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94화 (94/381)

94화 : 한 지붕 아래 남녀?

그때 유진아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 그럼 저희 집에서 씻고 가요오."

"네, 네에!?"

성진은 놀라서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어떻게 여자가 사는 집에서 씻고 가기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성진은 그런 생각을 하기는커녕 새로운 육체를 시험하려면서 집에 갈 생각이었다.

와이번의 피 때문에 찝찝하기는 했으나 이정도로 빠르다면 금방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유진아가 집으로 오라는 제안을 하자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솔직히 성진은 부끄러웠다. 어떻게 여자와 남자가 한 집에서 샤워를 한단 말인가. 성진의 고지식한 생각으로는 용납이 안 되는 말이었다. 송혜리의 일로 동정을 땐 성진이었으나 그런 부분에서는 고지식한 면이 있는 성진이었다. 성진도 유진아가 딱히 야한 생각을 하지고 한 말이 아니라 성진에게 몬스터의 피가 묻은 것은 어찌 보면 유진아의 책임이었으니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런 의도에 맞지 않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고, 솔직히 부끄러웠다.

여자의 집에 남녀가 단 둘이 있다니……. 송혜리 때는 성진도 적당히 술에 취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멀쩡한 정신이었다. 여자의 집에 어떻게 맨 정신으로 들어가냐는 생각이 잡혀있는 성진은 거절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유진아에게 말을 하려는데 유진아가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드, 들어오세요."

"……어?"

성진은 생각을 하고 유진아에게 거절을 하려고 했는데 다시 보니까 이미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고 있었다. 성진도 남자인대다가 본능은 솔직한 것 같았다. 성진의 육체는 솔직한 것을 좋아했는지 성진의 이성이 아닌 본능에 따른 것 같았다.

성진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미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 들어오고 나간다면 진짜 이상할 거라는 생각에 나갈만한 변명을 찾았다. 생각을 해보니 샤워를 하면 피로 더렵혀진 옷은 당연하지만 빨아야 한다. 그 옷을 다시 입으면 샤워를 하나 마나였다. 그것을 떠올리니 성진은 난감하기는 했다. 샤워를 하고 간다 해도 옷이 없으면 말짱 꽝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성진이 일단 손을 씻은 유진아를 보며 말했다.

"그, 그런데 저 옷이 없어서 어쩌죠?"

"아."

유진아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깜빡했다는 듯이 말했다. 이곳은 유진아만 사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남자는 살지 않고, 여자만 사는 집이었다. 평수가 거의 80평이 넘는 것

같았지만 유진아 혼자 살았다.

이런 집에 남자 옷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있는 게 더 신기한 것이었다. 그때 유진아가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성진에게 말했다.

"자, 잠시 만요."

그렇게 방들 중 어딘가로 달려가는 유진아를 보면서 성진은 생각했다.

'에이, 설마 남자 옷이 있겠어?'

성진은 이것으로 집을 나갈 명분이 생기는 것 같았다. 사실상 옷이 없다면 차라리 집에 가서 씻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유진아가 방으로 들어가고 난 뒤에 난감한 상황 때문에 보이지 않던 집이 이제 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이 넓은 집에 호화로운 가구들을 놓으니 왜인지 자취를 하는 느낌 보다는 뭔가 가정집의 느낌이 나기는 했지만 좋아 보이기는 좋아보였다. 확실히 원룸인 성진의 방보다는 훨씬 좋았다.

'나도 이런 집으로 이사나 할까? 돈도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 집은 얼마나 하려나?'

이제 돈이 생기니 그런 생각도 서슴없이 하게 되는 성진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성진이 벌어온 돈은 거의 50억이 넘는 돈이었다. 거기에 빚을 갚다 보니 44억 정도 되는 돈이 생겼다. 유진의 선물을 산다고 2억 가까이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40억 이상이 남아 있었다. 이 정도라면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다고 해도 되었다. 조금 아껴 쓰기만 한다면 충분한 돈이었다. 전에 성진이라면 이런 집을 보며 주눅이 들었겠지만 지금은 돈이 많아져서 인지 이런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면적만 보자면 90평이 넘는 것 같았지만 가구들이 차여져 있느니 좀 좁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매우 넓어 보였다.

이런 곳에 이사를 오고 가구를 사면 돈이 꽤 들것 같았지만 성진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유진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방에서 나왔다. 그런 유진아의 두 손엔 흰색 도복이 있었다.

유진아는 그렇게 방으로 나와서 성진에게 건네주었다. 성진은 그것을 자신에게 건네주는 유진아를 보며 물었다.

