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14화 (14/381)

13화 : 계약, 하지만…….

성진은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소파에 앉았다.

"오오!"

진심으로 감탄을 했다. 이런 푹신함의 소파가 있었다니! 성진으로써는 상상도 못해본 소파였다.

'이것도 엄청 비싸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소파에 누워있듯이 앉았던 성진의 자세가 꼿꼿해졌다. 그 모습을 보고 귀여웠는지 성유나가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그거 별로 안 비싸."

"진짜?"

"어. 한 몇 억은 할 걸?"

유나의 말에 성진은 정신이 반짝 들었다. 음식점에서 몇 억짜리 소파를 가져다 놓다니! 미쳤다. 완전히 미친 것 같았다. 성진의 그런 모습에 유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그 소파 몇 천밖에 안 해. 그냥 앉아도 돼. 누나는 그 정도 힘은 있단다."

누나의 장난 인 것으로 알게 되자 성진은 머쓱해지다가 가만 곱씹어 보니 그래도 몇 천이란다.

처음에 몇 억이라고 해서 그런지 그 다음에

'몇 천밖에 안 해.'

라는 소리에 좀 무감각해져서

'그렇구나. 다행이네.'

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래도 이 소파는 몇 천만 원이라는 소리였다.

그래도 성진은 나름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있었다. 살짝 불편해 보이는 성진을 위해 농

담으로 그 긴장을 풀어준 것이다.

"흠흠, 그런데 여기를 전부 빌렸어? 손님이 우리 밖에 없던데? 지금 2시인데 손님이 아무도 없더라."

유진은 상당히 찔렸다. 성진이 봤던 대로 이곳의 손님은 유진과 성진 단 둘뿐이다. 핫한 시간인 점심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지출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사장인 유진은 자신의 권한으로 오늘 하루 휴점을 선언했다. 오로지 성진의 식사를 위해서 말이다.

뭐 사실 직원들의 손해는 거의 없었다. 사장인 유진의 손해뿐인데 그녀가 하라는데 말일 일이 있나?

게다가 그렇게까지 단 둘이 있고 싶다는 것은 성유진의 중요한 손님이라는 것이니 유진이 시키지 않아도 직원들은 입단속을 알아서 할 생각이다.

무덤에 갈 때까지 말이다. 실로 믿음직한 직원들이었다.

성진의 물음에 유진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 여기 사장이 계약자인데 나, 나랑 친하거든 그래서 오늘 휴점인데 내가 동생이랑 밥 먹으려고 하는데 그냥 열어주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착하게 빌려줬지 뭐야."

"그렇구나. 친절하신 분이네."

"그, 그렇지?"

성유진은 동생을 속이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정체를 밝혀지면 동생이 실망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성진이 무심코 말했다.

"응, 친절하신 분이네. 계약자이면 누나랑 같은 파티야?"

"응? 뭐 그렇지…."

그녀는 혼자 사냥하니 자신만의 파티라고 할 수 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인사라도 드려야지 이렇게 좋은 식당까지 빌려주시고."

"응, 응?"

성유진은 당황했다. 여기서 그녀는 자신끼리 대립을 했다.

'더 이상 속이는 것은 가슴 아파.'

,

'하지만 내가 겁화의 마녀라는 걸 알면 진이는 실망할 거야.'

그렇게 찬사와 악마가 아닌 유진과 유진끼리 머릿속에서 싸웠다.

"바, 바빠서 못나왔어. 다, 다음에 소개시켜줄게."

"뭐, 그러지."

'휴. 다행히 넘어갔네. 진이가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유진이 안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네.'

성진은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똑똑한 축에 속한다. 그런 성진을 속이기에는 유진의

연기가 너무 어색했다. 저렇게 티가 나는데 모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성진이다.

'일단 덮어주자.'

그렇게 성진은 누나를 위해서 속아주는 척을 했다. 지금 자신이 속아주는 척을 하니 너무나도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누나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메뉴는 안 시켜?"

"응, 내가 미리 다 시켰어. 네가 와서 배고플 수도 있어서 미리 시켜놨어."

"그렇구나."

