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화 : 아르논의 땅으로
"에휴 힘들다. 몸이 진화라도 해서 피로가 생길 틈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일은 모르는 거군."
성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직도 찌뿌둥한지 목까지 돌려가며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점심 즈음에 시작이 된 생일 파티는 꽤 늦은 저녁이 돼서야 끝이 났는데 그때동안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내 생일에 연예인이 와서 사회를 보고 축하 공연 걸 그룹에 보이그룹까지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막바지에 이르러 성진의 생일파티는 무슨 음악경연대회를 방불케 하는 실력파 아이돌들에 요즘 대세라고 하는 아이돌들까지 나와 공연을 해주었다.
거기다가 한국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가수들까지도 와서 축하 공연을 하고 간 것이다.
성진이 생각을 할 적에 자신의 누나 성유진이 강철은에게 말을 해서 어떻게든 초대를 한 모양이었다.
"정신없고,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장인님보다는 낫지 확실히."
그렇게 말한 성진은 파티 마무리쯤 되었을 때 영혼이 빨려나간 것 같아 보이는 이진숙을 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먹어 댔고, 무슨 소화가 그렇게 빠른 것인지 요리를 할수록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 적은 처음 이 집에 온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진숙뿐만이 아니라 이혜나를 포함해 다른 요리 장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듯이 요리를 하며 점점 손에 감각이 사라져갔지만, 요리를 해야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한국 최고의 계약자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이니 당연한 것이고, 이진숙과 이혜나에게는 자신을 거둬줘서 이렇게까지 만든 성진에게 보답을 하는 일이었으니 멈출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앞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피로도가 싸였지만 그런 그들을 보며 딱하게 여긴 성진이 회복 능력을 써주며 육체적인 피로도를 씻어주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정말 독인지 약인지 모를 그런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했다.
그런 그들을 생각하면 성진은 은근 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얼버무렸다.
힘들고 정신은 없었지만 재미는 있었는지 피곤함이 얼굴에 묻어 있음에도 성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뭐 재밌었으니 다행이고 좋았지. 결과가 중요한 거니까. 게다가…… 이런 것도 있으니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며 성진은 자신에 손에 들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과 자신의 사람들이 나와 있는 사진. 생일 파티가 끝나갈 무렵 손님들을 다 보낸 뒤에 사진작가가 와서 찍어준 단체 사진.
유진아가 생일 선물이라고 건네준 이 한 장의 사진이 성진에게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 되었다.
수줍은 표정으로 성진의 오른쪽에 서있는 유진아,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성진의 목에 매달린 레아, 요염하게 성진의 왼쪽에 서있는 네이트, 성진의 앞에서 살짝 쭈그려 앉아서 부끄러운 듯 얼굴이 살짝 붉어졌으나 무표정을 짓고 있는 이하란.
그 외에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성유진과 강철은, 자신의 오빠와 새언니들을 보며 살짝 심통이 나 보이는 성유나, 자신의 옆에 있는 레이나를 신경 쓰고 있는 유준혁과 그런 유준혁을 귀엽다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레이나, 마지막으로 사진에 찍히려고 발악을 하는 레닌까지 성진에게 모두 소중한 인연들이다.
그런 이들의 전체사진을 보니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건 결혼사진 같은 거 아닌가? 벌써부터 이런 사진을 찍으면 좀 뭐라고 해야 하
지? 부끄럽달까?"
그렇게 혼자 말하며 자기 혼자 얼굴을 붉히며 볼을 긁적거렸다.
성진은 가끔 증명사진이나 가족끼리 찍은 사진은 종종 있었지만, 그것도 고등학교 때가 다다. 적어도 7~8년은 지난 지금 와서 이런 단체 사진은 좀 어색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에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누웠다.
"후우, 쉬고 싶은데 무슨 일이야?"
성진이 그렇게 천장을 보면서 말하자 한껏 볼을 부풀려서 심통이 난 표정을 한 소녀가 나타났다. 검은 머리에 뒤에 하얀 날개와 검은 날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녀. 루시퍼였다.
이제 좀 쉬려고 하니 루시퍼가 아침에도 와서 목욕을 방해하더니 이제는 쉬려는 것을 방해하려고 하니 좀 성가시다는 생각을 하며 성진이 말했다.
