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254화 (254/381)

254화 : 잠시간의 휴식기어색, 고요, 조용, 난감 이 모든 단어가 지금 유준혁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유준혁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를 보며 살짝 주눅이 들어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바쁜데 할 일도 많은데. 사업 일들도 알아봐야 하고 레아님의 속옷도 드려야 하는데. 왜, 왜 여기서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지?'

속으로 자신을 탓하면서 계속되는 후회를 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에 그렇게 계속 신경을 쓰는 유준혁과는 달리 그의 앞에 앉아 있는 레이나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일관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것은 엄연히 레이나가 권한 자리였다.

아까 그 매장에서 나온 뒤에 유준혁 이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는데 레이나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어디 가서 커피나 마실래요?"

평소라면 냉철히 거절을 하고 볼일을 보고 있었겠지만, 어째서인지 유준혁은 거절을 하지 못하고 그녀와 함께 이렇게 카페에 오게 된 것이다. 레이나는 그런 유준혁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유준혁 씨는 그 매장에 무슨 일로 가신 거였어요? 여자 친구 선물? 아니면 가족 선물?"

"아, 아니요. 일 때문에 잠시 들렀다. 마스터의 다른 매니저님에게 부탁을 받아서 사려고 했습니다. 여자 친구 선물일 리가 없죠."

"어? 여자 친구 없으세요?"

레이나의 말에 유준혁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유준혁을 보며 레이나가 미안하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그런 줄 모르고, 한국에서는 그런 걸 좀 예민하게 생각한다더니 좀 그런것 같네요. 아르논 협회 본회만 해도 솔로여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던데."

"저도 딱히 예민하게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그으……, 여자 친구도 없는 놈이 여성용 속옷매장에 간 것이 좀 그렇기는 하죠."

"남자들은 그런 걸 좀 민망해 하더라고요. 물론 여자들도 그 매장에는 들어가는 게 좀 꺼려지기는 하죠. 자존심 문제죠. 자존심."

레이나는 말을 하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즐기는 그녀로써도 이 백화점에 있는 카페가 입맛에 맞는 듯싶었다.

유준혁은 그런 레이나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레이나도 커피를 마시면서 유준혁을 보니 저렇게 말을 못하는 유준혁이 왜 그런가, 살짝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그녀가 회의장에서 그를 보고 그 간결하면서도 여러 가지의 추론들을 이어서 말하는 그 말을 듣고 깐깐하다고 하는 그녀의 고개도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살짝 충격을 받았었다.

뭐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뭔가 유준혁의 말은 좀 사람이 집중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저 존재감 없는 사람은 누굴까?'

했는데 그의 말솜씨를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뭐랄까 나긋나긋하게 말을 하는 것 같은데 S급 계약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떨림 없이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란 쉽지 않았다. 레닌이나 레이나의 경우는 자신의 기운을 숨기는 훈련을 잘 받았기에 은연중에 흘러나가는 기운이 없었지만 그 외에 한국 S급 계약자들은 살짝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의 기운들이 흘러나왔는데도 유준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신기해했던 게 아직까지 떠올랐는데 이렇게 자신과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녀가 대화를 리드 하고 있다는 것이 살짝 웃겼다.

그녀도 이런 남자를 뭐라고 하는 지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유준혁이 순진한 남자라는 것을 알고 살짝 귀엽다고 생각을 했다.

반면에 유준혁은 죽을 맛이었다. 이렇게 여자랑 단 둘이 카페에 온 것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사석에서 마주 앉은 것도 처음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떨리는 것 같았다.

'후우, 나답지 않게 왜 이래. 그래 이하란 후배와도 자주 쇼핑을 나오고 그랬잖아. 처음이 아니야. 그래 뭐라도 말을 해보자.'

유준혁은 그렇게 이하란과의 쇼핑을 했던 기억을 꺼내면서 애써 처음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서 빠르게 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돌려도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할 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는 눈치인데다가 무슨 말을 꺼냈다가 자칫 그녀의 기분이 상하게 될까 두렵기도 했다.

그런 유준혁이 가만히 있다가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인지 커피 잔을 들며 자신을 보고는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레이나님은 그 매장에는 어쩐 일로?"

