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계약, 하지만…….
"하아."
성유진도 언제까지 자신의 얘기를 비밀로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갑작스럽게 밝혀질 줄은 몰랐다.
'아니 어쩌면 잘 된 건지도 몰라.'
만일 성진이 우연히 다른 곳에서 알게 되었으면 더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유진은 차라리 이곳에서 걸려 자신의 입으로 털어 놓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 내가 겁화의 마녀야."
"응, 내가 그걸 궁금해 하지 않는 건 알지?"
"알아. 진아 다 말해줄게."
일단 성진은 지금 덤덤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매우 놀랐다. 평범한 계약자인 줄 알았던 누나가 그 유명한 3재중 하나라니….
누나의 성격이라면 어디 가서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싶었는데 역시나 화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신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누나가 더 좋아지려고 하고 있었다.
성진이 사고가 나기 이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질투심 때문에 누나를 더 멀리했었겠지만 지금의 성진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누나가 더 멋져보였다. 겁화의 마녀는 개인적으로 성진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소문으로 밖에 듣지 못했지만 말이다.
성진이 겁화의 마녀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계약자와 일반인을 동일시 보며 계약자가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을 했을 때였다. 그 당시 겁화의 마녀가 식당에서 식당주인을 우롱하는 계약자들을 보며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처리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성진의 우상이 되기 충분했는데 그때 그녀가 했던 말이 결정적이었다.
"네놈들이 그렇게 깔보는 저 분들이 없으면 네놈들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지? 아니 네놈들이 그 멀쩡한 사지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몬스터의 뇌수나 파는 짓거리 말고 할 줄 아는 것이 있냐 말이다. 네놈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계약자였고, 네놈의 가족은 전부 계약자인가? 네놈들만큼의 몬스터는 내가 더 죽여줄 테니 여기서 죽어라."
그 한마디에 식당 주인을 우롱하는 계약자들이 전부 기절을 했다고 한다.
성진은 그 일화를 들으면서 가슴에 무언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속 시원함과 저런 계약자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 뿌듯했다. 물론 자신이 한 일은 아니었지만 뭔가 기분이 좋았다.
그 사건 이후로 성진은 겁화의 마녀의 팬이 되었다. 강하지만 그 것을 뽐내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살아간다. 성진이 원하는 강함이었다.
성진처럼 그 사건을 계기로 겁화의 마녀를 우호 하는 일반인들이 꽤나 많았다.
성진은 그렇게 누나인 유진이 몇 살 때 A급 계약자가 되었으며 어떻게 되었는지 듣게 되었다.
성유진은 계약영혼과 호흡이 너무나도 잘 맞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싱크로율이 높아지는 때가 왔는데 그때 A급 계약자가 되었다고 말을 했다. 그때 나이가 22살이었고, 그때는 겁화의 마녀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서 몬스터를 잡다보니 그런 칭호가 생겼다고 전부 말해주었다. 이제 정말 성유진이 숨기는 것은 없어 보였다. 있다 해도 규정상 알려줄 수 없는 것들을 빼고는 숨기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불안했는지 유진이 말을 이었다.
"사실 숨기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물어보지도 않아서 딱히 말하지 않은 건데. 어쩌다보니 이상한 칭호가 생겨서 그, 그 너하고, 유나가 혹시라도 싫어할까봐. 그래서 숨긴 거야. 다른 뜻은 없었어…."
유진은 성진의 표정을 보면서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평소에는 겁화의 마녀라는 둥, 피하라는 둥,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둥. 그런 소리를 들어와도 신경도 쓰지 않던 성유진이었지만 지금 성진을 보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두 손도 검지와 검지끼리 콕콕 찌르며 눈치를 보는 누나가 썩 귀여워 보였다. 누가 그 겁화의 마녀가 동생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동생들 바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런 기죽은 누나의 모습에 성진은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
"지, 진아?"
항상 마이페이스인 누나가 어디서 한 건 하리라 생각은 했었지만 거의 국가 급으로 한건을 했다.
게다가 그런 3재중에 한명인 겁화의 마녀라고 성진이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자신의 고민을 말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큰 것을 건졌다.
사실 성진은 계속해서 표정유지를 하며 화난 척을 해서 좀 더 놀려 먹으려고 했는데 유진이 너무 안 돼보여서 웃음이 터진 것이다.
