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 한 지붕 아래 남녀?
성진은 도복은 입은 채로 거실로 향했다. 물기를 재대로 닦았는지 기분이 좋았다. 머리가 살짝 젖어있었으나 성진은 드라이어기를 쓸 수가 없었다. 우선 이 집의 구조를 모르겠고, 이 집에서 유진아 혼자 산다면 아마 드라이어기는 방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주인이 없는 방으로 들어가서 드라이어기로 머리를 말리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이 들었다.
성진은 그래서 그냥 수건으로 물기를 털면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보면 볼수록 진짜 좋은 집이네."
성진은 그렇게 소파에 앉으면서 다시 한 번 집의 위용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이런 집에서 살려면 못해도 몇 십억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였다. 혼자살기에는 너무 컸다. 이런 곳에 익숙한 유진아는 몰라도 성진에게는 좀 적응이 되지 않는 집이었다.
'그냥 부모님도 모시고 와서 다 같이 살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그의 부모님은 이런 집보다는 평생을 살아온 부천 본가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성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곳이 아무리 좋아도 그동안 살아온 정이 있는 곳보다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이 이렇게 넓어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 집에는 지금 성진과 유진아 단 둘만이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 둘만 있는 집에 성진은 그녀의 체취가 묻어 있는 도복을 입고 있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성진은 고개를 휘저었다. 순간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여성,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을 생각하며 파렴치한 상상을 할 뻔 했었다.
아무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남자라지만 그런 것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잠시 그녀의 체취와 그녀의 집에 단 둘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 잠시 이성을 잃을 뻔 한 것이다.
뭐 그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성진은 송혜리와의 관계이후로 계속 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뭔가 뻐근한 느낌도 들었다.
'요즘 내가 너무 안 빼줘서 그런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요즘 운동을 한다고 자주 빼주지 못한 것 때문에 발정이 난 것 같기도 싶었고, 점점 끓어오르는 자신의 욕정에 성진은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사실 26년간 참아온 것이 송혜리 때 대충 풀어서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고기를 평생 먹어오지 않다가 갑자기 양념치킨을 먹은 격이었다. 그 맛을 잊을 수 있겠는가? 아니 이제 그는 평생 고기만 먹고 살지도 모른다. 성진도 지금 그런 상황이었다. 욕정이 물이 오르고 있을 때 빼주지 않으면 어떤 욕구 불만이 나오는지 모르는 성진이었다.
그렇게 성진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진아가 들어간 방문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악!"
성진은 유진아의 비명을 듣자마자 소파에서 쏘아지듯 일어나서 비명이 들린 곳으로 향했다. 걱정이 되고 무슨 일이 싶어서인지 쏜살같이 튀어간 성진은 곧바로 방문을 열며 말했다. 잠겨있었지만 성진의 완력에는 아무렇지 않게 열렸다.
"괜찮으세요?!"
성진은 자신이 문을 열고 들어 간지 10초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문을 연 것을 후회 했다.
쏴아아아아.
유진아는 위에서 떨어지는 아래에 서서 흐르는 물을 느꼈다. 그녀의 매끄러운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잘빠진 그녀의 몸매는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만 가슴이 좀 작은 것이 흠이었다.
유진아는 그런 자신의 봉긋한 가슴을 거울로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외간 남자에게 혼자 사는 집에서 씻고 가라고 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너, 너무 쉽게 보였으면 어쩌지?'
그런 고민도 하고 있었다. 유진아는 연애를 하고 싶어 해서 여러 가지를 알아보기도 많이 알아봤는데 여자가 쉽게 보이면 안 된다는 헛소리를 떠올리고는 자신이 지금 쉽게 보였으면 어쩌나 싶었다.
아니 그것보다 남자를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들여보낸 것도 문제였다. 유진아가 기운을 가지고 있고, 힘이 있었다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일반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고 약한 여자였다.
그런데 외간 남자를 아무런 겁도 없이 들여보내는 것은 정말 보통의 사람이라면 하지 못할 일이었다. 유진아는 자신이 왜 그랬나 생각을 했다.
'내가 미쳤어, 미쳤어. 아, 아니 어떻게 혼자 사는 집에 겁도 없이 씻고 가라고 했지?'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 갑자기 성진이 강제로 문을 열어서 그녀를 탐하면 솔직히 유진아는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자신이 왜 그랬나 후회가 되었다.
'그, 그래도 헤어지기에는 너무 아쉬웠는데….'
