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 사냥은 제일 쉬었어요.
"끄응, 끙."
성진은 앓는 소리를 내며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성진은 중턱까지 올라오는 것을 후회했다. 붉은 거미의 사체가 2구나 있었는데 그것을 수레로 끄는 것이 장난이 아니게 힘들었다.
붉은 거미가 보통 성인 남성의 무게니까 70~80kg이라고 치면 3마리니까 못해도 210kg에서 240kg이었다. 성진이 보통 그 정도 되는 무게를 끌고 500m정도를 걷기는 했지만 솔직히 성진은 지
금이 더 힘든 것 같았다. 지금 성진은 수레를 끄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게 잡고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옳았다. 성진이 앞에서 수레를 끌면 수레가 경사 때문에 성진에게 박기 때문에 수레를 앞에 두고 성진이 뒤에서 잡아당기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올라올 때는 수레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대로 괜찮다 싶었다. 거리도 그다지 길지 않다고 생각하고 10분정도 걸리는 중턱까지 왔다. 그런데 그것이 사체를 끌고 내려 올 때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10분 거리를 지금 20분이 넘었는데도 다 내려가지 못했다.
"끄응, 내가! 트럭! 끄응, 사고 만다!"
그렇게 다짐을 하는 성진이 왜인지 불쌍해 보였다. 사냥을 하는데 총 5분도 안 걸렸는데 수레를 옮기는 것만 30분정도가 걸렸다. 누가 봐도 한참 손해다. 돈이 되는 사체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사체의 가격이 얼마 안 나오면 성진은 화가 날지도 몰랐다. 솔직히 말해서 계약자로 인해서 육체강화가 되면 이정도의 일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보다 조금 더 강한 힘을 가진 성진에게는 죽을 것 같았다. 계약자라고 해도 육체적인 능력이 없는 성진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수레의 크기도 한몫했다. 폭이 1.5m에 길이가 2.5m가 넘어가는 수레가 너무나도 걸리적거렸지만 이정도 크기가 아니었으면 거미의 사체 중 일부는 두고 와야 했을 지도 몰랐다. 그래도 성진은 해내고 말았다. 오기와 진념으로 버티고 버텨서 결국 30분이 걸려 산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이곳에서 검문소까지는 불과 몇 분 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수레는 무겁지만 광장까지는 거의 경사가 없어 산을 내려올 때 보다 훨씬 편안했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산 아래 광장으로 나갔는데 사람들이 아까보다는 훨씬 줄어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무거운데 용아도 때문에 돌아가지 않을 정도여서 가로질러 갈 수 있었다. 사람이 많았다면 돌아가야 되었었는데 그랬다면 누가 용아에게 닿아 석화가 되어도 솔직히 그냥 갈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없어 부딪힐 일이 없음에도 석화가 되는 계약자가 있으면 성진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건 성진의 탓이 아니라 검을 훔치려고 하는 자일 것으로 생각되니 그런 자들까지 성진이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성진은 수레를 낑낑 끌고 가며 감정소 안으로 들어갔다.
감정소는 차를 이용해서 들어오는 사람들만 줄을 섰지 수레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냥 먼저 들어갈 수 있게 해놓았다. 이런 초보들의 사냥터에 트럭이 많이 있을 리도 없어서 성진은 그냥 수레를 끌고 들어가서 안내에 따라 비어있는 1번 감정실로 들어갔다.
감정실로 들어가서 성진은 수레와 계약자 카드를 건네고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성진이 쉬고 있어도 감정사는 열심히 감정을 했다. 붉은 거미의 사체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봤다.
그렇게 세심하게 보지 않아도 붉은 거미의 머리에 지름이 5cm도 안 되는 송곳에 한 번에 머리를 뚫린 것이라 다른 곳에 손상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성진이 사체를 수레까지 끌고 오는데 다리를 쥐고 끌고 갔지만 겨우 그런 것으로 몬스터의 시체가 훼손될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그래서 성진이 대충 보기에도 가격이 상당히 높게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기계로 스캔 같은 것도 해보고 이리저리 둘러본 감정사가 감정이 끝난 것 같았다.
그렇게 조금 쉰 것 같은데 어느새 감정사가 성진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시체가 상당히 깨끗하네요. 일격에 죽이셨군요. 그래서 3마리 모두 해서 1900만 원입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없어요."
