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 필드 던전
"레아! 레아!"
[……]성진은 레아를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전에는 그렇게 듣기 싫었던 레아의 수다가 그리웠다.
"……"
성진은 대답이 없는 현무암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완전히 고립된 것이었다. 성진 혼자서 말이다. 다행이도 용아가 있었지만 용아는 무기일 뿐이고 성진은 혼자라고 생
각하니 왠지 더 자신이 없어졌다.
여태껏 혼자 잘해 왔지만 심적으로 안정이 되었던 것들이 모두 단절이 되어버리니까 성진도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해도 혼자라면 약해질 수 있다. 아무리 세계적인 강자라도 세계의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더군다나 성진은 D급과 C급 계약자들 보다 강하다는 것이었지 B급 계약자와는 비슷하거나 성진이 밀릴 수밖에 없다. 딱히 강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느 B급 계약자가 혼자서 필드 던전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왔다는 말이 있던가? 없었다. 그런 말을 성진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점점 밀려오는 불안감에 성진은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레아도 이런 기분이었나.'
성진은 문득 레아가 갇혀있는 것이 이런 기분이 아닐까 하며 생각을 했다. 혼자만 있다는 느낌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성진도 이제 좀 알 것 같았다. 앞으로는 레아를 많이 불러야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도 이곳에서 탈출을 했을 때 이야기였다. 지금으로써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성진은 그러면서 조금씩 어두워 졌다.
성진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자감이 넘치던, 아니 오만함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반성했다. 하지만 아무리 반성을 한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성진이 더 깊게 어두워지고 있었을 그때…….
[으음. 뭐야 자는데……, 응?]아직 기운의 흐름을 끊지 않았던 성진에게 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진은 이렇게 레아가 반가울 때가 없었다. 그런데 기쁜 마음은
"왜 이제 대답해?!"
[아! 깜짝이야. 너 말이야…?]레아는 자다 깬 목소리로 말을 했는데 성진이 소리를 지르자 잠에서 깨며 놀랐다. 갑자기 소리를 지른 성진에게 뭐라고 하려고 할 때 레아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지금 갇혀 있는 상태였지만 밖에 있는 상황을 좀 알 수 있었다.
레아가 느끼기에는 이곳은 성진이 평소에 있었던 곳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뭔가 공간의 흐름이 매우 달랐다. 레아도 어디선가 이 흐름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레아는 뭐라고 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성진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던전. 필드 던전. 그나저나 다행이네."
[음.]레아는 성진의 말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성진의 머릿속에 있는 필드 던전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찾아봤다. 그러면서 성진이 한 끝말은 듣지 못했다. 뭐 성진에게는 다행이지만 말이다. 레아는 성진의 머릿속에 있는 필드 던전이라는 개념을 알아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레아는 자신의 계약자는 항상 뭔 고생만하는 마가 끼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이러기도 쉽지 않았다.
[하아. 큰일이네.]레아의 말에 성진은 불안하다는 듯이 레아에게 물었다. 레아가 저런 반응을 하는 것은 성진도 처음 보는 것이라서 더 불안해진 것이다.
"너도 필드 던전 알아?"
[알다마다. 왜 생기는 지도 알지.]그렇게 레아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전혀 그런 상황은 아니었지만 성진은 그것을 듣고 싶어서 레아에게 되물었다.
"어떻게 생기는 거야?"
[생기는 원리는 제각각인데 제일 많은 이유가 너희가 부르는 아르논이라는 위성에서 한 달에 한 번 기운이 왕성할 때가 있는데 그때 좀 강력한 몬스터들이 탄생을 해. 너도 알지? 그 몬스터들이 탄생하기 전에 공간이 뒤틀리는 거.]성진은 레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레아의 두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성진이 알고 있다고 하는지 느끼고 있었다. 뭐라고 해도 둘은 서로 영혼이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서로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들이 조금씩 있었다.
성진은 공간이 왜곡 되는 현상을 직접 보기까지 했다. 소멸과정과는 달리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 같은 현상과 공간이 더 생겨나는 듯한 그 현상에서 일어난 빛 때문에 성진이 김영민과의 악연이 시작된 것이다.
