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 동창회
"오오오오!"
애들은 환호했다. 물론 자신들이 안 걸린 환호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성진을 골랐다는 거에 대한 환호가 더 짙어보였다. 반면 성진은 좀 난감했다. 어떤 질문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아서 살짝 긴장도 했다. 위치에 와서는 그러지 않았지만 아까 있던 술집에서는 하나하나 성진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이 몇 개 있었다. 성진은 아마 이중에서 혜리가 가장 난해 하리라.
그때 지환이 성진이 불쌍하면서 꼴좋다는 미소를 지으며 양주 한 병을 들고 말했다.
"자! 질문을 못하면 양주를 섞은 폭탄주! 단, 성진의 경우는 계약자니 양주 한 병으로!"
"와아! 좋다!"
애들이 다들 그렇게 말하자 성진은 황당했다. 아무리 계약자라도 술을 많이 마시면 취한다. 독에 관련된 능력이 없는 자들이 독에 면역이 있을 리가 없었고, 성진도 독에 면역이 없다. 술도 어찌 보면 독을 해독하는 작용과 같아서 계약자라고 해도 취할 수 있다.
성진의 육체가 아무리 괴물 같다지만 양주 한 병을 원 샷을 하면 취기가 돌 수도 있었다. 뭐 거의 웬만한 질문은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약자가 되기 전에도 술이 세지 않아서 성진은 걱정이 들었다.
그때 성진을 보며 혜리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성진을 보면서 말했다.
"자, 그럼 질문 한다. 자, 나 어때?"
"……?"
아까와 같은 질문에 성진은 물론 애들까지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이내 애들이 환호
성을 질렀다.
"와우! 화끈하다!"
"아! 역시 송혜리야! 집요해!"
"쟤 성진이한테 마음 있나?"
그러면서 다들 시끄럽게 떠들 때 성진은 그냥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마 자신이 송혜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마 생각을 하거나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성진을 보며 혜리는 꿋꿋하게 다시 한 번 성진에게 말했다.
"친구로써가 아닌 여자로써 묻는 거야."
사뭇 다른 때와 분위기가 달라 성진은 물론이고 다른 애들도 성진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저렇게 진지한 혜리를 본적이 없어 왜인지 지금 혜리가 진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보이기도 진심으로 보였고 말이다.
그녀로써는 이 질문을 할지 말지 매우 고민을 했다. 솔직히 여자로써 먼저 고백을 하
는 꼴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왜인지 성진을 놓칠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잘했다고 혜리가 속으로 자위했다.
'차라리 해보고 후회를 하는 게 낫다.'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해보지 않고 후회를 하고 난 뒤에 저렇게 생각이 바뀐 것이다. 후회를 하려면 차라리 해보고 후회를 하는 것이 속이 그나마 편할 것 같았다. 못해 본 것을 후회하는 것은 많다만 해본 것을 후회 한다면 못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 낫다. 못해보고 후회는 나중에도 계속 후회로 남을 것이고, 해보고 후회를 한다면 적어도 못해보고 후회 한 것처럼 평생 후회로 남지 않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혜리도 그런 생각을 하고 성진에게 고백에 가까운 질문을 한 것이다. 성진이 대답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으니 애들도 그냥 조용히 성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 뭐라고 해야지?.'
성진은 고민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송혜리가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애매함 속에 성진은 송혜리가 친구인가? 라는 생각을 하니 고개를 끄덕여졌다.
송혜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성진도 그것을 인정을 했다. 송혜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성진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송혜리와 연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 번 해봤다.
이때 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뭔가 아니었다. 전에 좋아한 여자라서 그런 것인지 조금의 호감은 있었지만 뭐라고 말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송혜리가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인정을 했다. 하지만 송혜리와 연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끌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성진의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송혜리는 성진을 좋아하고 성진의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성진은 그렇지 않은 듯싶었다. 적어도 지금 상태에서는 아니라고 단언 할 수 있었다. 사실 아직은
'모른다.'
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그런 성진의 애매한 마음을 말하게 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성진이 눈치가 없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알았다. 기본적인 배려이니 성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성진은 대답을 하기보다 차라리 양주 한 병을 마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했다. 친구를 배려하는데 양주 한 병을 마시는 것이라면 싼 편이었다. 그렇게 성진은 양주병을 집어서 병을 따고 그대로 나팔을 불었다.
