 이장인님의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몸도 편찮으신데 들어가 쉬세요. 저희야 어차피 유준혁의 공간이동 한방이면 공항까지 가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요."
"콜록, 콜록. 예, 제 걱정 마시고 시합에서 꼭 이기시길 빌게요."
"하하하, 한국에도 텔레비전으로 나온다고 하니 이진숙님도 꼭 보십쇼. 성진님이 아주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게 생겼으니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저분이 내 고용주라고 자랑하고 다니세요. 아주 난리가 날겁니다."
이진숙이 30대 초반으로 보여도 나이가 50 가까이 되간다는 것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아는 내용이었지만 방금 레닌의 말은 좀 무리수가 상당히 끼여 있는 듯 했다.
그런 레닌의 말은 뒤로 한 채로 성진과 일행들은 모두 이진숙에게 인사를 하고 유준혁이 공간이동을 시전 했다.
이진숙도 그런 그들을 잘 다녀오라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그들은 원래 없던 사람들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그들이 다시 나타난 자리는 공항 한쪽에 설치가 되어 있는 성진 전용 방. 이미 국가에서 최고 위상을 떨고 있는 성진에게 공항 한쪽에 전용 방이 있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았다. 성진의 매니저인 유준혁을 고려하여 만든 방으로 공간이동을 할 때 다른 사람들과 성진에게 피해가 없게 만든 방이었다.
그렇게 공간이동을 해서 공항까지 도착을 한 성진 일행은 아르논 협회에서 직접 가지고온 전용기 쪽으로 향했다.
"하하, 이거 살짝 여행가는 기분 아닌가……, 읍? 읍읍읍?! 읍읍읍읍읍읍!"
평상시처럼 폭풍수다를 떨라고 했던 레닌의 입에서 순식간에 어떤 테이프 같은 게 나타나더니 그의 입을 봉인해 버렸다.
그것을 본 레닌은 테이프를 때내려고 했으나 아무리 힘을 주더라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마치 진짜 피부와 같아 보였는데 입을 뻥끗할 수가 없었다.
그런 레닌을 보면서 성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한마디 했다.
"하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진짜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이 능력이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 진짜 좋은 능력인 걸? 안 그래?"
"정확히 1000배 나아진 기분입니다. 마스터."
성진의 능력을 보고 유준혁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듯이 존경의 눈빛으로 성진을 쳐다봤고, 레아와 이하란은 아직도 성진에게 남아있는 것이 있는지 성진과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성유진, 유진아, 네이트는 어제 술을 너무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졸린 것인지 멍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있었지만, 가장 충격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레이나였다.
"성진님. 방금 쓰신 거 능력입니까? 어떻게 하신 겁니까?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겁니까?"
유준혁과 있을 때와는 다른 사무적인 말투였으나 성진은 그런 레이나의 말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대답했다.
"아, 안타깝게도 이거 제 능력이죠. 다른 사람은 쓸 수 없네요."
"아……. 진심으로 안타깝군요. 아르논 협회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겠군요. 아마 기술진에게 말을 하면 한동안 저 연구만 할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말을 하는 레이나를 보며 성진도 납득을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못해서 울먹이기까지 하는 레닌을 봤다.
이 와중에도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읍'밖에 없으면서 엄청 시끄럽게 읍을 연발하고 있는 레닌을 보면서 성진은 짜증난다는 식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계속 떠들으면 평생 그렇게 만들 수도 있어. 아르논의 땅이라는 곳인가 거기 도착할 때까지만 조용히 하고 있으면 풀어주마."
성진이 그렇게 말을 하자 거짓말처럼 '읍'소리도 사라지고 풀이 죽은 레닌이 어깨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지만 일행 중 레닌을 신경 써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아, 레닌님이 저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제가 안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야 환영입니다."
성진은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고 다같이 전용기에 올랐다.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성진의 옆에는 역시나 유진아가 앉아 있었다.
