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김영민.
"그럼 각인등록을 시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강철은은 검은 빛이 띄는 녹색 검집 안에 담겨 있는 검에다가 손바닥만 한 기계로 빛을 뿌렸다. 번쩍!
순간적으로 밝은 빛이 검을 휘감았다. 그러자 검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 진동을 했다.
우우웅!
번역을 하자면
'하등한 빛 따위를 감히!'
라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이것을 각인등록이라고 하는데 성진이 이 무기의 주인이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분실 시 전송이 되게끔 하는 것이다.
전송이 된다고 하자 성진이 그 대목에서 매우 놀라워했다. 일반인이었던 성진은 계약자들이 누리는 과학기술이 이렇게까지 발달할 줄 상상도 못했다.
계약자들이 누리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기술력은 아르논의 독자적인 기술력이니 어찌 보면 아르논의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 기술들은 소울스톤이 있기에 가능해서 일반인들에게 퍼졌어도 극히 일부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검을 성진의 것으로 등록을 하면서 성진의 계약자카드가 나왔다. 계약자 카드란 개인 계좌와 연동이 돼서 체크카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카드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르논 협회에 누릴 수 있는 것도 생기고 무엇보다 계약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분실 시 아르논 협회로 전송이 된다.
분실 할 때는 벌금으로 100만 원 정도를 내고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벌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계약자들에게는 그냥 전송비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계약자로써의 자각이 없는 성진은 100만 원에도 비싸기는 했다. 뭐 빚이 10억이니 말이다. 결국 강철은이 깎아 줘서 헌터워치 가격까지 해서 총 10억이 나왔다. 성진에게는 아직 까마득한 액수였지만 그런 성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유진이 말했다.
"우리 진이는 아직 모르겠지만 10억이면 근방이야. 그러니 크게 걱정 마. 게다가 이자도 없잖아."
"그렇지…."
이자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도 빚이 생긴 것이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성진은 왠지 이 검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검 이름이 뭐에요?"
유진의 물음에 강철은 실장이 대답을 했다.
"딱히 이름이 없습니다. 검을 만든 장인이 이런 걸작에게는 어떤 이름이라도 어울린다면서 주인이 정해진다면 알아서 지으라고 하셨습니다."
강철은의 말대로 이런 명검에는 어떤 이름이건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소울스톤의 능력처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주인이 아닌 자의 손을 거부하며 돌덩이처럼 만드는 능력이며 스스로 자아가 있는 것 같았다.
검의 장인은 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혼을 불어넣어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 말에 성진은 동감을 했다.
성진은 이 검이 단순히 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친구처럼 대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절대 친구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진아. 이름은 뭐로 할래? 네가 이제 주인이니까 이름을 지어야지."
"으음."
성진은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무협지에도 보면 자신의 애병쯤은 한두 개는 있었다. 성진도 그런 소설들을 좋아해서 검의 이름들을 멋있다고 생각했을 때가 많았다.
"용아도(龍牙刀)! 용아도로 정했어."
부르르르.
검, 아니 이제는 용아도라는 이름을 가진 용아도도 마음에 들었는지 검신을 낮게 떨었다.
성진의 말에 유진이 딴죽을 걸었다.
"이거는 용의 뼈를 녹여서 만든 거잖아."
강철은도 한 몫 거들었다.
"그렇죠, 어금니는 들어가지 않았죠. 정확히는 용골도가 맞는 표현이겠네요."
"어디서 겉멋이 많이 들었다니까 우리 진이."
"내가 지었으면 그만이죠!"
우우우웅! 우우우웅!
둘의 대꾸에 성진은 찔렸는지 소리를 질렀다. 그에 맞춰서 검신도 불만인 듯 요란하게 떨었다. 마치
'우리 주인의 의견에 불만이냐!'
라는 듯 했다. 그 둘의 모습이 썩 비슷해 보였다. 그것을 본 두 사람은 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닮아 간다."
"자식이 부모를 닮듯 무기도 주인을 닮는 법이죠."
유진은 일단 아르논 협회에 남는다고 했다. 그래서 성진 혼자서 집으로 돌아왔다. 올 때 택시를 타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돈은 있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온 성진은 왠지 피곤함을 느꼈다. 그래도 등 뒤에 맨 용아도를 보니 기분은 좋았다.
