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 수련(修鍊) 성진은 샤워를 끝내고 헬스클럽으로 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아."
솔직히 긴장이 되었다. 한 번 졌던 상대이고 이기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었다. 긴장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성장을 했을까? 라는 의문도 들고, 별로 성장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단순히 30일 동안 뻘 짓을 한 것이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자 자신이 그동안 해온 노력이 아까웠다.
성장을 하지 않았으면 솔직히 그동안 해온 노력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성진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래, 가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지 않아도 즐기면 된다. 솔직히 성진이 성장하지 않았으면 어떻고, 했으면 어떤가.
성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진이 검으로 사냥을 하지 않을 것이 아니고, 성장을 했다고 해서 검을 더 잘 다룰 뿐이지 다른 것은 없다. 그냥 부딪혀 보면 알 수 있는 것을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진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유진아의 말로는 기초를 다지는 것뿐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기초를 다졌다고 성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장을 했다는 기대를 버렸다. 그러니 무거웠던 머리도 식혀지는 기분이었다. 기초를 다졌으니 다음에는 자신만의 검술을 만들고, 그것을 발전시키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기초를 다졌다고 큰 성장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성진은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긴장이 풀려서 근육의 경직이 풀인 것이다.
그렇게 성진은 아르논 협회 강서 지부로 향했다.
성진이 쓰는 개인 수련실로 향했는데 아직 진아는 오지 않았다. 아직 새벽 6시가 되지 않아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유진아가 오기 전에 성진은 자신이 전에 쓰던 목검을 들었다.
매일 상상으로 검을 휘두르며 자신의 검술을 생각을 했지만 목검을 잡는 것은 30일 만에 처음이었다. 성진이 수련을 하는 동안에도 용아를 잡지 않았다. 봉에 익숙해 진 뒤에 검을 잡으라는 유진아의 말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인지는 몰랐지만 일단 시키니 그렇게 했다. 그리고 30일 만에 목검을 처음 잡는 것이다.
"……뭐지 이거?"
성진은 생소한 느낌이었다. 검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무거운 봉으로 수련을 했으면 다른 물건도 무게가 느껴지면 안 된다. 그런데 목검을 들었을 때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했다. 뭔가 다른 기분이다. 묘했다. 검이 이렇게 가볍게 느껴지다니…….
유진아의 목적이 이것이었다. 다른 물건을 들면서 검은 들지 못하게 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힘이 강해지고 근육이 강해지면서 다른 물건들도 가벼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계속 들다보면 그것에 익숙해져서 가벼워졌다는 것이 점점 무뎌지게 된다. 그러나 검은 30일 만에 처음 잡는다. 그러니 당연하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자식을 가진 부모가 자신의 자식은 느리게 크는 것 같은데 다른 집 자식은 볼 때 마다 커있다. 그것이 자신의 자식은 매일 보니 하루하루의 조금씩의 변화를 못 느끼는 것인데 다른 집 자식은 가끔 보니 금방 크는 것 같다.
그런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그리고 성진은 검을 잡고 빠르게 휘둘러보았다.
쉭! 쉭!
전과 소리가 달랐다. 전에는 묵직한 소리가 났는데 지금은 가볍고 빠른 소리가 났다. 기분이 좋아졌다. 성진은 그렇게 검을 휘둘렀다. 쉭! 쉭! 쉭!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더 경쾌해 진 것을 성진도 느꼈다. 유진아의 검에서 나는 소리랑 비슷했다.
빠르고, 가벼운 하지만 강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목검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무게는 느껴졌다. 하지만 뭐랄까 팔이 길어진 느낌이랄까? 지금 성진에게 물어봐도 성진은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느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다. 부드럽고 빠르다. 가볍지만 강하다. 그런 느낌이랄까? 성진은 그렇게 검을 휘두르는 것에 빠졌다. 그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성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만 더 했다면 아마 하루 종일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그렇게 집중의 세계에 빠지려는 순간에 누군가 들어와서 방해 한 것이다.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것이 유진아였으면 자신의 이 느낌을 시험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덜 나빴을 텐데 들어온 것이 유진아가 아니라 성진이 헬스클럽에 등록을 할 때 그 여자 상담원이었다.