오늘 따라 떼를 쓰던 레아가 그냥 다른 자리에 앉기로 했고, 어제 너무 과음을 한 네이트는 주인님 옆에서 술 냄새를 풍길 수 없다며 성유진과 앉기로 했고, 이하란은 아무 말 없이 레아 옆에 앉았고, 레이나는 유준혁 옆에 앉았다.
그렇게 서로 같이 앉을 짝이 있었으나 레닌은 홀로 쓸쓸하게 말도 하지 못한 채로 그저 하염없이 이어지는 구름들만 보고 있었다.
"하아아아암. 오빠 오늘은 너무 피곤하네요. 어제 잘 주무셨어요?"
"으, 으음? 자, 잘 잤지."
어딘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성진은 유진아의 말에 살짝 얼버무리며 대답을 했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성진이 유진아를 보며 물었다.
"어? 그러고 보니 갑자기 존댓말을 하네? 왜 그래?"
소개팅 이후에 서로 말을 놓기로 하고 계속 말을 놓고 지냈던 둘이었는데 갑자기 유진아가 존댓말을 하자 성진의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졌다.
'서, 설마 어제 하란이와의 일로 화나서 뭐라고 하려고 저러는 건가? 에이 설마 아닐 거야.'
그렇게 속으로 빌던 성진은 유진아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뱉을 수 있었다.
"하, 하하 기분 전환으로 바꾼 건데 마음에 안 들어……요? 다시 말 놓을까?"
다행히 성진이 생각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고, 기분전환이라고 하자 성진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까지 치며 말했다.
"아, 아니, 아니 그 뭐랄까 처음 소개팅 때가 생각나서 뭐랄까 좀…… 묘해서."
"흐응~ 오빠는 좋다는 얘기죠? 그러면 계속 존댓말 해야겠다."
그렇게 콧소리를 내며 말하는 유진아를 보던 성진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 이상 유진아를 쳐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해버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어 황급히 고개를 돌린 것이다.
'헤헤, 비슈누 말 대로네요. 고마워요. 덕분에 어제 밤샌 보람이 있네요.'
[허허허, 진아양이 좋다면 저 역시 좋은 일이니 서로가 좋게 되었군요.]그렇게 두 사람만 얘기를 나누며 유진아는 얼굴이 살짝 붉어져 고개를 돌리고 있는 성진을 보며 효과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어제 성진의 생일파티가 끝난 후에 다같이 사진을 찍고 나서 집으로 돌아간 유진아는 그날 자신의 선물이 큰 역할을 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성진에게 더 자신을 어필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성진이 네 명의 여자를 모두 좋아한다는 것은 유진아도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네 명의 여자들이 성진을 먼저 좋아한 것이긴 해도 지금 성진에게 있어서 네 명다 소중한 여인 들이었다. 거기에다 자신을 제일 예뻐하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여자에게는 그것도 모자란 법. 성진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빠졌는지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비슈누가 한 가지 묘안을 내어주었다.
[만일 성진님이 요즘 남자들과 비슷하다면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아할 것입니다. 그런 것으로 가장 쉬운 법은 말투를 존댓말로 바꾸면 대개 처음에는 어색해 하다가 좋아 할 것입니다. 존댓말을 한 후에 성진님의 반응을 본다면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반응도 확인을 하니 이럴 때 지구 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하는 것이겠지요.]그런 비슈누의 연애학(?)을 익힌 유진아는 자신도 모르게 비슈누의 말에 빠져서 계속 얘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아침이 다가와서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존댓말로 바꾼 것이다. 사실 성진이 오빠기도 했고, 전부터 말을 놓은 것 때문에 성진이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유진아에게는 모든 것이 득밖에 없는 것이었다.
'헤헤헤, 이걸로 점수 좀 땄겠지?'
자신이 밤새 연애를 공부하고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는 모르는 것이 다행인 것 같았다. 그때 고개를 돌렸던 성진이 어느새 진정을 하고 유진아에게 물었다.
