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 동창회성진은 그렇게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서 애들이 성진을 보며 하나같이 뿌듯하고,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진은 솔직히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애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가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니 성진은 뭔가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분위기를 망쳤다는 것에는 좀 미안하기는 했다.
솔직히 성진의 탓이라기보다 서민수 탓이었지만 서민수의 기분을 망쳐서 애들에게 피해를 가게 한 것은 어떻게 보면 성진의 탓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서민수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 몰랐다지만 그런 쓰레기를 자극한 것은 확실히
잘못이었다. 좀 안일하게 생각을 한 것이다. 설마 일반인이 있다고 살기를 내뿜지 않을 것이라고 방심한 것이 컸다. 그래도 애들은 딱히 불만인 표정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성진에게 고마워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얘들아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분위기를 망친 것 같네."
성진에 말에 지환이 대표로 나와서 성진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섭섭하지 우리가 친군데 그런 일로 뭐라 할 것 같냐? 그리고 솔직히 우리는 고맙다."
"맞아. 솔직히 얼마나 속이 다 시원했는지 어휴."
"그래, 보통 그렇게 당하기까지 하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되는데 우는 게 너무 가증스러워 보이더라."
애들이 그렇게 말을 해주니 성진도 고마웠다. 그때 지환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성진에게 말했다.
"후후후, 그러면 우리 성진이가 우리 동창회를 반쯤 망가트렸으니까 우리 성진이가 이번 기회에 쏘는 거 어때?!"
"오오오오! 찬성!"
"나도 좋아!"
그렇게 모두들 찬성을 하자 성진은 지환을 보며 정말 못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봤으니 한턱 쏴야겠다고는 생각했는데 이 기회에 잘 된 것이다.
지금 시간에 예약을 하지 않고, 이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지만 성진은 좋은 곳을 알고 있었다.
"후후, 그러면 입이 찢어지도록 좋은 곳을 소개시켜주지. 근데 여기서 좀 멀어."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자 성진은 맡겨만 두라는 듯이 말했다.
"다들 기대하라고."
성유진은 자신의 집에서 정신적으로 피곤했는지 짜증이 나있는 표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성인 3명이 누워도 거뜬히 잘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침대에 유진은 누워서 천장을 봤다.
"하아. 박선배 하아. 진짜! 하아."
그렇게 유진은 화를 억누르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를 갈구는 선배들에게 치이고 왔다. 솔직히 때려 치고 싶었지만 그것만 아니면 다 좋은 직업이었다.
솔직히 의사라는 직업이 힘들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그 힘든 것은 별거 아니었다. 무엇보다 A급 계약자들 중에 톱이었고, A급이 되고 난 뒤로 기운을 다 쓰지 않는 이상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고,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유진의 마음에 확 끌렸다. 보람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너무 줬다. 특히 유진이 말하는 박선배라는 사람이 제일 심했다.
이거야 원 레지던트를 끝내면 바로 개인 병원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가 꿀꿀해 있을 때 전화 진동이 울렸다.
"아아! 진짜! 이번에도 호출이면 나 안할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유진은 누군지도 보지 않고 전화를 받자마자 거의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여보세요! 왜요?! 무슨 용건이죠?!"
-……누나 바쁘구나. 미안 이따 걸게.
"?!"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서 설마 성진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성진이라면 지금 부모님의 집에 갔을 시간인데 무슨 일로 전화를 걸었는지 영문을 몰랐다. 게다가 성진은 진짜 가끔 전화를 했기에 유진도 설마 성진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가 당황 하며 말했다.
"아냐, 아냐. 안 바빠. 어, 어! 그 스팸전화 때문에 짜증이 나서 그런 거야."
여전히 성진에게는 거짓말이 서툰 유진이었지만 성진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딱히 신경 쓰이지도 않았고 말이다. 유진은 혹시라도 성진이 삐질까봐 주제를 돌리려고 했다. 수련을 통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성장을 한 성진이지만 아직도 유진의 눈에는 여리고 여린 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우리 성진이가 무슨 일로 전화를 걸었을까?"
