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50화 (50/381)

50화 : 동창회

"오오, 오늘은 분위가가 더 좋은 것 같은데?"

껄렁껄렁하게 입은 고급양복에 어줍지 않게 쓴 선글라스,

'나 명품이오.'

라고 광고를 하듯 매우 화려한 시계. 허세의 끝판왕 세 개가 모였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패션이었는데 아니 패션이라기보다 그냥 허세 같았다.

서민수였다. 그가 등장하니 정말 거짓말처럼 그 시끄럽던 가계가 조용해졌다. 다들 표정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다들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성진이 와서 그가 온다는 것을 잠시 잊었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좋을 때 등장을 하는 것도 밉상이었다.

지환도 좀 싫은 눈치였지만 일어나서 서민수에게 말했다.

"어, 민수야 왔냐. 앉아서 술이나 마셔."

"오! 그래도 돼? 하하, 내 입맛에는 안 맞는 쓰레기지만 니들이 어울리는 자리니까 특별히 먹어 주마."

그렇게 미친 소리를 하는 서민수에게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들 마음에 안 드는 듯 했다. 조금만 있으면 가니 참자라는 분위기였다.

뭐라고 해도 이 술집을 빌린 것은 그였으니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주최자가 오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들 그렇게 아니꼬운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할 때 성진만 웃긴 것을 참느라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살짝 쥔 채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나부터 열 가지 김영민과 똑같을 수가 있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너무 웃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저런 허영심과 허세가 가득한 이들은 어떤 모임이 있나? 그렇지 않으면 다들 하나 같이 똑같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 그런 부류의 사람은 거의 똑같았다.

성진이 그렇게 웃는 것을 참고 있을 때 송혜리도 잠시 숨을 돌렸다. 서민수가 이렇게 고마울 때도 있구나 하며 내심 서민수한테 감사하고 있었다. 솔직히 성진 때문에 살짝 긴장이 되었는데 서민수 덕에 얘기를 하는 것이 좀 늦춰질 것 같았다. 서민수도 나름 쓸 만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어쨌든 서민수가 싫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저번 동창회 때부터 서민수가 그녀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이 자신을 보는 것도 싫었는데 음흉하게 보니 신고를 해버리고 싶은 것을 참았다. 서민수도 아무리 쓰레기라지만 아르논 협회의 여자를 어떻게 할 만한 그런 간큰 쓰레기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오자 분위기가 죽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서민수는 의자를 하나 끌고 와서 성진의 맞은편에 여자 두 명이 있는 자리에 끼어들며 앉았다. 그 여자 둘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서민수가 성진의 맞은편에 앉은 이유가 자신을 보려고 하는 것을 깨달은 송혜리의 표정도 좋지는 못했다.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송혜리 너 더 예뻐졌다."

한 달 전에도 동창회를 했는데 또 하는 것을 보면 아마 서민수의 목적이 송혜리 같았다. 다들 알았지만 송혜리보고 참으라는 식이 되었다. 송혜리도 안하무인(眼下無人)인 서민수를 상대 할 마음은 없었다.

그때 서민수에게 누가 말했다.

"야 서민수 나는 안보이냐?"

"뭐? 이게 미쳤나."

서민수는 자신에게 건방지게 말한 송혜리의 옆에 앉은 놈을 봤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기분이기는 한데 자신의 동창 중에 저런 놈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성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쓰레기 같은 놈이 자신을 기억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많이 변하기도 했고, 성진의 분위기가 달라졌으니 말이다.

그런 서민수를 보며 성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다. 성진."

"성지인? 아아, 그 나한테 배신당했다느니 질질 짜던 놈?"

서민수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해서 불쾌했는지 성진을 보면서 비꼬았다. 옆에 있는 지환이 화가 나서 뭐라고 하려는 것을 성진이 그의 무릎을 잡으면서 말렸다. 그리고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똑바로 서민수를 봤다.

웃음이 나왔다. 조롱이나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닌 순전히 웃음이었다. 강자에게 나오는 여유로운 웃음이랄까? 성진은 그렇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그랬던 적이 있었지. 근데 너는 무슨 시골에서 양아치라도 하냐? 왜 금목걸이까지 차지 그러냐? 금목걸이가 너희 업계에서는 최고의 패션 아이템 아니냐?"

성진의 말에 서민수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자신에게 대드는 미친놈이 있을 줄 몰랐다. 오랜만에 자신을 봤더니 저 찌질 하던 놈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았다. 서민수는 그렇게 싸늘한 표정으로 성진을 노려봤다. 성진도 딱히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웠다.