"와아 대단하다."
"……"
애들은 성진이 그냥 말없이 양주를 나팔로 마시고 있으니 감탄을 했다. 역시 계약자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다들 성진의 모습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 혜리의 눈가에 잠시 씁쓸함이 지나갔다.
확실히 혜리는 각오를 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저렇게 나온 것을 보고 차마 씁쓸한 기분을 쉽게 지울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내 다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진을 봤다. 거의 거절의 의미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
성진이 그렇게 순식간에 양주병을 비우자 애들은 고개를 내두르며 박수를 쳤다. 역시 계약자는 다르구나 하며 감탄을 했다. 양주는 못해도 40도가 넘어갔는데 그런 것을 스트레이트로 원 샷을 한 것이다.
"크으."
성진은 양주병을 다비우고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일반 계약자들도 저렇게 무식하게 마시지는 않았다. 아무리 괴물 같은 성진의 육체여도 이번에
좀 취기가 올라왔다.
그때 괴로워하는 성진을 보면서 혜리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아. 나같이 좋은 여자가 어디 있다고, 쯧쯧 성진이가 역시 모태솔로인 이유가 있구나. 여자 보는 눈이 없네."
"
"푸하하하하!"
"그렇게 나긋나긋하게 말한 혜리의 말에 애들은 다들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쿨하고 시크한 송혜리!'
라고 하면서 혜리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성진도 헛웃음이 나오게 하는 혜리의 뻔뻔함에 고개를 내둘렀다.
그래도 성진은 혜리에게 따로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다. 일단 그것이 옳다고 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왜인지는 모르지만 말을 하는 것이 나중에 좋다는 예감이 들었다. 일단 지금은 자신에게 날아온 질문을 막는 것이 급했다. 양주 한 병을 다 마시기는 했는데 엄청 독했다. 다시 하라고 하면 성진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을 할 것이다. 그래서 질문에 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양주가 역시나 독해서 그런지 올라오는 취기와 어지러움이 살짝 느껴졌다. 그래도 엄청난 정신력을 이용해 간간히 버티고 있었다. 그때 지환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성진을 봤다. 아무래도 강한 질문을 할 것 같은 지환을 보며 성진은 두려웠다.
그때 지환이 손을 들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질문을 하겠다! 성진! 네가 생각하는 섹스 판타지는 뭐가 있지?! 없다고는 하지 마라! 남자라면! 아니! 모솔이라면 있어도 창피한 것이 아니야! 아니! 당연이 있어야할 것이지! 암."
"
"오오! 좋은 질문이다!"
"그렇게 혼자 떠들어 대는 지환을 보며 성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섹스 판타지라니……. 지환이 아마 정신을 놓은 것 같았지만 애들 모두 환호를 하면서 지환의 질문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남자들은 다들
'암 당연히 있어야 하지! 그렇고말고!'
그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여자들은 성진도 다른 남자들처럼 이상한 섹스 판타지가 있는지 궁금해서 환호를 했다. 역시 진실게임은 당하는 사람 빼고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
성진은 이번에도 양주를 들이키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섹스판타지를
말하라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성진도 섹스판타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성진도 남자이고 가끔 그런 상상도 하기에 당연히 있었다.
그래도 이거를 남에게 말하는 것이 될지 생각이 들었지만 양주 한 병의 위력이 컸는지 성진이 입을 때고 당당하게 말을 했다.
"나는 메이드가 좋다!"
"우오오오오! 남자다! 역시 성진은 남자였어!"
"우우우, 성진이도 별 수 없구나."
성진의 당당한 발언에 남자들은 감동을 했다는 듯이 성진을 보며 미소를 짓고 엄지를 들어서 성진에게
'역시 남자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들은 성진도 어쩔 수 없는 남자라는 것에 인상을 좀 찌푸리면서 야유를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한층 더 업이 되었다. 성진이 자신의 이미지를 버리는 것으로 분위기를 높여 주었다. 작열한 희생이었다.
"으으, 내 이미지."
성진은 자신의 깨진 이미지가 아쉽기는 했지만 양주 한 병의 위력이 강력하기는 했나 보다. 다시 먹으면 죽을 것 같아서 성진도 포기를 했으니 말하지 않아도 그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알 것이다.