성진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살짝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성유진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진지해진 듯했다.

"사실 누나에게 할 말이 있어."

"뭔데?"

성유진은 기뻤다. 하지만 그것을 얼굴에는 표시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으로만 얼굴에 다 티가 났다.) 성진이 이렇게 누나에게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 놓은 적이 유치원 때 지민이라는 여자아이가 좋다고 말했을 때였다. 그때 성유진은 지민이라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거의 밀어버리다시피 해서 그 뒤로는 성진이 유진에게 고민을 털어 놓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어렸구나 하는 유진은 아직도 어렸다. 28살이나 먹어가지고 아직 남자 하나 사귀지도 못하고 그저 동생들만 바라보는 어린 언니, 누나였다.

그러니 유진으로써는 뿌듯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성진이 이제 다 컸구나.'

유진은 당연히 여자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니 자신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딱히 반대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그 여자가 격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를 해본 뒤에 뒤가 구린지 아닌지 확인을 해보고 난 뒤에 말이다.

이쯤 되면 동생질병에 가까웠다. 여동생인 성유나는 어리지만 야무져서 걱정은 없었지만 성진은 남자애라서 그런지 철이 없어서 유진은 걱정이었다. 그래서 여동생보다는 남동생인 성진을 더 걱정하는 것이다.

성유진이 그렇게 혼자 만에 생각에 빠져서 이상한 표정이 되었을 때 성진은 그런 누나를 이상하게 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아까 성진을 안내한 웨이트리스가 들어와서 말했다.

"겁화의 마녀님. 음식 나왔습니다."

유진은 앞이 깜깜해졌다.

성진을 안내한 웨이트리스는 이 가계의 막내였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 레스토랑 주방보조라도 하고 싶었던 그녀는 변변치 않았다.

딱히 호텔조리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평범한 대학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녀의 이름은 박진경. 나이는 21살이었으나 검정고시로 고졸학번만 있는 그녀의 꿈은 요리사였지만 현실은 매정했다. 우선 그녀는 고아였다. 그래서 변변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었다.

모든 고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있던 고아원은 갑자기 문을 닫아버려서 중학교도 겨우 졸업을 했다. 그리고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을 해왔지만 이제 중학생을 받아주는 사장들은

거의 없었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이다. 그렇게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요리사라는 꿈은 버리지 않았다. 자격증을 따려면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그럴 돈이 없었다. 대학은 더더욱 무리였다.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를 하면서 요리사들에게 요리를 배우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것을 알려주는 요리사는 없었다. 그녀의 괜찮은 외모를 보고 몸을 원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바로 나와 버렸다.

그렇게 짓밟힌 꿈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는데 위치, 마녀라는 뜻을 가진 퓨전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를 구한다는 공고가 뜬 것을 봤다. 새로 생기는 곳이었고, 위치라는 이름이 재밌기도 해서 진경은 아무 생각 없이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그곳에 합격을 했다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사장이라는 여인을 봤다.

갈색 머리칼에 루비와 같은 붉은 색 눈동자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때 면접의 마

지막 질문이 그녀가 냈다.

"지원하신 동기가 무엇이죠?"

그녀의 말에 진경은 떨어져도 좋으니 그냥 본심을 말하고 싶었다. 그녀의 순수하게 맑고 깨끗한 눈동자를 보고 붙고 싶어서 짓거리는 말이 아닌 자신의 본심을 말하고 싶었다.

"저는 고아입니다만 요리사가 제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요리고등학교를 생각했던 저는 갑자기 망해버린 고아원 때문에 진학을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

이야기가 굉장히 길어졌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진실함이 보여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 사람이 어떤 삶을 사라왔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 아무도 막지 않았다.

다른 면접을 보러온 사람들도 진경의 말을 들었다.

다들 진경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그만큼 진경의 삶은 꽤나 파란만장했지만 듣는 이가 즐거웠다.

어떤 요리사가 몸을 주면 요리를 가르쳐 준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모두가 화를 내듯이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진경은 이야기를 길게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했을 때부터 끝날 때까지 붉은 눈동자의 여인은 아무런 표정의 번화가 없었다. 그리고 진경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에게 말했다.

