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멩이 마스터-13화 (13/381)

12화 : 계약, 하지만…….

사람에게는 한두 개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성진의 누나인 성유진도 그런 비밀을 한두 개정도 가지고 있다. 가족과 회사 동료들에게는 비밀인 겁화의 마녀라는 비밀 말이다.

회사동료들, 즉 그녀의 선배 의사들이나 동기들, 후배들은 그녀가 계약자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병원의 고위측만 아는 비밀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차별성을 두면 안 된다고 병원장 및 여러 고위 관계자에게만 말해둔 사실이다.

이를테면 회사 사장아들이 대리로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격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가 겁화의 마녀는커녕 계약자라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는 들켜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우리 진이하고 유나에게는 절대로 비밀이야.'

하지만 유진은 들켜도 딱히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뭐 그래도 안 들키는 것이 좋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동생이 자신이 겁화의 마녀가 아닌 일반적인 계약자라고 알았으면 좋겠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그 동안 해온 만행들이 꽤(?) 많았다. 그것들이 동생들에게 까발려진다면 진심으로 유진은 상당히 곤란할 것이다.

유진은 자신의 동생들에게 착하고(?), 예쁘고, 순수한(?) 그런 누나, 언니가 되고 싶

었다. 그런 누나, 언니에게서 먼 겁화의 마녀는 두 동생에게는 들켜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였다.

사실 그녀가 사냥을 하기 싫었지만 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이다. 그래서인지 겁화의 마녀라는 악명이 떠돌았다. 그녀는 동생들에게 이 악명을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의사라는 것이 군기가 있는 직업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하는 도중에 정신을 빼놓아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 질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그것은 알고 그냥 군기를 잡는 것이나 자신이 잘못을 한 것이 있으면 쿨하게 인정을 하고 받아드리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최단기간으로 의사자격증을 취득하고 인턴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의 선배들은 그녀를 안 좋게 보고 있었다.

이미 22살 때 이미 A급 계약자인 그녀에게 아르논 협회가 간간이 의뢰를 맡길 때가 있었다.

당시 그녀는 A급 계약자로 아르논 협회에 총애를 받고 있었다.

당시에는 풋풋하고 젊어서부터 A급이 된 그녀의 재능에 놀라워했고, 바른 그녀의 성향에 아르논 협회가 총애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라고 처음부터 겁화의 마녀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이 터지고 말았다. 22살의 젊은 나이에 엄청난 재능으로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선배들에 눈에는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게다가 한 달에 3번이나 근무를 뺐다. 자신들이 인턴일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니 좋은 눈으로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윗사람들에게 항의를 했지만 단지

'집안 사정 때문에 저렇게 빼는 거네.'

라는 말만 남기고 질문을 피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선배들의 눈에는 그녀가 낙하산이나 고위 관계자의 가족쯤이라고 생각하고 텃새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특별 취급을 받는 것이 싫어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 더 큰 오해를 만들어서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렇게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시비와 같이 일을 많이 주고, 선배들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까지 전부 유진에게 맡겼다.

그런데 이게 웬걸. 주는 일 마다 모든 척척 다해냈다. 선배들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있는 트집 없는 트집을 다잡았다.

유진도 사람이기 때문에 참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을 따돌리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선배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한 달에 몇 번은 빠지니 참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그것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다.

"선배들! 제가 뭘 잘못했는데 그렇게 못살게 구세요?!"

그렇게 말했더니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어린 게 예의도 없다."

,

"대학을 조기 졸업했다더니 개념이 없다."

,

"어린 네가 뭘 아냐. 원래 이런 게 사회생활이다."

라는 되도 않

는 잔소리가 날라 왔다. 차마 이 이상 뭐라고 할 수 없는 유진도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만 한 것을 찾아야 했다. 마침 그것이 불쌍한(?) 몬스터들이었다.

그때 유진은 짜증나고 화가 나는 기분을 풀려고 한 번에 모든 기운을 뿜어내서 작은 산 하나를 날려먹었다. 다행이도 그때 계약자가 없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수십, 아니 수백을 죽인 살인자가 될 뻔했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겁화의 마녀라고 불렸지만 그녀는 그저 스트레스만 풀면 되지 무슨 상관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야, 야 거, 겁화의 마녀 아냐?"