성진은 그래도 무슨 보고를 받아야 하는 것 같아서 말을 한 것이었는데 루시퍼는 그런 성진의 말을 듣고 부풀린 두 볼과 함께 얼굴을 획하고 돌리면서 제대로 심통이 났다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피곤해서 살짝 예민한 성진에게 그런 루시퍼의 행동을 보며 짜증이 살짝 나기 시작했다.
"오호?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야?"
"흥, 원래 보고를 하려고 왔는데 그럴 기분 아니에요."
"허 참."
이제는 누가 주인인지 누가 부하인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성진은 기가 막혀서 화도 안 났다.
루시퍼가 왜 저러는 것인지 이해가 살짝 가기도 했지만 짓궂은 성진은 살짝 약올리기로 생각을 했는지 살짝 미소가 지어졌지만 빠르게 사라졌다.
"지금 그래서 보고를 안 하겠다는 거야?"
"네, 마스터가 괘씸해서 안할 거예요."
그런 루시퍼의 말에 성진은 인상을 구기면서 루시퍼를 보며 말했다.
"으음, 루시퍼 너 지금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네 주인이지 너의 하인이 아니다."
"……"
성진의 그런 심각한 말에 루시퍼는 뚱한 표정이 아닌 시무룩한 표정으로 변했다. 성진의 말이 틀린 것도 하나 없으며 그녀가 생각을 해도 그랬다.
"그리고 나는 네가 하라는 대로 네 기분을 맞혀줄 생각은 전혀 없는데? 그리고 이번 일도 내가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라 네가 먼저 나서서 돕겠다고 한 것이지?"
"그,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는 그런 도움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겠군. 네가 말을 한 것처럼 바알 따위는 나 혼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말이야."
성진의 말이 이어질수록 루시퍼의 큼지막한 두 눈망울이 촉촉해지면서 루시퍼의 얼굴도 울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이거, 진짜 얘가 여체화 되면서 성격이 바뀐 건가? 내가 생각할 때는 전에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성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기 눈동자만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루시퍼를 보며 살짝 심했나? 하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루시퍼의 모습을 보니 너무 귀여워서 조금 더 괴롭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성진이 말싸움에서 살짝 밀리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완벽하게 성진이 루시퍼를 농락하는 경지까지 이르게 되었다.'그럼 조금만 더 놀리고……'성진이 그렇게 생각을 하던 도중 루시퍼가 눈물을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울음을 참다가 시큰거리면서 붉어진 코를 훌쩍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훌쩍, 마, 마, 마스터는 내가 그렇게 싫어요? 흑, 내가 몬스터라서? 내가 인간이 아니라서? 내가 왜 그렇게 싫은데요? 내가 왜 그리 싫어요? 으아아아아앙!"
성진이 뭐라고 대답을 하지도 않았는데 루시퍼는 서러워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울음이 터지면서 흐르는 두 눈물을 닦으면서 울고 있는 루시퍼를 보며 성진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어쩔 줄 몰라 했다.
다행히 방 주변으로 루시퍼가 나타났을 때 기운의 막을 쳐두고 있어서 소리는 새어나가지 않았지만, 성진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
애기가 귀여워서 괴롭혔는데 울어버리니 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딱 성진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흡사했다.
이런 경우에 괴롭힌 사람이 달래거나 위로를 한다든가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쩔 줄 몰라 하고, 당황함과 민망함이 겹쳐서 뻘쭘하게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진도 그런 다수와 같았는지 하염없이 울고 있는 루시퍼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그 자리에 고정이 돼서 그냥 서있었다.
'아, 이걸 어쩌지? 진짜 이럴 줄 몰랐는데.'
아무리 괴롭혀도 자존심 때문에 이렇게까지 울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던 성진으로써는 지금 루시퍼의 반응이란 멘붕에 가까운 상황이다.
여자를 울려본 적이 거의 없는 성진에게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사과는 해야겠는데 계속 울고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하아, 어쩔 수 없네."
그렇게 말을 하며 성진은 자신의 방 천장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루시퍼를 자신의 기운으로 끌어다가 자신의 곁에 오게 만들었다.
그런 성진의 행동에 루시퍼는 울음이 잠시 멈추며 이게 무슨 상황인가를 보려는 순간 넓은 무언가가 루시퍼를 감싸면서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루시퍼는 알 수 있었다.
성진은 자신의 앞에 온 루시퍼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으로 감싸 안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며 입을 열었다.
