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 동창회
"우우우우!"
"더럽다!"
"술이 없으니까 거부권 없다!"
지환의 질문에 남자들도 여자들도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딱히 분위기가 죽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좋아졌다. 반면 송혜리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지환을 봤다. 성진은 이런 분위기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니 저게 여자한테 할 소린가?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 성진으로써는 상상도 못할 질문이었다. 게다가 남자들끼리 있
는 자리도 아니고 여자들도 있는 자리인데 저러는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성진뿐인 듯싶었다. 다들 지환에게 야유를 보냈지만 그 질문을 딱히 욕하지는 않았다. 뭐랄까 그냥
'에이 초반인데 벌써 그렇게 나가냐?'
라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그래도 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성진은 못마땅한 듯 지환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 송혜리의 답이 들렸다.
"YES!"
"오오! 역시 쿨 한데?!"
송혜리가 그렇게 답하자 지환은 성진을 보면서 말했다.
"야 뭐 그리 보냐. 우리는 원래 이렇게 강하게 했어."
지환의 말에 성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지환을 봤다. 지환은 그런 성진을 보면서
'아아, 이래서 모솔들에는 이유가 있다니까.'
이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진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뭐 게임을 이렇게 해왔다니 일단 성진도 잠자코 봤다.
성진은 그런 질문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대답을 한 송혜리도 대단하다고 생
각했다. 그래서 더 그냥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일단 본인이 아무 말을 안 하는데 성진이 뭐라고 하는 것은 웃겼다.
성진이 송혜리의 남자친구도 아니고 그런 것을 막을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뭐 애들은 지환의 질문에 분위기도 잘 만들어졌겠다. 어떤 여자 애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그 여자애가 말을 했다.
"흠흠, 그럼 3번째 질문이다. 가슴사이즈가 어떻게 돼?"
"오오우~!"
이번에는 남자애들이 그녀의 질문에 환호를 했다. 남성이 여자의 가슴 사이즈 같은 경우에 묻는 것은 실례였고, 변태 취급을 받지만 여자가 여자에게 묻는다면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그 여자애는 남자애들을 보며 두 손을 살짝 들었다 놨다하며 마치
'나 잘했지?'
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남자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잘했다고 해줬다. 성진도 이런 분위기가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조금씩 적응이 되어 가는지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씩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질문을 받은 송혜리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보조개가 생기면서 그 미소가
성진은 썩 매력 있어 보인다고 생각을 했다. 정말로 송혜리의 미소는 매력적이었다.
"너보다 큰 70C다."
"푸하하하하!"
송혜리의 말에 애들은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질문을 한 여성은
'힝.'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과 송혜리의 가슴을 비교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성진도 썩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막상 보니 그다지 나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뭐 친구사이에 이정도면 짓궂은 농담정도인 것 같았다. 분위기가 이러니 성진도 점점 동조가 되어갔다. 그때 다른 여자애가 가슴사이즈를 물어본 여자애를 봤다. 그 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습사 동료를 이긴 적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그것을 본 성진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이번에는 그 여자애가 손을 들어서 질문을 하려고 하는데 다른 여자애가 손을 들었다. 늦어버린 여자에는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는 물러났다. 동시면 몰라도 늦은 것이 확실했으니 넘어가는 것이었다.
손을 더 빨리 든 여자애는 혜리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그, 그 남자하고 할 때 리드를 하는 편이야 아니면 리드당하는 편이야?"
그 여자는 질문을 하는 게 좀 민망했는지 목적어를 빼고 말했지만 이 자리에서 그 목적어의 답을 모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소 수위가 있는 말이었지만 혜리는 답하는 것은 쉽다고 생각했는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아마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 생각을 하지 않고 혜리가 입을 열었다.
"나는 리드를 하는 편이지."
"오오! 낮져밤이야?"
한 남자애가 그렇게 말했다. 낮져밤이란 낮에는 져주고 밤에는 이긴다는 말로요즘 유행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다른 애가 그 애를 보면서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 그 남자애를 보며 말했다.
"뭔 소리야 송혜리가 밤에 이기면 낮에도 이기는 것 지. 낮이밤이지."
"어? 그러네."
