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계약, 하지만…….
드르르륵, 드르르르륵.
"하아. 또 호출이구나."
잠이 얼마 들지도 못했는데 탁자위의 호출기가 울렸다. 성진으로써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성진은 일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호출기가 울렸다. 마치 그 옛날에 '다마고찌'와 비슷하게 생긴 호출기가 매섭게 진동을 하고 있었다.
성진은 피곤했지만 을의 입장이어서 군소리 없이 호출 응답을 하는 버튼을 눌렀다.
호출 응답을 누르니 그제야 호출기가 잠잠해진다. 하직 새벽이었지만 계약자들이 하는 사냥은 새벽에 하는 것이 탁월해서 다른 계약자들도 주로 새벽에 사냥을 나선다. 피곤에 쪄든 몸을 일으켜서 성진은 옷을 벗었다.
옷을 다 벗은 성진은 우선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성진의 몸은 그간 많이 달라져있었다.
"하아."
성진은 거울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군더더기 없는 근육과 여자라면 반할 것 같은 복근에 떡 벌어진 어깨까지 성진은 평범한 성인 남성의 몸에서 모델과 같은 몸이 되었다.
마치 미용근육을 일부러 키우는 사람 같았지만 그런 소리를 짓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성진은 반드시 때려줄 의양이 있었다.
성진이 저렇게 근육질로 탈바꿈 된 이유에는 김영민이 있었다. 그리고…성진의 등 뒤에 난 수많은 흉터자국들도 김영민이 있었다.
김영민의 매니저가 된 성진은 만일을 위해 아르논에서 한 달에 10개가량 지급이 되는 포션이 있었다. 어느 상처건 포션이 있다면 거의 치유가 가능했다.
보통 계약자들은 기본적으로 재생력이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 방어에 특화가 되어있지 않아도 기본적인 재생력은 평범한 사람과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그들의 재생력은 칼로 베여도 3분이면 재생이 가능했다. 그래서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진과 같은 매니저들 중 일반인들은 그런 재생력이 없기 때문에 아르논 협회에서 지급을 해주는 포션이 있었다. 매니저들을 권장하는 것이 아르논 협회라 그런 편의는 봐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성진에게는 독이 되었다.
그것이 무슨 소리냐면 김영민의 능력이 좋지 않아 C급 계약자이면서도 파티를 짤 수가 없었다.
김영민의 능력은 독을 쓰는 능력인데 그 독이라는 것이 랭크 3 이상의 몬스터들의 경우 통하지 않았다.
(몬스터의 단계는 1부터 시작을 해서 7까지 있다. 숫자가 높을수록 강력하다.)그래서 어느 파티건 간에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C급 파티들은 랭크 3이나 4를 사냥하기 때문에 그들로써 김영민은 전혀 필요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김영민은 항상 혼자서 사냥을 했는데 성진이 그의 반노예가 되자 성진을 미끼로 던져 놓고 김영민은 숨어서 독을 뿌리면서 몬스터를 사냥했다. 평범한 매니저는 그저 몬스터의 사체나 소울스톤이 드물게 나타나면 그것을 챙기는 것이 일이다. 그런데 성진의 경우 그것은 기본옵션이고 미끼까지 해야 했다.
저 흉터들은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며 도망치다가 생긴 흉터들이었다.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처음 두 달은 사냥을 가면 매순간이 죽을 고비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근육이 키워 진 것이다.
살려고 도망을 치다 생긴 근육이니 성진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한두 번 김영민에게 개길까도 생각 했지만 성진은 고개를 저으며 기각했다. 자신이 한 선택이니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마음이 컸다.5월의 초여름이었지만 그래도 성진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정말 이 순간만큼은 성진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머리부터 떨어지는 뜨거운 물이 몸을 적시면서 몸에 근육을 열기로 달궜다. 그러면서 물이 성진의 매끄러운 근육을 타고 내려갔다.
"하아아아."
기분 좋은 감탄소리가 들리면서 성진은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며 나른해졌다. 그렇지만 또 늦으면 김영민이 어떤 지랄을 할지 아직까지 모를 성진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름 급하게 샤워를 한 성진이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었다.
사냥을 갈 때 마다 입는 옷이 따로 있었다. 계약자들이야 성능이 좋은 슈트를 입지만 성진의 처지로는 턱도 없는 소리다. 지금 갈아입는 옷은 신소재로 만든 나름 고급인 트레이닝복이었다. 이제는 미끼가 되는 것이 숙련이 돼서 옷을 찢어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누나가 선물을 해준 옷이므로 죽을 각오로 옷이 찢기지 않게 조심하는 성진이었다.
