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화 : 왜 여동생들은 말을 안 들을까요?
적당히 식사를 마친 성진과 그의 가족들은 하얗게 불태운 이진숙을 뒤로한 채로 거실에 위치란 소파에 앉아서 성진을 맹렬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성진과 유진아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었고, 성진의 왼쪽에 혼자 앉을 수 있는 일인용 의자에는 성준혁이 앉아서 성진을 보고 있었고, 성진의 바로 맞은편에는 양선희 여사와 성유나, 성유진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성진의 뒤에는 레아, 네이트 이하란이 나란히 서서 성진의 뒤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다지 소용이 없어보였다.
성진은 가족에게 둘러싸여서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가 고개를 성유진 쪽으로 봤다. 그녀도 가족에게 숨기는 것이 있었기에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차가웠다. 성유진은 그런 성진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에 성진은 마치 성유진이
'나라도 살아야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런 지원군이 없는 성진은 유진아를 봤지만 유진아가 뭘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된 성진은 가족들을 보면서 무슨 일이 있겠나 싶은 생각을 했다.'뭐, 내가 딱히 알리고 싶지 않아서 안 알린 건데 그게 딱히 죄는 아니잖아? 그치, 죄는 아니지 그래 나는 잘못한 게 없지. 그냥 당당하게 나가자. 그리고 또 나보고 뭐라고 그러면 이번에는 혼자 당할 수 없으니 누나도 걸고 넘어져야겠다.
'방금 자신의 구원을 요청하는 자신의 눈길에 매몰차게 거절을 한 성유진을 떠올리면서 성진은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그때 양선희 여사가 성진을 보면서 물었다.
"밥도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얘기를 할 차례지?"
꿀꺽.
이렇게 갑작스럽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낼 줄은 몰랐던 성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성진은 왜인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지만 애써서 그것을 참으면서 양선희 여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렇죠. 뭐가 궁금하신지 궁금하네요."
성진이 그렇게 능청스럽게 나오자 양선희 여사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이 너무 능구렁이가 다 되어 있어서 살짝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연륜이 어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새싹에 불과한 성진이 그런 양선희 여사의 연륜에 당해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아들 안 본 사이에 너무 뻔뻔해 졌구나.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나가서 진이 네 매니저 그러니까 하란양의 얘기를 너도 들었으니 알겠지만 네가 8조를 기부한 그 계약자 맞니?"
성진은 처음 질문부터 이것이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양선희 여사의 날카로운 질문에 성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맞아요. 제가 그 계약자 맞아요."
여기서 다른 질문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성진은 그대로 입을 딱 다물었다.
만일 이 이상 말을 이었다면 말을 자르고 다른 질문을 하면서 또 같은 말을 하게 할 것이라는 성진의 예상은 꽤나 정확했다.
성진이 그렇게 대답을 하자 성유나가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째려보면서 물었다.
"근데 왜 그걸 가족에게 숨긴 거야? 계속 엄마가 그렇게 그 8조 얘기를 꺼낼 때 마다 속으로 비웃고 있던 거 아니야?"
"그럴 리가. 나는 단지 내가 말을 할 타이밍을 놓쳤고, 게다가 내가 계약자가 된지 얼마 안 되어서 S급 계약자가 된 건 한국에서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있었어. 게다가 그런 자세한 걸 말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성진의 말이 맞기는 맞았다. 게다가 말을 하려고 했더라고 해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이미 양선희 여사가 성진이 8조를 기부한지 모르고 그렇게 맹렬하게 비난을 했는데 거기에 대고
'사실 본인이 그 자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성진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는 핑계를 댈 수 있는 것이었다.
양선희 여사도 성진의 핑계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을 해도 성진에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본 아들을 보며 계속 구박을 한 것은 그녀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렇게 비교를 했다면 그 뒤로도 말하기가 꺼려졌을 것이다.
비교를 그렇게 한 양선희 여사가 제일 민망해 지는 일이었으니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 성진이 그랬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 내가 그 부분에서는 미안하네. 이 엄마가 계속 그렇게 구박을 했으니 말할 틈도 없이 어떡했을까? 괜히 미안해지네."
그렇게 갑작스럽게 사과를 하는 양선희 여사를 보며 성진은 적잖이 당황했다. 이렇게 빠르게 수긍을 하고 사과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성진은 그런 양선희 여사를 보며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 아니야 엄마. 어, 엄마가 그렇게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애초에 내가 연락을 자주 못 드린 것도 문제고."