"조, 조용히 해. 죽을 수도 있어."

저렇게 가끔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만 아니면 썩 나쁘지 않았다. 시비 거는 사람도 없

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그녀가 사랑하는 동생인 진이가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으며 검문소를 지나갔다.

"좌표 38.9에 녹아있는 몬스터 사체 제가 죽인 거니 알아서 처리 해주세요. 돈은 제 계좌로 넣어주시고요."

그렇게 유진은 기분 좋게 아르논 협회에 있는 감정소소장에게 말해두었다.

"알겠습니다!"

소장은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성유진에게 말했고, 성유진은 싱글 벙글하게 웃으며 근처에 주차해놓은 자신의 차를 타고 성진의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그가 비싼 밥을 먹고 싶다고 하니 비싼 요리를 사줄 생각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아르논 협회에 감정사들은 몸을 떨었다.

'몬스터들을 죽이고 저렇게 좋아하는 표정이라니……. 역시 겁화의 마녀다.'

그녀의 악명은 본의 아니게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성진은 누나가 집근처에 있는 비싼 음식점에서 밥을 사겠다는 말에 씻고 현무암을 챙겼다.

일단 성진의 계약영혼의 도구이기도 했고, 휴대하기 간편했다.

크기는 거의 손바닥보다 조금 작았는데 한 손에 쥐면 뭔가 혈액순환이 잘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어제 레아와의 대화를 생각해 봤다.

그녀의 말로 유추해본다면 평범한 영혼은 아닌 것 같았다. 자신을 본제라는 옛 황제들이 쓰는 단어를 쓰지 않나.

아무튼 이상한 영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계약영혼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것에 관해서 누나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누나가 자신의 전화를 받고 기분이 너무 업 된 것 같아 뭔가 꺼림칙했다. 그 이후로 누나와 가까워지려고 노력은 해봤지만 누나의 마이페이스는 한 번 받아주면 끝이 없기에 적당히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간단히 티셔츠 하나에 청바지를 입고 나간 성진은 엄청난 크기의 레스토랑을 보고 놀랐다.

자신의 집 근처에 이런 것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물의 외양이 상당히 화려했다. 전에 김영민과 갔던 식당과 비슷한 크기였다.

"…계약자들은 이런 스케일을 선호하나?"

그렇게 마른침이 삼켜지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성진의 차림은 이곳에 맞지 않았는지 양복을 입은 경호원 하나가 성진을 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단호한 그의 말에 성진은 긴장을 했지만 누나가 자신의 이름을 대면 들어 보내 준다고 한다 했다.

"저…, 성유진 씨 이름으로 예약을 했는데요."

성진이 성유진의 유까지 말하자마자 경호원의 안색이 시퍼래 지더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모,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아, 안으로 드시지요."

"예, 예."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뭣도 모르고 짓거린 것이지 부디 신경 쓰지 말아주십시오!"

그렇게 입구에 있는 계단을 오르는 성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경호원은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마치 왕족의 발을 실수로 밟은 평민과 같은 반응이었다.

'계, 계약자가 이 정도였어?'

누나인 유진이 단순한 계약자라고 아는 성진에게는 그렇게 생각이 들지만 이곳은 성유진이 운영을 하는 식당이었다. 그녀의 악명은 당연히 이곳 직원들도 익히 할고 있는 이야기였다. 심하게는

'가족이 무사하고 싶다면 사장님의 심기를 건들지 마라.'

라는 말까지 있었다. 물론 성유진은 모르는 금기였다. 그러니 저 경호원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겁화의 마녀나 겁수의 무녀, 겁풍의 마인 등 3재의 관해서는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했다. 성진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설마 유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계약자들이야 가끔 보다보니 그녀의 외모를 알지만 일반인들이 그녀가 어떻게 생겼

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름이야 아르논 협회에서만 알고 있는 신상이고 말이다. 이곳은 성유진이 식당운영을 하지 않고, 그냥 사장이었지만 이곳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자신들이 무언가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 질 줄 알고 알아서 기었다.