그렇게 성진은 김영민이 사는 오피스텔로 차를 몰고 갔다.
성진이 무슨 차냐고 하겠지만 사냥을 할 때 꼭 필요한 트럭을 김영민이 성진에게 맡긴 것이었다. 오프로드용 트럭에 짐칸만 거의 3m 정도 되는데다가 소울스톤 에너지로 움직이는 차로 몬스터 사체를 운반하기 위한 트럭이었다. 그런 트럭들 중 가장 싼 기종이었지만 성능이 일반 차들과는 비교를 할 수 없어 몬스터를 운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젠장."
시계를 보니 호출이 울린 지 벌써 20분이 되어갔다. 오늘도 그다지 잠잠한 하루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다다다다다다.
성진은 지금 숲 풀들을 해치고 죽을 듯이 뛰고 있다. 아니 정정하자면 뒤에서 달려오는 몬스터들에게서 죽지 않으려고 도망치고 있었다.
몬스터는 총 3마리로 온 몸이 녹색으로 되어있는 인간과 흡사하게 생긴 몬스터였다.
"쿠렌탁 삐또르!"
다다다다!
인간과 흡사하고 복장도 과거 원주민들의 복장이었다.
하지만 2m를 넘기는 키, 그리고 흉측한 얼굴과 가랑이 사이로 거대한 그들의 남성이 인간이 아니라고 증명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몽둥이를 들고 성진을 쫒아 왔지만 성진은 그냥 달리기를 하는 듯이 뛰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평범한 인간에 비해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났지만 몬스터들이 성진을 덮치려고 할 때 마다 무슨 녹색으로 만들어진 액체 덩어리가 몬스터들에게 쏘아졌다.
퍼퍼퍽.
성진과 거리를 좁히려고 할 때 마다 쏘아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들리는 욕설.
"이 시발새끼야! 재대로 못해?!"
'시발 그럼 네가 해보든가.'
성진은 입까지 튀어나온 말을 갖갖으로 삼키고 다시 몬스터들을 유인했다. 방금 전 날린 녹색 액체는 상대의 몸을 둔하게 만드는 독이었다. 그래서 겨우겨우 성진이 그들에게 미끼가 될 수 있었다. 이 독이 아니었으면 성진이 애초에 미끼가 될 수가 없었다. 몬스터들의 육체 능력은 웬만한 사람은 당연하고 계약자들 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다. 성진이 홀로 미끼가 되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저 녹색 독을 김영민이 뿌린 뒤에 성진이 한 것처럼 도발을 하고 이렇게 죽어라 뛰어 다니다 보면 김영민이 알아서 몬스터를 잡았다.
성진이 그렇게 뛰어 주변을 맴돌면서 뛰어 다녔다. 김영민은 숨어 있었고 그 주위를 돌며 김영민이 저격을 하기에 좋게 만드는 것이 요점이었다.
어느덧 3달을 이 짓을 하다 보니 이제 성진은 그런 것쯤은 도가 텄다.
그렇게 뛰어다니다 김영민이 독을 날렸다. 이번 독은 보라색의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독이었다. 둔해지는 독을 3번이나 맞은 상태에다가 성진을 쫓다보니 지칠 수밖에 없는 몬스터들은 김영민의 독을 피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퍼퍼퍽!
"쿠에에엑!"
그렇게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세 마리의 몬스터가 쓰러졌다.
"헉, 헉, 헉."
성진도 뛰랴 힘이 들었는지 어깨가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보통 계약자들은 자신이 계약한 물건과 관련 있는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조금 한정되어 있었다. 물건과의 동화율, 정확히는 싱크로율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기준으로 D급, C급, B급, A급, S급 이런 식으로 나눈다고 한다. D급 계약자 즉, 계약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계약자들은 최대 2가지 능력을 가지게 되어 있다. 우선 계약을 하게 되면 재생력은 기본적으로 어떤 물건이건 재생력이 생겼고, 다른
하나는 물건과 관련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가끔가다 인재라고 불리는 자들이 재생력 외에 2개의 능력이 꽃피우는 자가 드물게 있었다.
C급의 경우 재생력을 제외하고 보통 2가지의 능력이 더 개화가 되었다. 재생력을 제외하면 보통적인 C급들은 3가지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김영민의 경우 적을 둔하게 하는 독과 죽게 하는 독, 마지막으로 자신의 육체능력을 증가시키는 독이다. 육체능력을 증가시키는 독이 좋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번 쓰면 후유증이 장난이 아니어서 쓰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B급의 경우 재생력을 제외한 능력이 5가지나 생기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능력이 강력해진다고 했다. A급의 경우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S급의 경우는 한국에 4명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매우 적었다.
