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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마스터-88화 (88/381)

88화 : 소개팅과 재회 그리고……

"아하, 그러니까 진아가 성진이의 검술 스승이라 이 말이지?"

"으응."

성진에게 상황을 들은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을 했다. 유진아도 성진이 말을 하면서 어느새 유진의 옆에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있었다.

유진아의 입장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남이 본다면 얼굴을 붉히며 무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본다면 영락없이 화가 난 줄 알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음성이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다면 그녀가 화가 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

다.

게다가 유진은 유진아와 거의 친자매라고 해도 될 만큼 친분이 있는 사이었다. 이정도의 감정 변화에 모를 사이가 아니었다. 남성 혐오증이라는 것과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진은 그런 유진아의 반응을 보며 매우 흥미로워 했다.

'헤에? 진아가 성진이를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남성 혐오증인 진아가 이렇게 좋아 하는 건 이미 푹 빠졌다는 거네. 잘 됐네, 잘 됐어. 뭐 성진이는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음 가끔씩 조언을 해주면 되겠지?'

유진이 보기에 이미 진아는 성진에게 푹 빠진 것 같았다. 성진은 몰라도 적어도 진아는 그런 것 같았다. 남자가 아무리 애원을 해도 여자가 넘어 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여자가 이미 넘어온 상태라면 남자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다고 할 수 있었다.

유진은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짝사랑을 했지만 만일 좀 더 적극적인 표현을 했다면 이렇게 길게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진이 강철은과 같이 눈치가 없는 남자이기는 했으나 진아가 이렇게 아름다운데 성진이 남자가 아니면 몰라도 남자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외모였다.

어딜 가서 빠지지 않는 외모인 유진조차 몇 수 접어주는 미인인 만큼 성진이 스님이

나 신부님이 아닌 이상 그녀에게 넘어 올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스님이나 신부님이라도 넘어 올지도 모를 미모였다.

유진은 이제 자신은 빠져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들어서 몸을 일으켰다. 성진이 준 선물 다발도 잊지 않고 챙기고 일어나서 그 둘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자자, 그럼 이 늙은이는 빠져줄 테니까 재밌게 얘기를 나누라고. 그리고 듣다 보니 사적으로는 처음 보는 거라면 다시 자기소개를 하고 소개팅인 만큼 서로에게 충실하라고. 그럼 이 늙은이는 간다~."

"어, 언니."

"누, 누나."

그렇게 가는 유진을 보며 진아와 성진은 그녀를 불러봤지만 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진아에게 가볍게 윙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성진은 그 윙크의 의미를 몰라서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나 진아는 그 의미를 확실히 알았는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녀도 유진이 눈치를 챌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정말 눈치를 채니 솔직히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치 사춘기의 소녀가 좋아하는 상대가 있는 자리 앞에서

'너 얘 좋아하지?'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부끄러움이었다.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보는 것이라서 진아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 진아는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도 했다.'진정해, 진정해, 진정해. 유진아 진정하자. 휴우,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그렇게 진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살짝 성진과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고개가 숙여졌다. 이건 뭐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그냥 자동 반사적으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이라서 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반면 성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뭐 막상 잘 해보려고 해도 상대가 무표정한 얼굴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뭐 어떤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 난감한 상황 속에서 성진이 생각했다.

'호, 혹시 화났나?'

그렇게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성진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는지 떠올려보려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검술 지도를 받으며 수련을 할 때도 심지어는 상점에서 만났을 때도 뭔가를 잘못했는지 떠올려 봤다.

'아, 아는 척을 안 해서 화가 난 건가?'

그때 아마 성진이 아는 척을 하지 않아서 좀 기분이 상해서 그냥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럴 리가 없잖아.'

성진이 본 그녀는 그렇게 좀팽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좀 쿨한 편에 속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러니까 성진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화가 난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성진은 이것이

'애인이 있는 남자들이 풀어야할 평생의 숙제인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들이 새삼 존경스러워 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어떻게 맞춰주며 연애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성진이 모솔이기도 했지만 눈치가 좀 둔한 편인 성진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가만, 소개팅이 처음이라고 했잖아. 그럼 긴장한 건가?'

성진은 그렇게 생각을 해봤다. 성진이 본 그녀는 감정을 들어내지 않는 성격인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화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긴장을 했거나, 성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유진에게 화가 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후자의 경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니 성진은 그것을 배제하고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야. 귀여운 면도 있었네.'

성진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수련을 하면서 본 그녀는 냉혈의 여인이라고 할 정도로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얼어붙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감정이 서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이 성진에게는 귀엽다고 느껴졌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던 진아가 그렇다고 생각을 하니 솔직히 되게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겉모습으로 보자면 유진보다 예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매력이라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뭔가 성진은 진아의 모습을 보니 이제는 어렵다고 생각이 들지 않고 자신이 리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했다.

성진도 소개팅이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긴장을 하는 진아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을 했다. 뭐 성진의 생각이 100% 맞는 것은 아니었으나 뭐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으니 틀린 것은 아니다.

솔직히 성진은 지금 진아의 감정을 읽었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은 눈치 채지 못했다. 지금 성진의 심장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처음 입구에 들어설 때 진아의 모습이 보여서 순간 기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진은 지금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 자신의 모습을 알지 못하고 성진의 생각으로 그저 지금 긴장을 해서 고개도 못 들고 있는 진아를 위해 자신이 리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리드를 하려고 하니 어떤 말을 하려고 해야 할지 좀 난감했다.

