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화 : 잠시간의 휴식기공기 중에 습기와 같이 피부에 닿으며 촉촉하게 느껴지는 물의 기운들을 맞으며 유준혁과 레이나는 나란히 한강 주변을 걷고 있었다. 레이나는 물과 관련이 되어 있는 계약자라서 그런지 이 물의 기운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몸에 기운들이 들어오면서 더 상쾌한 기분이 되어 있었다. 유준혁은 물과 관련이 되어 있는 계약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물의 기운들이 습기로 인한 짜증스러운 찝찝함을 날려주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자신이 이 여자랑 함께 한강을 거닐고 있는지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래 한강 주변에는 커플들이 매우 많았고, 지금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강 걷고 있는 둘에게도 어디를 돌아보나 커플들이 보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솔로인 유준혁은 솔직히 보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그때 유준혁이 살짝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며 레이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커플들이 많네요? 오늘 날씨도 좋아서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이네요. 남들이 보면 저희도 커플인 것 같을 까요?"
"예, 예?"
바람에 나부끼는 그녀의 푸른 머리카락이 더욱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유준혁은 그런 그녀의 말에 당황했고, 당황한 그를 보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후훗, 농담이에요. 유준혁 씨는 공적으로는 정말 완벽하게끔 일을 하는 사람인 반면 이런 사적인 자리에서는 정말 숙맥이 따로 없군요."
"……그, 그런가요."
별달리 할 말이 없는 유준혁은 그냥 딴청을 피우면서 그녀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다행히 레이나가 그런 유준혁을 더 유심히 보지 않고 바람이 불며 움직이는 강물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 유준혁의 눈동자는 매우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동요. 아니 감정적으로 지금 그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26살 평생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하는 그에게 왜 이런 것이 떠오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딴 짓을 하고 있어도 유준혁의 시야에는 어떻게든 레이나가 있었다.
'뭐, 뭐야 내, 내가 설마? 뭐지? 이, 이 감정 아니 왜 이런 때.'
지금 유준혁의 생각은 이성적이게, 논리적이게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 유준혁의 생각은 뒤죽박죽이라고 하기에 적합했다. 솔직히 좀 긴가민가하기도 했고, 아니라고도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심한 동요가 계속 되니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화끈거리는 유준혁의 얼굴에 차가운 물의 기운이 부딪히면서 뜨거운 그의 얼굴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좀 짜증이 났던 물의 기운이었지만 지금은 좀 호의적이게 받아 드렸다.
하늘을 보니 슬슬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이제 여름에서 완전히 지나가는 것인지 이제 7시에 가까워 졌는데 해가 지는 것을 보니 여름은 다 갔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점점 져가는 노을을 보면서 레이나가 유준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음, 저는 솔직히 아직까지 점심을 안 먹어서 저녁생각이 절실한데 유준혁 씨는 어떤 가요?"
"저도 슬슬 저녁을 먹을 때라 출출하기는 하네요. 그럼 이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모실까요? 제가 가끔 가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주방장으로 요리 장인이 몇몇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맛의 뛰어남은 보장이 되어 있습니다."
"오, 그거 기대되네요. 본회 소속이지만 요리 장인들의 요리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말로만 끝내준다는 그런 말들을 들었는데 진짜로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잘 됐네요."
"그럼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유준혁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냥 능력을 쓰려고 했는데 순간 레이나가 미소를 지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팔짱을 꼈다. 순식간에 그런 일이 일어나서 인지 유준혁은 미친 듯이 놀랐지만 이 상황에서 만일 그가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던가, 아니면 우주, 모르는 공간으로 이동될 수도 있었기에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자신의 팔꿈치에 느껴지는 살짝 물컹한 감촉을 절대 신경 쓰지 않으며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정신을 모아서 그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 공간을 뛰어 넘었다. 물이 가득하던 그 한강 근처는 어디가고 주변 풍경이 급 건물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이동이 되니 레이나는 이번이 4번째로 받아보는 것이었지만 신기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주변 풍경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면서 다른 곳으로 색칠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팔짱을 풀은 레이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곳은 또 어딘가 하는 호기심이 발동이 되는 것 같았다.