성진이 그렇게 행동을 하자 다들 속이 시원한 표정보다는 안절부절 못하다는 듯이 했다. 성진의 옆에 있는 지환도 성진을 보며 좀 심하다는 표정으로 성진을 말리려고 했다.

성진은 애들이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때 송혜리가 성진에게 작게 말을 해줬다.

"진아. 네가 강한 거는 아는데 서민수 쟤는 B급 계약자에다가 너도 알겠지만 계약자들 길드 중 유명길드 '아스가드'의 길드원이야. 그래서 다들 일부러 참고 있는 거고."

"아아. 그 길드 나도 알아."

성진도 아는 길드였다. '아스가드'는 한국의 몇 안 되는 길드 중에 좀 유명한 축에 속했다. 길드 랭킹은 총 50개의 길드들 중에 10위 정도로 상위 길드에 속했다. 일반인들도 좀 아는 길드를 이제는 계약자인 성진이 모르는 길드가 아니었다. 성진이 계약자가 되기 전에도 알고 있던 길드이고 말이다. 아스가드는 상위 길드들 중에서도 좀 유명한 편에 속했는데 길드장이 A급 계약자인 용기사라고 불리는 길드장이었다. 용기사라고 불리는 그 계약자는 마상용 창으로 사냥을 하는 것을 즐겼는데 그의 스킬 중 하나가 용과 비슷한 푸른 와이번을 소환해서 와이번을 타고 사냥을 했다. 그래서 그의 칭호가 용기사라는 칭호가 붙은 것이다. 성진도 알만한 유명한 A급 계약자였다. 평소 선의를 잘 베푸는 그의 성품에 어떻게 서민수 같은 쓰레기가 길드원으

로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성진이 그렇게 의아해하고 있을 때 서민수가 악귀와 같은 표정으로 성진을 비웃으며 말했다.

"이제 주제를 파악했냐? 보아하니 네놈도 계약자가 된 모양인데 까불지 마라. 한 번은 봐주지만 다음은 없다."

계약자는 계약자를 알아 볼 수 있었다. 계약자만이 가지고 있는 그 기운의 흐름이 계약자에게는 느껴졌다. 그래서 상대가 계약자인지 아닌지 계약자끼리는 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서민수도 성진이 계약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을 했다.

성진은 진심으로 웃겼다. 뒷배나 믿고 까부는 꼴이었다. 서민수가 이 정도로 한심한 놈인지 몰랐다. 성진이 알았다면 진작 분위기가 좋을 때 다른 곳으로 성진이 쏠 테니 가자고 했을 텐데 말이다.

솔직히 서민수가 얼마나 변했는지 보고 싶어서 남은 것도 있었는데 변하기는 했다. 더 쓰레기로 말이다.

"그래 성진아. 너도 분하겠지만 좀 참아라."

그렇게 성진에게 말하는 지환을 보며 웃겼다. 성진은 분한 것이 없었고, 그저 자신의 뒷배를 믿고 까부는 서민수가 그저 가소롭지도 않았다.

그런데 성진보고 참으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다른 애들도 걱정하고 다들 만류를 하는 상황이라서 성진은 일단 서민수의 뜻대로 잠시 연극을 해주려고 했다.

"아, 내가 잠시 옛날 생각에 분해가지고 잠시 화를 못 참았다. 미안하다."

서민수는 성진이 사과를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풀어지지 않았다. 저 성진이라는 놈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자신의 꼬봉이었으면서 지금 대드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송혜리가 적당하게 끼어들었다.

"마, 맞다. 서민수 너 이번에도 파티로 레이드 갔다고 했지? 그것 좀 얘기 좀 해줘."

서민수는 성진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송혜리가 자신을 부르니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이렇게 뭐 하나를 물어보면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다 지어내면서 말을 길게 하

는 서민수의 얘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없었지만 성진에게 향한 화를 돌일 필요가 있었다. 다들 송혜리를 보면서 잘했다는 듯 고갯짓을 했다.

그러면서 서민수의 허황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아아, 뭐 우리 혜리가 그렇게 듣고 싶었다면야 내가 얘기를 해주지. 이번에는 레이드가 아닌 던전을 탐험 했지 뭐 엄청난 규모였지만 우리 아스가드의 길드에게는 뭐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지."

