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 수련(修鍊)자줏빛 아르논의 빛이 아름답게 세상에 내리쬐고 있었다. 창가에 앉은 한 여인도 아르논의 빛을 보고 있었다. 아르논의 빛을 흡수라도 하는 것인지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머릿결이 찰랑였다. 아르논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처럼 그녀의 미모도 그런 아르논에 비춰 몽환적인 느낌을 냈다.
그녀의 붉은 두 눈동자와 그 눈 아래에 있는 삼각형의 타투는 그녀의 새하얀 피부를 더 독보이게 만들었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얼음 조각상처럼 차가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가볍게 잠옷차림을 한 그녀의 몸매는 예술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봉긋한 가슴
에 매끄러운 피부까지 그녀의 모습에는 흠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아르논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아름다운 그녀의 미모와는 달리 온갖 근심이 담겨있는 한숨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유진아. 유성검가의 하나 뿐이 없는 딸이었다. 두 오빠들 밑에서 큰 그녀는 유독 유성검가의 가주 유혁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그녀는 어릴 적에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것을 봤다. 남자에게 말이다. 미모가 워낙 뛰어났던 유진아의 어머니는 유성검가의 제자 중 하나에게 살해를 당하고 겁탈을 당했다. 죽은 뒤에 관계를 맺는 그 제자를 유진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물론 그것을 안 유혁이 가만있지는 않았다. 그 제자는 유성검가에 의해 가족까지 몰살을 당했다. 그것도 그 제자의 눈앞에서 말이다. 물론 조용히 처리가 된 이야기였다. 그 제자도 사지의 힘줄이 잘려 유성검가에서 키우는 개들에게 물려 뜯기면서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유진아였다.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를 당하고 강간까지 당하는 것을 본 그녀의 나이는 8살이었다. 충격을 먹을 수밖에 없던 일이고, 어린 나이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그 뒤로 그녀는 어떤 감정을 표정에 들어내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가족을 제외한 남성을 혐오하기까지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딸이 불쌍해 유혁은 더 극진히 딸을 아꼈다. 그러다가 유진아도 계약을 하게 되자 유혁은 그녀가 스스로 강해질 수 있게끔 도와주었고, 지금의 그녀가 있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많이 좋아져서 남성을 무조건적으로 혐오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강해지면서 자신의 상처를 많이 아물게 했다. 큰 힘이 된 것은 죽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에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이좋게 있는 모습을 봐와서 그런지 항상 결혼을 꿈꿔온 작디작은 소녀였다. 그러다 어머니가 죽으면서 그 꿈도 잠시 사라졌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어머니처럼 아버지 같은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성검가의 직위를 보고 자신에게 노리는 남성들
뿐 이였다. 그래서 그것을 숨겨보니 자신의 미모를 보고 자신을 어떻게 해보려는 남자들 밖에 없었다. 유진아의 남성혐오증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였다. 그래서 그런 것은 잠시 접어두고 사냥에만 몰두를 했다. 그렇게 그녀는 작년 23살 때 A급 계약자가 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 그녀의 고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아."
그녀의 고민은 얼마 전에 검술 수련을 받은 성진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가 신기했다. 물론 처음에는 다른 남자들과 같이 자신의 미모를 보며 넋이 나간 듯한 그를 보며
'이 남자도 마찬가지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남자가 그녀의 미모를 보고 넋을 놓지 않겠는가. 그런 자는 아마 게이일 것 같다.
아무튼 그런 그를 다른 남자들처럼 혐오스럽게 봤다. 솔직히 역겹다고 생각을 했다.
유진아는 자신의 겉이 아닌 속을 보고 사랑해주는 남성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도 겉을 보지 말고 속을 보고 좋아하자는 강박관념이 생기기도 했다. 그때 그 제자도 자신의 어머니의 겉에 보고 반해서 그런 짓을 벌인 것이라고 무의식 속에 단단히 박혔다.
그래서 성진도 그냥 그런 남자인 줄 알고 혐오스럽다는 듯이 봤다. 대게 그렇게 보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녀의 무표정한 차가운 표정에 혐오스럽다는 듯 남자를 보면 자괴감이 들 것 같기는 할 것 같다.
그런데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성진은 솔직하게 사과를 했다. 솔직히 유진아는 살짝 분했다.
'아니 넋을 놓고 보고 난 뒤에 왜 사과를 하지? 내가 저 남자가 보기에는 잠시뿐만 예쁘다는 건가?'