"이, 이걸 입으라고요?"

끄덕끄덕.

유진아는 차마 부끄러워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도복은 유진아가 어제 수련을 하면서 입은 도복이었다. 아직 빨지 않은 것이다. 유진아의 땀이 묻어서 체취가 잔뜩 묻어있는 도복이었다. 이 옷 말고는 성진에게 맞는 옷이 없을 거 같아서 유진아는 이거라도 꺼내온 것이다.

도복은 좀 작아도 끈이 있기 때문에 적당히 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진아가 이 옷을 꺼내 온 것이다. 이 옷 말고 성진에게 맞는 옷이 없었다. 아니 맞다 해도 여성용 옷이었으니 자마 입히기는 뭐한 옷들이었다.

성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도복을 받으면서 찜찜해 했다. 확실히 지금 피가 묻어 있는 옷보다는 깨끗했지만 누가 봐도 한 번 입었던 옷으로 보였다. 그러나 찝찝한 표정을 지운 성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저는 어디서 씻을까요? 여기 거실에 있는 화장실에서 씻으면 되나요?"

"네에. 저, 저는 방에 있는 화장실에서 씻을게요오."

그렇게 말을 하는 유진아를 보며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진아가 알려준 화장실로 향했다. 그때 유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옷은 화장실 앞에 빨래통에 넣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성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화장실 입구에 있는 빨래통을 봤다. 그런데 빨래통에는 아담한 사이즈에 옷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귀여운 속옷들이 보였다. 꿀꺽.

그것을 본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여자의 집에서 여자의 속옷을 본 성진은 솔직히 두근거렸다. 변태 같다고 할 수 없는 게 상황이 그랬다. 아니 어떤 남자가 여자의 집에 갔는데 여자의 속옷을 보고 긴장을 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성진은 아직 팔팔한 26세 남자이다.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성진의 아랫도리가 좀 빳빳해지고 있었다. 성진은

자신의 아랫도리가 빳빳해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변태냐? 성진! 변태야? 아니 집주인의 속옷을 보고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정신 차려! 너는 이곳에 씻고 가기로 했어! 그럼 씻기만 해! 지, 진정해!'

그렇게 성진은 자신을 다스리면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성진은 옷을 벗으면서 자신의 옷가지들을 정리 했다.

속옷이 있을 리가 없었고, 와이번의 피가 팬티까지 가지 않아서 그대로 입어도 될 것 같았다. 성진은 유진아에게 받은 도복과 자신의 속옷을 적당히 놓고 살짝 문을 열며 자신의 옷을 빨래통에 넣었다. 화장실도 생각보다 넓어서 상당히 좋았다. 성진의 집에 침실이 있는 곳보다 넓어보였다. 아니 성진의 집보다 넓어보였다.

"와아. 진짜 대단하다."

입이 떡 벌어지는 화장실을 보며 성진은 그러고 샤워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샤워기도 평범하지 않았다. 일단 천장이 모두 샤워기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을 처음 보는 성진으로써는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샤워기를 틀었다. 차가운 물이 성진의 몸을 타고 내려가면서 뜨거운 성진의 몸을 식혀주었다.

성진은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뭔가 엄청나게 오랫동안 밖에 있었던 기분이다. 한 일주일 정도 나와 있는 기분이었다. 분명 오늘 집에서 나왔는데 이상한 생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성진은 물의 온도를 뜨겁게 만들면서 점점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에 기분이 좋아졌다. 머리부터 닿는 뜨거운 물들은 그대로 성진의 몸을 타고 내려가면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오늘 성진이 한 일이라고는 유진아를 들고 엄청난 높이를 뛰어서 이동을 한 것(?)뿐이 없었지만 와이번의 살기로 인해서 긴장을 해서 그런지 몸에 피로가 쌓였던 거 같았다.

육체적인 피로라기보다 정신적인 피로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성진은 와이번의 생각이 들었다.

유진아가 죽이기 전까지 성진은 감히 그 와이번에게 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싸우기도 전에 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 면을 본다면 성진은 아직 초보라고

할 수 있었다.

냉정하지 못한 것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성진은 약한 것이다. 육체적인 능력과 계약자의 능력이 아무리 강하면 뭐하겠는가. 정신이 약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데 말이다.

아무리 명검을 가지고 있어도 든 사람이 어린 아이라면 그것을 재대로 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 성진의 정신은 어리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러한 상황을 겪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식이면 안 돼."

