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 수련(修鍊)성진은 황인호를 보며 긴장했다.
목검을 쥐기 전이랑 목검을 쥔 후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황인호의 달라진 분위기에 성진은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검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진짜 검은 아니지만 단순히 목검으로도 이렇게 긴장감을 내게 하는 황인호를 보며 순수하게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이고 이것은 지금 대결이었다. 순전히 감탄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황인호를 보며 성진은 틈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경험의 차이인가, 아니면 성진이
아직 미숙해서인가 황인호에게 틈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틈이 있는지 없는지 몰랐다.
느낌상 틈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무결점적인 자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성진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때를 기다렸다.
그때 성진이 눈을 번뜩이며 목검을 찔러 들어갔다. 틈을 보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먼저 공격을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황진성의 목을 노리고 목검을 찔러 들어갔다.
쉐엑!
'호오!'
매우 빠른 찌르기 전에 유진아와 대결을 할 때보다 훨씬 빠른 찌르기였다. 소리와 비슷한 속도로 자신의 목에 날아오는 성진의 목검 끝을 보며 황인호는 감탄을 했다. 소리의 속도와 비슷하게 날아오는 목검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도 감탄을 한 것이지만 방금 전 황인호가 공격을 들어가려고 할 때 그 순간을 눈치 채고 성진이 공격의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간 것이다. 검을 수련한지 얼마 안 된 초보라고 하기에는 매우 노련하고 감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감탄만 한다면 황인호의 목이 뚫릴 수도 있었다.
'대단한 공격이지만 이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탁!
황인호는 자신의 목검으로 성진의 목검을 흘리며 검로를 살짝 틀어 놓고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찌르고 들어오는 성진이라서 황인호가 그냥 옆으로 피하는 것만으로 성진의 뒤를 잡을 수 있었다.
쉬익!
팟!
황인호는 성진의 목검을 흘리는 반동으로 목검을 움직여서 성진의 왼발을 노렸지만 성진은 상체를 틀며 오른발에 힘을 줘서 황인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전과 같았으면 이정도로 도약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겨운 훈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법의 묘리를 깨달은 지금의 성진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성진은 잠시 놀랐지만 이것이 보법의 힘이라는 것을 알고 침착하게 생각했다.
그 한 번의 도약으로 2m정도 떨어진 성진은 멈추지 않고 오른손에 쥔 목검을 양손으로 빠르게 잡으며 황인호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쉭!
그러면서 목검을 위에서부터 사선으로 황인호에게 휘둘렀다. 빠른 목검이 떨어지고 있었으나 황인호의 목검은 아직 아래에 있었다. 하지만 황인호는 순식간에 몸을 돌리면서 목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성진의 목검과 부딪혔다.
쾅!
엄청난 진동이 수련실을 울렸다. 평범한 목검 같았으면 부셔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냥 가루로 바스러질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아르논 협회에서 특별하게 만든 목검이라서 부러지기는커녕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황인호는 자신의 목검과 부딪히며 자신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성진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오호. 대단하군. 볼수록 초보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성진도 놀라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지 그 대상이 황인호가 아닌 자신이라는 점이었다.
'이번에는 안 찢어졌네.'
전이였으면 성진의 손아귀에 피가 흘렀을 테지만 지금은 힘의 분배를 알아 성진의 손에는 큰 충격이 오지는 않았다. 둘은 힘겨루기를 하다 소용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물러섰다. 그리고는 자세를 다시 가다듬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을.
'이제부터 이 사람 진지하게임하겠습니다.'
'제 검술을 보여주죠.'
팟! 팟!
둘은 그렇게 서로를 보며 눈빛을 교환한 후 빠르게 서로에게 다가갔다.
황인호는 양손으로 목검을 잡고, 성진의 허리를 노리는 지 가로로 목검을 잡으며 성진에게 달려들었고, 성진은 황인호를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목검을 오른손에 쥐었는데 일반적으로 잡지 않고 역으로 잡았다. 대검을 저런 식으로 잡으면 길이 때문에 자칫 잘못 될 수도 있었는데 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황인호에게 달려들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옳지 못한 선택입니다.'
쉬이익!