그러니 성유진이 가게에 오지 않아도 알아서 열심히 일을 해서 이곳의 평이 좋았다. 가게의 이름이 위치(마녀)라는 것이 좀 이상했지만 맛이 좋아 사람들이 꽤 많이 찾는 식당이었다.

이곳은 한식과 양식을 융합 하는 퓨전레스토랑이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유진은 가족에게 이곳을 운영한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기에 오늘도 직원들의 입단속을 시켰다.

자신이 사장이라는 것을 들키면 안 되니 호칭에 신경을 쓰라고 한 것이었다.

당연히 직원들에게는 여부가 있겠는가? 하라면 하는 것이 직원들의 일이었다.

성진이 올라가자 웨이트리스가 성진을 안내했다. 성진의 평범한 짙은 파랑색인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흔히 볼 수 있지만 더러워진 운동화가 신경이 쓰였지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지금 저 사람은 자신의 사장인 성유진의 손님이었다.

'긴, 긴, 긴, 긴장하지 말자. 휴.'

웨이트리스가 벌벌벌 덜면서 성진을 안내했다. 일반 식당으로 보이는 2층이 아닌 VIP들만 이용가능하거나 유명세가 있고, 계약자들만 쓰는 3층으로 이동을 했다.

'와 되게 깔끔하다.'

성진은 순수하게 감탄을 했다. 외양 모습도 상당히 괜찮았지만 내부 인테리어도 엄청나게 괜찮았다. '뭐, 뭔가 불편 하신 게 있으신가?'

입으로 말을 하면 쪽팔릴 것 같아 생각으로만 하고 그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성진이었지만 그것이 직원들의 눈에는 불안하기만 했다.

어디를 트집 잡을지 또 어디가 불만인지 말을 하지 않는 손님들이 더 무서웠다. 게다가 성진은 가장 까다로운 사장의 손님이다. 행동하나 하나 주시하는 것이 좋았다.

사실 2층에서 전 직원들이 나와서 인사를 할까 했지만 성유진이 과하게 하지 말고 사장이라는 것을 숨기라는 말이 있어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진의 표정을 보고 그것을 후회했다.

'할 걸….'

성진의 표정은 무표정한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보면서 올랐다. 직원들이 보기에는 그 모습이 카리스마가 있어 저절로 위축이 되었다.

마치

'뭔가 잘못 된 것이 있다면 따지겠다.'

라는 표정이었다. 성진에게는 단지 감탄하는 표정이지만 말이다.

원래 남에게 감정 표현이 서투른 성진이 3달간 몬스터들에게 죽을 뻔하며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검과 같은 위압감을 풍겼다. 성유진과 마찬가지로 가족에게는 다양한 표정을 짓지만 말이다.

그렇게 직원들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성진은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기 바빴다. 하기야 성진에게는 이런 곳에서 밥을 먹을 기회가 얼마나 있었겠는가. 전에 김영민과 갔을 때도 기억이 돌아오는 충격 때문에 기절을 해서 밥도 못 먹고 그냥 나왔다.

사실 끌려나온 것이지만 말이다.

항상 성유진에게 밥을 얻어먹을 때도 그나마 부담 없는 패밀리레스토랑이나 맛집 같은 음식점에서 자주 먹었지 이런 비싼 곳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늘 성진은 꽤나 다짐을 하고 나왔다. 김영민에 대한 일들도 말을 할 생각이었고, 계약자가 된 것까지 말을 하려고 했다.

그만큼 성진은 달라졌다. 더 이상 누나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철없는 동생이 아니었다.

"이 방입니다."

다른 VIP방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 문에 웨이트리스가 노크를 했다.

똑똑.

"들어와."

안에서 성진도 익히 알고 있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들은 웨이트리스가 문을 열고 성진을 보며 45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그렇게 말을 한 웨이트리스가 고개를 숙인 채로 문을 닫으면서 방을 나갔다. 방에는 긴 테이블이 하나 있었고, 그 주위에 엄청 비싸 보이는 소파가 있었다.

이 방 하나만으로 성진의 방에 배는 되어 보였다.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이, 이게…"

성진은 비싸기는 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성유진이 성진을 보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진이 어서와."

계약자의 스케일에 익숙해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성진이었다.

다.

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성유진이 성진을 보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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