보통 랭크 1의 몬스터의 사체가격이 7백만 원 정도인데 계약자들이 훼손을 하는 것이 심해 500만 원까지 떨어진다. 가득이나 랭크 1 중에서 사체가격이 낮은 붉은 거미가 한 마리당 거의 640만 원정도 나온 거니 성진으로써는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불만이 있어도 그것을 표현할 힘이 없었다. 지금상태로는 집에 가서 빨리 자고 싶었다. 성진의 얼굴에도 그것이 들어나 있었는지 감정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
았다.
아직 아침 7시였는데도 용아로 기운을 많이 쓴데다가 수레를 이곳까지 끌고 온 것이 컸다. 사냥을 한 것보다 몬스터의 사체를 끌고 오는 것이 더 힘이 들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지금 성진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너무 피곤해서 하루일하고 1900만 원이나 벌었는데도 성진은 기쁨보다 빨리 쉬고 싶었다.
"아 보시니까 아르논에 빚이 있으신데 얼마정도를 넣으시겠습니까?"
성진이 2000만 원 가까이 벌었지만 빚이 10억이었다. 이대로 50번만 하면 빚을 다 갚게 된다. 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진은 우선 빚을 먼저 갚자는 주의였다. 무이자라고 해도 빚이 있다는 것이 꺼림칙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학교를 다닐 때에도 성진은
'숙제를 하고 놀자.'
라는 모범생이어서 그런 성실함이 뼛속까지 녹아 있었기에 빚을 최대한 빨리 갚는데 신경을 쓰고 싶었다.
"100만 원만 남기고 다 빚 갚는데 쓸게요."
"예, 그럼 차액으로 100만 원 입금시켜드리겠습니다."
"이제 가면 되죠?"
사람은 피곤해지면 까칠해지고 예민해지기 마련이었다. 성진도 그랬다. 그래서 까칠하게 대해도 남자 감정사는 그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성진이 너무 피곤해서 한 말에 감정사가 성진의 등 뒤에 메여 있는 검을 보고는 말해야 할 것 같아 성진에게 물었다.
"예, 그럼 무기를 전송해드릴까요?"
"하아."
보통 사냥터 외에 무기를 소지하는 것이 금지이니 감정사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성진은 왜 강철은 실장이 비가시화 기계를 준 지 뼈저리게 느꼈다. 이렇게 용아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이다.
한 번 더 말 하면 되었지만 이렇게 피곤하고 지쳤을 때는 귀찮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솔직히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성진의 사정을 몰라서 묻는 감정사가 무슨
잘못이겠는가?
그래서 성진은 그냥 너무 귀찮아서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무기 등록 카드를 감정사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본 감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진의 계약자 카드와 무기 등록 카드를 돌려주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앞으로는 비가시화 모드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비가시화 모드를 하면 기계를 제외하고 검만 보이지 않게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이런 식이면 성진도 짜증이 날 것 같아 앞으로는 기계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솔직히 한말을 또 하고 다시 그 질문을 묻고, 또 답하고 하는 것이 사람의 인내심을 테스트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여러 번 물으면 몇 번은 그냥 답하겠지만 솔직히 계속 반복이 된다면 성진도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가자."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주차장까지 가서 성진의 검은색 중고차에 키를 꽂고 차를 몰았다. 매우 지쳐있는 상태지만 집까지 운전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보였다. 무려 하루만에 100만 원이나 벌은 성진은 기뻐하지도 않고, 그저 피곤한 몸을 실은 차를 끌고 집으로 갔다. 전과 같았으면 한 달에 200만 원을 벌어도 기뻐했을 텐데 성진이 피곤하긴 정말 피곤한가 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지도 않고 용아도 그냥 아무데나 놓고 잠이 들은 성진은 정확히 2시간 후에 잠에서 깼다. 성진이 사냥을 했던 사냥터에서 성진의 집까지는 막혀도 2시간 정도 걸렸는데 무난
하게 와서 1시간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 오전 8시 40분쯤에 도착을 했다.
매일 집에 들어오면 아무리 피곤해도 씻고 자는 성진이 그냥 잤다는 것을 보면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잠이 들고 나서 일어나 스마트폰의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라는 것을 보고 성진은 할 말을 잃었다.
"……"
처음에는 내가 24시간을 잤나? 라고 생각이 들은 성진이었지만 날짜를 보니 잔 시간은 딱 2시간 정도였다.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분명 그렇게 피곤했다면 못해도 7시간은 잤어야 했다. 그것이 정상이었다.