다른 남자애의 말에 다들 동의를 한다는 듯이 말했다. 솔직히 혜리의 성격으로 봐서 일반 연애를 할 때도 리드를 하는 편 같았다. 한마디로 굳센 여성이었다. 그러나 송혜리는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밤에 리드를 할지 몰라도 연애를 할 때는 사실 조용조용하게 남자의 말을 따르는 스타일이다. 다른 애들은 그것을 상상도 할 수 없어서 그냥 낮이밤이라고 생각을 했다.
혜리도 딱히 그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번에는 아까 그 기회를 놓친 여자애가 손을 들었다. 그것을 보고 성진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떠올라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묘하게 맞는 말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여자에게 남자들이 질문을 하기에 꺼려지는 것을 여자가 대신 해주는 격이다.
그 여자는 손을 들은 뒤 송혜리에게 질문을 했다.
"첫사랑이 이 자리에 있어?"
나름 진지하게 한 말이었지만 모두들 질문을 한 여자에게 야유를 보냈다.
"에이! 그게 뭔 질문이야!"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우리가 고등학생이야?! 건전하다!"
마치 폭풍 야유가 쏟아졌다. 성진은 그것이 아이러니해서 웃겼다. 아니 질문이 세다고 욕을 먹는 게 아니라 질문이 너무 약하다고 야유를 받는 건 또 처음 봤다. 아까 그 가슴사이즈를 물어본 여자도 이번 질문을 한 여자를 보며 혀를 차고며 고개를 저었다.
"왜, 왜! 나, 나는 좋은 질문 같은데!"
"에이! 그게 뭐야!"
질문을 한 여자가 그렇게 반론을 하자 또 누군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폭풍야유를 받은 그 여자는 그럼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래도 이걸로 할 거야. 혜리야 대답해."
그렇게 여자가 말하자 다들 고개를 내둘렀다. 다들 별로 의미가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보통 첫사랑은 중학교 때 하는데 이 인원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이다. 인기가 없는 과목을 택해서 3학년 때도 다 같은 반이 되었기에 첫사랑은 이 자리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반면 송혜리는 좀 망설였다. 그녀의 첫사랑은 성진이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있다고 말하기 꺼려졌다. 그래서 좀 망설인 것이지만 진실게임이니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 대답을 했다.
"응, 이 자리에 첫사랑 있어. 이제 질문 끝이지?"
"어? 어어?"
이번이 질문이 끝이기도 했고, 딱히 속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제대로 대답했다. 그런 혜리의 말에 일동은 당황했다. 질문이 꽤나 잘 맞았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다음 질문이 있었다면 아마
'그 사람이 누구야?'
이런 질문이 나왔을 것 같았다.
애들이 그런 반응을 하고 질문을 한 여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개선장군의 모습과 같았다. 하지만 이제 송혜리에게 질문을 하는 차례는 끝이 났다. 이제 그녀가 사람을 뽑고 그녀가 질문을 할 차례였다.
애들은 전부 긴장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송혜리는 이중에서도 질문이 세기로 유명했다. 그녀에게 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다들 몸을 사렸다. 성진도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몸을 사렸다.
"음 나는…."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그 뒤에 지배인의 목소리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지배인이 문을 열었다. 지배인은 성진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주문하신 음식이 나왔습니다. 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배인이 들어오고 게임은 잠시 정지가 되었다. 성진은 지배인의 말에 고민을 하더니 물었다.
"이곳에도 소주가 있나요?"
"소주는 없습니다만 고급 맥주와 청주, 와인, 양주는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지배인의 말을 듣고 성진은 애들을 봤다. 일단 성진이 주문을 하는 것이지만 애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좋기 때문이었다. 성진이 둘러보자 애들은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성진 마음대로 시키라는 듯 했다.
그것을 본 성진은 애들이 평소에 소주나 맥주를 마시기에 그와 비슷한 청주와 맥주가 낮다고 생각이 들었다. 와인은 괜히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 마시면 맛이 없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좀 꺼려졌다.
"일단 청주 20병 하고, 맥주도 20병, 양주는 4병만 가져다주세요. 종류는 알아서 가져다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일단 음식부터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성진의 말에 지배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는 턱짓으로 웨이터 둘을 술을 가져오라는 듯 했고, 웨이트리스들은 카트를 끌고 왔다. 사람이 사람인 지라 카트는 4대였다. 그만큼 음식의 수는 많았다.
