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172화 (172/381)

172화 : 라이벌?

유현은 성진의 미소를 보면서 두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게다가 성진을 둘러싸던 살기들과 기세들도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너, 너 그, 그 말 어, 어디서……. 서, 서, 설마?"

아까까지만 해도 오만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성진을 잡아먹을 것처럼 행동하던 유현은 성진의 미소와 성진이 한 말의 의미를 떠올려보고는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그런 유현을 보는 성진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힘으로 찍어 누르려고 했지만, 생각이 변했는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마 지금 저 유현이라는 자는 거의 패닉상 태로 보였다.

유현은 성진의 그런 미소와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떠올라버렸다. 때는 그가 처음으로 A급 계약자가 된 3년 전의 일이었다.

급하게 성장을 한 유현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갑자기 등장한 A급 계약자였다. 그런 그의 출현으로 A급 계약자들의 판도가 달라졌다.

A급 계약자가 된지 얼마 안 된 것으로 기록이 되었는데 그의 힘은 A급 계약자들 중에서도 상위라고 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는 처음 등장하고 난 뒤에 뜨거운 이슈들이 생겨났는데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여자를 만났다.

세간에서 겁화의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였다. 우연치 않게 계약자들의 파티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처음 그녀에게 관심이 갔었다. 그녀가 세운 최연소 A급 계약자 기록도 굉장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겁화의 마녀라고 불릴 정도의 이슈를 만든 여자였다.

자신도 겁풍의 마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는 했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유현은 성유진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그쪽이 겁화의 마녀인가요? 반갑군요. 겁풍의 마인이라고 불리는 유현입니다."

아무리 3재 재앙이라고 불리더라도 칭호이니 계약자들은 그 칭호들을 좋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유현의 경우도 그래서 일부러 그런 위험한 도박을 한 것이고 말이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을 하니 성유진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줄 알고, 그렇게 다가간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성유진의 기분은 그때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난동을 부리기는 싫어서인지 그때 성유진은 한번 참았다.

뭐 자신의 미모를 보고 오는 남자들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알아서 꼬리를 말고 도망을 가거나 아니면 그녀의 매니저가 알아서 처리를 해서 그냥 무시를 하고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

하지만 그렇게 성유진이 무시를 한다고 그냥 갈 유현이 아니었다. 당시 23살이었던 유현은 자신이 빠르게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상당히 오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

26살인 지금도 상당히 오만했지만, 그 당시에는 조금 더 심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유현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성유진의 근처에 얼씬거리며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아, 작년의 열린 계약자 토너먼트에서 A급 계약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랭킹에 오르셨더군요. 축하합니다. 겁화의 마녀님 덕분에 한국의 위상이 더 올랐습니다."

"……"

성유진이 그대로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이 되어도 유현은 눈치가 없어서 그것을 못 알아차린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것을 무시한 것인지는 몰라서 성유진의 입장에서는 그가 상당히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눈치 채고 성유진의 가게인 위치의 지배인이자 성유진의 매니저인 그녀가 나서서 해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현에게 가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 마스터께서 오늘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으신 것 같으니 다음에 얘기를 나누시는…… 큭."

그렇게 말을 나누는 그녀는 갑자기 유현에게서 뿜어져 나온 살기와 돌풍에 뒤로 밀려났다. 당시 그녀도 A급 계약자이기는 했으나 성유진과 유현과 대비될 정도로 강력한 계약자가 아니라 유현에게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한 그녀는 괴롭다는 듯이 표정을 짓고, 반대로 유현은 그녀를 보며 하찮은 벌레를 보는 듯이 경멸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감히 누구 말에 끼어드는 것이냐. 가찬지도 않은 년이 감히."

그렇게 말을 하는 유현의 머리 위로 공기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매니저를 향해서 날리려고 했다. 매니저는 그것을 보고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공기 바람이 매니저에게 날아가기는커녕 고통에 찬 유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매니저가 놀라서 두 눈을 떠보니 유현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 불에 괴로워하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런대도 꺼지지 않는 불인 그의 옷가지들을 태우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유현의 몸에 붙은 불들은 다른 곳에 옮겨지지 않고, 오직 유현만 태우고 있었다. 더 신기한 것은 온몸이 화상으로 물들어야 하는 유현의 몸은 끊임없이 재생을 해서 죽지도 못하고 계속 재생만 하는 그런 불에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유현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자신의 능력인 바람으로 자신의 주변의 공기를 없애서 불을 끄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유현이 느끼고 있는 불과는 다르게 극한의 냉기가 날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주변의 공기를 없애면 네 몸이 터질 텐데?"

"크으으윽!"

그렇게 괴로워하는 유현을 보면서 성유진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아니, 자기가 왜 당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네? 너는 일단 내 사람을 건드렸다. 아! 그리고 대회에서 이 기술로 많이 이겨서 구경시켜주려고 했지. 이게 궁금한 게 아니었어?"

그렇게 말을 하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유현을 보는 성유진의 모습은 붉은 드레스와 겹쳐져서 마치 불의 악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유현은 너무 괴로운 고통 속에 능력을 쓰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괴로워서 능력을 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숙련한 계약자였으면 이미 불을 끄고 성유진에게 덤볐겠지만, 아쉽게도 유현은 A급 계약자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계약자와 계약자의 전투는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괴로워하는 유현을 보며 성유진의 매니저가 기겁을 하며 성유진을 보며 말했다.

"마스터. 그만 하시죠. 더 이상하면 아르논 협회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파티회장이니 자제를 해주시죠."

"뭐 나도 이제 그만 할 생각이었어."

딱!

