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 소개팅과 재회 그리고……유진아의 최고의 능력이자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검의 단두대'는 일정 지정 몬스터에게 쓸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위력은 99%의 살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했다.
기운으로 만들어지는 붉게 빛나는 검은 핏빛의 검이라고 불리는 유진아의 능력이었는데 '검의 단두대'와 같이 쓰게 되면 그 위력이 배로 상승하는 시너지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단한 능력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있었다.
이 둘의 능력을 쓰는 것만으로도 유진아의 기운은 많이 소모가 된다. 게다가 다른 A급 계약자들에 비해서 기운이 적은 유진아의 경우는 이 능력을 한 번 쓰면 더 이상 남아있게 되는 기운이 없어지게 된다.
즉 능력을 한 번 쓰고 리타이어가 되는 것이다. 효율 면에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 위력을 본다면 그래도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아의 체내에 있는 기운의 양은 성진보다 저었다. 아니 성진이 너무 굉장한 것이었지만 유진아의 기운 용량이 적은 것도 있었다. 평소의 유진아라면 이런 큰 기술은 절대 쓰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와이번이라고 해도 날 수가 없는 와이번이었다. 와이번의 가장 큰 무기가 빠른 공중 도약이었는데 날 수가 없으니 그 무기가 상실한 것을 유진아는 자신의 최고의 능력으로 죽여 버렸다. 그러지 않아도 죽일 수 있던 와이번이었지만 유진아는 순간 타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자신의 모든 기운을 써서 최고의 능력을 썼다. 성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유진아를 봤는데 와이번의 푸른 피를 잔뜩 묻힌 그녀는 입고 있던 갑옷이 사라지는 것을 봤다. 와이번의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몬스터의 피에서 나는 엄청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른 피를 잔뜩 뒤집어쓰게 된 그녀를 보면서 성진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미소를 지어주었다. 유진아는 그런 성진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성…진 씨……?"
유진아가 순간적으로 그렇게 말하며 몸이 휘청거렸다. 성진은 그것을 보고 놀라서 유진아에게 달려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유진아는 자신이 말을 하면서 기운이 다 빠져버려 일반인의 몸이 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힘이 없는 몸을 비틀거린 것이었다. 성진이 그것을 보고 놀라서 그녀를 부축을 하게 된 것이다.
"괘, 괜찮아요?"
"그, 그 옷 더러워지실…, 텐데."
유진아는 말을 하면서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기운이 없어서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끄러워서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성진에게 미안해서 그러는 것이었다.
아까의 그 박력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다시 소녀감성이 되어버린 유진아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지금 상황이 너무 부끄러웠고, 성진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능력을 남용하다가 결국 이렇게 리타이어 한 모습을 보면 계약자 실격이라고 성진이 생각할 까봐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자신의 무모함을 욕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성진은 그따위 것은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지 고개를 저으며 유진아에게 말했다.
"에이, 옷은 빨면 되죠."
"그, 그 몬스터의 피라 냄새도…"
유진아는 와이번의 푸른 피를 뒤집어써서 그런지 자신의 몸에 나는 고약한 악취를 맡으면서 성진이 그것에 정이 떨어지면 어쩌냐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람에게 냄새가 나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도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사람이 조금만 씻지 않아도 호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지금 이 악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냄새가 지독했다.
지금 유진아는 그 피를 바로 앞에서 뒤집어쓰게 되다 보니 냄새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몬스터들을 하루 이틀 잡아 본 것도 아니라서 유진아는 견딜 수 있었는데 문제는 성진이었다. 성진은 분명 계약자가 된지 얼마 안 되었다고 들었다. 이런 악취를 맡아볼 경험도 없었을 것 같고, 몬스터의 피도 뒤집어 써본 적도 없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성진이 와이번의 피를 뒤집어써서 악취가 나는 자신이 싫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토를 하고 기절을 해도 될 만큼 엄청나게 지독하기는 했다. 하지만 성진도 만만치 않게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 써본지라 이런 악취는 처음 맞아 보기는 했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것을 걱정하는 모습이 보이는 유진아를 보면서 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이, 꽃향기만 나는데요?"