원래라면 계약자의 무기는 아르논 협회에 맡기고, 사냥을 할 때 검문소에서 찾아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성진의 검인 용아도는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이 만지면 일반인은 돌처럼 굳어서 죽고 계약자도 해독약이 없다면 반나절은 돌처럼 되어 있어야 했다.
검문소 직원들이 멋모르고 만졌다가 죽기 십상인 무기여서 성진이 보관 하게끔 무기 등록서도 카드로 만들어 소지하게 했다. 약 1m 30cm에 가까운 양손검인 용아도는 그 길이가 꽤 길었다. 182cm의 꽤 큰 키의 성진의 명치까지 왔으니 말 다했다. 지금도 성진의 어깨에 비스듬하게 메지 않았으면 땅에 끌렸을 지도 모른다. 검을 차
고 다녀서 남들의 시선이 거슬리기는 했다.
실제로 택시를 타는데 기사아저씨가 겁을 먹었다. 성진이 계약자라고 안심하라고 하니 더 겁을 먹은 것은 성진이 생각해도 미안했다.
강철은 실장이 비가시 모드 할 수 있는 장치를 다음에 구해놓겠다고 했다. 구하면 연락을 준다고 연락처까지 받아 놓았다.
그 전까지는 용아도를 들고 외출은 감가했으면 했다. 그러나 딱 한번을 빼고 말이다.
성진은 이제 막 집에 와서 쉬고 싶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키고 김영민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영민이 전화를 받았다.
- 이 개자식! 너 이 새끼 지금 네놈의 집으로 가고 있으니까 각오해줘라!
전에는 무서웠을지 몰라도 지금 성진이 보기에는 가소롭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우리 집에 네놈 따위 쓰레기를 드리기 싫으니 집근처에 위치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곳에서 만나자."
- 이, 이 시발 놈이! 상황파악도 안 되는 모양인데! 네놈 정말 가만 안 둔다! 오늘이 네 제산날인 줄 알아라.
성진의 당당한 말투에 김영민은 당황을 했는지 음성이 조금 떨렸지만 성진에게 끝까지 욕을 날렸다. 성진은 끝까지 진부한 악당의 대사를 날리는 김영민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말이 너무 유치하군. 깡패새끼도 아니고 말이야. 위치에 성진으로 예약을 할 테니 그쪽으로 와라. 네놈의 그 잘난 트럭도 거기서 주지."
-…… 으드득, 기다려라.
김영민은 분노로 이를 갈며 말하고는 성진에게 말했지만 성진은 더 들어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전화기를 끊어버렸다.
성진의 두 눈에는 살기가 담겨져 있었다.
휘우우웅.
여름이었지만 마치 극한의 냉기 바람이 휘몰아치는 듯한 살기가 성진의 방안을 휩쓸었다.
"김영민. 복수를 해주마."
그렇게 성진의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 그의 두 눈이 검게 빛나는 것 같았다.
아르논 협회에 남아 있는 성유진은 강철은과의 독대를 하고 있었다. 성진이 가고 30분이나 지났는데 둘은 이렇게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물론 유진의 입장만 그렇지만 말이다.
'이 년은 왜 안 가. 하아, 업무 밀린 게 많은데.'
오늘 가뜩이나 성진의 일로 일이 많이 밀렸는데 이 년은 도무지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강철은 실장의 부하직원을 시켜서 차를 리필을 해오라고 했다. 아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성유진은 강철은과 독대를 할 때 항상 이렇게 차를 몇 잔 마셨는데 이럴 때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강철은 실장은 아마 오늘도 밤 세 업무를 봐야 할 듯싶었다. 유진에게 말해도
'어머 어차피 미혼인데 나 같은 미녀와 이야기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봐요.'
라고 할 것이 뻔했기에 강철은도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차를 홀짝이는 소리만 들리는 강철은의 사무실. 강철은은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뭔 말을 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뜸을 드려!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강철은의 속이 타가는 것도 모르고 유진은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달칵.
그때 유진의 손에서 찻잔이 떨어지고 찻잔은 책상에 놓여졌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실장님. 궁금한 게 몇 가지 있는데요."
"예, 말씀하세요."
존대를 하는 것을 봐서는 유진의 상태가 화가 났다는 것이나 매우 분노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진의 행동 하나하나가 품위가 살아 있었고, 차분함이 녹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철은은 차마 생각을 이을 수가 없었다. 저 반응은 분명했다. 그녀를 오랫동안 봐온 그도 많이 보지 못한 분노였다.