유준혁도 말을 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 이건 아무리 눈치가 없는 유준혁이라도 말실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레이나가 여자들도 자존심 때문에 가기 꺼려 한다는 그 매장에 왜 갔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안되는 것인데 그것도 알면서도 그런 자신이 미웠다.

"어머, 지금 성희롱 하시는 건가요? 저도 어디 가서 작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네, 네? 네에?"

유준혁은 그런 레이나의 말을 듣고 놀라서 그렇게 멍청하게 대답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레이나의 가슴을 봤다. 그러고 보니 서양인 치고는 좀 작다고 할 만한 크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준혁이 그렇게 본 것을 모를 리가 없는 레이나였다. 또 유준혁이 그런 것을 보고 은근히 팔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대놓고 보시면 저도 민망한데요."

"아, 그, 아니, 그게, 죄송합니다."

유준혁은 뭐라고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그렇게 있다가 그냥 사과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리 포기를 하고 고개를 숙였다.

평소에는 좀 말을 잘하는 편이라고, 논리 정연하게 설명을 잘 한다고 생각을 하는 유준혁이었는데 오늘 그 프라이드가 전부 깨진 것 같았다. 그렇게 축 늘어진 닭 마냥 기운이 없어 보이는 유준혁을 본 레이나가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푸훗. 장난친 거예요. 그 회의장에서 봤을 때와 사석에서 뵀을 때가 완전 딴판이시네요. 이런 말 실례일지 몰라도 귀여우세요."

레이나가 자신을 보며 그리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유준혁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피부가 따끔따끔 해진다는 느낌이랄까? 유준혁은 그래도 애써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아, 감사합니다."

"음, 보통 남자들은 귀엽다는 말 싫어하던데 별로 그런 게 안 보이시네요? 말하고도 기분 나빠 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기분 나빠 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칭찬을 한 것을 고맙다고 하면 되는 것이죠. 그걸 아니라고 부정을 하면 그 칭찬도 부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상대 생각을 짓밟는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편입니다."

"그렇군요. 재밌는 견해네요. 확실히 그렇긴 하죠. 그 한국 속담으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겸손을 떨라는 말이 있는데 확실히 겸손을 너무 많이 떨면 칭찬을 하는 상대의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자잘한 칭찬의 경우 겸손 보다는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유준혁은 다시 자신의 생각을 말을 할 때 말이 잘 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속으로 흡족해 했다. 유준혁도 안정을 찾아 이제 좀 식어버린 아메리카노가 담긴 잔을 들며 마셨다.

좀 식기는 했어도 원두 콩을 좋은 것을 쓰는 것인지 향이 꽤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마셔본 유준혁의 표정을 보면서 레이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유준혁에게 물었다.

"여기 커피 꽤 괜찮은 것 같아요. 평소에 커피를 좋아해서 여러 카페를 가봤는데 아직 이곳 보다 더 좋은 곳은 못 가본 것 같네요."

"저는 커피를 즐기는 편은 아니더라도 가끔 마시는데 그런 저도 좀 느낄 정도로 상당한 맛이네요. 그런데 한국에는 어떻게 계신 겁니까? 일이 끝나서 돌아가신 거 아니셨어요?"

유준혁은 자신이 궁금했던 질문을 레이나에게 했고, 레이나도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본회를 대표로 해서 한국에 오고 지금도 유준혁을 좀 바쁘게 하는 그 기부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본회의 사람들은 전부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레이나가 한국에 있으니 유준혁, 그로써는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궁금하기도 해서 질문을 하니 레이나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 사실 제가 이번에 일을 좀 많이 해서 이번일이 끝나고 휴가를 받을 생각이었거든요. 그 동안 휴가를 써 본적이 없어서 이번에 1년짜리 장기 휴가를 냈거든요. 게다가 한국이 좋다는 얘기가 자자하고 또 지내보니 편해서 이렇게 머물고 있네요."

"아아, 그러시군요. 확실히 일이 힘들긴 하실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휴가도 없다면 좀 부담스러우실 것 같은데."

"솔직히 그렇게 힘들지는 않죠. 아무래도 몬스터를 잡으라느니 그런 명령들은 솔직히 어렵지 않고, 뭐 사무일을 돕는 것이야 다른 직원들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는 편이라서 저희는 그렇게 휴가가 있는 편은 아닌데 요 1년간 레닌님의 파트너로 일을 했거든요."