"이야기가 길군요. 시간을 엄청 잡아먹었네요."

"아…, 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딱히 문책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무미건조한 말에 면접을 보는 사람도 다른 면접관 2명도 얼어붙는 듯했다. 하지만 진경은 마음이 편안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 했고, 뭔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여인은 진경을 보며 보일 듯 말 듯 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면 박진경 씨.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아직도 요리사가 되고 싶나요?"

"예. 당연합니다. 꿈이잖아요."

진경의 마지막 말에 여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 꿈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이곳 위치에서 말이죠."

"아."

진경은 꿈만 같았다. 다들 박수를 쳐주면서 축하해 주었다. 진경은 너무나도 기뻐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었다.

그녀와 같이 면접을 보던 여자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레스토랑에서 나이도 그렇고 경력도 제일 막내인 진경은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

다. 다들 사장님을 겁화의 마녀라고 무서워했지만 진경은 사장님은 겉과 다르게 내면이 따뜻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그녀도 언젠가 유진처럼 되고 싶었다. 그렇게 중요한 손님이 온다고 해서 진경은 사장님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성진을 안내를 하는 것도 자원했고, 음식을 나르는 것도 자원했다.

그렇게 음식이 담긴 카트를 끌고 와서 문 앞에 서는 진경은 긴장이 돼서 심호흡을 한 뒤에 노크를 했다.

똑똑. 그리고 문을 열고 환한 미소로 말했다.

"겁화의 마녀님. 음식 나왔습니다."

사장이라고 부르지 말고, 손님처럼 하라고 해서 진경은 계약자 손님들이 자신의 칭호를 말해주면 좋아 하는 것을 떠올리고 그렇게 말했다.

유진으로써는 호랑이 피하려다 용에게 머리를 내민 격이었다.

"……"

"……"

성진은 물론이고, 유진도 얼어붙었다. 자신이 손님처럼 호칭에 신경 쓰라고 했더니 사장님이 아닌 더 숨기고 싶은 사실이 들어나 버렸다.

"음식 나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얼어붙어 있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한껏 담아온 음식들을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그 뒤에 들어온 두 명의 웨이트리스도 얼어붙은 표정을 하며 음식을 테이블로 옮겼다. 오직 성진을 안내한 막내인 진경만이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엄청난 산해진미들과 한식과 양식을 융합한 퓨전 요리들이라서 그런지 성진도 좋아할 것 같은 음식들도 여럿 보였다. 아마 유진이 신경을 써서 주문을 했으리라. 그러나 둘 다 음식을 보고 있지 않았다. 성진은 얼빠진 표정으로 얼어붙은 채 유진을 봤고, 유진은 성진의 눈을 피해 창을 보며 얼어붙었다.

그렇게 음식세팅이 다 되자 진경은 허리를 45도 각도로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그러면 좋은 시간 되십시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진경은 나갔다. 문을 닫고 아래로 향하는 그녀는 '내가 생각해도 잘 한 것 같아. 호호호, 사장님이 호칭에 신경 쓰라고 했으니 겁화의

마녀님이라고 하니까 뭔가 되게 있어 보인다.'라고 기분 좋게 아래로 내려갔다. 그 안에 정적을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진경이 나가자 성진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바빠서 못나와?"

"윽."

"누나 파티이고?"

"으윽."

"누나랑 친한 계약자이고?"

"크윽."

"무엇보다 이곳 사장이 착해서 빌려줬다?"

"크허헉."

성진의 말 하나하나가 화살처럼 유진의 가슴에 꽂혔고, 유진은 성진의 한마디 한마디에 고통스러워했다.

"자, 나보다는 누나의 할 말이 더 궁금한데. 어때?"

"그, 그래 아, 알았어. 바, 밥부터…"

"누나!"

"힝. 알았어. 말할 게."

그렇게 성진의 호통에 유진은 붉은 눈동자를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눈치 없는 직원이 유진을 잡네요ㅎㅎ오늘 맘먹고 5연참 갑니다!

추천, 선작, 코멘, 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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