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20화 (20/381)

19화 : 계약, 하지만…….

간단한 서류작성을 끝낸 성진은 차예린에게 서류를 건넸다. 서류를 받은 차예린은 미소를 지으며 성진에게 말했다.

"그럼 서류처리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면서 옆방으로 가는 그녀에게서 진한 장미향기가 났다. 아마 고급 향수인 것 같았다. 성진은 그 향기를 맡으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향기 좋다.'

남자들은 보통 여자들의 향수향기에 민감했는데 성진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남녀가 단 둘이 방안에 있으니 향수향기가 더 신경이 쓰였다.

입구 반대편에 있는 문은 직원용 휴게실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들어온 차예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거의 빠졌네, 빠졌어."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차예린은 야망이 큰 여자였다. 그래서 아르논 협회에 취직을 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 노력에 결국은 아르논 협회 한국 지부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아는 그녀는 비록 연예인 보다는 떨어지지만 일반인 중에서는 상위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으로 순진한 계약자를 꼬셔서 결혼에 골인 하려는 목적이었다. 쉽게 말해서는 속물이었다. 아르논 협회의 직원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는 해도 계약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르논 협회라면 계약자들을 꼬시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을 했다.

골 빈년들이나 클럽에 가서 계약자를 꼬시려고 노력을 했지만 계약자들도 그런 년들은 그저 엔조이나 원나잇으로 생각을 하지 결혼을 할 상대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노린 것은 아르논 협회의 직원이라면 계약자들도 많이 보고, 상당히 괜찮은 직업이니 계약자들이 자신을 진지한 연애상대로 연애를 해서 결국 결혼까지! 라는 장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배치 받은 곳에는 사정상 계약자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번 보고 마는 계약자들도 있었다.'하아, 승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승진을 해서 부서를 옮길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여태껏 쏟아온 그녀의 노력이 너무나도 길었다. 그런데 그때 실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겁화의 마녀님의 남동생이 비계약(아르논 협회 사람들이 성인이 돼서 계약이 되는 경우를 표현한 은어.)을 해서 등록을 한다고 하니 오늘 비계약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없으니 극진히 모셔야 한다. 겁화의 마녀님이 남동생 분을 소중히 생각하시는 것 같으니 행동에 더 유의하도록. 그리고 셀워치는 A급으로 줘 돈은 그대로 받고, 그럼.

'겁화의 마녀? 그녀의 남동생이 비계약을 했다고?'

그때 생각이 든 것이 힘든 시절부터 자신의 옆에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는 여자를 남자들이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얼핏 들은 것 같았다.

"처음부터 유명한 계약자일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누나가 겁화의 마녀면 성장가능성이 엄청나다는 거잖아! 이게 웬 떡이야!"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성진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계약자는 대부분 잘 생기고 예뻤다.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육체적인 조건이

평범한 사람과 달라서 그렇다. 그런데 성진의 경우 원래도 꽤나 잘생긴 축에 속했는데 계약자가 되고 나니 하루가 다르게 외모가 발전이 되었다.

어딘가 모를 날카로운 인상이었지만 탄탄한 근육이 몸매가 같이 받쳐주니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마치 액션 배우를 보는 듯한 미남형의 남자가 들어왔으니 그녀가 놀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노련한 여우인 차예린은 당황하지 않고 인사를 했다.

'어머머, 저 몸매 좀 봐. 장난 아니다.'

중간에 잠시 민망해 하지 말라고 계약물건이 이정도로 다양하다고 말해주려고 약간 과장을 했는데 그것이 그녀를 민망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

'이 남자 꼭 잡아야 돼.'

성진은 하나의 잘 벼려진 검과 같은 인상이었다. 딱 그녀의 이상형이었다. 이런 기회를 놓칠 그녀가 아니었다.'이번에야 말로 꼭 문다!'

그렇게 다짐을 한 그녀는 서류처리를 다 끝내고 자신이 작성을 할 서류를 가지고 문을 열어 방으로 들어섰다. 얼마 걸리지 않아서 차예린이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이번에 측정하실 건 싱크로율이라고 해서 계약을 한 영혼과의 동화가 얼마나 되어 있는 지 수치로 계산을 하는 것입니다. 이곳에 팔을 넣어주세요."