"아, 수련하시는데 죄송해요."
"무슨 일이죠."
성진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명백히 표현을 했다. 여자 상담원은 성진을 보고 빨리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말을 했다.
"그, 성진 씨의 선생님인 진아, 아니 유진아 씨가 사정이 생겨서 오늘 못 나온 데요."
"……아."
성진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자신의 검을 시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사냥으로 확인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런 놈들하고 검의 고수에게 확인을 하는 것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성진을 보며 여자 상담원이 말했다.
"아. 그래서 유진아 씨가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보냈어요. 들어오세요."
여자 상담원의 말에 검은색 도복을 입은 남성이 들어왔다. 182cm인 성진보다는 조금 컸고, 다부진 근육이 척 봐도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검을 수련하는 사람 같았다.
그러니까 유진아가 보낸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는 성진을 보면서 중국 무협영화를 보면 하는 포권(오른손 주먹을 왼손바닥에 붙이고 가슴에 대고 하는 인사.)을 하며 성진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황인호라고 합니다. 유성검가에 몸담고 있으나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미천한 사람입니다."
"아, 성진이라고 합니다."
말만 들어봐도 유성검가를 얼마나 생각을 하고, 얼마나 우직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성진도 황인호의 인사에 고개를 숙이며 같이 인사를 했다.
둘의 인사를 주고받는 것을 본 여자 상담원은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황인호가 자신을 소개하고 성진을 보며 말했다.
"이 사람 아가씨에게 들어 성진 씨가 검을 잡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라는 아가씨의 말씀에 죽는 한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는 것을 약조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성진은 황인호라는 사람이 대신 봐준다는 말에 처음에 좀 실망을 했지만 유성검가라는 소리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
유진아가 유성검가의 후계자라 더 강하겠지만 황인호라는 사람도 유성검가의 사람이니 당연히 강할 것이다.
성진은 그것으로 만족이 되었다.
"비록 오늘로 마지막으로 끝나는 인연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 말로 오늘 한 수 잘 배우겠습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예의를 다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유성검가 사람이라 만만치 않아 보이네.'
'아가씨 말씀대로 검을 잡은 지는 짧아도 그 기백은 내가 봐도 놀랍군.'
서로를 보며 둘은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았다. 딱 보기에도 그것이 느껴졌다.
일단 황인호도 벽면에 준비되어 있는 목검 중 자신이 쓰는 검의 길이랑 비슷한 목검을 쥐었다. 황인호는 성진과는 달리 그냥 평범한 길이의 목검을 집었다.
'상대는 유성검가의 사람이다. 그리고 일반인을 보냈을 리도 없겠지.'
유진아가 자신을 알고 보냈기에 일반인이라는 생각은 이미 버렸다. 성진은 황인호도 계약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황인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도 일반인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성진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백을 보면 20년 동안 검을 수련한 나와 엇비슷하다고 생각이 되는군.'
많아 봐야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황인호는 사실은 35살이었다. 그는 15살 때 계약자가 된 이후에 유성검가에 들어가 검을 배웠다. 그렇게 20년 동안 검을 잡아온 자신과 비슷한 사내가 검을 잡은 지 한 달 정도 된 사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게다가 유진아의 말을 들어보면 검을 잡고 이틀 정도 지나고 그 뒤로는 한 달 동안 검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검을 잡은 것은 이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저런 기백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황인호는 놀라워했다.
'허허, 정말로 가볍게 하려다가는 질 수도 있겠다. 아가씨의 말씀대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갰구나.'
유진아가 황인호에게 부탁을 할 때
'아, 아저씨.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당하실 수도 몰라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황인호는 무표정해 보이지만 입가가 아주 살짝 올라가 있는 유진아를 보며 아가씨를 저렇게 미소를 짓게 하는 사내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아가씨에게 어울리는 사내인지 확인을 위해서라도 이 사람 전력을 다해야갰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황인호의 생각을 모르는 성진은 남이 들었다면 기가 막혀서 코웃음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을 했다.
