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 계약, 하지만…….
누나의 차를 타고 얼마 안 있어서 아르논 협회에 도착한 성진은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 보다 더 커다란 건물을 보고 감탄을 하고 있었다. 아르논 협회 한국 총 지부였다. 그 엄청난 건물의 크기는 국회의사당보다 넓고, 커보였는데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성진은 그런 아르논 협회의 건물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매니저의 일을 할 때는 지방에 있는 지부라서 그런지 평범한 상가의 크기였는데 총 지부라고 해서 그런지 스케일이 달랐다.
"진아 들어가자."
"으, 응."
성진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입구로 들어갔다. 아르논 협회 안으로 들어가자 유진을 왔다는 보고를 들었는지 강철은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사내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보기에는 그냥 30대 초중반으로 보였는데 사실은 유진과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38살에 노총각이었다.
그가 결혼을 하지 못한 데에는 유진이 한몫 든든히 했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 할 생각은 하지 마!'
라고 유진이 짜증이 나서 한말을 진심으로 받아드리고 결혼은커녕 10년간 연애도 못한 불쌍한 남자였다.
꽤나 잘생긴 외모에 선해 보이는 인상까지 호감형 미남인 그가 너무나 아까웠다. 그러나 그도 딱히 결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유진 때문에 여자에 대한 환상이란 환상은 다 깨져서 이미 그른 듯싶다.
"허, 헉. 오시면 오신다고 얘기를 주시면 좋지 않습니까?"
강철은은 뛰어오는데 힘이 들었는지 작은 푸념을 늘어놓고는
'아, 망했다.'
라는 표정으로 변했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지금 해버린 것이다.
그녀의 성격상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근데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전화로 말한 동생인가?'
두 무릎을 짚으며 숨을 헐떡이는 강철은은 성유진의 옆에 있는 남자가 왠지 신경이 쓰였다. 항상 무표정을 일관하던 유진이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이 저 남자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어머 강철은 실장님 죄송해요. 저도 동생일 때문에 온 거라 연락을 미리 못 드렸어요. 죄송해요."
그렇게 고개까지 숙이는 유진을 보며 강철은은 멍한 기분이었다.
'이 년이 왜이래? 미쳤나? 드디어 미친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아르논 협회가 처음인지 이리저리 둘러보는 남자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설마 연기를 하는 건가? 동생 때문에?'
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사소한 것은 넘어가기로 했다.
"누나도 볼일 있다고 하지 않았나?"
"어머, 진아 내가 언제."
"……"
누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였다. 뭐 솔직히 누나가 와서 든든하기는 했다. 이런 스케일의 건물을 이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성진으로써는 누나가 든든했다.
솔직히 성진은 긴장도 되었다. 이런 곳을 만일 혼자 왔다면 어리숙하게 보여 쪽팔릴 뻔 했는데 누나랑 오니 사람이 마중도 나오고 좋았다.
"아참, 소개가 늦었네. 이쪽은 강철은 실장님이라고 누나가 어릴 때 계약할 당시에 강철은 실장님이 해주셨어. 그리고 실장님 제 남동생인 성진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하하, 저도 반갑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능력 있는 누나분이 있어서 부럽습니다."
둘은 그렇게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유진도 강철은의 아부가 나쁘지는 않았는지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진도 자신의 누나를 칭찬하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럼 실장님, 진이를 계약 등록하러 가야겠죠?"
"예, 준비 해놓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유진이 강철은에게 물었고, 강철은은 알았다면서 대답을 하고는 안내를 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간 세 사람은 들어가서 2층 버튼을 눌렀다. 성진은 굳이 2층을 갈 것이면 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나 생각했는데 유진이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는 계단이 없어서 한 층을 이동 하는데도 엘리베이터를 써야해."
"아, 그래?"
유진의 간략한 설명에 2층에 도착한 세 사람이 내렸다. 거기에 강철은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게 설계를 한 이유는 아르논의 정보를 빼가는 스파이들의 출입을 철저하게 막으려고 이렇게 설계를 했다는 군요."
