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네.
"여보세요."
허기가 밀려오기는 했으나 죽을 것 같지 괴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였으면 성진도 예민해서 전화를 받지 않거나 끊어버렸겠지만, 그 정도로 허기가 밀려오는 것이 아니고 평소보다 더 배고픈 수준이라 그냥 전화를 받은 것이다.
-……성진이 그렇게 말을 하자 전화를 건 사람은 대답이 없이 뭔가 머뭇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성진은 그것에 뭔가. 싶기도 했지만, 인내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말을 했다.
"여보세요?"
-어……, 저 음.
성진이 다시 한 번 말을 하자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진도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였다. 하지만 정작 말을 길게 하지 않으니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성진은 답답했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누구시죠? 용건이 없으시면 전화 끊겠습니다."
성진이 그렇게 냉정하게 말을 하자 상대방도 다급했는지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면서 급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 저 진아에요…….
"아, 어……. 네."
성진도 갑작스럽게 상대방이 유진아라는 것을 알고는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는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그렇게 대답을 했다. 유진아도 성진과 전화를 건 것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긴장이 된 목소리였다. 살짝 경직되어 있는 목소리가 귀엽다고 느껴졌다.
성진이 대답을 하자 유진아가 말을 해야 했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까먹고, 둘 다 그렇게 가만히 있자 살짝 답답하게 느껴진 성진이 먼저 말을 했다.
"잘 주무셨어요?"
-네에……. 더, 덕분에…….
성진은 그런 유진아의 말을 듣자 유진아와의 함께한 밤이 떠올라서인지 얼굴이 매우 붉어졌다.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생각도 안 났고, 지금 그런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었다.
다만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 싫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이런 생소한 느낌에 두 사람 다 서로 두근거리며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성진은 말을 놓기로 한 다짐도 잊은 채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민망한 상황이었다. 유진아의 말 때문에 둘 다 그때의 밤이 떠올라서 민망해진 것이다. 그때 유진아가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했다.
-그으, 오, 오빠도 잘 쉬셨어요?
"어, 어? 나, 나야 뭐 원래 회복도 뛰어나고, 피로도 잘 안 쌓이는 편이라 괘, 괜찮지."
성진은 그렇게 두서없이 말을 하면서 속으로 자신을 병신이라며 욕을 하고, 원망했다. 아니 어떻게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는 것보다 전화가 더 떨리는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나 싶기도 했다.
유진아가 그렇게 오빠라고 말을 하니 성진도 그냥 존댓말을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말을 놓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데다가 성진은 편안하게 말을 놓겠다는 다짐도 생각이 났고 말이다. -아아, 그렇구나아…….
"그, 그렇지."
그렇게 말을 하는 유진아에게 성진은 뭐라고 대답을 잘하지 못하고 그렇게 얼렁뚱땅 대답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성진은 왜인지 모르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서로의 얼굴과 얼굴을 보는 것보다 가끔 이렇게 통화를 하면서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설레는 때가 많았다. 지금도 그런 경우였다. 목소리만 듣게 되면 상대의 모습을 상상하게 돼서 더 설레는 것이 간혹 있기도 했다.
그렇게 계속 말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서 성진도 자신이 뭔가를 말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아, 근데 왜 전화 한 거야? 무슨 일 있어?"
성진은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 바로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 성진이었다.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의 뜻이 걱정의 표현일 수 있었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슨 일 없으면 끊어.'
라고 해석이 될 수도 있었다. 방금 지배인의 말을 듣고 역지사지를 해야겠다고 깨달았는데 이딴 식으로 말을 한 자신이 너무 후회되었다.
-아, 아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오……. 호, 혹시 오빠 바쁘신가요? 제, 제가 방해한 건가요?
유진아도 그렇게 느꼈는지 성진에게 그렇게 물었다. 성진은 정말 자신의 혀를 뽑아야겠다는 충동을 참고 이번에는 똑바로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성진의 의지가 이번에는 강했는지 그것에 성공한 것 같았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돼서 물어본 거야 바쁘지 않아."
-아, 거, 걱정요…?
"아, 응. 그 기운이 다 소비되어서 이제 좀 괜찮나 싶어서……, 또 무슨 일이 났나 걱정이 돼서 물었지."
