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24화 (24/381)

24화 : 김영민.

성진은 옷을 갈아입고 용아도를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섰다. 성진의 주위로 기온이 조금 떨어졌다. 그의 살기에 주변의 기온이 반응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차가운 분노 때문에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만 그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동안 당해온 수모를 이제는 되갚아줄 차례였다. 집에서 10분 거리인 위치에 도착을 하자 경비원이 성진을 알아보고 모셨다.

"들어가시지요."

성진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입구에 있는 계단에 올랐다. 위치는 1층과 지하는 주차장으로 되어 있었고, 2층부터가 식당이었는데 일반 손님들을 모시는 테이블이 많은 레스토랑의 인테리어였다.3층은 VIP들이 이용하는 룸 형식이었다. 성진이 오자 지배인이 오면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성진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손님이 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성진이 누구인지 아는 지배인과 직원들은 성진에게 극진히 대접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사장의 친동생인데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직원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아는 성진이었지만 이번일은 이곳 말고는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누나도 허락을 했고, 누나가 미리 말해놨단다. 은근히 누나에게 기대는 성진이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이곳 말고는 복수를 할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다.'

지배인은 성진을 저번에 유진과 함께 밥을 먹었던 곳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문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이곳은 VVIP 석으로 이 레스토랑에도 하나 밖에 없는 방이었다. 이런 고급스러운 방이 성진으로써는 어색하기는 했지만 이번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니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주연은 준비가 되었다. 이제 상대만 오면 됐다. 질긴 악연을 정리 할 생각이었다. 원래 성진은 김영민을 죽이고 싶었다. 아니면 몬스터에게 죽기를 빌었다. 이런 지옥 같은 생활을 하게 하는 김영민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성진에게 힘이 생겼다면 아마도 김영민을 죽였을지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힘이 생기니 복수를 생각했다.

김영민을 죽이는 것보다는 이제 여유가 생겼는지 차라리 이 악연을 끊고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는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동안 몬스터에게 당해온 수모와 고통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 그러나 성진도 알았다. 그렇게 한다면 자신도 김영민과 똑같은 인간이 되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영민의 인격이 얼마나 추악한지를, 그리고 힘이 생긴 자신은 김영민과 다르게 사용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영민이 그동안 해온 것들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지 느껴지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혐오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성진은 당장이라도 김영민을 찾아가 용아도를 뽑고 싶지만 참았다.

누가 그랬던가. 차가운 분노가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지금 성진의 모습이 그랬다. 김영민의 삶을 망치고 싶은 것은 굴뚝같지만 참았다. 솔직히 용서가 될 리가 없었다. 그런 일들이 있었고, 이런 상처들이 생겼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멀쩡한 척. 상관없다는 척. 다했지만 속에서 조그맣게 키워 오던 분노가 어느새 이렇게 커져버린 것이다.

"스으읍, 후우우우."

심호흡을 했다. 지금 상태라면 김영민이 들어오자마자 용아도를 빼들고 목을 칠 것 같았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참아야 자신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우월한 척, 고고한 척, 다하는 오만한 김영민에게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성진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똑똑.

"손님 오…꺅."

웨이트리스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열려는 것을 김영민이 거칠게 열며 들어갔다.

성진은 그런 김영민을 신경 쓰지 않고, 웨이트리스에게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그런 성진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김영민이 소리를 질렀다.

"시발 놈아! 네 눈에는 내가 안 보이냐!"

그렇게 흥분한 김영민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괜찮으니 가보시죠."

성진의 말에 웨이트리스가 고개를 숙이며 문을 닫고 갔다. 그런 모습을 본 김영민의 충혈이 되어 시뻘게진 두 눈으로 성진을 보며 말했다.

"너 제정신이냐."

그러면서 살기를 내뿌렸지만 성진은 그런 살기가 그저 가소롭게만 느껴졌다. 그동안 몬스터의 면전에 가까이 있었던 것은 성진이다. 김영민은 그저 숨어서 독이나 날리는 겁쟁이 이었다. 그런 주제에 자신에게 살기를 날리는 김영민이 너무 가소로웠다. 이제 와서 보니 복수도 필요 없어보였다. 성진이 보기에는 김영민이 너무 어려 보인 것이다.

어른에게 어린 아이가 와서 욕을 하고 때리면 화가 날까? 아니 그냥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만 칠 것이다.

성진도 지금 그런 기분이었다. 이런 병신에게 자신이 그동안 당했다는 게 너무 쪽팔렸다.