"하아, 진짜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냐? 네가 네 입으로 과거부터 너는 내 종이었다며. 그런데 이런 걸로 이리 울면 어떡해."
"흐으윽, 그, 그치만 마스터가. 마스터가 막 괴롭혔잖아요. 흐아앙."
'아니, 말투까지 애기가 됐네.'
그렇게 생각이 든 성진은 자신의 품에 꼭 안겨있는 루시퍼를 보며 아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나마 어른스러웠던 말투도 어린 애처럼 변하자 완전히 애가 따로 없었다.
겉모습도 어린 애라서 그런지 성진은 여자를 안았다는 느낌보다는 아기를 달래고 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어구,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어. 너만 빼고 다같이 사진 찍어서 그런거야?"
성진의 말에 루시퍼는 훌쩍거리면서 성진의 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에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루시퍼를 더 끌어안고 싶었으나 참으면서 말을 이었다.
"어구, 알았어. 다음에 다시 사진 찍을 때 꼭 루시퍼도 불러줄 테니까 다음에는 꼭 같이 사진 찍자. 약속할게."
그렇게 성진의 말을 들은 루시퍼는 성진의 품안으로 더 파고들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러니까 루시퍼는 일단 하던 일 다 해줘. 아직 끝난 게 아니라서 온 거 맞지? 생각보다 늦어질 거 같아서."
다시 자신의 품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루시퍼를 보며 완전히 아빠 미소를 짓고 있는 성진이 루시퍼를 자신의 품에서 때냈다.
이젠 떼를 더 받아주기보다 이렇게 때내서 자기 할 일을 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루시퍼는 성진의 품에서 때진 순간 성진의 얼굴로 자신의 입을 포개며 배시시 웃으면서 그곳에서 사라졌다. 아기인줄 알고 달래놨더니 이거 여우가 따로 없는 루시퍼였다. 순간적으로 기습 키스를 받은 성진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짓고 있었으나 딱히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거 참. 내가 과거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면 루시퍼가 이렇게 보이지는 않았겠지? 이거 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그렇게 말을 한 성진은 그나마 루시퍼가 몬스터였던 시절 짧게 지내서 그런지 저런 여자의 모습을 가진 루시퍼가 더 익숙했다.
그러면서 과거 기억이 있었다면 절대 이러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을 하니 어찌 보면 다행이지만 어찌 보면 미묘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성진은 그냥 웃어넘겼다.
"쩝, 내가 왜 이리 여복이 많은지 모르겠네. 영웅은 삼처사첩이라는 말이 있지만, 뭔가 많이 걸리는 느낌이 심하네."
이제 와서 뭔가 걸린다는 양심도 없는 성진은 자신의 상황이 좋은 것인 줄은 아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사내대장부라면 하렘을 목표로 살아야지!"
성진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을 때 성진의 방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밤늦게까지 정리를 하고 모두 기진맥진해서 뻗은 줄 알았는데 누가 자신의 방에 노크를 했나 하며 성진이 문을 열자 그 앞에 회색머리와 회색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이하란이 수줍게 성진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 하란아. 무슨 일이야? 피곤할 텐데 자지도 않고. 왜?"
그런 성진의 말에 이하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봉긋한 가슴 앞에서 두 손가락만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에 성진은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문을 표하자 이하란은 수줍게 붉어진 얼굴과 거기에 부합되는 무표정을 동시에 보이며 말했다.
============================ 작품 후기 ============================하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고요? 하하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하하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집에서 혼자 소설이나 쓰고 있네요. 하하하하하친구들이 밤에 파티할거라고 나오라고 해서 한번 튕겨주는게 예의겠지? 하면서 아 나 소설 쓰느랴 바뻐 하니까아 내가 너의 생각을 하지 않았구나! 소설가 열심히 해! 너는 소설가니까!
이러면서 전화 끊음여.
막 하 후회하고 있는데 이새끼가 다른 애들한테 전화 돌렸는지 다른 애한테 전화 오더니 하는 말이캬 역시 소설가답네 평일 주말 공휴일 할 거 없이 열심히 일하네 수고한다. 진짜 멋있다. 소설 열심히 써라.
해서 나 사실 가고 싶어. 할 수도 없는 상황임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슈발넘들 슈발넘들 해서 나 사실 가고 싶어. 할 수도 없는 상황임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슈발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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