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 수련(修鍊)진아의 수업 방식은 간단하면서 어려웠다. 아니 수업이라기보다 수련이라고 하는 것에 가까웠다. 어느 정도로 어려웠냐면 성진이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웠다.
아니 어려울 것은 없었다. 단순히 지겨웠다.
이 말이 무슨 말이면.
쉭!
다닷, 다닷, 다닷, 다닷.
성진은 땀이 멈출 줄 모르고 흐르고 있었다. 지금 성진이 하는 것은 방망이 같은 것을 두 손으로 검을 앞으로 휘두르면서 몸도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는 스텝도 밟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성진은 힘들었다. 아니 죽을 것 같았다. 벌써 10일 동안 배운 것이 이것이다. 성진은 헬스클럽에 와서 하고 있었다. 지겹기도 했지만 단순 노동을 하는 것처럼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새벽6시에 와서 저녁 6시가 되도록 이것만 하고 있었다. 그것도 물 한잔 마시지도 않고 말이다.
"헤엑, 헤엑."
너무 힘들고 목이 말라서 쉰 소리가 났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진아가 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멈출 수 없었다.
게다가 성진이 들고 있는 방망이 같은 것은 무려 300kg이나 하는 것이다. 성인 4인의
무게와 맞먹는 무게였다. 그런 것을 하루 종일 하고 있으니 성진은 죽을 것 같았다. 게다가 물도 못 마시게 하고 이것만 하게 한다. 그것을 10일 동안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빠지려고 했을 텐데 성진은 죽을 것 같으면서 하고 있었다.
수련이 된다고 하니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이것이 뭐에 도움이 되냐고 물었더니 힘 분배와 보법이 한결 수월해 진다고 했다. 이 단순한 것에 그 두 가지가 어떻게 해결이 되냐는 듯 성진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때 유진아가 말했다.
"우선 힘의 분배의 경우 검이 자신의 몸과 같은 경지에 오르면 간단히 해결이 되는 문제입니다."
그렇게 말했다. 말은 쉬웠다. 자신의 몸과 검이 하나가 되는 경지는 무협에서 신검합일(身劍合一)이라고 하는데 검이 내가 되고 내가 검이 되는 경지라고 한다. 그걸 이 더럽게 무거운
봉을 죽어라 휘두르면 된다고 한단다.
하지만 유진아의 설명은 그것이 아니었다. 신검합일은 말 그대로 검이 딱히 필요가 없어지는 경지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할 리가 있겠는가? 유진아가 말한 경진은 무협에서 말하는 신검합일은 검을 팔의 연장선으로 보고 힘의 배분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경지란다. 아는 게 있는 성진이 뭐라고 하겠는가. 그냥
"예."
하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봉을 쥐고 그렇게 계속 휘두르는 것은 그 봉의 무게에 익숙해진 뒤에 검을 잡았을 때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손이나 팔을 움직일 때
'내가 팔을 든다.'
라고 생각을 하고 힘을 주는가? 아니다. 손으로 무엇을 잡겠다. 손으로 무엇을 치겠다. 이렇게 생각할 때 내가 어느 정도로 힘을 줘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되는 것을 느끼기 위해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검을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힘의 배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더럽게 무거운 봉을 휘두른다. 그것도 거의 12시간 동안 이것만 휘두르면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한다. 발은 왜 이렇게 하냐고 물으니 진아가 대답했다.
"보법은 누가 알려준다고 되기도 하지만 성진 씨의 경우는 자신만의 검술을 위해서 스스로 터득 하는 법이 가장 쉬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터득을 하냐면…"
이렇게 반복으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검을 휘두르면 검을 휘두를 때 어떻게 발을 이동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스스로 깨닫는 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는 머리는 이해를 못하는데 이렇게 몸에 각인을 시켜서 몸은 알게 만든다고 했다. 그런대 왜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하느냐. 그것도 간단했다.
"인간은 혹사를 시키면 살려고 알아서 그것에 적응을 합니다. 계약자의 육체는 튼튼해서 그 혹사라는 것을 이렇게 시켜야 육체에 각인이 됩니다."
"……"
선생이 하라는데 모범생인 성진이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솔직히
'이것으로 고쳐질까?'
