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 성진의 일상이런저런 사건이 있었지만 성진은 다행이도 본가에 제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진은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근처 백화점에서 산 선물들을 가지고 왔다. 일단 엄마의 선물은 요즘 중년 여성들에게 유행한다는 옷과 구두들 샀다. 그런데 이것만 해도 가격이 200만 원이 넘어갔다. 아버지의 선물로는 고급 양주를 샀는데 로얄살루트 38년산을 샀다. 무려 100만 원이 넘어가는 고급 양주였다. 애주가인 아버지가 아주 좋아할 것 같았다. 그리고 성진은 오랜만에 보는 동생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사왔고, 세 사람을 위한 용돈도 뽑아왔다.
돈이 많아지니 마음의 여유가 많아졌다.
선물을 바리바리 싼 성진은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오랜만에 듣는 동생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야. 문 좀 열어줘."
덜컹.
대문이 열리면서 성진의 동생 성유나가 보였다. 살짝 갈색이 섞여서 보이고, 살짝 웨이브가 섞여 있는 단발머리에 뽀얀 얼굴과 앵두 같은 귀여운 입술을 가진 19살 여고생이었다. 성진은 그런 유나를 상당히 아꼈다. 그런데 성진이 그동안 보고 싶었던 유나는 뾰로통한 표정이었다.
"어, 왔어?"
뭔가 불만인 표정이었지만 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엄마, 아버지 저 왔어요!"
일단 성유나는 성진을 잠시 보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뭔가 성진이 마음에 안 든 모양이다. 저 또래 여자동생들은 거의 다 저런다고 생각하는 성진은 일단 오랜만에 보는 부모님을 찾았다.
"어머, 어머 성진이 왔니? 어머머 성진이 너는 어째 몸이 더 좋아져서 더 잘생겨 진 것 같다?"
성진의 어머니인 양선희 여사는 오랜만에 온 아들보다 아들이 들고 있는 선물꾸러미가 더 반가운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입에 발린 칭찬을 했다.
진짜로 성진의 몸이 좋아지고 잘생겨 진 것은 사실이지만 양선희 여사는 오랜만에 잘생겨져 온 아들도 반가웠지만 그 아들이 가져오는 선물도 많이 반가웠다.
그때 성진의 아버지인 성준혁도 와서 성진을 반겨주었다.
"그래 왔냐."
"예,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래, 와서 앉아라."
그렇게 말한 성준혁은 거실로 향했다. 아파트였기 때문에 그다지 넓지는 않았지만 성진이 살고 있는 원룸 보다는 훨씬 넓었다. 아파트 치고 좀 넓은 40평대의 아파트였지만 그래도 아파트라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렇게 성진의 집보다 넓은 거실로 가서 성진이 앉았다. 그러면서 앞에 앉은 부모님에게 선물을 내밀면서 말했다.
"일단 말씀드리기 전에 선물부터 받으세요. 자, 이건 엄마 꺼."
성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곱게 포장이 되어 쇼핑백 안에 들어가 있는 선물 두 개를 양선희 여사에게 건넸다. 양선희 여사는 성진이 내미는 선물을 보며 이제 봤다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어머, 이런 걸 다 언제 준비했니? 어머머 이것 봐 백화점에서 샀네."
양선희 여사는 그렇게 수선을 떨면서 성진에게 물었다.
"돈이 어디 있어서 이런 걸 샀데? 아들이 최고네!"
그렇게 성진이 보는 자리에서 바로 뜯어보며 양선희 여사는 엄청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머! 이거 요즘 유행하는 코트인데! 어머! 이거는 구두네!? 비쌀 텐데 어디서 난 돈으로 샀데?"
"하하, 그걸 말하려고 온 거예요."
성진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람이 돈이 생겼을 때 부모님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 제일 뿌듯한 것 같았다. 저렇게 좋아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성진도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역시 엄마들에게는 아들이 최고라는 말이 맞았다. 아니 선물 때문에 그런 건가?
양선희 여사는 성진에게서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것을 샀냐고 말을 할 뿐이지 입은 귀에 걸릴 듯 쭉 찢어져 있었다. 선물 싫어하는 여자 없다더니 나이를 먹은 양선희 여사도 여자는 여자인 모양이다.
"크흠, 크흠."
그렇게 수선을 떠는 양선희 여사가 민망했는지 아니면 성진에게 자신의 선물도 빨리 달라는 것인지 성준혁은 헛기침을 했다. 아마 후자인 듯싶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아버지 것도 여기 있습니다. 실한 놈으로 사왔습니다."
그러면서 건네는 작은 쇼핑백 하나를 본 성준혁은 내심 실망했다. 제 엄마에게는 두 개를 주면서 자신에게는 하나만 주는 것이 좀 못마땅했다. 그래도 주는 것이니 일단 한 번 열어보니 고급스러운 상자 안에 천으로 만들어진 주머니에 들어있는 고급스러운 양주병을 보자 성준혁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 이, 이 귀한 놈을 어떻게……."