"그게 살기라고 뿜는 건가?"

성진이 그렇게 말하자 김영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김영민의 입장에서 성진은 하인이었다. 노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 이제 대드니 김영민으로써는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자신에게 복종해야 하는 하등한 놈이 자신의 얼굴에 대고 도전을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김영민은 웃겼다.

"크하하하하!"

갑작스럽게 웃는 김영민을 보며 성진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대응했다. 테이블 사이에 두 사람은 서서 한 사람은 미친 듯이 웃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런 웃는 사람을 그저 무표정하게 봤다.

"네놈이 뭘 믿고 그렇게 깝치는 것은 모르는데 네놈 같이 하등한 놈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김영민의 말에 성진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놈보다는 살기를 더 잘 날리지."

"뭐, 뭐?"

김영민은 성진의 말에 이제 기가 차다 못해 맥이 빠졌다. 자신이 이런 천한 놈 때문에 화가 났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그때 김영민의 반응을 보고 성진이 말했다.

"네놈이 뿜은 건 살기가 아니라 허세라는 것이고, 이게 살기다."

성진이

"이게"

라고 했을 때 성진의 주위에서 검은 아우라 같은 것이 김영민에게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컥."

부들부들.

성진의 살기가 김영민에게 쏘아지자 김영민은 숨을 못 쉬겠다는 듯 자신의 목을 쥐며 괴로워하더니 몸을 떨었다.

사실 랭크 2 몬스터의 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솔직히 말해서 김영민도 그 살기에 눌려서 사냥을 못한다. 그런데 그런 살기를 거의 매일 같이 받아오면서 이제는 그 살기를 여유롭게 받으며 도망쳤던 성진이다.

솔직히 일반인이었을 때는 살기를 내뿜는 것을 못했다. 그런데 계약자가 되고 나서 성진이 자신의 몸에도 살기와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기(氣)였다. 그 기로 인해서 능력을 쓰고, 쓸 수 없고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기가 다 떨어진다면 계약자라도 능력을 쓸 수가 없었다. 그것에 살심(殺心)을 담은 것이 살기였다. 죽이겠다는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기운을 보내는 것만으로 나름의 공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잘 모르고 그냥 계약자면 귀족, 아니면 천민.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는 김영민이 겁쟁이에 약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온실 속에 화초라는 것이다.

김영민은 온실 속에 화초였다. 그동안 자신의 힘만으로 사냥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D급 계약사 때는 랭크 1 몬스터조차 무서워 멀리서 독을 뿌리며 사냥을 했다. 그리고 C급이 되고, 얼마 안 되서 성진을 만나 랭크 2 몬스터를 쉽게 잡아왔다. 그가 겁쟁이어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가 자초한 일이다.

'이, 이 하등한 놈이! 이, 이런 힘을 가질 리가 없는데! 이런 건 나 같은 사람의 특권이라고!'

김영민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런 힘은 자신과 같은 귀족이 누려야할 특권인데 저런 하등한 놈이 쓸 수 있는 힘이 아니라며 부정하고 싶었지만 현실이었다.

그렇게 온실 속에서 곱게 잘아온 철없는 도련님 같은 김영민이 바닥을 뒹굴었다. 살기가 이렇게 괴로운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몬스터의 살기와 사람의 살기가 다른 점이라면 몬스터의 살기는 그저 대상이 없이 마구잡이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고, 사람의 살기는 단일 대상이었다. 그 대상이 되는 상대는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기에 괴로워하며 바닥을 뒹구는 김영민을 보며 성진은 살기를 풀었다. 아직

싱크로율도 낮아 기운이 많이 모자랐다. 오래 쓰면 성진도 상당히 피로 했겠지만 김영민에게 살기를 쓴 시간은 불과 1분도 되지 않았다. 기껏 해봐야 30초?

그런데 살기에서 풀려난 김영민의 몰골은 초췌했다. 불쌍해 보였다. 한 살기를 30분 동안 받은 사람처럼 몰골이 흉해졌다.

"켁, 케엑. 켁켁."

마치 목이 졸린 것처럼 김영민은 기침을 해댔다. 그러고는 성진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네, 네, 네놈 따위가! 네놈 따위가 감히!"

김영민의 말에 성진의 표정이 좀 불쾌하다는 듯이 변했다.

"네놈 따위?"

"그래! 네놈 따위가 감히 나에게 이런 짓거리를 하고 무사할 줄 알아?!"

"뭐? 푸하하하!"