라는 의문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을 믿지 못하면 누굴 믿겠는가.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성진이 수련을 할 때 유진아가 항상 끝날 때 까지 같이 있었다. 12시간 동안 항상 같이 있었다. 묘한 기류가 생기지 않았느냐고? 그럴 생각이라도 들지 않았다. 성진은 첫날에 오로지 봉을 휘두르면서 놓지 않으려고 신경 쓰면서 하다 보니 딴 생각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봉을 놓치게 되면 300kg의 무게가 순간적으로 날아가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이곳 이 부셔질 수도 있었다. 물론 이 방은 그렇게 쉽게 부셔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성진으로써는 함부로 딴 짓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성진도 감시를 하지 않아도 열심히 한다. 물론 중간에 쉬기는 하겠지만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그러는 것을 제외하면 쉬지도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진아가 보고 있을 때 차마 멈출 수가 없었다. 도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참아 냈다. 그러다가 이제 10시간 째 정도 되니까 이제는 생리현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갈증이 엄청났다. 물을 마시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치 사막에라도 온 듯 성진의 목은 말라갔고, 땀도 어느 정도 흐르자 더 이상 흐르지 못했다. 온 몸에 수분이 빠져 나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이상하면 죽을 지도 몰랐지만 2시간이 남아있다. 첫날 성진은 12시간을 채우고 기절을 했다.
너무 힘들었다. 육체적인 피로는 말도 못했고, 정신적인 피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성진은 정말 원통한 것이 이렇게 엄청나게 피로를 해도 자고 일어나면 부활(?)이 되어 있었다.
피로한 곳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어제보다 더 쌩쌩한 느낌이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진짜 하기 싫은데도 나와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웃긴 것은 토요일하고 일요일은 유진아가 없는데도 혼자 개인 수련실에서 12시간은 아니지만 6시간 정도 하고 갔다. 유진아하고 한 것은 10일이었지만 성진이 개인적으로 한 것을 하면 12일 동안 이것을 해온 것이다. 솔직히 진아도 성진이 이것을 견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견디지 못하면 다른 수련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것보다 더 쉬웠다. 그런대 왜 주지 않냐? 성진이 저것을 하니까 저것을 시키는 것이다. 솔직히 진아는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힘들면 말하세요.'
라고 친절하게 말했다. 본인의 입장에서 친절하게 말한 것이지만 성진의 입장에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색을 하듯 딱딱한 말투로
"정 힘들면 말하십시오."
라고 했다. 저렇게 말하는데 솔직히 할 수 있으면 계속 해야 했다. 엄청 힘들더라도
하다 보니 점점 할만 해서 성진은 꾹 참고 했다. 유진아는 그런 성진의 모습을 보며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오기뿐만이 아니라 근성과 노력이 대단했다. 그러니 유진아가 보기에도 대단했다.
'저 지루하고 힘든 것을 어떻게 하지?'
정작 본인이 시키고 유진아는 저렇게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10일 동안이 아니라 하루에 12시간도 못한다.
물론 유진아는 저것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기본기가 튼튼하다. 유진아는 저런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배웠지만 성진에게 저 방법을 먼저 알려준 것은 솔직히
'맛 좀 봐라.'
라는 심정으로 한번 시켜본 것이다. 그렇다고 힘들기만 하고 수련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련효과는 그 어느 것 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너무 단순반복이라서 육체와 정신력을 한계까지 몰아 부치는 것이라서 대부분은 하지 않는다.
솔직히 유진아는 성진의 재능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성진이 생각하는 것만큼 검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잠시 시키려고 한 것이다.
진아의 생각으로는 오래 하면 2일 정도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10일 동안 하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친구에게 들은 것으로는 주말에도 나와서 하루에 6시간은 하고 갔다고 한다. 괴물이었다. 아무리 계약자라고 해도 저렇게 하면 몸이 상했다. 그런데 성진의 경우는 몸이 상하기는커녕 근육이 더 강해지고 탄력도 강해졌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제 진아는 어디까지 하는 지 궁금해졌다. 성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궁금했다.
'얼마나 버티나 봐.'
이것이 아니라.
'얼마나 버틸까?'