그렇게 성진에게 묻는 유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성진이 먼저 전화를 거는 것이라면 분명 유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였다. 그 어느 쪽이건 유진은 이번에는 누나다운 면모를 보여줘야겠다면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유진의 예감은 적중했는지 성진이 전화를 건 이유가 유진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성진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울렸다.
-일단 궁금한 게 있는데 누나 그 아스가드라는 길드의 길드장인 용기사라고 불리는 사람하고 잘 알아?
일단 성진은 용기사가 A급 계약자이니 일단 누나인 유진에게 물어본 것이다. A급 계약자끼리 다 알고 지낸다고 할 수 없지만 3재 중 하나인 유진이라면 인맥이 대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성진의 그런 생각은 맞았다. 유진은 용기사라고 불리는 김태원이라는 계약자를 알고 있었다.
지금은 성진의 무기가 된 용아의 뼈 주인인 어스드래곤 레이드 때 만난 적이 있었다. 사실 예의가 바르고 심성이 착한 김태원은 남성우월주의였다. 물론 여성을 존중을 하기는 하지만 이런 레이드에 여자가 끼는 것이 매우 못마땅하다고 의견을 낸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짜증이 나있었던 유진이 김태원에게 정신교육을 살짝(?)해주고 난 뒤에는 남성우월주의를 머릿속에서 제거를 해주었다. 그리고 덤으로 유진에게 거의 충성을 맹세 하다시피 한 계약자 중 하나였다.
그것을 잠시 떠올린 유진이 대답을 했다.
"응 알고 있는데 왜용?"
그렇게 콧소리가 섞인 애교를 내면서 성진에게 되물었다. 성진은 순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니 꾹 참고 넘겼다.
성진은 일단 어줍지 않게 둘러 대는 것 보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성진의 과거 때문에 서민수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애들에게 하는 짓이 보다보다 못 참겠어서 누나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좀 제대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뭐 어떻게 말하든 유진은 성진의 부탁이라면 들어줄 테지만 말이다.
-내가 아는 친구 중에 예전에 나를 배신하고 나한테 상처를 준 친구도 아닌 놈이 있는데 지금 동창회를 하는데 그 놈이 왔어. 솔직히 내 과거 때문이라면 내가 알아서 복수를 하는 건데 들어보니까 하는 짓은 동네 양아치 같으면서 내 친구들을 좀 괴롭힌 거 같아. 그런데 그 놈이 그 아스가드의 길드원이라고 하더라고 그 뒷배를 믿고 너무 설쳐서 누나한테 전화를 한 거야.
유진은 그런 성진의 말에 성진이 너무나도 대견했다. 자신의 복수보다는 친구들의 모습에 화가 났다는 성진이 이제 남자가 다 되었구나 하면서 참으로 대견해 했다.
그냥 말로만 그러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성진의 성격상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성진이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성진이 누나에게 정식으로 도움을 달라고 하는 것은 김영민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반드시 해줘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게다가 아까부터 박선배 때문에 짜증이 나있던 유진으로써는 스트레스도 풀고, 성진에게 도움도 되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성진에게 상처를 줬다는 애를 처리 하는 것까지 하면 일석삼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냥 성진을 도와주면 성진이 너무 누나에게 의지를 하게 될까봐 유진은 걱정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 힘을 써서 그 놈을 힘이 아닌 같은 뒷배로 깔아뭉개 버리고 싶다는 거지?"
-요약하자면 맞아.
성진의 말에 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누나의 힘을 뭐로 보는 거니 당연히 그 정도쯤은 전화 한통이면 끝나. 그 놈을 완전 이 계약자들 사이에서 끝내게도 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한 유진의 말에 성진은 새삼 놀랐다. 겁화의 마녀인 누나가 인맥이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정도까지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상당한 능력자였다.
그때 유진은 좋은 것이 떠올랐다. 성진을 도와주면서 성진이 너무 자신에게 의존하지 않게 하는 법을 말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이득도 돌아오니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뭐 유진이야 성진이 자신에게 의존을 하는 것은 찬성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다시 찌질이 성진으로 돌아갈까 두려웠다. 겨우 이렇게 늠름해지고 멋있어진 성진을 다시 찌질이로 만들긴 유진도 싫었다.
"근데 성진아 조건이 있어."