그렇게 생각을 한 황인호가 먼저 목검을 휘둘렀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서 그 목표가 성진을 노리며 빠르게 휘둘러졌다. 공기를 가르며 무서운 소리를 내는 목검을 보며 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역으로 잡은 목검을 들어 올려 황인호의 목검을 막으려고 하는 모양이 되었다.
'한 손으로는 힘이 부족할 것입니다. 그리고 역으로 검을 쥐면 더 더욱!'
그렇게 생각을 하며 황인호 망설임 없이 목검을 휘둘렀다. 성진의 목검과 황인호의 목검이 부딪혔다.
탁!
성진의 목검이 힘없이 튕겨나갔다. 이제 성진의 몸은 비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황인호의 승리였다. 그러나.
'아니!'
황인호는 진심으로 놀랐다. 성진은 자신의 허리를 목표로 휘둘러지는 목검을 가볍게 뛰어 공중으로 피했다. 그러나 그냥 그랬다면 황인호가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진은 그냥 뛰어서 공중으로 피한 것이 아니라 튕겨져 나온 목검을 오른손바닥에서 반 바퀴 돌리며 똑바로 잡고 뛰면서 왼손까지 목검을 잡으며 황인호의 머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쉐에에엑!
황인호는 공기를 무섭게 가르며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목검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이런 변칙적인 검술은 보지 못했다. 전통 검술만 봐온 그에게는 상당한 충격이 되었다. 그러나 피하지 못할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다. 비록 황인호가 성진에게 공격을 날렸지
만 회수를 할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황인호는 어렵지 않게 성진의 오른쪽으로 피했다.
그러고는 아직 공중에 떠있는 성진을 향해서 목검을 찌르고 들어가면서 성진을 공격했다.
쉐엑!
빠르게 성진의 몸으로 찌르고 들어가는 자신의 목검을 보며 황인호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비록 성진의 변칙적인 공격은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여기까지라고 생각을 했다.
'이것이 끝이오.'
성진은 아직 몸이 떠있었다. 공중에 떠서 황인호를 공격한 것은 상당히 대단했다. 하지만 공중에서는 피할 방법이 없기에 성진의 패배라고 생각한 황인호였다.
하지만 그것은 황인호의 오산이었다. 성진은 자신에게 다시 공격을 가하는 황인호를 보며 성진은 등이 천장을 보게끔 향해 몸을 틀었다.
그러면서 황인호의 목검 끝이 성진에게서 벗어났다.
'어딜!'
하지만 황인호의 목검은 뱀처럼 목표를 바꿔서 다시 성진을 노렸다. 하지만 성진이 몸을 튼 것은 피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쾅!
그렇게 아직 공중에 내려오지 못한 성진은 빠르게 바닥을 찔렀다. 그러면서 그 반동으로 황인호의 목검을 간신히 패했다. 그것뿐 아니라 발도 땅에 닿게 되었다.
그대로 허공을 찌른 황인호는 두 눈이 커졌다. 설마 저런 방식으로 피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감탄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성진이 바닥에 땅에 닿자마자 황인호의 목검과 교차하면서 황인호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황인호는 목검을 회수해서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보법을 이용해서 성진의 목검을 피했다. 아니 피했다고 생각했다. 성진은 황인호가 자신의 목검을 피할 때 목검을 멈췄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성진은 목검을 멈추고 목검 끝에 바로 있는 황인호를 노리
고 찔렀다. 그러나 목검을 멈추는데 순간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갔는지 두 동작을 이어지게 하는 부분이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황인호는 그 부자연스러운 부분 덕에 간신히 그 찌르기를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성진이 한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변칙적인 검술은 황인호도 처음 보는 검술이었다.
'말도 안 돼.'
거기에다가 공격을 들어가다 검을 멈춰서 다른 공격으로 잇는 것은 매우 고난이도의 기술이었다. 아니 거의 불가능 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성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해냈다. 검으로 공격을 하다 반동으로 그 궤도를 바꾸며 공격하는 것은 얼마 던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진처럼 반동이 아닌 오로지 힘으로 방향을 90도로 꺾는 것은 쉬운 기술이 아니었다. 그런데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성진이 그런 검술을 구사하고 있으니 황인호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면에 성진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수련을 하며 상상으로 만들어낸 기술들이 잘
되고 있었다. 아직 부자연스러운 기술들도 있었지만 이정도면 만족스러웠다. 자신만의 검술이 점점 만들어지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성진은 대결에 집중을 흩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되면 지게 되는 것인데 지기는 싫었다. 자신의 검술을 자신도 보고 싶었다.