서민수는 저번에 파티를 짜서 어떻게 던전을 들어갔으며 몬스터는 숲의 사냥꾼들이 나왔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그 수가 수백이 넘었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 얘기가 거짓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작 해봐야 한꺼번에 나온 수는 십 수 마리일 것이다. 성진은 그 얘기를 듣고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일단 이야기를 다 들어보려고 했다. 서민수의 이야기는 파티원 8명이서 그렇게 수백이 넘는 숲의 사냥꾼들을 만났고, 어떻게 무찔렀으며 어떻게 전리품을 취했는지 말해줬다. 순 허세였다. 굳이 그렇게 길게 하지 않아도 될 부분 인 것 같은데 장황하게 말을 길게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서민수가 싸웠다는 부분은 지나치게 미화가 되었다. 아무리 봐도 저런 몸에는 무리일 것 같은데 말이다. 서민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민수는 딜러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썩 실력이 좋은 것 같지 않았다. 성진이 느끼기에도 기운의 흐름이 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 같았는데 성진 자신은 그런 부분이 딱히 없었다. 이는 기운을 쓰는 것과 능력을 쓰는 것이 분리가 되어 있는 성진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서민수의 경우는 그냥 기운만 뿜으면 능력이 나왔으니 그렇게밖에 능력을 운용을 하지 않으니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송혜리가 착각을 하는 것이 있었는데 서민수는 B급이 아닌 C급 계약자였다. 성진이 B급 계약자를 본적은 없었지만 지금 서민수에게 흐르고 있는 기운이 C급 계약자인 김영민과 비슷한 양이었다.

성진은 자신과 비교를 해보니 이상하게 성진의 기운이 더 많게 느껴졌다. 일단 그것은 나중에 레아에게 물어 보려고 생각을 했다. 서민수의 얘기를 듣다 성진은 중간에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서민수는 자신이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누가 자리를 비우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지만 성진이 보기 싫었는지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능력을 써서 우리 파티장님을 구해드렸지. 그렇게 감사하다면서 나한테 소울스톤을 하나 주시면서 감하다고 하시더라."

성진은 그렇게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싱글벙글 웃으면서 서민수를 보면서 말했다.

"아, 이제 그 지겨운 구라는 끝났냐?"

"……"

다들 억지로 분위기를 띄운 것이 성진의 한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서민수는 성진을 보면서 다시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악귀와 같은 얼굴로 말을 했다.

"너 죽고 싶냐?"

"푸하하하! 고작 C급 주제에 B급이라고 구라를 치고 다니고, 뒷배만 믿는 버러지 중에 그렇게 말하는 놈들은 많지만 정말 죽일 수 있는 놈은 적던데?"

성진의 말에 다른 애들은 뒤로 물러서며 서민수에게서 멀어졌다. 서민수가 살기를 내 뿜고 있는 것이다.

서민수는 성진의 말에 화가 났다. 자신이 C급이라고 떠벌리는 것도 화가 났고 자신에게 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자신에게 저럴 수 있는 놈이 있는지 상상도 하지 않았다. 감히 자신에게 저런 말을 짓거리는 놈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려고 살기를 일으켜서 성진에게 쏘았다.

"……?"

그런데 괴로워해야할 성진이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다. 서민수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성진의 싸늘한 말이 들렸다.

"일반인도 있는데 살기를 뿌려?"

솔직히 아까까지 만해도 그냥 적당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까지 나오니 성진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소용없는 살기였지만 일반인인 그의 친구들에게는 위협적인 살기일 수가 있었다. 잘못하다가 정신 이상을 부를 수도 있는 것이 살기였는데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끌어올리는 서민수를 보며 성진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더 화가 난 것은 서민수가 살기를 내뿜을 때의 애들의 반응이었다. 마치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서민수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물론 성진의 근처에 있는 애들도 혹시 몰라서 자리를 피했다.

그때 지환이 몸을 벌벌 떨며 성진에게 말했다.

"서, 성진아 그, 그만해. 응? 미, 민수야 너도 그만해. 친구끼리 그러면 안 되지. 응?"

성진의 근처에 있다가 서민수의 살기를 약간 노출이 됐는지 몸을 벌벌 떨었다. 성진은 그 모습에 화가 났는데 그때 서민수가 성진의 화를 돋구었다.

"친구우? 이중에 진심으로 나와 친구가 될 격이 있다고 생각해? 존나 하찮은 것들이 어디서! 기어오를 데로 오르고 있어! 감히! 나 서민수한테!"

그렇게 말을 하는 서민수를 보며 성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놈만 뒷배가 있는 줄 아냐? 뒷배만 믿고 설치는 새끼들은 똑같이 뒷배로 눌러줘야지."

그렇게 말한 성진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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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 따위가 나에게 덤벼?!"

그렇게 서민수가 화를 내자 김영민이 다가와서 물었다.

"님? 님이 서민수인가요?"

"??? 그런데 누구지?"

"ㅋㅋㅋㅋ 곧 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은 말해도 몰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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