"아아."
강철은의 설명으로 성진도 이해가 됐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무기를 만드는 것은 아르논이 유일했다. 계약자들에게만 팔았고, 남에게 그것을 맡기는 행위는 일절 용서하지 않았다. 그것이 매니저라고 해도 무기를 맡기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무기의 가격이 장난이 아니라서 사용하는 계약자들이 적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 기밀을 다수 보유하는 아르논에서는 이런저런 대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성진과 유진은 강철은의 안내에 따라 한 구역에 도착을 했는데 마치 병원에 접수처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은행 같은 느낌도 들었다.
광장 같은 곳에 여러 의자가 놓여있었고, 그 앞에는 접수처로 보이는 곳에 두 명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때 안내를 마친 강철은이 성진과 유진을 보며 말했다.
"일단 이곳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방송으로 부르시면 안내자에 따라서 이동하시면 됩니다. 그럼 전 업무가 남아 있어서 그럼."
그렇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는 강철은을 보고 성진도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예,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장님 그럼 나중에 뵈어요."
유진의 말에 강철은은 몸을 떨었다. 저것은 연기가 아니라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나오는 존댓말이었다. 그것을 아는 강철은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바 또 왜.'
이유는 몰랐지만 그녀가 심기가 불편해진 것에 자신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에서는 유진의 심기를 되도록 맞춰주라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돌아가는 강철은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처량해 보였다.
성진은 그런 강철은을 보고 그저 의아해하기만 했지 의문은 들지 않았다. 성진은 강철은이 가자 한쪽의자에 가서 앉았다. 유진도 성진을 따라서 그 옆에 앉았다. 유진이 옆에 앉아 아까 집에서 떠오른 상상이 떠오른 성진은 유진에게 말을 걸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성진은 화들짝 놀라서 뒤로 갔다. 그런 성진에게 다시 가까이 오려고 하자 성진이 입을 열었다.
"…누나."
"응? 왜?"
유진을 불렀지만 유진은 성진과 다르게 평상시 그대로였다. 성진은 건강한 청년이고, 아직 동정이니 이런저런 욕망이 있어 유진이 좀 껄끄러웠다.
그런데 누나는 그냥 그대로이니 뭔가 자신이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연애를 해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애가 자신이 원하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 성진이었다.
뭐 성진이야 얼굴도 되고, 몸매도 되고, 이제는 계약자니 능력(?)까지 된다. 만들라고 작정하면 못 만들 것도 없었다. 하지만 숙맥인 성진이 직접 연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성진을 보며 유진은 그냥 마냥 좋은 듯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성진을 계속 봤다.
그렇게 둘이 서로의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방송이 울렸다.
-성진님께서는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1번 등록실로 가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방송이 울리자 성진은 일어섰다. 성진하고 유진을 제외하고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바로 준비가 된 듯싶다. 성진이 일어서자 접수처로 보이는 곳에 앉아 있던 여자 중 한명이 일어나서 성진을 보고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를 따라 오시면 됩니다."
"예."
뒤를 보니 의자에 앉아 있는 유진이 힘내라는 듯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도 등록을 해봐서 알지만 그다지 힘낼만한 일은 없었다. 뭐 그래도 누나의 마음이라는 것이 응원을 하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유진을 보며 성진도 가볍게 손을 흔들고 안내원을 뒤따랐다. 안내원은 복도식으로 되어있는 곳을 걷다가 1이라고 적혀 있는 방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똑똑.
성진은 이렇게 써져 있으면 안내원이 무슨 필요가 있지? 라고 생각을 했지만 문이 열리고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안내원은 방으로 들어가는 성진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문안에는 작은 사무실과 같은 분위기였는데 넓은 책상 위에 마주볼 수 있게 해둔 두 개의 의자와 책상 위에는 혈압을 제는 듯한 기계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입구의 반대편에도 다른 문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책상 사이로 성진의 맞은편에 성진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는 검은 머리의 포니테일 여자가 서있었다.
"성진님 맞으시죠?"
"예, 예."