"……"
성진의 오글거리다 못해 손발을 자르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하는 멘트를 듣고 유진아는 고개를 숙였다. 너무 쑥스러웠다. 이런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그것도 남자에게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성진의 가슴에 기댄 어깨가 너무나도 행복한 유진은 미안하면서 성진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끄러워.'
천하의 검의 여왕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아니 지금은 검의 여왕 유진아가 아니라 여자 유진아로써 성진에게 기대고 있었다.
성진의 넓은 가슴이 너무 포근하고 든든하기까지 했다. 성진은 그런 유진아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런데 이래서는 소개팅이 완전히 엉망이 되었는데요?"
성진의 말에 유진아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을 할 용기도 차마 나지 않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아도 아쉬웠다. 이렇게 기적처럼 만들어진 천재일우의 기회가 한낱 몬스터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고 생각이 드니 아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생각을 해보면 항상 유진아에게는 기회가 왔는데 그것이 점점 망쳐가더니 이번에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너무 야속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진아는 억울하다고 까지 생각을 했다. 성진도 아쉽다는 듯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이렇게 소개팅이 끝날 수밖에 없겠네요."
유진아도 알고 있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알고 있지만 그것이 야속하고 너무 원망스러웠다. 모처럼의 기회가, 아니 제일 좋았다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 버린 것이다.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유진아는 성진과 운명이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니 유진아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성진이 유진아의 어깨를 왼손으로 감쌌다.
"어, 어?"
그 행동에 놀란 유진아는 고개를 들어서 성진을 봤다. 갑작스러운 성진의 행동에 유진아가 놀라서 풍선에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 유진아가 성진을 보니 미소를 짓고 있는 성진이 유진아를 보면서 말했다.
"그럼 내일 다시 봐요. 저 시간 많아요."
"어, 어?"
누군가는 말했다. 기회는 남이 아닌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성진도 지금 그랬다. 이번기회는 망쳤지만 자신의 기회는 다시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진도 모르게 이렇게 용감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진은 이제야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유진아가 와이번을 물리쳤을 때 느낄 수 있었다. 유진아가 멋있다. 라는 생각을 한 것뿐만이 아니라 아름답고 예뻤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성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세차게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확인했다. 왜 두근거리지? 라는 생각을 가졌다. 왜 심장이 빨리 뛸까? 왜 그러지? 내가 설레는 건가? 왜 설렌다고 생각하지? 이런 끝이 없는 의문 속에서 와이번을 죽이고 자신을 보는 유진아를 봤다.
그때 성진은 깨달았다.
'아, 이유 따위는 필요 없구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 따위는 필요 없었다. 단지 그 사람을 좋아한다. 그 것이면 충분했다. 왜 그 사람을 좋아하고, 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자신에게 물어보면 됐다.
그때 이유가 나온다면 어쩌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것이 어떠면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필요한 이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성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과감한 행동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몰랐다. 성진은 유진아의 어깨를 왼손으로 감싸며 자신에게 끌어안은 것을 자신이 하고 자신도 놀랐다.
성진은 그런 자신을 보면서 당황 하고는 유진아의 어깨에 손을 때며 말했다.
"아, 아, 아 그 죄송합니다. 저, 저도 모르게."
성진은 사실 부끄러워하는 유진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에
유진아를 안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유진아가 성진을 구해준 상황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성진은 당황 했다.
그러나 유진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말을 했다. 부끄럽기는 유진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에 좀 용기를 내볼 생각이었다.
"아, 아니에요. 지, 지금 기운을 다 써서 힘이 없어서 그, 그 고마워요."
성진은 그런 유진아의 말에 두근거리는 심장과 마른침을 괜히 삼켰다. 이렇게 떨리는 적은 처음 인 것 같았다. 첫사랑도 아닌데 왜인지 너무나도 두근거렸다.
성진도 용기를 내야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유진아에게 말했다.
