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화 : 아르논의 땅으로
"마, 마스터 들어가도 괜찮나요?"
"물론이지. 들어와."
떨리는 음성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까지 평소에 이하란과 달라도 한참 다른 그런 모습이었으나 성진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이하란은 얼떨결에 성진의 방으로 들어오게 되자 조용히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성진은 그런 이하란을 마주보면서 반대편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슨 일이야? 평소에는 일 아니면 오지 않잖아?"
성진도 내심 신경이 쓰였는지 이하란을 보며 물었지만 이하란은 우물쭈물 거리면서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는 것을 꺼려했다.
성진은 그런 이하란을 보며 조급하게 대답을 묻지 않고 여유롭게 테이블 위에 있는 양주와 컵을 잡으며 살짝 따르며 한 모금 마시면서 이하란의 대답을 기다리려고 했다. 그때.
"저, 그 마스터 저도 한잔 할 수 있을까요?"
"후후, 물론이지. 술 잘 안마시면서 이거는 마시고 싶나보네."
성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옆에 있는 다른 양주잔을 꺼내더니 이하란에게 건네며 양주를 조금 따라주었다.
"맛있다고 느끼지는 못해도 먹으면 답답한 게 풀릴걸? 기운을 운용하지 말고 마시면 그런 기분이 더 들기도 하지. 뭐 그래도 계약자의 육체라 잘 취하지……는 않을 거야."
성진은 말을 하다가 양주잔에 차여있는 양주를 원 샷을 하는 이하란을 보면서 살짝 당황했다. 성진이 알기로 술을 처음 하는 이하란인데 기운을 저리 막으면서 마시는 건 좀 무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 이하란을 보고 적잖이 당황한 성진이 다시 술잔에 양주를 채워주면서 입을 열었다.
"양주는 그렇게 급……하게 마시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한 모금씩 마셔야 돼."
이번에도 성진이 양주를 따라주고 한번에 원 샷을 하는 이하란을 보고 성진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처음 마시는 술인데 저리 마시는데다 기운까지 막고 있었으면 취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성진의 생각이 들어맞았는지 이하란은 줄이 끊어진 연처럼 고개를 힘없이 떨궜다.
"하아, 그러게 천천히 마시지 그렇게 빨리 마신다고 좋은게 아닌데."
성진이 그렇게 혼자 투덜거리고 있을 때 이하란의 고개가 살짝 들려지더니 그녀 특유의 무표정과 함께 홍당무처럼 붉어진 이하란의 얼굴을 보고 마시려던 술잔을 멈췄다.
"마, 마스터. 생신 축하드려요."
얼굴 표정만 본다면 차분한 말 같았지만, 바로 앞에서 듣는 성진은 울음을 참고 말하는 사람과 같이 매우 떨리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하하…… 생신보다는 생일이 맞지 않을까? 극존칭은 우리한테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아니에요. 어떻게 아녀자가 낭군님에게 그럴 수 있나요."
이제는 정신까지 이상하게 됐는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이하란.
게다가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저렇게 말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리 되었으니 성진이 생각을 하기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성진은 자신이 또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이 들면서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여복이 있는 건지 아니면 여난이 있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이거 또 수습을 어떻게 해. 하 기운을 운용하라고 할 걸.'
이렇게 빨리 취할 줄 알았으면 기운을 막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성진이었으나 이미 늦은 일이다.
계약자의 육체라고 괜찮겠지 생각을 했으나 그건 성진이나 그런 것이고, 기운만 없다면 완벽히 인간의 육체인 이하란의 경우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마스터. 오늘 생신은 아니더라도 생신 파티를 하셨잖아요."
"어, 응 그랬지. 그거 때문에 온 거야?"
성진의 말에 이하란은 귀엽게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힘겹게 끄덕이고 있었다. 표정이 무표정 했지만 왜인지 앙하고 다무진 입술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하란이 이곳에 온 이유를 듣지 못해서인지 성진은 이하란의 다음 얘기가 궁금해 양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말했다.
"이제 생일 파티는 끝났는데 왜 온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다들 마스터의 생신 선물을 준비했는데 저만 준비를 못해서요. 그래서 왔어요. 유진아 언니는 단체 사진을 준비하시고, 레아 언니는 마스터에게 편지하
고 과자를 선물 하시고, 네이트 언니는 마스터에게 책을 선물했는데 저만 못 드려서 왔어요."
"아, 그거 때문에 이 밤에 온 거야? 선물 주려고?"