김영민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해도 성진은 알았다. 김영민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웃겼다. 단지 살기에 조금 당한 것인데 저리 떠는 것이 너무나도 웃겼다.

지금 김영민의 모습이 겁먹은 강아지와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성진의 생각대로 김영민은 불안했다. 죽을 것 같았다. 아까 그 고통은 정말로 끔찍했다. 아무리 재생력이 있다고 해도 감각은 그대로이다. 그러니 성진의 살기에 당한 김영민 같은 천하의 겁쟁이가 겁을 먹지 않을 리가 없다.

지금도 겁이 나서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너무 웃겼지만 성진은 웃음을 멈추고 김영민에게 물었다.

"무사하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러지?"

김영민이 지금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폭행을 한다면 김영민은 끌려갈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김영민이 아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성진에

게 살기를 맞고 나서 몸이 떨려서 서있는 것도 간신히 서있었다.

그때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을 했다.

"네, 네놈의 빚! 그, 그거 이제 이자를 올릴 거다!"

아주 쇼를 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빚에 이자를 붙인다고? 그것이 다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성진은 표정이 구겨졌다.

이런 놈 따위에게 그동안 당해온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성진의 생각도 모른 채 그저 성진이 쫄았다고 생각한 김영민이 비열하게 웃었다.

"크흐흐, 용서해달라고 해도 늦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하는 말일까? 하고 생각한 성진은 김영민이라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싶었다.

"그 빚? 아마 1억 8천만 원정도 남았었나? 기다려라."

성진의 태도에 김영민이 당황해 했다. 너무 당당했다.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생각한 상황은 자신이 화를 내면 성진은 싹싹 빌어야 정상이었다. 여태껏 그래왔고, 오늘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욕을 하고 사냥에서 다시 굴릴 생각이었다. 더 빡세게 말이다. 그런데 성진의 태도가 이상했다.

이상한 것으로 자신의 숨을 못 쉬게 하지 않나, 당당하게 빚 얘기를 꺼내지 않나. 이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성진은 이 상황에 스마트폰으로 몇 가지를 누르더니 김영민을 봤다.

드르르륵.

그때 김영민의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하는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김영민은 표정을 구겼다.

"핸드폰 확인해봐라."

성진의 말에 의문을 갖고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봤다.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그것을 보니 은행에서 온 문자였다.

-180,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뭐, 뭐야 이게."

이 상황에서 올만한 문자가 아니었기에 김영민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모바일 서비스로 은행에 들어가 봤더니 정말 1억 8천만 원이 입금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성진의 이름으로 입금을 시킨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완전히 넋이 나가있는 김영민을 보며 성진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을 하고 용아도를 들고 나가려고 했다.

"이게 뭐야! 대답해! 그 칼은 뭐고?!"

우두둑.

김영민이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려는 성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무리 성진이 일반인 중에 힘이 세고 몸이 좋아도 계약자의 근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김영민의 손에 아마 어깨뼈가 부러진 듯싶었다. 하지만 성진은 소리하나 지르지 않고, 그저 김영민을 노려봤다. 그냥 이렇게 조용히 끝내고 가려는데 김영민이 방해 한 것이다.

어깨가 아팠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아마 재생력이라. 그런데 그런 성진의 모습을 보고 김영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이 커졌다. 자신이 방금 실수로 세게 쥐어서 성진의 어깨가 아작이 났는데 그것이 다시 복구가 되는 것이었다.

"너, 너 설마!"

"그래 나도 계약자다. 나는 솔직히 네놈에게 빚만 갚고 이 인연을 끝내려고 했는데 네놈이 그걸 거절한 거다."

그렇게 성진은 김영민의 배에 용아도를 뚝하고 갖다 댔다. 그러자.

쩌저적.

"이, 이, 이게 뭐야."

그렇게 서서히 돌이 되가는 김영민을 두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김영민을 보지 않으며 말했다.

"이걸로 이 악연 끊자. 다시는 보지 말자."

그럴게 말하고 성진은 문을 닫았다. 김영민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돌처럼 굳어버린 김영민의 성대에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VVIP 석에는 김영민만이 조용히 서있었다.

============================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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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새끼 내가 그렇게 자비를 달라고 그랬는데 나를 건드려!?"

"너도 내 동생을 건드려!? 곧 가마."

"...... 안 오시는 거 아니였어요?"

선작, 추천, 쿠폰, 코멘 감사합니다 ㅎㅎ 복수를 하니 제가 다 시원하네요.

약한 것 같다고요? 아직 본진이 남았습니다.

< --  사냥은 제일 쉬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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