성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이 들었다. 반면 유진아는 성진이 자신을 걱정해줬다는 것에 기뻐서 얼굴이 붉어지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성진이 보는 앞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것이었다. -이제는 다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오.
"다행이다. 밥은 먹었어?"
성진은 이번 말로 인해서 다시 자신감을 찾았는지 그렇게 먼저 질문을 했다. 그래도 그렇게 용기를 내도 조마조마한 기분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성진의 얼굴에는 헤벌쭉한 미소가 걸쭉하게 걸려있었다. 한창 좋을 때인 것 같았다.
성진이 그렇게 물어보자 유진아도 자신이 그냥 그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아까보다는 더 자신감이 찬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네, 저는 먹었어요. 오빠도 드셨어요?
그때 성진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야속하게도 성진의 위장이 성진과 유진아의 대화가 질투가 났는지 아주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꼬르르르륵!
"……"
성진은 그런 자신의 위장을 뜯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유진아가 그것을 들었을지 말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이런 민망한 소리를 들었다면 성진은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그때 성진이 유진아가 들었을지 못 들었을지 상당히 생각하고 있었을 때 유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직 못 드셨나 보네요.
들었다. 저건 분명 들었다는 말이었다. 성진은 그렇게 망했다며 생각을 하며 절망에 빠지고 싶었지만 여기서 성진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더 민망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성진은 대답을 했다.
"어, 아직 못 먹었네……."
-아, 지금 드시려는 중이었어요?
성진의 말에 유진아가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다. 자신 때문에 밥을 못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한 말이었다. 성진은 그 말에 보이지도 않을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아냐, 음식점에 왔는데 아직 요리가 안 나와서 기다리는 중이었어. 무슨 할 말 있니?"
성진은 이번에는 최대한 친절하게 말을 했다. 말을 하다 보니 유진아가 자신에게 뭔가 말을 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성진은 그렇게 유진아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마침 유진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성진에게 말을 했다.
-예, 오빠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
"응, 무슨 말인데? 요리가 나오려면 아직 더 있어야 할 거 같으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
성진이 혹시라도 유진아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어서 그렇게 말을 해주니 유진아도 조금 더 편한 생각으로 성진에게 말을 이을 수 있었다.
-아, 다른 게 아니라 성진 오빠는 아직 길드나 정규파티에 가입 안 하셨죠? 유진 언니한테 들어보니까 혼자서 사냥을 하신다고 하진 것 같은데…….
유진아는 실례가 될 수 있는 말이어서 말을 하는데 살짝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성진과 유진아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는 것을 둘 다 느끼고 알고도 있었다. 그때의 밤이 그 증거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서로 조심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계약자의 경우는 파티나 길드를 물을 때 살짝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유진아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본 것이다.
보통의 계약자들은 자존심이 높았으니 파티나 길드를 묻는 것은 좀 실례일 수가 있었지만, 계약자라는 의식이 얕은 성진으로써는 그런 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묻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대답을 해주었다.
"아, 나는 아무래도 단체로 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사냥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서 그러고 있기는 하지 그런데 그건 왜?"
성진의 힘 정도라면 파티를 하지 않아도 랭크 5 몬스터와 비슷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거의 S급 계약자와 맞먹었으니 당연한 말이었다. 보통의 랭크 5 몬스터가 S급 계약자보다 강하거나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 길드나 파티로는 랭크 5의 몬스터를 잡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할 수 있었다. 국가에서도 랭크 5 몬스터들의 동태를 살피거나 관리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서 아무나 사냥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성유진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랭크 5 몬스터는 쓰러트릴 수 없었다. 그래서 국가에서 상위 A급 계약자가 최소 5명 이상이 있는 레이드 파티가 아닐 경우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런 랭크 5 몬스터를 혼자 잡을 수 있는 성진에게는 사실 파티나 길드는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걸리적거리기만 할 것이 분명했다. 성진은 그렇게 생각을 하진 않겠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그렇게 말을 하는 성진의 말을 듣고는 유진아는 성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니 고맙기도 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유진아가 본론을 말하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그러면 오빠 임시지만 저희 레이드 파티에 들어오실래요?
"레이드 파티?"
성진은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봐서 유진아에게 되묻자 유진아도 성진이 계약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아, 레이드 파티라는 건 그 던전을 탐험하거나 랭크 4 이상의 몬스터들을 잡을 때 만들어지는 파티인데요. 보통 길드에서 만드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드물지만 그냥 개인이 잠시 만드는 레이드 파티도 있는 경우가 있어요.