유진아는 이대로 성진을 보내기 싫었다. 성진이 찝찝하고 몬스터의 피가 묻어서 씻으라고 한 건 변명이었고, 그냥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성진 보고 씻고 가라고 한 것이다. 게다가 옷을 빨고, 말리고 그러다 보면 더 오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유진아는 그러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항상 차가웠던 자신의 얼굴이 뭐랄까 지금은 따듯한 기운 때문에 녹은 얼음과 같았다.
자신의 얼굴을 보며 유진아도 좀 의외라고 생각을 했다. 자신도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하며 감탄을 했다. 물에 젖은 머릿결과 붉은색 두 눈과 그 밑에 있는 붉은색 타투, 그리고 살짝 미소가 지여진 아담한 입. 뭔가 살아있는 표정이었다.
'나, 성진 씨 진짜 좋아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의 생각을 한 것만으로 그렇게 얼어붙었던 얼굴이 녹아서 미소를 짓고 있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성진을 좋아했다.
'그, 그래도 집으로 불러온 건 좀 아니었어! 게, 게다가 나 지금 너무 무방비하잖아!'
그렇게 생각이 든 유진아는 갑자기 성진이 자신의 방으로 쳐들어와서 자신을 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성진은 그러지 않겠지만 여자인 입장에서 유진아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혼자 사는 여자가 집에 들어와서 씻고 가라고 했으면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유진아는 걱정이 들었다. 유진아도 알 걸 다 알고 있는 성인 여성이었지만 아직 그녀는 처녀이다. 섹스에 관한 두려움이 없을 리가 없었다.
성진이 혹시라도 그런 마음을 품게 되면 지금의 유진아라면 어쩔 수 없이 성진과의 동침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꺅! 어, 어쩌지? 저, 정말 서, 성진 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여자가 혼자 사는 집에 초대를 하고 씻고 가라고 했다. 어느 남자들이었다면 다들 오해를 하고 지금 구석, 구석 깨끗이 씻어서 준비(?)를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성진은 그런 일반 남자들 보다 눈치가 너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유진아는 성진이 자신을 덮친다는 생각이 들자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이렇게 기운이 없을 때 정말 힘이 없는 여자처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묘하게 흥분이 되었다.
"아흥!"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유진아의 손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꽃잎에 손을 문대면서 야릇한 음성이 화장실에 울렸다. 물이 아닌 그녀의 체액으로 반들거리는 그녀의 꽃잎에서는 야릇한 냄새까지 나기도 했다.
"내,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이내 자신의 행동을 알게 된 유진아는 얼굴을 붉히며 상상을 그만 두었다. 아니 남자가 덮치는 것을 상상하며 체액을 흘리고 자위를 하는 꼴이라니……. 완전히 이거 변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유진아는 붉어진 얼굴로 괜히 누구에게 들킨 것도 아닌데 괜히 민망해지고 있었다. 남자 게다가 좋아하는 남자와 단둘이 집에 있는 집 안 화장실에서 덮쳐지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하는 꼴이라니…. 검의 여왕이라는 칭호와 철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그녀의 이미지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남자가 자신을 덮치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을 하는 변태라고 생각을 하니 유진아는 너무 부끄러웠다.
어떻게 본다면 자연스러운 본능이었지만 현대에 살고 있는 유진아인데다가 은근 고지식한 면이 있는 유진아로써는 자신의 행동은 그저 변태라고 생각 되는 그런 행동이었다.
"빠, 빨리 씻고 나가자."
묘한 흥분이 아직 가시지는 않았지만 유진아는 빨리 씻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대로 씻다가는 정말 자위라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빨리 씻으려는데 거울로 보이는 자신의 가슴이 눈에 띄었다. 유진아는 거울로 보이는 봉긋한 자신의 가슴을 보면서 살짝 시무룩한 표정이 지어졌다. 그러면서 고개를 숙이면서 자신의 가슴에 살짝 손을 얹어보았다.
"……작아."
너무 작았다. 말이 좋아서 '봉긋하다'였지 이정도면 A컵 정도에서도 좀 작은 편에 속했다. 아무리 계약자가 되어도 왜인지 가슴은 커지지 않았다. 다른 곳들은 정말 흠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가슴은 좀 아쉽다고 할 수 있었다. 유진아는 자신의 아담한 가슴에 손을 얹으며 봤다.
"성진 씨도 큰 가슴이 좋으려나……."
항상 자신감이 넘쳤고, 당당하던 그녀가 좋아하는 이 앞에서 생각을 해보니 자신의 가슴이 너무 원망스러웠고, 자신이 사라져버렸다. 남자들은 보통 큰 가슴을 좋아한다던데 성진도 그러면 어쩌지 하며 걱정을 했다. 그때 유진아는 두 손으로 가슴을 모아봤다.