였다. 한마디로 기대가 생겼다. 진아는 그것이 성진에게 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그냥 성진을 봤다.
솔직히 12시간 동안 지켜보는 것도 힘든 일이다. 어쩌면 성진보다 더 지루할지도 모른다. 성진은 몸이라도 움직이고 있지만 진아는 그러지 않고 그냥 보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진아는 솔직히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끝나면 좀 아쉽다는 생각이었다.
'시간을 더 늘려볼까? 요즘은 익숙해져서 그렇게까지 힘든 것 같지는 않던데.'
성진이 들었다면 놀라서 자빠질 만한 것을 생각하면서 성진을 지켜보는 유진아였다.
결국 유진아는 생각으로만 하던 것을 실천에 옮겼다. 성진이 유진아와 수업을 하는 11일 째 되는 날 12시간에서 15시간으로 늘렸다.
'고작 3시간 늘였네.'
라고 비아냥거리는 녀석이 있다면 성진은 자신이 휘두르는 봉으로 매타작을 해줄 의향이 있었다. 성진은 가뜩이나 이제야 적응을 하나 싶었는데 시간을 늘린 것으로 모자라 진아가 봉의 무게까지 올린 것이다.
솔직히 성진은 이제 봉의 무게는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봉의 무게를 바꾼다고 하니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바꾼 봉의 무게는 500kg이다. 성진은 그냥 말을 말았다. 그냥 했는데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너무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성진은 이렇게 하면서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다. 봉을 잡을 때 손잡이만 꽉 쥐면 더 무겁고 속도도 나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하는 지 설명은 못하겠지만 봉을 놓으면서 세게 잡는 중간 정도의 힘으로 하면 봉의 중심에 무게가 쏠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편했다. 그리고 발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왔다 가려고 하면 발이 꼬인다. 그리고 봉을 신경을 쓰면 발이 엇나간다. 그렇다고 발에만 신경을 쓰면 또 봉을 놓칠 뻔 한다. 그것을 오래 해보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성진은 검이 나갈 때 발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지를 생각하면서 뛰었다.
가끔 그렇게 정신없이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이 다 되었다.
이렇게 수련을 한지 벌써 22일 째이다. 헬스클럽을 다는 것은 30일째이다. 시간이 엄청 빠르게 지나갔다.
내일로 마지막으로 유진아의 가르침은 끝이 난다. 뭐 배운 것이라고 봉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다였지만 성진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다. 내일은 마지막 수업이니 성진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대련을 하기로 했다. 성진이 그동안 받아온 울분을 풀 수 있는 날이 점점 다가 오고 있었다.
반면 유진아는 왜인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진과 이제 못 본다고 생각이 들어서? 유진아는 솔직하지 못했다. 그저 모른다고 아니라고 현실을 부정했지만 사실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좀 아쉬웠다. 처음에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고, 신선하다고 느낀 것이 그녀에게는 큰 것으로 작용이 된 모양이었다. 원래 첫인상이 오래 간다고 하지 않는가. 유진아도 그런 것 같았다. 아쉽지만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들어서 차마 뭐라고 할 수가 없
는 것이다.
'그래 내가 압도적으로 이겨버려서 검술 지도를 더 받게 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생각을 하고 성진을 압도적이게 이겨 버릴 생각을 했다.
따르르르릉.
그때 성진의 수련이 끝나는 알람 소리가 들렸다. 이것으로 성진은 이 봉과는 영원히 안녕이었다. 성진은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올랐는지 사냥도 하지 않아서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봉으로 수련을 하는 무식한 수련 방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쉬익.
성진은 공중에서 봉을 멈추며 유진아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내일 봬요."
"예, 내일 봅시다."
유진아는 마치 성진을 보며 부모의 원수에게나 할 법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유진아의 모습에 성진은 한 달 동안 생각해 온 게 분명해졌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게 분명해. 근데 뭐지?'
그렇게 자신이 분명 뭔가를 잘못해서 유진아가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남성혐오증인가? 그래서 막 꼴 보기 싫고 그런 건가?'
정답에서 점점 멀어지는 성진이었다.
============================ 작품 후기
==성진 괴물 육성프로젝트네요.
다음 화는 오후 5시 쯤에 올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선작추천코멘지적쿠폰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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