뭐 지금이야 그것이 어쩌면 잘 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아무튼 성진도 잘 알고 있었다. 레아도 성진이 아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 본 것이다. 그러고 레아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몬스터들이 탄생을 하면서 공간을 왜곡하는데 그냥 평범한 몬스터들은 공간만 외곡이 되거나 아님 좀 강력하면 너희말로 그냥 던전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가끔가다 특별하게 그 아르논의 기운을 잔뜩 빨아드리는 몬스터들이 있어.]성진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더 집중해서 들었다. 이건 도움이 되는 얘기이다. 그렇게 확신을 하는 성진에게 레아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 몬스터들이 그냥 혼자 탄생이 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만일 그렇게 되면 엄청 강력한 몬스터들이 탄생을 하게 돼. 너희 기준으로는 랭크 5에서 6사이의 몬스터들이 그렇게 탄생이 돼. 그런데 그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필드 던전이 생성이 되는 걸로 알고 있어.]
"그럼 역시 빠져나가는 경우는 그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려야 되는 거야?"
성진의 말에 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에게 힘들지라도 현실이 어쩔 수 없었다. 아니라고 해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지금 성진에게는 무리였고,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몬스터를 죽이고 나가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그것 말고도 방법이 있지만 아직 너의 힘으로는 무리야. 동화율이 100% 넘는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게 나아.]성진은 어떻게 몬스터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몬스터에게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다는 것인가?
성진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레아가 반박을 해주었다.
[아니야. 몬스터가 대단한 거가 아니라 소울스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르논에서 기운이 뭉쳐지고 거기에 공간의 왜곡으로 어떤 것들이 실체화가 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사람들의 두려움이나 옛날부터 전해져온 괴물들 그런 것들이 아르논의 기운을 뭉쳐지며 생기는 공간왜곡으로 실체화가 되는 게 몬스터야.]성진이 뭐라고 질문을 하기도 전에 레아가 계속 설명을 했다. 성진의 생각을 일부분 읽을 수 있으니 어떤 질문을 할지도 미리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말한 가끔 특별하게 아르논의 기운을 왕창 흡수를 하는데 그 상상들 중
에 강력한 애가 실체화 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강력하기도 하고 그 힘이 하나에게 몰아질 경우 몬스터가 탄생하자마자 죽는 경우도 있으니 거의 강력한 몬스터가 많이 생기지 않는 이유야.]성진은 이해가 되었다. 한마디로 싱크로율과 비슷했다. 그 상상의 것이 실체화를 하는데 예를 들면 처녀귀신이나 총각귀신 같은 것이 실체화가 되는데 그런 것 따위가 랭크 5나 6이 될 리가 없었다.
한마디로 각자의 그릇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릇에 맞는 것들이 많이 없으니 당연히 만들어 지는 수가 적다는 것이 당연했다. 성진이 그렇게 그 부분을 이해를 하자 레아는 계속해서 설명을 했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드물어. 보통 이렇게 그 상상의 것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을 하면 돼. 그래서 그 상상이 실체화한 근본을 죽이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거야. 다른 방법이라고 하면 이 공간자체를 베어버리는 건데 그러면 이 공간에서 잠시나마 탈출 할 수 있게 되는 거야.]성진은 레아의 말에 공간을 벤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해보였다. 적어도 지금 성진의 능력은 용아의 것까지 해서 2개뿐인데 그런 것들로 공간을 벨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용아가 대단하다고 해도 쓰는 성진이 부족해서 그 힘의 반에 반도 못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성진에게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레아의 말이 더 이어졌다.
[그 보스 몬스터라는 몬스터 말고도 나머지 몬스터들도 다 죽여야 돼. 그것이 어차피 편할 거야. 보스만 죽이면 몬스터들 중에서 다시 보스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 몬스터먼저 잡고 보스를 잡는 거가 편할 거야.]성진은 한숨만이 나왔다. 암담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레아의 말이 더 이어졌다.
[너희 기준으로 보면 랭크 2가 보스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 그 아래인 몬스터들도 최소가 랭크 2고 보스는 최소 3이라고 보면 돼.]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성진의 말에 레아가 말을 대신 이어주었다.