성진의 말에 이하란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아니었다. 이하란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이하란은 그렇게 고개를 젓다가 가만 생각을 하는 표정이 되더니 다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런 이하란의 모습을 보면서 성진은 이상하게 생각을 했다.
아니라면서 고개를 젓다가 다시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영락없이 술에 취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성진은 이하란 몰래 작게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이하란이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을 하는데 마스터는 저보다 더 가지신 것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제가 선물을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유진아 언니처럼 제가 의미 있는 선물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레아 언니나 네이트 언니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또 마스터가 좋아하는 걸 선물로 드리는 걸 보고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선물을 가져왔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준비를 못했다면서 선물을 가져왔다는 건 무슨 의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이하란을 보는 성진은 살짝 당혹스러웠으나 그 뒤에 이하란이 하는 행동을 보며 납득을 할 수 있었다.
성진이 생각을 하며 그리고 이하란의 말이 끝나자 이하란은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가 성진의 입술에 같이 포개었다. 그러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줄 수 있는 선물……. 아무리 생각해도 저 자신밖에 없어서…… 이런 선물 밖에 못 드리네요. 죄송해요."
그렇게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목소리에 떨림이 심해지고 무표정한 눈에는 점점 눈물이 고이며 무표정이면서 얼굴을 붉히고, 울상인 것도 같은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이하란을 보면서 성진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어떻게 내 여자들은 이렇게 하나같이 다들 귀엽지? 무슨 애교를 배우는 학원 다니나? 막 남자 꾀시는 학원이라도 다니나?"
그런 성진의 말에 이하란은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성진을 보자 성진은 그런 이하란을 보면서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이하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아까와 다르게 입술을 움직이며 달콤하게 키스를 하는 성진을 보며 이하란은 놀라서 두 눈이 커졌지만, 그렇다고 피하지는 않았다. 놀란 두 눈이 커져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내 눈을 감으며 자연스럽게 몸을 성진에게 맡긴 듯 성진의 움직임에 가만히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달콤한 키스의 시간이 끝나고 성진이 입술을 때자 이하란은 아쉬운 듯 눈을 뜨며 성진을 봤다. 성진은 그런 이하란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키스를 누가 그렇게 짧게 하라고 했어? 길게 해야 더 좋은 거지."
그렇게 성진이 말을 하자 방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이하란의 표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흔들리며 항상 굳게 다물어진 입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듯 뻐끔거리면서 누가 봐도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도 모르고 키스를 하다 보니 성진이 갑작스럽게 키스를 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좋아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무표정이 풀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제 만족해?"
성진이 그렇게 말을 하자 자신의, 표정이 풀린 것을 안 것인지 아니면 성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 그런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이며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직 만족 못하는데?"
성진도 자신의 몸을 도는 기운을 막으면서 술이 살짝 들어가니 취기가 돌았는지 이하란에게 그렇게 말을 했고, 이하란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으나 다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워도 대답할 것은 모두 다하는 이하란을 보며 살짝 웃기다고 생각을 한 성진이 다시 한 번 그녀의 얼굴에 다가갔고, 그런 성진을 보며 이하란도 거부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성진에게 자신의 몸을 맡겼다.
술기운에 달아오르는 열기와 둘의 애정으로 인한 열기가 방 안에 가득차면서 뜨거운
열풍으로 변해 방 안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아르논 협회 총 회장. 세피르 아르논. 최초의 계약자이자 제 1대 아르논 협회 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 그녀로 인해 모든 계약자들이 정부의 무기가 아닌 개개인의 계약자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러시아 블러드 필드 사건 때 활약을 한 오딘의 계약자인 에이미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얼핏 봤을 때 둘은 동갑내기 친구처럼 보였는데 세피르는 60이 넘은 할머니라고 할 수 있는 나이였고, 한쪽은 30이 넘은 노처녀였다.
그런 그녀들의 외간 나이로는 적게 본다면 10대 후반이나 많게 봐도 20대 초중반으로 보였지만, 주변에서 그녀들의 나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쉬쉬 할 뿐이지 알 사람들은 웬만해서 다 알고 있었다.
"스승님, 내일이면 개최파티인데 이번에는 참석 하신다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이번에는 나갈 생각이요. 엉덩이 무거운 분들이 대거 참석을 해주는 자리에 제가 나가지 않는다면 실례라고 생각이 드네요."
"그렇지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스승님은……"
"에이미. 여기는 듣는 사람이 많지 않나요?"