가볍게 뒤로 물러선 것 같은 황인호와 성진의 거리는 3m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그 정도의 거리는 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리였다. 그렇게 잠시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은 자세만 가다듬고, 바로 서로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유성검가의 검술을 보여드리지요.'
황인호는 성진을 인정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아까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라는 소리가 그저 자신의 실력으로 이기라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성진에게 검술을 쓰지 않으면 이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대였다. 여태까지는 황인호는 검술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신의 실력으로 싸워 왔다고 보면 되었다. 그런데 성진을 보니 유진아가 한 말이 무슨 의미인줄 알았다. 황인호가 유성검가의 검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질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유성검가의 검술을 사용하겠다고 생각한 황인호의 기세가 달라졌다. 성진도 그것을 느끼고 양손으로 목검을 잡았다. 그때 황인호가 계속 양손으로 잡건 목검을 이제는 오른손만으로 쥐며 성진에게 찌르기를 날렸다.
'이정도 쯤이야.'
성진은 가볍게 생각을 하며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황인호의 목검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십 수개의 목검으로 나눠지며 그 모든 검이 성진을 향해서 날아왔다.
'뭐, 뭐야!'
놀란 성진은 뒤로 빠졌지만 가만히 있을 황인호가 아니었다. 황인호가 성진을 노리며 다가가자 목검들도 그대로 성진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단순히 빠르게 찌르고 빼고, 찌르고 빼는 동작 같았지만 살짝 달랐다. 뭐랄까. 황인호의 목검은 전부가 똑같이 오는 것 같았다. 이것이 유성검가의 검술인 유성검이라는 기술이었다.
성진은 그냥 가만히 맞아 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자신의 목검을 들고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목검들을 보며 아래에서 위로 쳐냈다. 아니 쳐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있었던 목검들은 다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허공을 벤 성진은 똑똑히 보았다.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황인호의 목검을 말이다.
분명히 쳤다고 생각을 했는데 성진은 허공을 베고 황인호의 진짜 목검은 다시 성진을 향해 찌르고 들어왔다.
'질 수 없다아!'
그렇게 생각을 한 성진은 위로 솟아있는 자신의 목검을 초인적인 힘으로 내려오며 황인호 목검을 쳐 냈다. 그런데 부딪히는 느낌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허공을 벤 성진의 목검은 결국 애꿎은 바닥을 쳤다.
그리고 성진의 목에는 차가운 느낌이 전해오는 목검이 닿고 있었다.
성진은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명백한 패배였다.
"하하, 졌습니다."
"좋은 대련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황인호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성진이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본 그 수직에서 두 번이나 방향을 바꾼 기술은 황인호가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유성검가인가.'
성진도 마찬가지로 황인호가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다. 아니 유성검가의 검술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능력을 쓰지도 않았는데 저런 검술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거의 무공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진도 알았다. 저것은 무공이 아닌 눈속임으로 하는 검술의 일종인 변검이라는 것을 알았다. 성진도 처음 보니 당황을 했다. 그것이 패배로 가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자신이 유성검가의 검객을 이정도로 내몰았다는 것이 어딘가.
그리고 황인호에게도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았다. 성진은 황인호를 보며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한수 잘 배웠습니다."
"허허,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 변칙적인 검술은 검을 수련한지 20년이나 되었는데 처음 보는 군요."
성진은 자신을 칭찬하는 것 보다 황인호가 20년 된 검객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서 되물었다.
"20년이요!?"
"허허허, 이 사람 계약자가 되고 상당히 동안이기는 하지만 35이나 먹었습니다. 이미 애도 있는 몸입니다."
"하하. 도, 되게 동안이시네요."
그렇게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성진은 자신이 이길 수 없었던 상대라는 것을 깨닫고
괜히 혼자서 민망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자신이 이기겠다고 생각해서 뭔가 부끄러웠다.
============================ 작품 후기
==오우 우리 성진이 많이 강해졌네요!!!
대견합니다 ;ㅁ;그나저나 어제 오늘 5연참 해서 비축분이 다 날아갔네요 ;ㅁ;선작, 추천, 쿠폰, 코멘,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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