성준혁은 성준의 선물에 감격을 한 모양이었다. 애주가인 성준혁이 이 양주를 몰라볼 리가 없었다. 무려 로얄살루트인데 게다가 38년산이다.
성준혁도 감동을 먹자 성진은 흐뭇했다. 역시 돈은 이렇게 보람차게 쓸 때가 가장 흐뭇했다.
성진과 성준혁의 사이는 대학교를 휴학 했었을 때 이후로 많이 친해져있었다. 그리고 원래 무뚝뚝하고 그런 부모는 아니었다. 오히려 활기찬 가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성진혼자서 틀어박혀 있으면서 찌질해 진 것이다. 아무튼 부모님이 좋아하니 성진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용돈을 드릴 때였다. 그렇게 성진은 안주머니에 있는 두 개의 흰 봉투를 꺼내서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제가 돈을 벌어서 이제 용돈도 드리는 거예요."
성진의 말에 양선희 여사와 성준혁은 의문이 들었다. 이 선물들만 해도 수백만 원이 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용돈을 준다고 생각하니 이제 두 사람도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대기업에 취직을 해도 월급으로 이 정도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도 이제 성진의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준비가 된 듯하자 성진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안 그래도 그의 누나 성유진이 계약자가 되었을 때 걱정을 많이 하던 두 사람이었기에 성진도 자신을 걱정할까 염려가 되었다. 어차피 말려도 할 것이지만 그래도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목숨을 거는 일인데 갑자기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하늘이 찢어질 것이다.
성진은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기는 싫었다. 그래서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것이다. 성진이 계약자라는 것을 미리 알면 적어도 갑작스럽게 죽은 것 보다는 덜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뭐 성진이야 당연히 죽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만일을 위한 것이다. 만일에라도 성진이 잘못 된다면 안 되니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엄마. 아버지. 저 계약자 됐어요."
"흐흠."
"……"
두 사람은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지 크게 놀라워하지는 않았지만 양선희 여사
는 그래도 아니길 원했는지 조금 충격을 먹은 듯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계약자라고는 한들 죽으면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돈도 살아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지 죽으면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성진은 이런 부모님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분위기가 무거워 진 것이다.
돈을 아무리 번다고 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직업을 쉽게 찬성 할 리가 없었다. 부모라면 당연히 걱정을 하는 것이고, 부모라서 자식을 걱정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봐오던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리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 아마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고 괴로울 것이다. 아무리 자식이 많다고 해도 어느 자식이 귀하지를 않겠는가.
그때 성준혁이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되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위험하지는 않은 거냐."
성진은 그렇게 묻는 아버지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래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당연하죠. 이 아들놈이 얼마나 강한데요."
성진이 기운차게 대답을 하자 성준혁도 미소를 짓고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누구 아들인데 튼튼해야지."
그렇게 부자끼리 대화를 나누는데도 양선희 여사는 걱정이 되었는지 성진을 보며 그래도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네 누나는 알고?"
"누나한테 먼저 말한 거죠. 뭐라고 해도 누나도 계약자니 누나에게 먼저 말했어요."
성진의 말에 양선희 여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물을 훔쳤다. 아무리 그래도 아들이 걱정스럽긴 한 모양이었다. 성유진은 워낙 어릴 때부터 야무져서 자신의 일이라면 혼자서도 척척 알아서 했지만 양선희 여사가 보기에는 성진은 아무래도 걱정이 더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양선희 여사가 눈물을 훔치자 성진은 걱정 말라는 듯이 말했다.
"엄마, 괜찮아요. 누나도 상당히 유명한 계약자고 나도 만만치 않아요."
성유진은 자신이 겁화의 마녀라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유명한 계약자라고 밖에 말을 못했지만 그것에도 큰 안심을 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성진이 그렇게 말해도 양선희 여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성준혁은 자신의 아내의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그래, 임자 너무 걱정 마시게 다른 아들도 아니고 우리 아들인데 걱정을 왜하나. 성진이도 제 누나를 닮아 똑 부러진 모습이 있어.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우리 진이를 믿어."
성진은 아버지의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눈물이 나는 것은 간신히 막을 수 있었지만 자신을 믿어준다는 아버지의 말에 감동을 먹었다.
간단한 말이었지만 성진에게는 이보다 값진 것은 없었다. 그런 성준혁의 말에 양선희 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요. 우리 아들 진이나, 우리 큰딸 유진이나, 우리 까칠한 막내 유나도 나를 닮
아서 야무지기는 하죠."
그런 양선희 여사의 농담에 성진과 성준혁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때 성준혁이 까먹었다는 듯이 말했다.