'이렇게 하면 좀 커보이려나?'
그렇게 하면서 거울을 보니 좀 모이니까 볼륨감이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것에 만족을 한 듯 좀 미소를 짓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가만, 다 벗으면 소용없잖아."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이렇게 속옷으로 가슴을 모은다고 쳐도
'그것을 벗으면 훤히 들어날 텐데 어쩌지.'
라는 걱정을 했다.
'내, 내가 왜 벗을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우, 우린 아, 아직 그런 사이가 아닌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이 들면서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왜인지 바보 같아졌다. 좀 한심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걱정을 미리 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아직 사귀지도 않는 남자에게 옷까지 벗을 생각을 하다니 아무래도 자신은 변녀라고 생각이 든 것이다. 그나마 혼자 생각을 해서 다행이지 이 말을 누군가 들었다면 유진아는 그 사람을 죽여서 입을 막을 수도 있었다.
남이 듣는다면 치녀라고 할 만한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잡념을 버리고 빨리 씻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그냥 씻고 나가자. 성진 씨도 기다리고 계실 텐데."
아무래도 남자들이 씻는 것은 여자들에 비해 빠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니 유진아는 좀 서둘러서 씻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대충 씻지는 않았다. 구석구석 깨끗하게 몸을 닦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몸에 냄새가 밸까봐 그런 것이었다. 씻고 나왔는데도 악취가 난다면 솔직히 별로라는 생각이 들 것이었다. 그래서 바디클렌져를 타월에 뿌린 뒤에 온 몸을 씻었다. 머리를 감는 것도 잊지 않고, 했다. 평소라면 더 오랫동안 씻었겠지만 지금은 성진이 있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2배는 빠른 속도로 씻은 것이다. 그래도 20분 가까이 씻은 것이지만 말이다. 다행이도 성진은 남자치고 상당히 오랫동안 씻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빨리 나오지는 않았다.
유진아는 그것을 모르니 빨리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빨리 씻은 것이었다. 수건이 게워져 있는 수납장에서 수건 한 장을 꺼내서 몸에 있는 물기를 구석구석 닦았다.
평소라면 대충 닦아도 기운으로 물기를 증발 시킬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기운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군데군데 닦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부처 탈탈 털며 점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물기를 닦았다. 어느 정도 닦여진 것 같아서 유진아는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화장실 밖은 유진아의 방이었는데 혹시라도 성진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 것이다.
'서, 설마 있겠어? 거실에 있겠지.'
혹시라도 성진이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이 방으로 들어왔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기운도 바닥이 나서 남의 기운을 탐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밖에 성진이 있는지 없는지 자세히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살짝 보자.'
그렇게 유진아는 살짝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유진아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휴우 다행이다. 빨리 옷 갈아입고 옷 빨아드려야겠다."
씻기 전에 해야 했었는데 자신의 옷도 빨아야 해서 그러지 못하고 먼저 씻게 된 것이다. 성진이 있는 앞에서 옷을 벗고 그걸 빨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아무튼 유진아가 그렇게 나가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는데 급해서 발바닥에 물기를 닦는 것을 잊었다.
그렇게 방안에 발이 닿으면서 유진아는 그대로 미끄러졌다. 가득이나 발목이 삐어있는 상태였는데 미끄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힘들었다.
"꺄악!"
그렇게 짧은 비명을 지른 유진아는 자신의 방문 문고리가 부셔지면서 문이 열리는 것을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 작품 후기
==아 진짜 양심도 없네 너무 끈다.
;;;여러분 이런 작가는 솔직히 심하네요;;; 타도! 타도! 각성하라 각성하라! 작가는 독자를 위해 연참을 하라! 하라!
전개도 빠르게 진행해라! 해라!
응? 죄송해여;;이번 소개팅 이후로 성진의 정신각성이 완료가 되고 이번 시즌으로 인한 빠른 전개 약속은 못드리지만 다음 화 답답하게 안 만들게요 ㅠㅠ저 찾아오지 마세여;; 감금이라니!!!
ㅠㅠ 부천을 떠나야겠네여;;;;선작, 추천, 코멘, 쿠폰, 지적, 읽어주시는 분들 다 감사합니다! 다음 편 기대해주세
요!
성진이는 고자가 아닙니다!
ps.
저는 15기 졸업생이라네여, 그런데 여러분 제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신 안쓰면 안돼겠죠? 하 쓰기 싫은데 ㅠㅠ
< -- 유진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