"그, 그나저나 갑자기 계약자 토너먼트를 포기한 이유가 뭐야? 전에는 그렇게 나가고 싶어 했잖아."
"아아, 그랬지, 아니 그랬죠. 으음, 원래는 참가를 하려고 했는데 언니 때문도 있고 비슈누님도 참석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요."
"언니? 우리 누나? 우리 누나가 왜?"
"하아, 오빠가 이런 거에 문외한이라는 걸 깜빡했네요. 원래 계약자 토너먼트는 공정성을 위해서 여자와 남자는 따로 때놓거든요. 그런데 제가 참석을 하면 언니랑 붙게 되는 것도 있고, 저희끼리는 뭐 평상시에 대련해도 되는 거라서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죠."
"아, 그러면 진아는 우승상품이 그다지 탐이 안나?"
'으음, 어차피 바알 때문에 대회가 엉망이 돼서 받을 수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아무튼.'
성진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유진아가 성진의 팔짱을 끼면서 콧소리가 상당히 많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헤헤, 저한테는 오빠가 있는데 그런게 뭔 상관이에요."
"뭐, 뭔 소리인지. 참."
그렇게 말을 하며 성진은 유진아의 눈을 피하며 말을 돌렸다. 왜인지는 모르게 엄청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성진은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헤헤헤, 이것도 역시 먹힌다. 애교가 짱이구나. 오빠는 은근 많이 순진하단 말이야.'
"아, 아무튼 내가 북한 정벌하기 전에 한 말 잊지 마. 진짜 위험해 질 수도 있으니까 그때는 다 같이 뭉치는 수밖에 없어."
성진이 그렇게 진지하게 말을 돌리자 유진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성진은 바알의 계획을 눈치 채고 난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다들 오지 말고 자신만 전투를 하다 오겠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상당히 힘든 싸움이라고 예상이 돼서 그런 것이었는데 모두가 고개를 저으며 자신들도 함께 가겠다고 했다.
죽더라도 싸우다 죽겠다는 그들의 다짐에 성진은 차마 말릴 수가 없었다. 성진만 보냈다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자신들은 평생 후회를 할 것이라고 말을 하니 성진으로써도 별 수가 없었다.
매우 강력한 사역마들을 상시 대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성진 일행들을 보호하라고 명령을 미리 내려놓기는 했으나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바알의 부하들이 71명이라고는 하나 그들이 세력을 하나도 안 꾸렸을 확률은 없다. 그러니 엄청난 수의 적들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앞길이 보이지 않아 갑갑하기도 했다. 아무리 사역마들이 랭크 6 최상급 힘이라고 해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수의 적들이라면 진다는 변수가 있는 마련이다. 거기에다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믿고 싶었으나 바알이 그들 중 하나를 인질로 삼는다면 그것을 막아낼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으나 모든 사역마들이 이들을 지킨다면 레아나 유진아들이 약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사역마들까지 있으니 그나마 걱정은 더는 것이다.
그래서 일이 터지면 바로 그들끼리 모이기로 한 것이다.
성진이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변하며 유진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는 내가…… 지킬 거니까. 지금처럼 안심하고 푹 자둬."
얘기를 하는 도중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든 모양인지 유진아가 꾸벅꾸벅 조는 것을 보자 성진은 자연스럽게 유진아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만들고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르논의 땅으로 가는 성진 일행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고 있었으나 그 일이 얼마나 험난할 지는 아마도 조금씩은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험난한 일이 있다 해도 이렇게 뭉쳐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고 기꺼히 믿고 있는 성진 일행이었다.
============================ 작품 후기 ============================후후 오늘 연참 약속 지켰습니다?
저는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그럼 이제 메이플 하러 가야겠다.
ㅎㅎㅎ 농담입니다.
아 그리고 송혜리 어디갔냐는 분 ㅠㅠ전전 화였나? 그 최장인 나왔을 때 혜리 나왔어요 ㅠㅠ
< -- 아르논의 땅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