"하하하, 누나. 누나가 생각하는 것만큼 겁화의 마녀 이미지가 나쁜 건 아니야.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는 더 인기 있을걸?"
"으, 응? 정말?"
"어. 나도 겁화의 마녀가 계약자 놈들한테 뭐라고 했을 때 그때 가슴에 뭔가 끓어오르더라. 나는 누나가 겁화의 마녀인거 그다지 나쁘게 생각 안 해 오히려 좋으면 더 좋았지."
"아, 아 그렇구나. 다행이다."
성진의 말에 유진은 기뻐했지만 한편으로 속이 굉장히 많이 찔렸다. 그 자리에서 계약자들이 식당 주인을 우롱한 것이 사실이었고, 유진이 그것을 보고 참지 못해 뭐라고 하며 그들을 기절 시킨 것은 맞았다. 그런데 대사가 달랐다.
그때 성유진은
"야 이 시발 것들아 밥 처먹는데 시발 소화 안 되게 계속 개지랄을 떨고 지랄이야! 뒤지고 싶어? 죽여줄까? 시발 개보다 못한 것들아 네놈들은 아비, 어미가 없냐? 시벌 네놈들 가족들은 얼마나 돈을 잘 벌길래, 식당에 일하시는 분들보고 나 지랄이야 오늘 네놈들 소장으로다가 순대를 만들어줄까? 엉?!"
라고 했었다. 당시 생리 중이였던 그녀는 몹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밥을 먹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저렇게 말한 것이다.
그런데 그 식당에 기자가 있어서 이것을 기사화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유진은
'잘 써주세요.'
라고만 남겼는데 엄청나게 미화가 되었다.
아마 그 기자는
'잘 써주지 못해봐.'
라고 듣지 않았을까? 아마 밤 세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유진은 어느 정도 이야기도 다했고,
"근데 너는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여자? 여자 생긴 거야?"
"음."
성진은 곰곰이 생각을 했다. 여자가 생긴 것이 맞았다. 레아와 계약을 했으니 여자가 생긴 것은 맞았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
"뭐하는 여자인데? 얼굴은 예뻐? 아니다. 착해? 집은? 잘살아? 너한테 잘해줘? 가족은 어떻게 된데?"
성진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속사포처럼 질문세례를 던졌다. 성진이 왠지 여자가 생겼을 것 같은데 막상 성진의 입으로 들어보니 충격을 먹었는지 평소보다 더 흥분을 했다.
그녀의 감은 꽤나 정확했는데 특히 A급 계약자가 된 뒤에는 더 그랬다. 다만 자신의 관한 것은 잘 몰라도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관해서는 더욱 정확했다. 가끔 그녀도 자신의 감에 놀랄 정도였다. 주변 사람 중 특히나 성진과 여동생인 성유나를 생각할 때의 감이 제일 정확했다.
"……누나가 그렇게 흥분하면 나 말 안한다."
"아, 알았어. 차분하게 들을 게."
평소보다 말이 배 이상 빨랐지만 성진은 알았다는 듯 물었다.
"그럼 말한다?"
"잠, 잠깐! 스으읍, 후아아아. 스으으읍, 후하아아아아."
그렇게 심호흡을 하는 성유진을 보며 웃음을 참았다. 이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그래. 말해."
유진도 각오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 계약했어."
"뭐?! 그 여자가 무슨 계약을 줬는데!? 계약서 줘봐!"
흥분하지 않기로 하고는 바로 흥분하는 누나를 보며 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누나는 양반이 되기 글러먹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누나. 나 영혼계약 했어."
"뭐? 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나도 이제 계약자야. 그 영혼이 여성체여서 여자가 생겼다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고."
"……"
유진은 얼어붙었다. 자신의 동생까지 계약자가 되다니…. 성진이 처음에 장난을 쳐서 그런지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격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누나를 보며 성진이 입을 열었다.
"일단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줘."
"……알겠어."
성진은 유진도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성진은 3개월 전 이야기를 꺼냈다.
"우선 내가 처음 사고가 났을 때부터 말을 할 게. 그때……"
그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성진에게 지난 3개월간 어떤 일이 있었고,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성진은 모두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누나 동생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일까? 성진은 말을 하면서 같이 슬퍼해주고 같이 화를 내주고 같이 기뻐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김영민을 처음 만나서 어떻게 악연이 시작이 되었는지 김영민이 어떤 계략을 새웠는지 말했다.