혈압을 제는 듯한 기계는 정말로 쓰는 법도 비슷했다. 손바닥을 찬장을 향해서 집어넣고는 버튼을 누르면 끝이었다. 외투를 벗고 측정을 하는 것이지만 애초에 성진이 반팔을 입고 왔기 때문에 벗지 않아도 됐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예."

"살짝 따끔하실 겁니다."

그렇게 말을 한 차예린의 말에 성진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다. 성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그녀는 측정 버튼을 눌렀다. 버튼이 눌러지고 난 뒤에 기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위우우우웅!

마치 뭔가를 스캔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성진이 따끔 하는 느낌이 오자 기계도 작동을 멈췄다. 삑.

짧은 소리가 울리더니 종료를 알렸다.

"이제 팔 빼셔도 좋아요."

"예."

"그럼 싱크로율이……, 어?"

그녀가 처음으로 표정이 구겨졌다. 그녀의 모습을 본 성진도 뭔가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러지? 뭔가 잘못되었나? 혹시, 상위 영혼과 계약을 한 것이 들켰나?'

찔리는 것이 있는 성진으로써는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런 성진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는지 차예린은 이곳저곳을 살핀 후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예, 실장님. 저 차예린입니다."

실장이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아마 강철은 실장 같았다.

"예, 조금 이상이 있어서요. 아뇨, 싱크로율 측정기계가 이상해요. 네."

'기계가 이상하다고? 뭔가 잘못되었나?'

그렇게 성진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차예린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측정하겠습니다. 기계가 이상한 것 같아서요."

"예."

성진으로써는 살짝 따끔 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흔쾌히 허락을 했다. 딱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재측정정도야 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기계 안에 팔을 넣자 차예린이 다시 버튼을 눌렀다.

위우우우우웅!

삑.

다시 똑같은 진동이 느껴지고 얼마 있지 않아서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와 똑같은 과정이었지만 차예린의 반응은 달라졌다.

"뭐야. 이거."

차예린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예, 실장님 아무래도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소형측정기로는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소형측정기는 방금 내가 측정한 기계인 것 같은데 그런데 뭐가 이상인 걸까?'

성진이 생각하기에는 상위 영혼과 계약을 한 것이 들킨 것 같지 않았다. 성진도 궁금해서인지 차예린에게 물었다.

"저기…, 뭐가 이상이 있는 겁니까?"

"아,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그녀가 허리를 숙이며 사과를 하자 성진은 아니라며 괜찮다고 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철은 실장이 왔다.

"하아, 하아. 성진 씨. 죄송합니다. 잠시 광장에 가서 기다려 주십시오."

"아, 예."

그렇게 대답한 성진은 강철은 실장을 보며 뭔가 안쓰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장이면

서도 발로 뛰는 그의 모습이 뭔가 안 돼보였다. 그렇게 성진은 방을 나가서 복도에서 얼마 가지 않아 광장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혼자 팔짱을 끼고 가만히 앉아 있는 유진의 모습이 보였다.

유진은 성진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성진에게 뛰어갔다.

"잘 끝냈어? 싱크로율은 몇이야?"

"그게…,"

성진은 사실대로 말했다. 뭐 말하지 못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간단히 말을 했다.

성진의 얘기를 들은 유진은 의자에 앉으며 진지하게 생각을 했다.

유진이 앉자 성진도 유진의 옆에 앉았다. 그때 유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진아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응? 뭐가?"

"보통 비계약, 아니 그러니까 성인이 돼서 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내가 말했듯이 갑자기 엄청나게 늘어난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그랬잖아."

유진이 저번에 레스토랑에서 했던 얘기가 생각났는지 성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성진은 그렇지 않아서 예외도 있는 구나라고 넘어갔던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 얘기를 왜 꺼내는지 성진은 의문이 들었다.

그때 성진과 유진의 주위로 투명한 막이 생기고, 유진은 성진이 의문이 들자마자 입을 열었다.

"그게 아마 네가 상위 영혼하고 계약을 해서 그런 것 같거든? 근데 그렇게만 추정을 할 뿐 나도 정확한 건 모르겠어."

"아니, 근데 성인이 돼서 계약을 하면 힘을 제어할 수 없는 건데? 힘 조절이 어려워지나?"

성진의 말에 유진은 고개를 젓고는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좋은 것이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성진에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비유를 하자면 게임에서 너는 레벨 1이였는데 갑자기 100이 되면 스킬이나 능력치 같은 게 갑자기 오를 거 아니야."