그렇게 말을 하며 성유진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도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 생각도 없었고, 매니저의 말도 사실이라서 순순히 인정을 하고 그만 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의 이목이 너무 끌려서 아까보다 상황이 더 짜증나게 될 수도 있었으니 이쯤에서 그만 두기로 한 것이다. 성유진의 손가락이 튕겨지고 난 뒤에 유현의 몸에 붙은 불이 점점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그라진 불과 함께 고통도 사라진 유현은 혼비백산했다.

죽을 것 같았지만, 끊임없이 지속이 되는 영겁의 고통 속에서 드디어 빠져나온 것이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는지 창피해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고통이 사라져서 되었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유현은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준 여인이 있는 방향에서 비웃음이 들린 것을 느꼈다. 그는 단지 자신이 졌기 때문에 자신을 비웃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누워있는데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자신의 옷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마침 성유진이 유현을 보며 비웃음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풋, 하 진짜 나한테 작업을 걸어서 뭔 또 상남자인 줄 알았는데 이거 보니까 완전 아기네, 아기. 아니 아기는 너무 했고, 철부지 꼬마라고 불러주마. 하 진짜. 꼬마야 이 누나가 한마디 하는데 그런 크기로는 나는 물론이고 다른 여자들한테도 차이겠다. 쯧."

그렇게 말을 하는 성유진의 근처에서 웃음을 참으려고 얼굴이 터지려는 매니저와 주변 사람들이 보이자 유현은 너무나도 화가 나고 창피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고 말았다.

다행이 그 자리에 그가 겁풍의 마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아르논 협회의 사람들이 많아서 이 날일은 소문이 나지 않았지만 평소에 콤플렉스라고 생각된 '그곳'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을 한 성유진이 미칠 듯이 증오스러웠다.

그렇게 분노를 한 지금까지 그녀와 가끔 만날 일이 생겨서 대결을 했지만 그때마다 둘은 치열한 공방을 나누다가 마지막에는 똑같은 결과로 유현의 패가 이뤄졌다. 항상 그러고 나서 대결이 끝나면 항상 성유진이 그를 보며

"풋, 아직도 꼬마네."

,

"더 크고 와라."

"이 누님은 놀아줄 시간 없으니 다음에 오면 있는 것 마저 태워준다."

등 그의 자존심을 깎는 그런 말들을 했다.

사실 유현은

라는 말 이후에 성유진에게 덤비지 않고 있었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 일들 이후에는 유현에게 있어서 성유진, 겁화의 마녀란 공포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같은 3재라고 불리고는 있었지만, 실력 차가 너무나도 컸다. 그런데 그런 성유진만 아는 별명인 철부지 꼬마를 말한 성진을 보고 경악에 물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누나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언젠가 들었던, 성유진의 말로 자신과 같은 나이의 동생이 있다는 것이 기억이 나서 더 이상 건들 수가 없었다. 유현의 생각으로 아무리 자신이 성진보다 강하더라도 자신의 사람을 건드리는 것을 극도로 분노하는 성유진의 성격상 자신은 무사할 리가 없었다.

그동안의 전투는 사실 성유진이 상당히 봐준 것임을 유현도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동생으로 생각이 되는 성진을 건드리면 어떤 불상사가 터질지 몰랐다.

다행이도 처음과는 달리 자신에 대한 적의를 표현하는 것이 사라졌다.

아마도 싸울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것은 유현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성진이 무턱대고 달려들게 된다면 유현이라고 해도 아무런 상처 없이 A급 계약자를 억누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성진의 옆에 있는 유준혁도 만만치 않아보였다.

아무리 자신도 매니저가 있는 몸이라고는 하지만 저 둘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지금 성진이 인심을 써줄 때 물러나는 것이 맞았다.

비록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유현은 지금 성유진과 붙을 자신이 없었다. 지내다보니 정도 들어서 요즘은 사이가 나쁜 누나동생사이지만, 이 관계가 다시 악연이 된다면 유현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서 이 자리는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했다.

저 자신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는 성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유현은 여태 쌓은 것을 무너트릴 정도로 안하무인은 아니었다. 그리고 성유진의 동생이라면 그 역시도 상당히 강한 계약자일 것이다.

친구를 만드는 것 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라는 말이 있다. 유현도 그 말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이쯤해서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였다.

싸우기 직전의 상황까지 갔지만, 이쯤해서 그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기에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아군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유현은 이번에 그냥 물러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한 유현은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중년여성 앞에 기운으로 만든 막을 치고 있었던 중년남성을 보며 말했다.

"황 아저씨 그냥 갑시다."

"……하지만 도련님 이 집은 가…"

"아 글쎄 가자니까요. 시간 끌 필요 없어요. 우리가 늦었으니 놓친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황 아저씨라고 불린 자는 갑자기 생각을 바꾸는 자신이 모시는 어린 도련님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그도 쓸데없는 충돌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돌아가려는 유현은 성진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넌 이름이 뭐지?"

"성진이다."

"나랑 같은 외자군. 아무튼 오늘의 내 무례는 잘못했다. 다른 계약자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됐는데 내가 목적을 이루려고 흥분을 한 것 같다. 사과하마."

그렇게 말을 하는 유현을 보며 성진은 유현이 그리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저렇게 자신의 고집을 굽히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시비를 건거는 사과하마. 다음에 보자 꼬마."

"으윽, 다음에 볼 때는 그냥 웃지만은 말자고 애송이."

그렇게 서로를 보며 말을 하고 있지만 둘 다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게 유현은 황 씨라는 남자가 모는 세단에 타고 이 집에 나갔다.

성진은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는 유현을 보며 왜인지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상황을 몰라서 어리둥절하게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 중년여성과 유준혁을 보며 말했다.

"그럼 계약하죠."

성진의 새로운 집과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란 라이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ㅠㅠ 솔직히 성유진이 심했네요.

어휴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누가 마녀 아니랄까봐.

그리고 추천해주시는 분들 다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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