자신이 예쁜 줄 아는 그녀는 솔직히 좀 분했다.
그래서 나중에 대련을 하자고 할 때 살짝 유성검가에 대해서 흘렸는데 욕심에 멀어서 그녀에게 가까워지려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그는 그저 순수하게
'그러면 더 좋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감 어린 표정이었다. 솔직히 그런 사람을 바랬지만 막상 만나보니 그녀는 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그 남자는 자신 보다 검이 더 좋은 듯 가끔 얘기를 할 때도 검에 관한 얘기만 했다. 더구나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검을 다루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자신도 검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성진처럼은 아니었다. 성진은 좀 병적으로 검술을 사랑했다.
그래서 강한 수련을 시킨 것이다. 당해봐라 식으로 시킨 수련에 멀쩡히 해내는 뿐만이 아니라 항상 해내는 그런 성진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유진아도 그런 성진의 모습에 점점 반한 것이다. 그녀는 성진을 좋아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겉이 아닌 속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것이 아니라고 막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와 대화를 나눠 본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를 좋아하냐고 자신의 마음을 속였다.
그렇게 점점 성진을 볼 수 있는 날이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이 오기 전날 밤에 유진아는 생각했다.
'그럼 대화를 많이 나눠 보고, 많이 만나보면 되지!'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마지막 날에 성진의 연락처를 물어보려고 했다. 물론 검술에 관한 핑계를 대면서 자주 연락을 하면서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하며 조언을 해주겠다는 핑계를 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터졌다. 아르논에서 그녀에게 의뢰를 넣은 것이다. 검술지도를 하는 것도 아르논의 의뢰,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얼마 전에 그녀에게 작업을 걸던 계약자를 죽도록 패서 벌을 준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을 그만해도 되고 다른 의뢰를 해달라는 아르논이 원망스러웠다. 성진을 보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놓쳐 버린 것이다. 대신 자신의 가문에 제자 중 가장 믿을 만한 황인호라는 사람을 대신 보냈지만 유진아는 그 뒤로 성진이 너무 보고 싶었다.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도 없었다.
"하아."
그렇게 그녀는 하늘에 자줏빛 보석 아르논을 보며 무표정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진은 그날을 마지막으로 수련을 끝냈다. 헬스클럽은 계속 다니고 있었지만 검술 지도는 받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에는 이제 자신의 검술을 완성해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가르침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본 황인호의 말도 그랬다.
'성진군은 이제 누구의 가르침보다는 스스로의 깨달음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자신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검술을 익혀 가면 더욱 완벽해 져가는 자신의 검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일수록 더욱 뿌듯하지요.'
그런 황인호의 말에 성진은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렇게 일단 성진은 4일을 쉬었다. 아니 쉬었다기보다는 자신을 더욱 갈고 닦는 정신 수양을 했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황인호와의 대결이후 자신의 검술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무언가 실마리 같은 것을 잡고 곰곰이 생각을 했다.
깨달음이 그렇게 쉽게 오는 것이 아니라 힘들기는 했지만 성진은 무언가를 깨달아 자신의 검술을 더 진화 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를 끝낸 성진은 용아를 메고 대문을 나섰다.
"오늘부터는 중급 사냥터로 간다."
수련이 끝났으면 이제 사냥을 할 차례였다.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해져서 랭크 2 몬스터들에게도 먹히는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에 찬 성진의 등에는 비가시화 모드를 한 채로 검고,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용아가 있었다.
중급 사냥터란 랭크 2 몬스터들의 필드나 던전들이 많은 곳을 말했다. 전에 성진이 김영민과 함께 갔던 곳도 중급 사냥터였다.
몬스터들의 서식지가 몰려 있는 곳 마다 사냥터라고 불렀는데 계약자들의 은어 같은 것들이었다. 랭크 1 몬스터들의 서식지들이 몰려 있는 곳은 초급 사냥터, 랭크 2 몬스터들이 주로 서식하는 곳들은 중급 사냥터, 마지막으로 랭크 3 몬스터들의 던전이나 서식지들이 몰려 있는 경우는 고급 사냥터나 고급 던전이라고 했다.