"아 진아. 너 저녁 아직 못 먹었지?"
성진은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배가 등에 붙을 거 같아요."
"허허허, 오랜만에 네 엄마가 솜씨를 발휘 했으니 조금만 기다려라. 임자."
"호호, 우리 진이가 오랜만에 온다고 해서 네가 좋아하는 갈비찜 했다."
양선희 여사의 말에 성진은 감격을 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성진은 요리에 재주가 없어서 시켜먹거나 반찬을 사서 먹었는데 오랜만에 양선희 여사 표 집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때 양선희 여사가 까먹을 뻔 했다며 말했다.
"유나에게도 밥 먹으라고 해야겠네."
성진은 그런 양선희 여사를 말렸다.
"엄마. 그건 제가 할게요. 오랜만에 우리 동생 용돈도 주면서."
"호호호, 우리 성진이가 진짜 돈을 잘 벌기는 하나봐."
걱정을 하며 눈물을 훔친 지 얼마나 됐다고 아들이 그래도 돈을 잘 버는 것이 흐뭇한가 보다 아까 받은 봉투도 자세히 확인하지는 않았는데 흰 것으로 보이는 종이가 몇 개 있는 걸 봐서 금액이 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성진이 유나의 방으로 가기 전에 아버지인 성준혁에게 가서 귓속말을 했다.
"아버지 봉투에는 2장 더 넣었으니까 엄마 몰래 쓰세요."
"허허, 우리 아들밖에 없구나."
용돈을 타 쓰는 성준혁은 진심으로 자신의 아들이 대견했다. 돈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물론 든든해진 아들이 이제 자랑스러웠다.
성진은 대문 옆에 있는 유나의 방문에 노크를 했다.
똑똑
"유나야. 오빠야. 들어간다."
성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유나는 머리를 묶고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성진이 들어와서 방해가 된다는 듯이 성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 동생이 뭐가 좋은 지 성진은 방글방글 미소를 지으며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성진은 유나가 자신의 동생이라서가 아닌 객관적으로도 예쁘고 귀엽다고 생각을 했다. 예쁜 것은 인정을 하겠지만 귀여운 것은 아무래도 성진의 주관적인 마음이 매우 많이 반영이 된 것 같다.
그런 성진이 주머니에 넣어 둔 유진의 선물을 꺼내며 말했다.
"짜잔. 선물."
"뭐, 뭐야 이게."
유나는 성진의 선물을 보며 좋으면서 싫은 척 내색을 하며 말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도 성진은 좋다는 듯이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성진이 꺼낸 것은 직사각형의 상자였다. 유나는 성진이 주는 것을 받고는 포장을 뜯었다. 그러자 나오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지갑이 윤택을 내고 있었다.
"와."
유나도 여자인지라 선물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큰언니는 아직 유나가 수험생이라고 용돈을 많이 주지 않았다. 아직 10대인 유나는 예쁜 옷도 입어보고 싶었고, 화장도 하고 싶었는데 유진이 서울권에 있는 대학에 진입을 하면 원하는 것을 다 사주겠다고 약속을 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평범한 소녀들처럼 유나가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성진은 흐뭇해했다.
'아, 어떻게 표정 하나하나가 다 예쁠까?'
그렇게 생각을 하던 중에 유나가 아차 싶은 얼굴로 다시 뾰로통한 얼굴로 변했다. 마치 성진이 유진을 대할 때와 비슷했다.
유나도 솔직히 오빠보다는 언니가 더 좋았다. 능력도 언니가 더 좋았고 말이다.
그래도 선물을 받아서 고맙다고는 해야 하는데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해 까칠하게 입을 열었다.
"가짜치고는 예쁘네."
"어? 그거 가짜 아닌데?"
"뭐, 뭐?"
유진은 놀라서 이리저리 살펴보니 명품이었다. 하나에 못해도 수십만 원은 하는 명품 지갑이었다.
"이거 프라다잖아."
"응. 거기 거야."
"오빠가 이걸 어떻게 샀는데?"
"오빠가 한 능력하잖아."
성진은 유나가 걱정을 할까 계약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유나가 성진과 말을 하고 분한 듯 말했다.
"고, 고마워."
"하하, 뭘. 오빠가 사줄 수도 있는 거지. 엄마가 밥 먹으라고 나오래."
성진은 그렇게 말하고 유나의 방을 나왔다. 유나는 그런 오빠를 보면서 말했다.
"치, 그래도 괜찮네."
아직 지갑 안에 들어 있는 호박색 5만 원짜리 지폐 20장을 발견하지 못한 유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집안은 남매간에 내리사랑은 끝내주는데 치사랑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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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랑은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말합죠 ㅎㅎ저는 독자님들을 향한 치사랑은 무한하답니다.
(방긋)선작, 쿠폰, 추천, 지적, 코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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