성진의 매력적인 낮은 음성이 화장실에 울렸다. 뜨거운 물과 같이 성진의 몸은 달아오르듯이 뜨거워 졌지만 정작 성진의 머리는 차가워지고 있었다.

"변해야 해."

성진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성진은 고인 물이 될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그럴 수는 없었다. 사람이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바뀐다고 생각을 한다면 바뀌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성진은 지금 자신의 문제를 인지했다. 그것이 가장 처음에 필요한 과정이었고,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동안 성진은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면서 애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돈을 많이 버는 애라는 느낌이 강했다.

자신의 행동도 별 생각 없이 했었고, 머리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되면 좋았고, 안 되면 그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와이번 일로 성진이 자신을 돌아보니 너무 안일했건 것 같았다.

아니 안일 했다기보다 강해지니 굳이 머리 아프게 생각을 하고,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성진을 만든 것 같았는데 성진은 그것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육체는 각성을 했으나 정신적으로는 각성이 끝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항상 남에게 기대기만 하고 조금만 어려우면 자신이 하려는 것보다 의지를 하려는 심리가 강했다.

'이게 무슨 쪽팔린 거냐.'

그렇게 자신의 지난 일을 돌아보니 너무 찌질 했다. 그것도 방금 전까지 말이다. 자신이 이제 뭘 가지지 못했는가?

힘? 능력? 돈? 다 가졌다. 그런데 왜 당당하지 못했으며 왜 아직까지 어리게 생각을 했는가. 그는 26살이다. 16살이 아니다. 성인이었고, 사리분간을 할 줄 아는 나이였다.

전에 성진이 세상물정을 몰랐다고 한다고 해야 하면 지금의 성진은 그것을 보고 정신적으로 성장을 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 머리가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생각이 그동안 너무 어렸다. 갑자기 바뀌는 것은 어렵겠지만 성진은 서서히 바꿔 가려생각을 했다. 한 번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거의 없다.

'바뀔 거야.'

그렇게 성진은 다짐을 했다. 지금은 일단 씻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기에서 흐르는 뜨거운 물의 온도 때문에 증기로 가득 찬 화장실 거울을 문대며

성진은 자신의 얼굴을 봤다. 썩 나쁘지 않은 얼굴이었다. 아니 잘생긴 얼굴이다. 어디 흠잡을 곳 없는 몸이며 잘생긴 얼굴까지 그는 잘났다. 게다가 전에 없었던 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성진의 모습이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짝 날카로운 눈매에 균형 잡힌 이목구비가 더 성숙해져 보였다. 게다가 전에는 없어보였던 자신감도 보이고 있었다. 성진은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슬쩍 웃으며 수건으로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았다. 엄청난 악취라서 냄새도 몸에 배었을 거 같았는데 그러지는 않았는지 다행이도 깨끗하게 잘 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성진은 벗어두었던 자신의 팬티를 입고 유진아가 주었던 도복을 들었다.

"으음."

도복을 보면서 살짝 난감해 했다. 크기로 봐서는 성진의 몸에도 잘 맞을 거 같았다. 도복이 워낙 큰 탓도 있었으나 성진의 몸매가 잘빠져서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슬림한 잔 근육들로 되어 있어서 입기에는 큰 무리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킁, 킁."

냄새를 맡아보니 살짝 땀 냄새와 유진아의 체취가 나는 것 같았다. 성진은 솔직히 난감했다. 누가 봐도 빨지 않은 옷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입었던 옷이었다.

"냄새는 그다지 안 나는데 진아 씨 향기가 좀 나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도복의 냄새를 맡던 성진은 자신이 한 짓이 뭔 짓인지 깨닫고 깜짝 놀라서 도복의 냄새를 맡던 코를 때며 자신에게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친놈 이정도로 썩어 있었냐."

굉장한 자기 비하였다. 성진은 그런 생각을 접어두고 일단 옷이라도 입고 나가자고 생각을 했다. 계속 화장실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 거실에서 머리를 말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도복을 입고 나가려는 순간 유진아가 들어간 화장실이 있는 방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악!"

============================ 작품 후기

==꺄아아아아아악! 놀다 왔더니 원고가! 없어졌어여!!!

아니 틈틈히 저장을 했는데 왜 없는지 이해가 안돼여 ㅠㅠ안썼나?

하아 이제 성진이 각성 합니다만 유진아의 방해! 후후 절단 마공!

선작, 추천, 쿠폰, 추천, 코멘, 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중원고 졸업생입니다!

아니 틈틈히 저장을 했는데 왜 없는지 이해가 안돼여 ㅠㅠ============================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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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악! 놀다 왔더니 원고가! 없어졌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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