[몬스터들을 먼저 다 죽이고 보스를 잡는 것. 그러나 몬스터들에게서 소울스톤이 나오지 않았는데 보스가 랭크 4라면 거의 힘들지도 모르지.]냉정했지만 현실이었다. 성진은 레아를 탓하지 않았다. 우선 최대한 많은 소울스톤이
나와 주길 바래야했다. 그것이 없다면 사실상 성진은 여기서 죽어야 했다. 밖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던가 아니면 죽는 수밖에 없었다.
성진은 솔직히 한숨이 나왔다. 자신이 우쭐거리면서 뛰어다니지만 않았으면 이곳에 올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후회해서 뭘 하겠는가. 이제는 이미 늦은 거 성진은 후회하는 것 보다 우선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럼 나는 기운을 최대한 빨리 회복하고 몬스터들이 있을만한 저 마을로 가봐야겠네."
[응, 네가 사냥하는 곳이 랭크 2의 몬스터인 검치호랑이가 있었던 곳이니까 그리 강한 보스는 아닐 거야. 그럼 무슨 일 생기면 다시 불러.]
"알았어. 고마워."
성진이 그렇게 말하자 돌멩이가 좀 뜨거워지면서 레아가 말했다.
[네, 네, 네가 죽으면 나도 곤란 해, 해서 그런 거야. 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마.]
"푸, 그래, 그래 알았어. 그럼 나는 일단 회복에 전념할게."
[너, 너, 너! 방, 방금 그 웃으…]그렇게 말하는 레아는 성진이 중간에 기운을 끊어버리자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성진은 이런 상황에도 저렇게 하는 레아를 보며 불안감도 날아가는 듯했다. 레아는 가끔 솔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성진도 그런 레아를 보면 가끔 유나생각이 나서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성진은 그런 레아에게 고마웠다. 솔직히 레아가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면 불안감에 더 깊이 빠졌을 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성진이 항상 위급하거나 힘들 때 레아가 나타났다. 생각을 해보니 성진은 레아를 위해 해준다고 한 것이 거의 없었다. 레아는 저렇게 성진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는데 정작 성진은 받기만 했다.
"나도 뭔가로 보답을 해야 할 텐데……, 레아가 원하는 건 동화율을 높이는 거였나."
그걸 떠올리자 성진은 솔직히 그것은 성진에게도 좋은 것이라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성진은 일단 앞으로 많이 말을 걸어주는 것을 하면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성진은 매번 레아에게 빚을 진 것이다. 뭐를 물어볼 때나, 그때 성진이
용아의 시험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어둠에 먹혀버릴 때나 언제나 성진에게 도움을 주었다. 비록 수다쟁이에 말괄량이기는 하지만 성진에게 있어서 든든한 지원자라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레아가 있기에 성진이 이렇게 성장 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서 그냥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존재. 성진에게는 레아와 누나인 유진이 그랬다. 마음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니 성진은 새삼 그 고마움을 느꼈다.
"누나한테도 잘해줘야겠다. 나가면 진짜 잘해줘야겠다."
성진은 그동안 누나가 민폐를 부리는 점이 꽤 많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니 다 성진을 위해서 해주는 것이다. 성진이 그것을 알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각을 했을 뿐이다.
성진은 새삼스럽게 이런 위기를 통해서 여러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그 보답도 이곳에서 나간 뒤에 일이지만 성진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자신감도 자만심도 아니다. 꼭 나간다는 다짐이었다. 그 마음가짐을 가지고 성진은 기운을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저 마을에 어떤 몬스터가 있고, 얼마나 많든지 성진은 반드시 이곳에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것이 설령 몇 년이 걸려도 이곳에서 나가리라 다짐을 했다. 적어도 혼자서 가만히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간다."
그런 성진의 다짐이 성진의 기운을 뒤끓게 하고 있었다. 그런 다짐 때문일까 성진은 아까부터 자신의 등에서 브르르르 하며 검신을 낮게 떠는 용아를 느끼지 못했다.
============================ 작품 후기
==후 슬슬 시즌 1이 끝나가네요;;
조금씩 쉬어야 할 타이밍을 놓쳤어요 ;ㅁ; 힘드네여 ;ㅁ;스토리 진행이 질질 끄는 것 같다고들 하시네요 ㅠㅠ 전개 조절을 해야겠네요 ㅠㅠ선작, 추천, 코멘, 지적, 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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