지금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저 차분함속에 녹아있는 분노는 강철은조차 상상도 하지 못할 분노였다.'이, 이렇게까지 화를 낼만한 일이 뭐지?'
강철은은 이렇게까지 분노를 하는 그녀를 처음 봤다. 분노를 하고 있는 그녀의 입가의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오싹.
그는 그 미소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지만 그 내면에 숨겨진 용암과도 같은 분노에 소름이 돋았다.
"오늘 실장님과 저는 독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강철은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자신의 책상 밑에 설치가 되어 있는 도청장치를 잠시 껐다. 사무실에 작동되고 있는 CCTV도 작동을 멈췄다.
방금 전 유진의 말은
'나는 너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라는 의미와도 같았다. 그래서 강철은은 속시라도 모를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도청기와 CCTV를 끈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아르논 협회에 배반행위일 수 있었지만
'그녀는 한국에 있는 A급 계약자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상위 계약자이니 그녀의 하는 요구는 웬만해서 들어줘라.'
라는 상위의 명령을 명백히 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기계를 정지시킨 강철은이 다시 소파에 앉았다.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뭐 제 말 뜻은 이해 하셨으리라 믿어요. 실장님은 똑똑하신 분이니까요."
"예."
강철은은 그저 대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치 그 옛날에 유럽의 절대왕정시절 여왕과 독대하는 근위대의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유진의 카리스마는 상상을 초월했다.
"제가 궁금한 것은 만일 우리 진이가 그 검의 관리를 소홀히 해서 남이 만져 저주가 걸리면 누구의 책임이죠."
물음 없는 질문에 강철은은 침착하게 대답을 했다.
"두 가지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일반인일 경우 그 검을 만졌을 때는 1분 이내로 해독약을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아르논 협회의 밖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사실상 죽는다고 봐도 됩니다."
유진의 표정에 변화가 없자 강철은도 눈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 경우에는 성진 씨의 부주의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유진도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유진의 반응에 강철은은 계속 설명을 했다.
"다만 계약자의 경우는 해독약이 없어도 죽지 않고, 반나절 길면 하루 동안 돌처럼 굳는 것 외에는 다른 이상이 없으니 성진 씨에게는 피해가 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유진의 고운 두 눈이 감겨졌다.
"그리고 계약자가 성진 씨의 검을 봤을 때 훔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경우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그 계약자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강철은은 설명이 끝났는지 유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유진은 미소가 지워진 무표정한 얼굴에 강철은에게 물었다.
"그건 해결이 되었고, 그럼 제가 계약자를 죽였을 때는 어떤 처벌을 받죠."
또 물음 없는 질문. 이것에 대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표정은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지만 여기서 강철은의 대답이 중요했다.
'어쩌면 사람 하나의 생명이 달려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해지니 강철은의 입이 무거워졌다. 생명의 목숨이란 소중했다. 그러나 대답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만일 그럴 경우는 없겠지만 겁화의 마녀님이 계약자를 죽인다면 원래라면 겁화의 마녀님이 속한 나라. 그러니까 한국에 5년간 입대를 해서 군생활을 해야 합니다."
보통의 경우는 사형이었지만 일반인이 아닌 계약자를 죽인 계약자라면 그 계약자를 죽이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군대. 정부에 소속이 돼서 국가에 일을 하면 부족한 일손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한국에서 S급을 제외하고 3손가락 안에 들 수 있다고 하는 실력자였다. S급을 포함하더라도 10손가락 안에 들었다.
"하지만 겁화의 마녀님의 특혜인 권리를 포기 하신다면 그냥 덮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A급 계약자는 소중한 인재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말입니다."
강철은의 말에 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예."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유진은 강철은의 사무실에서 나갔다.
"하아."
엄청난 긴장감 속에 있었던 강철은은 온몸이 피로해진 느낌이었다.
'아, 잠깐. 겁화의 마녀가 계약자 중에 누구하나를 죽이면 권리는 포기해서 더 이상 나는 힘들지 않은 거 아니야?'
갑자기 강철은은 누군지 몰라도 자신을 위해 희생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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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 동생을 건드렸겠다."
"Aㅏ... ㅈ됐다."
"누구라도 성진이를 건들면 아주 X되는 거야."
< -- 김영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