그 랭크 4 이상의 몬스터들은 그 수가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적어서 갑자기 생기는 거대 던전 같은 경우나 가끔 필드에서 보이는 것을 봐서 그들은 서식지라는 것이 딱히 없었다. 아무튼 성진이 가는 곳은 김영민이 주로 사냥을 했던 가평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 놈하고 마주치면 기분이 나빠 질 것 같아서 다른 곳을 향했다.
성진이 향하는 곳은 강서구에 위치한 개화산이었다. 이렇게 가끔 수도권이나 도시근처에도 몬스터들의 서식지가 있는 곳이 있었다. 산지 주변은 거의 몬스터들의 서식지였고, 서식지가 있는 곳에는 아르논 협회에서 검문소를 만들어 몬스터들의 도시 침입을 막았다. 뭐 보통 자신의 던전이나 필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습성 때문에 딱히 검문소가 없어도 되었지만 그래도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대비해 놓는 것도 좋았다. 게다가 집에서 가까워서 좋았다. 차가 막혀도 30분이면 갔다. 게다가 성진이 사냥을 하는 시기는 새벽. 차가 막힐 일이 없어 15분 안에 도착하는 거리였다.
전에는 가평까지 가서 사냥을 하고 힘들어 죽을 것 같았는데도 차로 운전을 하고 1시간에서 길면 2시간까지 운전을 하고 가야했다. 그것이 솔직히 귀찮고 짜증이 났던 성진은 집 근처에 사냥터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뭐 가평에서 사냥을 하는 게 귀찮은 이유는 전에 김영민의 일을 할 때의 이유 때문에 심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개화산에 있는 랭크 2 몬스터는 단독생활을 하는 몬스터 밖에 없다. 랭크 2 몬스터들부터는 거의 무리 생활이 아니라 단독생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이
유도 있어서 개화산을 고른 것이다. 여러 마리이면 솔직히 위험하다. 랭크 2를 처음 사냥하는 성진으로써는 되도록 안전하게 하는 것이 좋았다. 파티도 아니니 더더욱 안전을 신경 써야 했다.
그렇게 차를 몰고 얼마 가지 않자 성진은 개화산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역시 근처에 있는 계약자 전용 주차장에 계약자 카드를 등록을 하고 주차를 한 성진은 비가시화 모드를 한 용아를 등에 메고 검문소를 갔다.
"안녕 하십니까."
"예."
검문소를 지키는 경비원이 성진을 보며 인사를 했고, 성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고는 계약자 카드를 보여주었다. 계약자 카드를 본 경비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진에게 물었다.
"이곳은 랭크 2 몬스터들이 많이 나오는 지역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계약자 카드에 적혀 있는 D급 계약자라는 표시를 보고 경비원이 성진을 걱정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냥터에서 사상자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낮은 급의 계약자들이 자신의 급보다 높은 사냥터에서 죽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경우가 있으면 경비원들에게 뭐라고 해서 그것 때문에 성진에게 묻는 것 같았다.
그래도 성진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서 파티를 구하려고요."
"아, 그러시다면 조심히 사냥을 하시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성진을 걱정 하는 것 보다 자신에게 불똥이 튀는 것이 일어서 물어 보는 것 같았다.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이 든 성진이었기에 그냥 검문소를 통과를 해서 트럭을 빌리러 갔다. 파티를 구한다고 하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성진은 용아로 자신의 검술을 진화 것을 하고 싶었기에 수련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한다면 성진도 싫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민폐였다. 그래서 성진은 혼자 사냥을 하는 것이 편했다.
그리고 솔직히 성진은 파티를 한다는 것이 좀 회의적이었다. 강해지려는데 혼자면 충분하다는 자신의 누나인 성유진에 말에 동의를 했다. 강해지려면 혼자 자립하고 자존
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성진의 싱크로율을 높이려면 파티를 하는 것은 더더욱 안 좋았다. 성진은 이번에 하루 빌리는데 200만 원 짜리가 드는 것을 골랐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하루 종일 사냥을 할 생각이었는데 랭크 2 몬스터는 랭크 1 몬스터들에 비해 몸집이 커서 더 좋은 트럭을 빌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했다. 보통 기사를 함께 대리로 모시는 경우가 있었는데 성진은 김영민 때문에 대형면허를 따서 이렇게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어떨 때 보면 김영민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 근근이 있었다. 아주 가끔 말이다.
============================ 작품 후기
==아으 비축분이 없다는 기분이 이런 것이군요 ;ㅁ;더, 더 이상 5, 5연참은?!
선작, 추천, 쿠폰, 지적, 코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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