반면에 유준혁은 자신의 정신이 흔들릴 뻔 한 그런 육탄전을 떠올리며 또 얼굴을 붉혔다. 그때 레이나가 유준혁을 보면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그 레스토랑이 어디에요?"
유준혁은 그런 그녀의 말에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계속 딴 생각으로 일이 딜레이 되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유준혁은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중얼 거렸다.'지금 뭐하는 거야. 이게 뭐라고 그래 나는 서울구경을 시켜주는 거라고. 그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정신 차리자. 나답지 않다.'
그렇게 다짐을 한 유준혁은 레이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을 했다.
"아,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고급 레스토랑이다 보니 호텔 안에 있어서요."
"음, 그런데 그런 고급 레스토랑은 예약제 아닌가요? 보통은 예약을 하지 않고 가면 입장도 거의 힘들 텐데 지금 저는 또 드레스코드도 좀 안 맞지 않아요?"
은근 그런 것이 신경이 쓰였는지 레이나가 유준혁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 유준혁의 경우에는 정장과 같은 옷을 입어서 드레스코드가 맞다 할 수 있었는데 레이나의 경우는 그냥 하얀 블라우스에 각선미가 부각이 되는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무난하기는 했지만 고급레스토랑에 가기에는 좀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의상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기는 했다. 그런 그녀를 유준혁이 유심히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약제이긴 하나 제가 그곳의 vip다 보니 예약은 딱히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오, 어쩌다 vip가 되셨대요? 여자 친구가 없다고 하셨는데. 음, 전 애인들?"
"그럴 리가요. 마스터와 식구들끼리 자주 오는 곳입니다. 마스터의 집에 계시는 요리 장인님 덕분에 요리 장인이 하는 식당이 아니면 입맛이 맞지 않아서요. 그리고 저는 여태까지 살면서 여자 친구가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 그, 그렇군요. 으흠,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뭐 평범하게 생겨서 그런지 아니면 일이 바빠서 그런지 여유도 안 나고 여자도 없더라고요. 전에는 많이 신경을 써서 그랬지만 요즘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예전에 유준혁이라면 커플들을 보면 부러워하고 그랬다. 뭐 지금도 살짝 그러기는 한다. 그래도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
전에는 완벽한 열등감 덩어리였지만 성진의 밑으로 들어가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남을 부러워하기보다 그 힘으로 일을 하는데 더 노력을 했다.
바쁘기도 했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평범하게 생긴 자신의 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뭐 사실 계약자들 중에서 보면 평범한 것이지 유준혁도 못생긴 것이나 평범하게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어떻게 보면 잘생긴 편이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게 살짝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분위기 때문에 더욱 평범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 유준혁을 보면서 레이나가 고개를 저으면서 입을 열었다.
"으음, 그런데 평범하게 생긴 게 아닌데? 유준혁 씨 정도면 잘 생긴 편이죠. 아마 자신감이 없는 그런 분위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계약자라고 해서 다 잘생기고 예쁜 건 아니니 너무 자신감 없게 그러지 마세요."
"고, 고맙습니다. 그, 그럼 빨리 가시죠. 인기가 많은 곳이라서 자리가 다 차면 입장이 좀 난감하니 빨리 가시는 게 좋습니다."
"엇, 그럼 안 되죠. 빨리 들어가요. 그럼. 후후, 이거 요리 장인의 요리를 먹는 소원이 드디어 이뤄지게 되겠군요."
그렇게 살짝 음흉하게 미소를 짓는 레이나를 보며 유준혁도 미소를 지었다. 저런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지만 상당히 감정표현에 충실해 보이는 여자인 것 같았다.
유준혁도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커다란 호텔 안으로 들어가서 레스토랑이 있는 층수를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올랐다. 뭐 능력을 쓴다면 이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좀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층수에 도달을 했고, 문이 열리고 레스토랑의 입구에 도달하게 되었다.
레스토랑은 정말 외견만 봐도 고급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는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는 레이나도 이런 곳은 몇 번 와본 적이 없었다.
뭐 그녀는 그동안 일로 바빠서 세계 이곳저곳을 다닌 것이었고, 그녀가 아르논 협회 본회에 들어가게 된 것이 3년 전이었는데 그 중 3분에 1인 1년간에는 레닌의 파트너로 일을 했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면 그녀가 왜 이런 레스토랑에 많이 못 왔는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입장을 하려고 했다.