그렇게 성진은 자신의 성적취향을 말하고 고운 이미지를 버리고 분위기를 택했다. 그런 성진을 보며 남자들은 감동을 했다는 표정이었고, 지환은 성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장하다는 표정이었다.
성진도 그런 지환을 보고는 자신에 어깨에 있는 지환의 손위로 자신의 손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남자들 간에 우정이 돈독해 지는 것을 여자들로써는 차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성진은 잘생기고 키도 커서 남자들의 부러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월 한 데 거기에 계약자다. 메이드를 고용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으니 남자들의 우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어떤 남자애는 성진의 말을 듣고 성진이라면 메이드를 진짜 고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혼잣말로
'메이드라니……, 메이드라니!'
라고 감격을 하며 성진이 대단하다는 듯이 봤다.
성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발언 하나로 이 자리에 있는 남자
들과 다들 돈독해 짐을 느끼는 성진이었다. 참으로 별것 아닌 것에 친해지는 남자들의 우정이란……, 역시 영화나 드라마는 픽션에 불과 한 것 같다.
그렇게 성진이 남자들에게 우상이 되어가고 있을 때 한 여자애가 손을 들며 말했다.
"나 질문 한다?"
그렇게 말하자 다들 이제 게임에 좀 집중을 했다. 시간이 좀 흐르다 보니 그냥 보는 여자들로써는 좀 지루할 수도 있었다. 성진은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는 여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아까 송혜리에게 가슴사이즈를 물어본 여자였다. 성진은 이번엔 무슨 질문이 올지 좀 긴장을 했다. 뭐 진짜로 성진은 이제 양주를 들이킬 생각이 없기에 웬만한 질문이라면 어지간히 대답할 각오를 했다. 정말로 양주를 다 마시기는 싫었나 보다.
그렇게 그 여자애는 미소를 지으며 성진을 보며 물었다.
"아까 이상형이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있을 거 아니야. 여기 있는 여자들 중에서 제일 괜찮다고 생각 되는 여자는 누구야?"
"오오우! 본격 성진을 두고 배틀 인가요?!"
애들은 다들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환호를 하면서 성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솔직히 이런 재미에 진실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심으로 하는 질문에 서로 삐지는 소인배들이 아니기에 다들 즐거워했다.
저 질문은 진실게임의 단골 질문이었다. 하지만 성진은 난감했다. 솔직히 1순위를 말하라는 것인데 말을 한 상대도 문제가 되었고, 지목되지 않은 사람도 문제가 된다고 성진은 생각했다. 하지만 양주를 더 마시면 정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아무나 택해도 되기는 했지만 성진이 고민을 하는 이유는 혜리 때문이었다. 아까 혜리의 질문을 대답하기 어려워서 거절을 했는데 다른 애를 고른다면 혜리는 죽도 밥도 안 된 것이다. 그래서 성진은 좀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이중 고르라는 말은
'없다.'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봉인을 한 그런 상황이다. 이중 골라야하니 아무도 없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성진은 너무나도 난감 했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끌면 다시 양주를 마셔야 했으니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중에서 혜리가 제일 낫다고 생각이 든다."
"오오오오오! 고백인가요?!"
"어머, 어머! 아까 말하기 부끄러워서 마신거야?!"
남자들과 여자들 모두 그렇게 흥분을 했다. 성진은 일단 그 뒤로는 침묵을 일관하며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로 답을 했다. 혜리는 방금 성진의 그 말에 심장이 상당히 요동을 쳤다. 어떤 저 여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저런 말을 들으면서 심장이 요동치지 않는 여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혜리도 여자이기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설레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혜리는 그렇게 그녀답지 못하게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조금 숙였다.
============================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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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 작가양반 나도 드디어 연애를 하는가?"
"ㄴㄴ"
"아니 왜?!"
"내가 솔로임"
"aㅏ"
ㅋㅋㅋㅋ다음화는 5시에 나옵니다. 아 예능 봐야지 ㅋ지적, 쿠폰, 추천, 코맨, 선작 감사합니다.
"내가 솔로임"
"aㅏ
"
"아니 왜?!"
"내가 솔로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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