성진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아차 싶었다. 그렇게 말을 하면 평소의 양선희 여사와 같은 경우에 그걸 알면서 왜 그랬냐고 나왔을 것이다.
당연하게 그리 나올 줄 알고 성진은 양선희 여사의 눈치를 봤다. 그런데 뭐라 하기커녕 그냥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를 짓는 양선희 여사의 모습을 보며 성진은 더욱 안색이 굳어져갔다. 성진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양선희 여사의 잔소리 패턴을 읽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말을 하는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흐흠, 성진아. 그건 그렇다고 쳐도 그 네 매니저라는 처녀들은 어떻게 된 거냐. 무슨 사정이 있기에 네 집에 생활을 하는 거냐?"
성진은 그렇게 갑자기 자신의 아버지, 성준혁이 찌르고 들어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레아와 네이트, 이하란을 주제로 말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얘기가 나온 줄은 알았는데 바로 이 문제만 걸고넘어질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 되었다. 성진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는데 그때 네이트가 나서서 말했다.
"아버님,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저희 셋 모두 주인님의 매니저라고는 했지만 다들 주인님을 사모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의 생명을 구해주시고 이렇게 사람답게 살게 해주셔서 주인님에게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된 겁니다."
그렇게 나긋하게 입을 연 네이트의 말에 성진은 이게 무슨 미친 소리냐는 듯이 네이트를 봤지만 네이트는 오직 성준혁과 양선희 여사, 그리고 성유나만 봤다.
그들은 그런 네이트의 당돌한 말을 들으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성유나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거의 턱이 빠졌다고 해도 믿을 그럴 반응이었다.
네이트가 그렇게 말하자 무슨 마치 짰다는 듯이 레아와 이하란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슨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친 너희들도 무슨 도원결의라도 맺은 거냐! 나한테 왜이래!'
아까 주방에서 뭔가를 숙덕대기에 들어보려고 했는데 기운의 막을 쳐서 그런지 이야기를 하는 파동은 느껴졌지만, 이야기는 들을 수 없어서 그냥 포기를 하고 지나쳤는데 이런 계획을 짜고 있었을 줄은 정말로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게다가 상당히 강경하게 나가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한 네이트와 그런 네이트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듯한 이하란과 레아의 진심이 담겨있는 표정을 보며 유진아도 당황을 했다.
설마 진심으로 저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냥 그렇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크흠, 그, 그 아가씨들 생각하고 사정도 알겠는데. 목숨을 구해줬다고 그렇게 그러는 건 좀 경우가 아니지 않나? 아가씨들도 그렇게 섣불리 선택을 내리는 것도 안 좋고 말이야."
"아버님은 저희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요? 저희는 솔직히 여기 있는 유진아님보다 더 먼저 주인님을 알고 있는 사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님을 뺏긴 건 저희에요. 흐윽."
그렇게 살짝 눈물을 훔치는 네이트를 보며 성진은 기가 막혀서 그녀들을 봤다. 그리고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생각을 해보면 네이트의 말 중에서 거짓은 없었다.
성진으로 인해서 그녀들의 목숨이 이곳에 살게 된 것도 맞았으며 그녀들이 사람답게 살게 해준 건 레아와 네이트는 몰라도 이하란의 경우는 확실히 성진이 만들었다.
그러니 인간답게 살게 해준 것도 맞는 말이었고, 이하란을 제외하면 레아와 네이트가 유진아보다 성진을 먼저 만난 것도 사실이었다.
거짓이랄 것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녀들이 계약 영혼인 것을 또 말할 수는 없었다.
유진아에게만 설명을 하면 족했지 계약자가 아닌 가족들에게 말해봤자 믿을까 싶은 그런 얘기였다. 솔직히 영혼이 나오는데다 그 영혼이 사람의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이건 무슨 소설도 아니고 어이가 없는 말들이었다. 성진도 그것을 알기에 별소리 못하고 있었다.
이때 성유진에게 구원의 손길을 바라면서 그녀를 봤지만 그녀도 오히려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들을 봤다. 게다가 유진아는 자신의 뒤에 있는 그녀들과 연적이 돼서 기 싸움을 하느랴 성진을 도울 여력이 없었다.
그런 성진을 보며 성준혁이 물었다.