분노하는 유진을 가까스로 막았다. 유진의 주위가 일렁이는 것을 봐서는 이대로 말리지 않으면 누나가 살인자가 되어서 감옥에 아니, 사형해 처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간신히 막았다.
중간에 김영민이 자신을 어떻게 부리고 어떤 식으로 일을 하게 했는지 성진은 윗옷을
살짝 벗으며 그 흉터들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살짝 고민을 했었다. 근데 누나도 자신의 비밀을 말해주었으니 자신도 다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흉터들을 보여주었더니 처음 10분은 눈물을 흘리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성진도 그때 뭐가 미안하냐면서 누나가 뭘 잘못했냐고 하면서 울컥했다.
유진은 성진의 흉터들을 보면서 자신이 그냥 미안했다. 그냥 지켜주지 못한 것에 미안했고, 성진을 그동안 그냥 방치 한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분노가 끓어올랐다. 자신의 동생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깟 2억 따위에 자신의 동생을 그렇게 핍박하는 김영민(얼굴도 모르지만)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성진이 복수를 해도 자신이 한다면서 유진을 말렸다. 유진도 일단은 성진의 말을 듣고 성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계약을 한 것까지 말을 했을 때 유진의 표정은 심각했다.
"성진아. 그거 누나가 생각할 때는 엄청 고위급 영혼인 것 같아."
"고위급 영혼?"
"응. 우선 먼저 설명할 것이 계약영혼과의 계약한 하나의 영혼과 계약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영혼하고 계약을 할 수 있어."
유진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성진은 유진의 말에 놀랐지만 놀랄 틈도 없이 말이 이어졌다.
"물론 엄청 힘들어. 그리고 다중으로 영혼을 계약해도 쓸 수 있는 능력은 한 번에 한 영혼의 능력만 쓸 수 있어."
유진의 말은 이랬다.
한번 계약을 한다고 다른 물건의 영혼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계약은 여러 영혼과 계약을 할 수 있지만 쓸 수 있는 능력은 한 번에 한가지라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가위의 영혼과 계약을 했는데 이어서 책의 영혼과 계약을 했다고 가정을 하자면 가위의 능력을 쓰는 도중에 갑자기 책의 능력을 쓸 수 없다는 소리이다.
"그리고 능력을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사기가 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D급 계약자가 계약영혼이 2명이라고 가정을 했을 때 그가 쓸 수 있는 능력은 재생력을 제외한다면 총 2가지였다. 평범한 계약자하고는 배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능력을 바꿀 때면 시간이 걸린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메리트는 상당했다.
"누나가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성진이 네가 계약한 영혼이 고위급 영혼 같은데 보통 고위급 영혼들은 이미 계약을 맺은 자들과 계약을 맺는 자들이야."
유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에는 고위급 영혼과 계약을 한 계약자는 단 4명이야."
유진의 말에 성진의 얼굴은 경악에 물들었다.
"너도 생각했겠지만 그 4명이 우리나라에 단 4명 있는 S급들이야."
"…미친."
성진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이 그런 대단한 영혼과 계약을 한 것인가? 레아가 그냥 평범한 영혼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들으니까 엄청났다.
유진의 얘기로만 생각한다면 성진도 S급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 이상은 나도 잘 몰라. 나는 그냥 평범한 영혼과 계약했고, 그 영혼과 싱크로율이 100%가 넘어서 A급이 된 그냥 계약자고, 아마 S급들은 싱크로율이 200%이상 넘어야 되는 것 같아."
성진은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는지 그저 뭔가가 가득한 눈빛을 하며 두 주먹을 세게 쥐며 떨었다.
환희였다. 자신도 이제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받은 듯 성진은 환희에 찼다. 그 전에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었다.
단순한 영혼이 아닌 고위급 영혼 레아. 성진은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때 유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성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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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되게 찌질한 거 알아?"
"아, 알아."
"그거 바꿔야 돼."
"작가가 알아서 하겠지"
ㅠㅠ 조금만 기다려 주십쇼!!! 성진이를 바꿔보이고 말겠습니다!!!
추천, 선작, 코멘, 쿠폰 감사합니다.
오늘 제 소설 읽어주셔서 무한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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