에이미가 뭐라고 말을 이으려는 순간 세피르가 말을 하며 저지를 했다. 그러자 에이미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래도 너무 위험한 것 같습니다. 스승님이 굳이 나가지 않으셔도 제가 대리로 나간다면 되는 일 아닙니까?"
"호호, 에이미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에요. 저는 아직 정정하답니다. 게다가 그들이 제가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미국 대표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들도 아르논을 노릴 수도 있죠. 저희 아버지의 뜻이 담긴 이곳을 넘기기는 싫네요."
에이미는 그렇게 말하는 세피르에게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세피르가 자신의 아버지를 언급 하는 순간부터 그녀의 고집은 꺾이지 않는 다는 것을 오랜 세월 같이 보내온 에이미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한숨을 쉬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 에이미를 보며 세피르는 잔잔한 표정을 지으며 홍차 한 모금을 마시며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저보다 성진이라는 새로운 X급 계약자에게 관심이 더 많을 테니까요. 그로 인해서 X급 계약자가 세계에 들어나게 되는 토너먼트가 열려 그들에게는 저보다 성진이라는 분만 신경을 쓸 겁니다."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요즘 들어서 어둠의 종자들이 너무 조용한 것이 걸립니다. 마치 폭풍이 불기 전 고요함과 같이 불길함이 느껴집니다."
에이미의 말에 세피르도 동조를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나 미소를 지우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에이미는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어릴 적에도 자신의 스승은 어둠의 종자들을 찾아 제거를 하려고 노력을 해왔으나 그때마다 실패를 하고 말았다. 더욱 짙은 어둠의 종자들을 제거하지 못하고 아쉽게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어둠의 종자들이 지금 마치 전쟁을 준비하듯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스승의 미소는 그녀가 생각하기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는 너무 생각이 많아서 탈이에요. 제가 말을 했죠? 세상에는 우연이라는 것이 단 한 가지도 없어요. 지금 어둠의 종자들이 조용한데는 계약자 토너먼트에 반드시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지만, 그 상황에서 들리지 않는 것이 있어요."
세피르의 말에 에이미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자 세피르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차차 알게 될 거랍니다. 그나저나 에이미?"
"예, 스승님."
"그 성진이라는 분은 직접 보니 어떠셨나요? 전에 보고를 들은 것 만으로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보고라면 이미 충분히 제출을 했는데 무슨 일이죠? 뭔가 부족한 게 있으십니까?"
"아아, 그에 대한보고는 되었고, 그에 대한 에이미의 감정 보고를 받고 싶은데요?"
"그, 그,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스승님! 저와 그는 나이 차이도 상당합니다. 더군다나 그는 제 이상형이 아닙니다."
그렇게 당황하는 에이미를 보며 세피르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아, 역시 그에게 이미 4명의 여자가 있다고 해서 그런 거군요. 힘내요 에이미 그래도 에이미의 짝은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이 스승은 믿고 있답니다!"
그런 세피르의 말에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에이미였다.
============================ 작품 후기 ============================저기 중간에 짤린 야한 씬은 후후 내일 올리겠습니다.
솔직히 봐주세요.
저기 앞부분 솔직히 그냥 보기에 저는 무슨 로맨스인줄 알았어요.
집에 가족도 없이 혼자 지내는데 외롭게 야한씬까지쓰면 죽을 거 같아서 안썼어요. ㅋㅋㅋㅋ
봐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일 무삭제판 올려드리던가 외전으로 써드릴게요. 후후 아 잠시만요 눈에서 땀이 나서 ㅠ그리고 에이미랑 세피르 나올 때가 되기는 했는데 사실 그 유준혁하고 레이나 나와야 하는데 시기가 너무 부적절해서 커플은 안 쓰기로 했습니다. 쓰면 둘 중 하나 길가다 돌연사 시킬거 같아서 ㅠㅠ하 메리크리스마스~ 이말 처음 하는 거 같네요
하는데 시기가 너무 부적절해서 커플은 안 쓰기로 했습니다. 쓰면 둘 중 하나 길가다 돌연사 시킬거 같아서 ㅠㅠ하 메리크리스마스~ 이말 처음 하는 거 같네요하는데 시기가 너무 부적절해서 커플은 안 쓰기로 했습니다. 쓰면 둘 중 하나 길가다 돌연사 시킬거 같아서 ㅠㅠ하는데 시기가 너무 부적절해서 커플은 안 쓰기로 했습니다. 쓰면 둘 중 하나 길가다 돌연사 시킬거 같아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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