웨이트리스들이 음식을 나르는 것을 보고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음식들을 한 번에 보는 것은 처음인 듯싶었다. 여자들이야 레스토랑이나 양식집들을 많이 갔지만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오기에는 솔직히 부담이 있어서 많이 오지 못했다. 왔다 하더라도 이렇게 많이 시켜본 적은 없을 것이고 말이다.
남자들은 그다지 먹을 것은 배부르면 된다고 생각했고, 대부분 여자 친구가 없는 남성들이 레스토랑에 가는 것은 드물었기에 이런 요리들은 처음 보는 듯 했다.
파전과 피자를 퓨전 시킨 요리와 잡채 같은 요리, 그리고 불고기와, 떡갈비스테이크 등 여러 가지 고급 퓨전 요리들이 많이 나왔다. 애들은 그것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그렇게 음식을 다르면서 3명의 웨이터들이 술을 담은 카트들을 끌고 왔다. 그렇게 술과 음식이 준비가 되자 애들은 아까 좀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웨이터들과 웨이트리스들은 마지막으로 잔과 술병, 식기들을 돌리면서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정리가 다 되자 지배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성진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벨을 눌러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지배인은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고 방을 나갔다.
지배인이 방을 나가자 방이 날아갈 듯한 함성소리가 들렸다.
""우와아아아아! 성진아 잘 먹을게!"
"성진에게 그렇게 말한 애들은 각자 우선 술잔을 채웠다. 그리고 지환이가 일어서서 말했다.
"그럼 일단 다들 잔채우고! 그럼 제가 건배 선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제 말 끝에
'위하여.'
를 해주시고 마지막으로 제가 건배를 외쳤을 때 만세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선창 장전 준비!"
"
"어이!"
"지환의 말에 다들 기합소리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그 기합을 들은 지환이 만족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청주로 가득 찬 잔을 들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다 모인 친우들을!"
"
"위하여!"
"
"우리 중원 고등학교 19회 졸업생들을!"
"
"위하여!"
"
"마지막으로 우리의 원수와 같은 서민수를 꼴좋게 만든 성진에게 감사를 표하며 속 시원하게 건배!"
"
"건배!"
"그렇게 다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건배를 마친 이들이 각자 옆에 있는 사람과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하고 술잔들을 비웠다. 성진도 기분 좋게 건배를 하고 술을 마셨다. 오늘따라 술이 달다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계약자가 된 이후에 술을 마시는 것이 처음이었다. 수련을 하니 바빠서 못 마신 것도 있는데 딱히 마실 사람도 없어서 마시지 않은 것이다. 성진은 이렇게 친구들과 어울려서 마시는 술맛이 역시 맛있다고 느끼고 앞으로는 자주 이렇게 마셔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게다가 안주거리로 나온 음식들도 맛이 상당히 괜찮았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훌륭했다. 애들도 술을 마시면서 한두 개씩 먹어보고는 놀라워했다. 다행히 다들 입맛에 맛는 것 같아서 괜히 성진이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다시 게임을 할 차례였다. 지환이 앉아서 송혜리를 보며 말했다.
"야 혜리야 그럼 다음 사람 지정해."
"오케이!"
그렇게 말하면서 혜리는 애들을 쭉 둘러보았다. 애들은 강력한 질문이 예상이 돼서 혜리의 두 눈을 피하기 급급했다. 성진도 딱히 걸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혜리는 매력적인 보조개를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성진을 보며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난 성진!"
"오오오오!"
애들은 자신이 걸리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오늘 오랜만에 본 성진을 골라서 다들 환호를 했다. 성진은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는 혜리를 보며 왜인지 모르게 유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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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 제가 보니까 뭔가 이상한 듯한 느낌이 드네여;;근데 정작 뭐가 잘못 되었는지는 모르는 ;ㅁ; 으 슬럼프를 빨리 이겨야겠어요. ;ㅁ;선작, 추천, 쿠폰, 코멘,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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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 제가 보니까 뭔가 이상한 듯한 느낌이 드네여;;============================ 작품 후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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