"성진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아, 그, 그게 아니라……"
성진이 그렇게 말을 하려고 하는 때에 성진의 말을 끊고 양선희 여사가 성준혁을 보면서 뭔가를 따지듯이 말했다.
"아니 여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성진이는 이중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드냐가 중요한 거 아닌 가요? 이미 이 아가씨들은 마음을 굽힌 거 같은데 우리가 뭐라고 해봐야 그게 소용이 있겠어요?"
"흐음, 그래도 남자는 아내가 하나……"
"어휴 당신은 그게 문제에요. 너무 고지식한 면이 강해서 탈이에요, 성진이는 계약자고, 계약자는 결혼을 해서 애를 나으면 대부분 계약자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뭐 국가에서도 인정을 했으면 괜히 인정을 했겠어요? 성진이의 아내가 한명이면 어떻고 두 명이면 어때요. 다 같이 예쁜 며늘아기들인데."
양선희 여사가 그렇게 말을 하자 유진아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반대로 레아와 네이트, 이하란의 표정은 매우 밝아졌다.
그리고 좀 고지식한 성준혁도 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성준혁을 보면서 양선희 여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왜 반대를 하는지는 알겠는데 완전히 바람을 피우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아요? 차라리 대놓고 이러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요."
"아니, 그래도 좀 문제가 되지 않겠어? 우리가 인정을 한다고 쳐도 서로들 싫어하면 어쩌나? 그러면 사이가 더 틀어지게 되지 않겠어?"
성준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양선희 여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성준혁의 말에 동의를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생각이 있는지 성준혁을 보면서 말했다.
"여보, 그러니까 제가 성진이에게 물은 거잖아요. 누가 제일 좋은지 말이에요. 조선 때도 정실부인이라는 단어가 있었던 것처럼 아이들 사이에서 성진이가 서열을 정하면 알아서 친해지고 오히려 성진이를 까면서(?) 더 친해지게 될 거예요."
"으흠."
그렇게 말할수록 유진아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있었으나 다시 생각을 해보니 성진이 자신을 뽑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솔직히 레아와 네이트, 이하란과 성진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중간에 양선희 여사가 한 말을 듣고 유진아도 생각이 살짝 달라졌다. 솔직히 성진이 바람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만일 피우게 된다면 그때의 분노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리 알고 서로 알게 되어 성진을 공유하는 것도 기분은 나쁘지만 성진이 바람을 피우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성진이 당연히 자신을 뽑을 것이라는 자신도 있었으니 정실부인이 된다면 그러니까 첫째 부인이 된다면 저들을 구워삶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유진아뿐만이 아니라 레아와 네이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도 각자의 야망이 있었고, 서로의 밑에 있기는 싫었다.
레아의 경우는 유진아에게는 더욱이 지기 싫었고,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보다 밑인 네이트의 밑으로 들어가기 싫었다. 그리고 네이트도 이곳에서 계속 성진과 지내는데 레아가 너무 그곳의 체계를 들이대니까 피곤한 참이었다. 이럴 때 기회를 잡는 것이 딱 좋은 것이었다.
이하란의 경우는 정실부인의 자리는 바라지도 않았고, 그저 성진의 부모인 양선희 여사와 성준혁에게만 인정을 받으면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무표정했지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보면서 양선희 여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성준혁을 보면서 물었다.
"여보 아직도 그 생각 변함이 없나요?"
"흐음,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 지금 당장 결혼하라는 것도 아니니 뭐 일단 나도 성진이가 누구를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지 궁금하기는 하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성진을 은은하게 봤다. 그리고는 양선희 여사도 성진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설마하니 자신의 어머니인 양선희 여사가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해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한 그런 기분으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자, 성진아 너는 누가 제일 좋니? 솔직히 말해주렴. 그리고 그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는 아가씨들은 알아서 마음을 포기 하는 그런 각오가 되어 있어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는 양선희 여사가 성진을 봤다. 다른 이들도 성진을 보자 성진은 난처하다는 듯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런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 성진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지금 다들 뭐야! 오빠의 바람을 인정하겠다는 거야? 아니 계약자라고 해도 이렇게 많이 여자를 데리는 게 말이 되? 나는 반대야!"
그렇게 성유나가 다들 보며 미친 거 아니냐는 듯이 입을 열었고, 성진은 그런 성유나를 보면서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성진의 반격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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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까지는 2회 연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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