"아, 레닌님의 파트너. 왜인지 휴가를 받은 이유를 좀 많이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유준혁은 그렇게 조용히 말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나도 부정을 하지 않는 다는 듯이 커피를 마시면서 잔잔하게 맛을 음미했다. 확실히 레닌의 파트너로 일을 1년간 했다면 유준혁도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전에 회의를 할 때도 얼마 있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때도 피곤했는데 1년이나 파트너로 지냈다면 본회에서도 1년 장기 휴가를 주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으음, 그럼 레닌님은 본회로 떠나신 건가요?"

"후후, 그렇죠. 본회에 남은 사람은 한국에 지금 저뿐이라서 좀 심심하기는 한데 그래도 조용해서 쉬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유준혁 씨를 보고 여성속옷 매장에 있는 걸 보고 당황했는데 반갑다는 생각이 더 들더라고요."

유준혁도 그런 그녀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오랜 시간동안 홀로 서기를 해봐서 알아 그 반가운 마음이 어떤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외롭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익숙하다는 씁쓸함은 그 어떤 씁쓸함보다 크다고 생각 했다.

레이나도 유준혁을 보며 그렇구나 라고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그때 레이나가 좋은 것이 떠올랐다는 듯이 유준혁을 보면서 말했다.

"아참, 유준혁 씨 혹시 오늘 바빠요? 저 서울 구경 좀 시켜주시겠어요? 한국에 온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둘러본 곳이 그 닥 없어서 뭐 지리도 모르고 해서요. 괜찮으시다면 가이드 좀 해주실 수 있나 해서. 물론 보답은 제가 밥을 다 사는 것으로 하죠."

"예, 오늘은 그렇게 바쁜 일이 없습니다. 기부……, 일도 마무리가 되었고, 그 외에 일은 딱히 없습니다. 속옷도 나중에 전해 주면 되는 일이고요."

유준혁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오늘 그는 바빴다.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야 했고, 또 사람들을 만나봐야 했다. 다 그가 갑인 입장에서 움직이는 일들이었기에 멈춰도 상관은 없었지만 타격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유준혁은 바쁘지 않다고 레이나에게 말을 했고, 심지어 가이드까지 해준다는 말을 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랄까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자신의 느낌을 바로 말한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준혁이 그렇게 대답해 준 것을 들은 레이나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보는 유준혁은 좀 뭔가 마음에 걸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죄를 짓고 걸릴까 조마조마 하는 듯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런류의 거짓말을 해보는 것이 또 처음이기에 유준혁은 사실대로 말을 할까 생각을 했다.

"하아, 그나마 아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네요.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길을 물어보려고 해도 멈춰주지 않고 그래서 좀 당황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나마 아는 사람을 만나서 좀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있게 됐네요."

"……서울 구경을 혼자 하려고 하셨나요?"

"그렇죠. 저 말고 또 일행이 없으니 제가 알아서 지고를 보고 다니려고 했는데 레닌님과 다르게 저는 번역 물약을 먹은 거라서 의사소통만 가능하지 글자를 보는 건 안 되거든요. 한글을 배우고는 있는데 어렵기도 해서 난감했거든요."

"……"

유준혁은 그런 레이나를 보며 도저히

'사실은 바쁘니 다음에 안내를 해주겠습니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심심했을 그녀인지 오늘따라 말이 많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을 봐서 유준혁도 그냥 가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레이나님."

============================ 작품 후기 ============================후우 7시에 일어나서 3연참 불가 ㅠㅠ 오늘은 지금 자서 일찏 일어나고 일찍 쓸까요? ㅠㅠ그리고 우리 준혁이 ㅠㅠ 연애 안시키고 레이나까지 성진 주면 ㅠㅠ26년동안 사랑한번 못해본 준혁찡 어째요 ㅠㅠ한번만 봐 줍시다. 8ㅅ8선작, 추천, 코멘, 쿠폰, 사랑, 걱정, 응원, 후원, 지적, 서평 감사합니다.

한번만 봐 줍시다. 8ㅅ8선작, 추천, 코멘, 쿠폰, 사랑, 걱정, 응원, 후원, 지적, 서평 감사합니다.

26년동안 사랑한번 못해본 준혁찡 어째요 ㅠㅠ한번만 봐 줍시다. 8ㅅ8

< -- 잠시간의 휴식기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