유준혁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아까부터 뭔가 그녀의 리드에 따랐다면 지금은 유준혁이 그녀를 리드하고 있었다. 데이트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유준혁이었지만 이미 그런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 그럼 가시죠. 이곳이 스테이크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 그런 곳입니다."
유준혁은 그렇게 설명을 하고 자리를 이동하려고 했다. 입구에 자신의 이름만 말을 해도, 아니 유준혁인 것을 보기만 해도 그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 분명 했다. 그런데 그때 유준혁에게도 그리고 레이나에게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방독면? 네가 여기에 왜 왔어? 어? 그 옆에는 레이나 씨네?"
"……"
유준혁은 현실을 부정했다. 자신이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기도를 했다.
아니 간절히 원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유진아와 손을 잡고 서있는 성진이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현장에서 걸리고 말았다.
일을 한다면서 이렇게 여자랑 노닥거리고 있다는 것을 들킨 것이었다. 뭐라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유준혁의 속을 모르는 레이나는 성진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성진님이군요. 거의 한달 만인가요? 맨날 회의 때 유준혁 씨를 대리로 불렀으니 그때 카르엔을 섬멸하는 작전 때 빼고 만난 적이 없는 거 같은데."
"하하, 제가 바빠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유능한 부하를 데리고 있으면 그렇게 써먹는 거죠. 저도 바빴지만 그 일은 방독면 덕분에 처리 할 수 있었죠."
"으음, 제가 듣기에는 사냥 금지가 풀리자마자 사냥을 하셨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것도 북한에서 아주 한바탕 날뛰시면서 소울스톤들도 엄청 모으셨다고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하하, 하하. 뭐 그런 일도 있었죠. 바쁘다 보니 전에 일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네요. 아참 내정신도 여기는 제 여자 친구입니다. 진아야 여기는 아르논 협회 본회 소속 레이나 씨."
성진이 그렇게 뻔뻔하게 넘어가려고 처음 보는 둘을 인사를 시켰다.
"아, 안녕하세요. 오빠 여자 친구 유진아라고 합니다."
"아아, 저는 아르논 협회 본회 소속이고 괴분하게도 '해일의 레이나'라고 불리는 레이나라고 합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여자들을 보고 난 뒤에 성진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유준혁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여기 방독면하고 레이나 씨는 무슨 일로 같이 있는 거지? 아까 내 전화도 바로 끊던데 설마……"
성진이 말을 다 이으려고 했을 때 동시에 4명의 사람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동시에 걸려온 전화라는 이 말도 안되는 것에 다들 놀라서 서로를 한 번 보더니 전화기를 꺼내서 받았다. 각각 보니 성진에게는 강철은에게 전화가 왔고, 유진아에게는 그녀의 큰오빠인 유태현에게 전화가 왔고, 유준혁에게는 아르논 협회 한국 지부에서 마지막으로 레이나에게서는 레닌에게 전화가 왔다.
"어? 철은 형. 웬일이야? 오랜만에 전화했네?"
"응? 큰 오빠? 왜?"
"네, 유준혁입니다."
"저는 휴가인데 왜 전화 하셨죠?"
그렇게 제각각 하는 첫마디였으나. 전화를 받은 사람들에게 들린 소식은 전부 하나였다.
-러시아에 블러드 필드가 생성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예? 물공약?
후훟 저란 남자 약속은 지키는 남자입니다! 후후후후후 연애 부분이 갑자기 빨리 끝난 것 같다고요?
맞아요 남산도 갔어야 하는데 짜증나서 잘랐어요 잘했죠? 후후후후후 그럼 이제 전쟁에 돌입을 하겠네요.
우하하하하하하하 전투다 전투! 전투씬이 얼마나 쓰기 편한줄 알아요?
1분이면 되는걸 한화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화는 7시나 8시 쯤에 올리겠습니다. 추천좀 많이 해주세요 ㅠㅠ선작, 추천, 코멘, 쿠폰, 사랑, 걱정, 응원, 후원, 지적, 서평 감사합니다.
후후후후후 그럼 이제 전쟁에 돌입을 하겠네요.
< --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