'아, 나도 이런 거 처음인데.'

그렇게 생각을 한 성진은 자신이 모솔이었다는 것을 상기했다. 자신도 여태 여자와 말 섞어 본 적이 그다지 많이 없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성진의 머릿속에서 동창회를 떠올렸다.

그때는 자연스럽게 여자들과 말을 섞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많았고, 분위기가 좋아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던 것이다. 지금은 딱히 그런 분위기도 사람들도 없는 그런 자리였지만 성진은 그때의 기억을 꺼내서 용기를 내었다.

"잘 지내셨어요?"

"예, 예?"

진아는 성진의 말에 고개를 들며 되물었다. 먼저 말을 해야겠다고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성진이 먼저 말을 걸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는지 적잖이 당황했다. 물론 진아 본인의 입장에서지만 말이다.

성진이 보기에는 살짝 기분이 언짢은 모습이었지만 감정 표현에 서투르다는 것을 알게 된 성진은 그것이 그녀의 의도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아마 많은 시간동안 그렇게 살아와서 이제 그것을 하려고 해도 서툴러서 잘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자 그녀에게 어떤 사정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진은 진아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아, 예. 잘 지냈습니다."

성진은 진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을 했다. 좀 쌀쌀맞게 들리는 대답이었지만 성진은 그래도 대답을 해준 진아에게 고맙다고 생각을 하며 만족을 했다.

진아는 자신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먼저 성진이 말을 걸어 줬는데 그녀가 그냥 이대로 다시 침묵을 유지한다면 그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것은 진아가 용납을 못했다.

"그, 그 성진 씨도…, 잘 지내셨나요오?"

점점 말끝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딴에는 용기를 내서 말을 건 것이었지만 처음 시도를 하는 것이다 보니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 그렇게만 계속 하자.'

그렇게 조금 자신감을 찾게 된 진아의 질문에 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네, 저도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날에 왜 못 나오신 거예요? 저는 갑자기 제가 싫어져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성진의 질문에 진아는 깜짝 놀라면서 두 손을 저으며 고개도 함께 저으면서 부정을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성진은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으나 가까스로 참아낼 수 있었다.

"아, 아니에요. 그때 아르논 협회에 의뢰가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나가지 못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대신에 황인호 제자를 보낸 거고요오."

점점 말꼬리가 길어지는 진아는 자신도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속으로 자책을 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냉철하고 이성적이던 자신이 지금은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마치 얼음이 녹은 미녀가 어찌 할 바를 모르던 것처럼 말이다.

진아의 심장은 이렇게 세차게 뛰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두근거림이 싫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음, 그럼 그때 상점에서 만났을 때는 왜 모른 척하셨어요? 유진아 씨가 검의 여왕이라는 것을 들었는데 제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죠?"

솔직히 성진은 자신의 말에 자신이 놀랐다. 숙맥이라고 생각되었던 자신이 이렇게 여자 앞에서 말을 조리 있게 잘 할 줄 상상도 못했다. 아무래도 성진은 실전에 강한 스타일 같았다. 자신이 필요할 때 능력이 발휘가 되니 성진에게 있어서는 좋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성진의 그런 실전형 질문에 연습 때 잘하는 노력파 진아는 당황을 해서 뭐라고 말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막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뭘 말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고, 뒤죽박죽 섞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그으, 그게."

이런 형들이 꼭 모의고사에서는 올 1등급을 맞고, 수능에서는 답을 밀려 써서 수능을 망치는 사람들의 유형이었다. 그러나 이런 형들의 특징은 한번 극복해 낸다면 엄청난 효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

그때 진아는 성진의 편안한 미소를 보면서 뭔가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뭔가 차분해 지는 것을 느끼고 저 미소를 보니 왜인지 마음이 안정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뛰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흥분을 가라앉혔다고 할 수 있었다. 진정을 하고 진아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는 죄송했어요. 솔직히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지나친 거랍니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그런 진아의 미소에 성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붉어진 두 뺨을 진아는 보지 않았지만 성진은 지금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진아의 작은 미소를 보는 순간 성진은 심장이 순간 멎는 줄 알았다. 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 반칙이잖아 이거는.'

가희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미소는 다행이도 성진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다시 무표정으로 변했다. 다만 완전한 무표정이 아니라 약간 의문이 담겨 있다는 듯한 무표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진은 마음을 추스르며 말했다.

"뭐 기분 나쁘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다시 자기소개…, 해야 할까요?"

성진의 말에 진아는 긴장이 이젠 완전히 풀렸는지 순간적으로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게 좋겠네요."

'진짜 반칙이야. 저 미소는….'

성진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먼저 말을 꺼냈으니 자신이 먼저 소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성진이 먼저 말을 했다.

"저는 아시겠지만 이름은 성진 별 성(星)자에 아름다울 돌 진(瑨)자로 아름다운 돌로 만들어진 별이 되어라 이런 의미라고 하네요. 나이는 26살이고, 지금은 계약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진의 자기소게에 진아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저는……"

"크르르르르르렁!"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엄청난 굉음과 몬스터의 포효가 백화점을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 작품 후기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오늘 한편 더 바칩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저는 그럼 작열하게 산화해버리겠습니다!

내일 뵈요!!!!!

내일은 진짜 1회 연재요 ㅠㅠ 선작, 추천, 쿠폰, 코멘,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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