-조건?
성진은 누나의 말에 의아하기는 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너무 누나에게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이 들은 성진도 조건이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유진은 성진은 보이지 않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조건. 나랑 데이트하기."
-……성진은
'설마 누나가 브라콘인가?'
라고 진지하게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거부하고 싶었다. 그때 성진이 오해하고 있을 때 유진도 성진이 이상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말했다.
"그냥 밥 먹고 얘기하는 게 데이트지~ 성진이가 모솔이여서 너무 모르네. 하아."
성진은 오늘따라 모솔인 것이 짜증이 났다. 일단 성진도 밥 한 끼 먹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하며 흔쾌히 허락을 했다.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었고, 계약자가 된 이후에 시간이 많이 진 성진은 언제나 상관없었다.
-좋아. 그럼 언제?
"그럼 일요일 날 보자!"
지금이 흔히 말하는 불타는 금요일이니 오늘 아마 동창회를 하는 것을 보면 좀 오래
달릴 수도 있다고 해도 그 다음 날에 만나는 것이니 성진에게는 딱히 부담이 되지 않았다. 성진은 이번에도 괜찮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아 그리고 누나 지금 바로 힘쓰지 말고 내가 문자를 보내면 그때 시작을 해줘. 그래도 기회는 주는 것이 옛날에 친구라고 했던 놈에게 마지막 자비인 것 같아서.
유진은 그런 성진의 말에 실로 대견할 수가 없었다. 마치 검이지만 부드러운 검이라는 느낌이었다. 강하고 날렵하며 예리하지만 적이 아닌 다른 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워 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성진의 성격도 그랬다. 적이라도 개선할 여지가 보인다면 자비를 베푸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안일 한 생각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진정한 강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성진이 유진은 정말로 대견스러웠다. 마치 대학을 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이 이러할까. 그런 마음을 이해하는지 마는지 성진은 자신의 말을 했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럼 일요일에 봐. 그리고 고마워.
성진이 그렇게 전화를 끊었지만 유진은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한
'고마워.'
라는 말에 유진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거의 처음 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이례적이었다. 그런 유진은 성진을 동생으로써 사랑하는 것이지 남자로써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유진에게 성진은 사랑스러운 남동생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유진은 성진의 짝이 되는 여자가 적어도 자신보다는 나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실로 엄청난 기준치가 아닐 수 없었다.
"후후, 이번에 성진이의 짝을 골라야겠어."
그렇게 유진은 이번 일요일에 성진과 밥을 먹으면서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며 소개팅을 하라고 하려고 했다. 게다가 상대는 이미 구해 놓은 상태이다. 아까는 잠시 짜증이 나서 까먹었지만 성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소개팅에 관련 된 것이 떠오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 유진이 알고 지내며
'이 아이는 진짜 성진의 짝으로 최고의 상대다.'
라고 생각해둔 동생이 있었다. 예쁘기도 자신보다 예쁘다고 생각이 들었고, 계약자인데다가 집안도 꽤나 좋았다.
뭐 비록 성진이 싫다고 하면 억지로 엮을 생각은 없었지만 솔직히 유진은 이번에 성
진이라도 넘어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만큼 그 동생은 여자인 자신이 봐도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남자인 성진이 그 매력에 빠지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게다가 그 동생도
'언니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네요.'
라고 말하며 허락을 했다. 솔직히 그 아이에게 성진이 별로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딱히 유진은 그런 것으로 사람을 타박하고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유진이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성진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것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바로 아스가드의 길드장의 번호였다. 그렇게 발신음이 들리지 얼마 되지 않고 바로 상대가 받았다.
-예! 무슨 일이 십니까?
그렇게 유진은 자신의 말을 하며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할 말을 했다. 아스가드의 길드장인 김태원은 그 미소를 보지도 않았지만 온 몸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 작품 후기
==통화 내용
"아 여보세요? 그 김태원씨 휴대폰 맞으시죠?"
"예?"
"저 겁화의 마녀인데 잘 지내셨어요?"
"다, 다, 다, 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서민수라고 그 길드에 있던데"
"예, 염려 마십쇼."
뚝.
그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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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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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7시에 나와요선
< -- 동창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