아무튼 김영민은 우연히 독과 계약을 하게 되었는데 그 독이 D급 시절에는 상당히 유용해서 랭크 1의 몬스터들을 쓸고 다녔지만 랭크 3 이상부터는 잡기가 힘들어졌다.
아니 잡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맞았다. 랭크 3 이상부터는 몬스터들이 독에 저항력이 있는지 독에 중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잡은 랭크 2 몬스터인 숲의 사냥꾼들만 주로 잡고 다녔다. 그런데 그것도 한번에 3마리 이상을 잡기가 힘들었다.
D급 계약자들과 파티를 짤 수도 있었지만 괜한 자존심에 그럴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김영민은 정말 성진이 없었다면 생고생을 하며 몬스터들을 잡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고마움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지 힘들어서 숨을 헉헉 쉬는 성진을 째려보며 말했다.
"뭐해? 시체 처리 안 해?!"
'왜 또 지랄이야.'
성진은 김영민이 가끔 불쌍하다 생각이 들었지만 저런 지랄 맞은 성격 때문에 도무지 정이 들지 않았다. 미운 정이라도 드는 것이 사람 아닌가? 라고 하는 작자가 있다면 성진은 정말 성심성의껏 밟아 줄 생각이 있었다.
차라리 친구를 사귀면 성격이 좋아지지 않을 까? 라는 생각을 한 성진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런 지랄 맞은 성격에 친구가 생길 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성진이 어쩌겠는가. 갑이 지랄을 하면 병수발을 들어주는 수밖에…….
지금도 성진은 힘들어 죽을 것 같았지만 그 힘든 몸을 이끌고 몬스터의 시체로 다가갔다. 몬스터들의 시체는 점점 몸이 검게 물들어 갔는데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성진이 나중에 알아보니 영혼이 압축이 되는 과정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저렇게 몸이 검게 변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서 몬스터가 탄생할 때 만들어지는 듯한 공간 왜곡이 일어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몬스터가 탄생을 할 때는 공간이 한 점으로부터 넓게 퍼지면서 왜곡 현상이 일어나는데 몬스터가 죽을 때는 블랙홀과 같이 몬스터의 심장을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면서 압축이 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소울스톤이었다. 소울스톤은 랭크가 낮은 몬스터들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랭크 1의 경우는 100마리당 1마리 꼴로 나왔고, 랭크 2는 20마리당 1마리 꼴로 나왔다.
지금도 소멸한 두 마리 중 한 마리도 소울스톤을 남기지 않고, 그냥 소멸해버렸다. 그러나 다행이도 한 마리의 시체가 남아있었다.
이렇게 시체가 꼭 다 소멸하는 것이 아니었다. 거의 일정확률로 시체가 남았는데 랭크 2의 경우는 10마리 중 1마리는 꼭 이렇게 시체를 남겼다. 딱히 밝혀 진 것은 없었지만 이런 몬스터의 시체가 소울스톤에는 비하지 않지만 상당히 비쌌다.
김영민은 항상 몬스터가 소멸하는 과정을 봤는데 아마 성진이 소울스톤을 중간에 가로챌까봐 감시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소울스톤이 나오면 항상 김영민이 챙겼다. 덕분에 성진은 소울스톤을 멀리서 밖에 구경을 못했다.
소울스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고 김영민은 실망했지만 한 마리의 시체가 남은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이렇게 돈이 될 만한 것이 나올 때 까지 사냥을 했는데 다행이도 오늘은 금방 나와서 성진도 기분이 좋았다. 성진은 김영민이 또 지랄을 하기 전에 숲의 사냥꾼의 시체를 가지고 트럭이 있는 곳까지 옮겼다.
혹시 독에 중독이 되면 어쩌나 싶겠지만 김영민이 쓰는 독은 신기하게도 사람에게는 전혀 위해가 되지 않는 독이었다.
그러니 성진도 안심을 하고 시체를 옮길 수 있는 것이었다.
"끙, 끙."
그나저나 너무나도 무거웠다.2m가 넘는 키였지만 무게로는 적어도 200kg는 될 듯싶었다. 그런 무거운 것을 이제는 하도 나르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래도 200kg 장난이 아닌 무게여서 요령이 생겼다고 해도 쉽게 볼 수 없는 작업이었다. 게다가 트럭은 몬스터들이 부실 수 있어서 사냥을 하는 곳으로부터 500m 밖에 두었는데 성진으로써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조금이나마 덜 힘들고자 매일 운동으로 몸을 단련을 했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어보였다.
============================ 작품 후기
==ㅠㅠ 주인공의 노예 라이프 ㅠㅠ
선작, 추천, 코멘, 쿠폰 감사합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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