"아, 그런 거구나."
성진은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 성진에게 유진아는 더 설명을 이었다.
-제가 제안한 건 제가 소속되어 있는 길드에서 내일 모래 레이드를 하기로 했는데 오빠도 참여하면 좋을 거 같아서어……. 아, 안 되셔도 사, 상관은 없어요.
성진이 부담을 느낄까 봐 유진아가 마지막에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나 성진은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호기심이 먼저 이르렀다. 유진아가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 다른 계약자들은 어떤 식으로 단체로 이뤄서 사냥을 하는 지도 궁금했다.
유진아가 사냥을 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그것은 일격필살을 위한 단 한방을 날린 것이라서 사냥이라기보다 그냥 퍼포먼스라는 느낌이 좀 강했다. 그 위력은 매우 놀랍기는 했으나 그래도 사냥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성진은 유진아가 직접 검을 휘두르면서 싸우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전에도 살짝 대련을 했었지만 유진아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또 아름답기도 매우 아름다웠다.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바보라고 생각이 들어서 성진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재밌을 거 같다. 그런데 무슨 레이드야? 그 랭크 4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가?"
성진은 그런 것이라면 좀 기운이 빠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랭크 4 몬스터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은 죽어라 고생을 해서 한 마리를 잡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런데 성진에게는 랭크 4 몬스터는 지금이라면 땅의 송곳 하나로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게다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네이트의 능력도 쓰게 된다면 성진을 상대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아, 아니에요. 저희가 발견한 던전이 있는데, 그 던전을 클리어 하는 레이드이에요. 아마 보스몬스터가 랭크 4 몬스터로 상당히 어려운 레이드가 될 것 같지만 괜찮을 거예요.
유진아는 성진의 진정한 힘을 모르기에 저렇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성진이 S급 계약자와 비슷한 힘을 낸다면 저런 말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성진은 B급 계약자이다. C급 때도 S하급인 아레나를 이겼는데 지금은 거기에 능력이 더 추가가 되었고, 게다가 네이트의 능력도 쓸 수 있었으니 이제는 알버튼이라도 성진과 싸운다면 누가 승리를 할지는 예상하기 힘들 것 같았다.
아무튼 간에 성진은 던전의 경우는 필드 던전 말고는 다른 던전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었다. 어떤 지도 몰랐고 말이다. 그러니 호기심이 나지 않으면 정상은 아닐 것 같았다.
"좋아 할게."
성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유진아가 부끄럽다는 듯이 다시 말을 했다.
-저, 그 오빠 그, 그러면 레이드 문제로 상의 할게 있어서 내일 점심쯤에 저희 집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제, 제가 점심도 해드릴게요.
성진은 그런 유진아의 말에 이것이 목적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 유진아가 귀여워서 성진은 헤벌쭉 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내일 1시 쯤 갈게."
-네, 네! 그, 그럼 네일 뵈어요오.
성진의 대답에 유진아는 기분이 좋아져서 높은 목소리로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성진은 그런 스마트폰을 보면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이제 좀 많이 고쳐진 느낌이에요?
하기는 했는데 궁금하네여. 별로 안 바꿨으면 퇴고 안 할 거임 던져!
그리고 검사를 해도 받아드리다라는 것도 잇어서 안떠요 ㅠㅠ 그거 읽으면서 확인을 해야 하더라고요 ㅠㅠ 쓰면서 그 흥분을 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쓰게 됬내요 ㅠㅠ그게 습관이 되어서 고치기가 좀 힘들지만 이제 좀 퇴고 하면서 정신차릴 게여ㅠㅠㅠㅠ 역시 독자님들은 나를 너무 잘아시네여 ㅠㅠ 고차원적이지 못함 ㅠ선작, 추천, 코멘, 쿠폰, 사랑, 걱정, 응원, 후원, 지적, 서평 감사합니다.
그게 습관이 되어서 고치기가 좀 힘들지만 이제 좀 퇴고 하면서 정신차릴 게여ㅠ
ㅠㅠㅠ 역시 독자님들은 나를 너무 잘아시네여 ㅠㅠ 고차원적이지 못함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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