과거 게임을 자주 했던 성진을 보며 유진이 비유를 하자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레벨이 갑자기 올라서 어떤 스킬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내 레벨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봐 레벨 1짜리 슬라임에게는 오버딜이 넣어지고 무슨 몬스터를 잡아야 할지 잘 모르겠지?"

"그렇겠지? 아!"

유진의 설명에 성진은 좀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었다.

유진도 성진이 이해가 된 것이 좋았는지 계속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내 레벨이 오른 건 알겠는데 얼마나 올랐는지는 모르고 내 레벨을 모르는 상태이니 계속 잡던 슬라임에게는 오버딜이 넣어지는 거지 진짜 레벨을 100인데 말이야."

"그것을 적응을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소리구나."

성진의 말에 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유진이 말을 했다.

"그런데 너는 그 오버딜이 넣어지는 것을 못 느꼈다면……"

"…레벨이 적게 올랐다는 거네."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 들지."

"으음."

실제로 비계약을 하는 자들의 경우 힘 조절을 못해서 3일은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혼자 산다면 밥도 손으로 먹어야 하는 지경이었다. 힘 조절이 되지 않으니 그릇을 잡으면 깨지기 마련이었고, 숟가락을 잡으면 휘어지기 마련이었다. 문고리를 잡으면 문고리가 부셔지니 집에서 힘 조절을 하지 않으면 모든 물건을 없앨 판이었다. 뭐 걷는 것은 힘이 그다지 들지 않는 것이니 신경만 쓰지 않는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보통 힘 조절을 터득한 후에 아르논으로 가서 등록을 하고 다시 세세한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성진은 힘 조절의 단계가 없었다. 아니 아직 거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이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눌 때, 강철은이 왔다.

강철은은 자신 말고, 차예린과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나, 의사로 보이는 두 명을 데리고 왔다.

"성진 씨의 측정이 이상하게 나와서 정밀 측정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정밀측정이요?"

성진이 그렇게 물어보자 강철은 대신에 유진이 대답을 해주었다.

"보통 초반에 계약자들의 싱크로율은 웬만하면 진이 너도 해본 소형기계로 측정이 가능한데 보통 B급 계약자에서 A급 계약자가 되면서 몸에 변화가 오거든. 그런데 A

급 이상은 보통 싱크로율이 100%이상인 자들인데 평범한 기계로는 측정이 되지 않아. 고작 해봐야 정밀측정기계하고, A급 헌터워치 정도야. 헌터워치는 150%이상은 ???

로 뜨고."

유진의 설명만으로 강철은이

'괜찮으시겠습니까?'

라고 물은 것은 설명이 되지 않자 성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을 눈치 챈 유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정밀측정기계를 사용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을 한다는 건데 그때 진이 너의 싱크로율의 정보도 같이 조회가 돼서 웬만한 아르논 협회 한국 지부의 간부들이 네 싱크로율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문제지."

성진이 다시 그것이 왜 문제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유진이 알아서 대답해 주었다.

"그 간부 놈들이 한국 정부의 사람들이거든."

"아."

"그리고 아르논 협회 연구실에 일하는 애들한테도 입소문이 탈 테고."

성진은 아직 계약자로써의 자각이 없어서 인지 잘 몰랐지만 계약자들은 자신의 싱크로율이 노출되는 것을 상당히 꺼려했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의 전력을 노출 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군대로 치차면 전력을 다른 나라에 노출시키는 것인데 그것이 얼마나 위험 한 것인지 알 것이다. 괜히 군사 기밀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싱크로율을 노출 되는 것이 상당히 꺼려했다. 그래서 강철은이 성진에게 괜찮겠냐고 물은 것이고 말이다. 뭐 사실상 그의 누나인 유진에게 물은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뭐, 하지. 딱히 불이익은 없네."

"진아. 이건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릴 문……"

유진의 말을 끊고 성진이 말했다.

"내가 정밀 측정하는 이유가 내 싱크로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처음 계약을 한 사람치고 상당히 높다던가, 아니면 평균적으로 계약을 한 사람들 치고 싱크로율이 상당

히 낮다는 것인데. 높은 경우에는 상관없을 것 같고, 낮은 경우에는……"

성진은 말을 흐리고 유진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누나가 당분간 지켜주면 되지. 안 그래?"

============================ 작품 후기

==아아, 소제목에 하지만이 붙는 이유가 다음편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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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 하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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