여자는 상당히 예뻐 보였다. 성진이 봐온 여자들 중에서 자신의 누나와 여동생을 제외하고 제일로 예쁜 여자였다.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저는 아르논 협회의 직원 차예린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미소를 지을 때 생기는 조보개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성진은 그녀를 보다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 앉았다. 드르르르, 드르르르륵.
성진의 바지에 매달려 있던 호출기가 울렸다. 김영민이 부르는 호출기였다. 아침부터 계속 시끄럽게 울렸지만 성진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도 집에 두고 온 줄 알았는데 습관처럼 바지에 매달아 놓았다.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서웠다.
"아하하하, 죄송합니다."
성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호출기의 배터리를 뽑아버렸다. 습관처럼 달고 온 호출기가 이럴 줄은 몰랐다.
성진은 왠지 미안했지만 그녀는 아니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몇 가지의 서류를 꺼내서 볼펜과 함께 성진의 앞으로 내밀었다.
"아닙니다. 그럼 등록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예."
성진은 서류를 보니 정말로 간단한 서류였다. 이름과 나이, 성별, 주민등록번호, 가족사항등 기본적인 것들과 계약 시기, 계약물건과 같은 것이 있었다.
성진은 오기 전에 누나의 경고를 떠올렸다.
"진아 네가 상위 영혼과 계약을 한 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 위험해 질 수도 있어. 누나가 하루 종일 지켜줄 수도 있기는 한데. 병원 때문에 그건 조금 힘들어."
유진의 말대로 성진이 상위 영혼과 계약한 것을 알게 되면 아르논 협회는 몰라도 다른 계약자들이 노리고 어쩌면 성진을 죽이려고 들 수도 있었다.
자신의 밥줄을 위협을 받을 수도 있으니 미리 싹을 자른다고 하기에 이유는 충분했다. 정부에서도 가만히 둘리가 없으니 유진이 그렇게 미리 경고를 한 것이었다.
그렇게 다 간단하게 적어 내려갔는데 한 가지가 성진의 펜을 붙잡았다.
계약물건.
성진의 펜을 붙잡은 란이었다. 성진은 이것을 뭐라고 하는지 명칭을 잘 몰랐다.
'각질 제거용 돌? 아니면 돌멩이? 목욕도구? 뭐라고 적어야 하지?'
성진이 그렇게 고민을 하는 것을 보자 차예린은 미소를 지으며 성진에게 물었다.
"뭐 어려우신 것 있으십니까?"
"예? 아, 계약물건에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돼서요."
성진의 말에 오해를 한 차예린은 쿡쿡 웃으면서 성진에게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성인이 되고 난 뒤에 계약을 하는 경우가 적다보니 신기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바이브레이터던가, 콘돔, 심지어 딜도까지 봤는데 그냥 민망해 하지 마시고 적어주시면 됩니다."
가끔 저런 이상한 물건과 계약하는 계약자도 있구나 생각을 하면서 바이브레이터나 콘돔, 딜도는 도대체 어떤 능력을 쓰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서 오해가 더 커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성진이 빨리 대답을 했다.
"그게 아니라 명칭을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 돼서요."
"예?"
성진의 말에 이해를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지만 성진은 애써 무시를 하고 자신의 주머니의 담긴 현무암 돌멩이를 꺼냈다.
"제 계약물건이 이거거든요."
그녀는 아까 자신이 괜한 말을 해서 민망해 졌는지 붉어진 얼굴을 숙이며 말했다.
"자, 잠시 만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잠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입구의 반대편에 있는 곳에 들어갔다. 전화를 하는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예, 예. 알겠습니다."
라는 소리가 들리고 난 뒤에 그녀가 진정을 했는지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어서 그냥 돌의 재질을 적어주시면 된다고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성진은
'각질제거용 돌.'
이라고 쓰려고 했는데 차예린이 그때 물어본 것이 다행이었다.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성진의 프로필에 있는 계약물건에는 각질제거용 돌로 평생을 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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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오늘도 5연참 달립니다! 슈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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