'저 사람이 검을 수련한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보니까 나랑 비슷한 나이인 것 같으니 질 수 없다.'
황인호를 보며 경쟁심이 붙었다.
사실 유진아도 성진과 비슷한 연령대였지만 성진이 유진아를 봤을 때 거인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황인호를 볼 때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강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진다는 생각보다는
'이길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강했다.
계약자가 노화에 느리게 온다는 것을 성진은 잠시 까먹었다. 아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순히 황인호를 보며 경쟁심을 불태웠다.
황인호가 검을 20년을 수련해 왔다는 것을 알았다면 성진도 그냥 최선을 다하자 라고만 생각을 하고 이긴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성진의 불타는 눈빛을 보는 황인호는 마음에 들었다. 자신은 젊었을 때 저런 패기를 부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며 아쉽기도 하고 자신의 앞에 있는 청년이 부럽기도 했다.
'허허, 사부님들이 젊음의 패기가 무섭다는 말이 이런 것이었군.'
확실히 성진의 패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황인호는 더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검에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한들 20년의 경험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솔직히 역량으로만 놓고 본다면 성진과 황인호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경험은 무시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황인호가 진다면 성진이 유성검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만만하게 생각을 하고 백옥 같은 아가씨에게 못된 짓이라도 할 수도 있었다.
성진이 그렇게 보이는 성향은 아니었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혹시 라는 것이 있었다. 만일을 위해서라도 황인호는 지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방심도 하지 않았다. 우선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큰 이상도 없고, 몸 상태는 좋군.'
몸에는 특별히 이상은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확인 하고 있을 때 성진은 그냥 단순히 검을 휘두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 성진은 마음에 들었다. 몸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몸 상태는 최고, 상대도 좋다. 여기서 성진이 전력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그때 황인호의 말이 들렸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예."
성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있다는 표정이었다. 황인호는 그런 성진을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슬슬 시작합시다."
"좋죠."
성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처음 유진아를 상대 했을 때처럼 왼발을 앞으로 살짝 뻗고,
목검을 잡은 오른손을 뒤로 살짝 뺐다. 목검의 끝을 황인호에게 겨눈 다음 왼손으로는 황인호와의 거리를 재듯 살며시 뻗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기마자세가 전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뒷발인 오른발 발꿈치를 들어서 발끝으로만 땅에 집었다. 그러면서 성진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이제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황인호는 그런 성진의 자세를 보면서 내심 놀랐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니 빈틈이 보이기는 했으나 고의적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것이 진짜 빈틈인지 빈틈이 아닌지는 몰랐다. 함정일 수도 있었고, 함정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낼 방도가 없으니 사실상 빈틈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초보가 이런 자세를 낸다는 것이 놀라워하며 황인호도 자세를 잡았다. 목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을 위로 잡고, 왼손은 그 아래에 잡았다. 그리고 오른발이 살짝 나와 있으며 왼발은 오른발보다 뒤로 가있었는데 성진의 오른발과 같이 발꿈치가 들려있었다.
검도 자세의 정석이었다. 표본과도 같은 그의 자세에 성진은 긴장했다. 황인호에게서 아까와는 다른 기백이 느껴졌다.
황인호는 자세를 잡고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며 공기가 멈추는 듯한 느낌조차 들었다. 아마 이 긴장감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에 승자가 결정 될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하아, 하아, 다음화는 9시에 나옵니다!!!
아, 그리고 몬스터도 석화 가능합니다. 단지 하지 않을 뿐입니다. 땅의 송곳을 쓰면
한방에 죽이고 석화를 하고 얌전히 죽이는 것 보다 움직이면서 사냥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성진입니다. 이제 성진의 몸에 닿고 있으면 석화 능력을 조절 할 수 있습니다 ㅎㅎ선작, 추천, 코멘, 지적, 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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