"그, 그럼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는 유진아의 모습에 성진은 꽉 끌어안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용기를 낸 뒤에 다시 서먹서먹해진 둘이었지만 그래도 성진은 유진아
를 부축해주며 뿌듯해하고 있었고, 유진아는 자신을 부축해주는 성진을 보며 든든해하면서 서로의 마음은 모른 채 그저 둘이서 좋아해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둘의 그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둘이 그렇게 있고 얼마 안 있어서 바로 아르논 협회 측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성진과 진아는 조금 더 붙어 있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그들은 겉보기에는 특공대원처럼 보였는데 아마 아르논 협회에서 몬스터가 도심에 나타나면 출동하는 특공대원들 같았다. 성진도 그들의 존재를 알아서 큰 거부감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있어야 할 때는 안 오더니 분위기가 좀 좋아지다 싶으니 바로 나타난 그들을 보며 좀 안 좋게 보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두 사람은 살짝 떨어졌다.
그래도 아까 그 서로 닿아있던 그 감촉은 서로 잊지 못했는지 둘의 얼굴에는 살짝 홍조가 가 있었다. 그런 둘의 상념 따위도 방해할 생각이었는지 한 남자가 둘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이 특공대원들의 책임자인 것 같았다.
"혹시 두 분이 와이번을 쓰러트리셨습니까?"
주위 상황에서 살아 있던 것이라고는 두 사람 밖에 없었으니 당연히 계약자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 남자가 물어본 것이었다. 뭐 당연한 생각이었고 말이다.
그 남자의 말에 성진은 아니라고 하려고 했다. 엄연히 와이번을 쓰러트린 것은 유진아였고, 성진은 그런 뒤에 유진아를 부축만 해줬으니 성진은 한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한 게 정말 없었다. 와이번을 보며 일단 도망갈 생각부터 했으니 게다가 성진은 능력하나 쓰지를 않았으니 그냥 유진아의 능력만 구경을 하면서 숟가락을 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말하려고 했으나 유진아가 먼저 대답을 했다.
"예, 저희 둘이 잡았습니다만 왜 그러시는지."
다시 딱딱해진 그녀의 말에 성진은 뭐라고 반박을 하려고 했으나 그 남자의 말이 바로 나오는 바람에 성진은 가만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간혹 자신의 공을 남이 했다고 하는 계약자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실례인 것은 알지만 계약자 카드를 두 분께서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남자의 말에 유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이 빠진 손으로 자신의 핸드백에서 지갑
을 꺼내려고 했는데 생각을 해보니 핸드백을 식당에 두고 왔다. 깜빡한 것이다. 상황이 상황이었고, 게다가 좋은 분위기를 망쳤다고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나있는 유진아가 그것을 챙길 여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 계약자 카드는 그 식당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 성진 씨 제가 식당에 놓고 와서 그런데 성진 씨 계약자카드라도 보여주시겠어요?"
"아, 아니 하지만 저는…"
"부탁할게요."
꿀꺽.
순간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유진아의 붉은 두 눈을 보며 성진은 심장이 멎을 뻔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외모는 사기인 것 같았다. 인간이 이렇게 예쁜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반칙인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아 진짜 저 연놈들 다 죽이고 싶네여 ;ㅁ; 누구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지들은 연애를 해?
;ㅁ; 눙물 그런 의미에서 이분을 모셨습니다. 나와주세요 강철찡~
"어, 어? 여기는?"
"하하, 오랜만입니다 강철찡!"
"히, 히익!"
"그렇게 많은 분들의 반대에도 결국 그 결과를 봤는데 요즘 연애 잘 되어가나요?"
"그, 그게 왜인지는 몰라도 요즘 일이 잘 안 풀리는 거 같더라고요."
"하하, 당연하죠 몇몇독자들이 님을 죽이래여."
"어?"
"그럼 안녕히"
"어어?"
선작, 추천, 쿠폰, 코멘, 지적 감사합니다.
농담입니다 ㅋㅋㅋㅋ
"그럼 안녕히"
"어어?"
"그럼 안녕히"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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