성진이 성실하다고 해도 그 성실함이 피로를 달래주는 것이 아니니 잠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재생력이 피로도 재생을 해주나?"
성진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계약자가 된 이후로 무리한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빨리 회복이 될 줄은 몰랐다. 다시 사냥터에 갈까 생각이 들은 성진은 자신의 몸 안에 기운을 봤다.
"기운도 원래대로 돌아왔네?"
절반을 넘어서 거의 3분에 2정도를 소모했던 기운이 어느새 다시 다 차버렸다. 원래 이렇게 차는 것인지 아니면 성진의 싱크로율과 기운이 낮아서 빨리 회복이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재생력을 써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든 성진은 헌터워치의 비가시화를 풀었다. 만일 재생력을 사용해서 피로를 풀었다면 싱크로율이 올랐을 거라 생각이 들어서 비가시화를 푼 것이다. ◎ ◎
헌터워치를 봤지만 성진의 싱크로율은 그대로였다.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상했다.
"음."
곰곰이 생각하니 재생력은 상처가 났을 때 그것을 복구하는 힘이었다. 그런데 성진이 지친 것은 상처가 아닌 그저 피로인 것인데 그것을 재생을 할 리가 없었다. 가만 생각을 해보니 계약자의 몸이라면 일반인하고 다르니 회복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성진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았다. 피로를 재생력으로 돌렸다고 해도 그 양이 미비해서 싱크로율이 오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고, 그것이 아니면 성진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재생력은 기본적인 순환을 해서 육체의 피로를 빨리 회복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솔직히 성진 혼자서 끙끙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성진이 답을 알 수 있는 방도가 없기 때문에 성진은 그냥 다음에
누나나 강철은 실장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전화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요즘 너무 누나에게 많이 기댄 것 같았다. 이제 성인이니 성진도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은 해야 했다. 일일이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 귀찮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다음에 만났을 때 묻는 것이 나아 보였다. 솔직히 성진이 전화를 하면 유진이야 좋다고 병원 일마저 두고 달려올 테지만 말이다. 사실 성진이 전에
"누나가 지켜주면 되잖아."
라고 할 때 감동을 먹어서 병원을 때려치우고 성진하고 살겠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말렸었다. 성진은 자신에 관한 일이라면 자신의 일은 상관없다는 듯이 달려오는 누나가 부담스럽기도 해서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그러겠어?'
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유진의 병적인 수준을 본다면 그 말이 사라지리라.
그것보다 지금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12신데 어쩌지?"
일단 밥을 먹어야 하기는 한데 밥을 먹고 나서가 문제였다. 이대로 쉬기에는 몸이 너무 쌩쌩했다. 성실한 성진으로써는 피곤하면 모를까 이렇게 몸이 쌩쌩한데 쉬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두 시간 자면 다시 회복이 될 테니 아예 사냥터에 가서 사냥을 하고 쉬고 다시 사냥을 하는 것이 이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 100만 원도 있으니 이번에는 트럭을 빌려서 아예 몬스터들을 싹 잡아야겠다."
그렇게 성진의 다짐으로 집에 있는 만찬을 꺼내 대충 밥을 먹었다. 간단히 씻은 다음에 용아를 챙겨 차로 이동을 했다. 물론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게 비가시화를 해두고 말이다. 성진이 조심만하면 다른 사람에게 닿을 일도 없을 테니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게 준비 만발이 된 성진이 말끔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대문을 나서며 말했다.
"그럼 몬스터들의 싹을 말리러 가볼까."
마치 전쟁용사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이를 정도로 성진의 모습은 멋있었다.
그렇게 성진의 두 번째 출정이 시작되었다.
사실 성진은 몰랐지만 계약자라고 피로까지 회복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기운의 회복은 거의 하루를 쉬어야 채워졌기 때문에 사냥을 매일 하지 않는 것이다. 성진의 싱크로율과 기운이 매우 낮아 빨리 피로가 회복된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성진이 특별히 회복이 빠르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아 성진이 점점 강해지네요! 찌질이가 많이 컸어요. 대견하네요. 아, 물론 제가ㅎㅎ선작, 추천, 코멘, 쿠폰 감사합니다.
대견하네요. 아, 물론 제가ㅎㅎ선작, 추천, 코멘, 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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