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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마스터-8화 (8/381)

7화 : 악연성진은 근처에 아는 음식점이 있다는 김영민을 따라갔다. 한 일식음식점 같았는데 성진이 와봤을 리가 없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봐서는 고급식당으로 보였다.

'대, 대박이다.'

김영민의 말대로 많이 와본 듯 김영민이 들어가자 직원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그 자리로 안내해 드릴까요?"

"예, 그 방으로 가죠."

'역시 계약자는 다르구나.'

하며 성진이 짧게 감탄을 했다. 예약도 하지 않았는데 식당에서 이렇게 알아서 모시는 것은 성진으로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밖에 보지 못했다.

직원이 안내한 방은 딱 봐도 VIP전용 방인 듯하다. 게다가 음식점이 생각 외로 커서 성진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 행동이 얼마나 창피 한 것인지 모르는 성진이었지만 이곳에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다들 성진처럼 행동 할 듯싶다.

"일단 메뉴 먼저 고르시죠. 얘기는 차차 하도록 합시다."

"예, 예."

김영민에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위세에 성진은 돈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누나도 평상시에는 이럴까?'

성진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메뉴를 고르는 게 우선이어서 메뉴판을 펼쳤다.

'헉. 이, 이게 다 얼마야.'

성진은 잘못 하다 소리를 낼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이 너무나도 비쌌다. 제일 싼 것이 10만 원이 우습게 넘어갔다.

'이, 이런 게 1인당이라고?'

게다가 하나가 아닌 1인 당 10만원이 넘는 것이다. 말이 안 나오게 비쌌지만 김영민은 다 골랐는지 성진에게 물었다.

"메뉴는 고르셨나?"

"아, 아직 입니다."

성진은 가격에 너무 놀라서 그런지 김영민이 말투가 변한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럼 나랑 같은 걸로 먹지. C코스로 두 개로."

"예."

김영민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자신의 메뉴판을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성진도 애써서 메뉴판을 건네주었지만 C코스의 가격을 알아버린 성진은 몸이 떨렸다.

'1인당 30만 원이라니….'

1인당 30만 원이 넘어가는 코스요리를 2개나 시켰다. 총 60만원이다. 성진으로써는 엄청난 가격이다. 거의 한달 생활비에 가까운 돈이 한 끼 식사라니…….

그렇게 성진이 안절부절 하자 김영민이 그것을 보고 비웃었다.

"크큭, 진짜 머저리 같군."

"……?"

성진은 갑작스러운 김영민의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서글서글하고 인상이 좋아보였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저리 될 수 있는지 놀랐다.

성진은 자신이 잘못들은 줄 알고 김영민에게 다시 물었다.

"예? 제가 잘못들은 것 같아서 다시…"

"크흐흐, 진짜 멍청하네. 나한테 맞으면서 기억하고 같이 생각도 날아갔나?"

성진의 말에 김영민은 비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김영민을 보며 성진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에게 선처를 해준 자가 갑자기 저렇게 변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런데 성진은 이런 상황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었다.

"그, 그게 무슨…, 윽."

무슨 생각이 떠오르면서 성진의 머리가 미칠 듯이 아팠다.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던 것 같았다.  성진이 머리를 붙잡으면서 괴로워하자 김영민의 비웃음이 더욱 커졌다.

"크흐흐흐, 네깟 놈 때문에 내가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찢어죽이고 싶지만 참는다."

"으으윽. 머, 머리가."

성진은 김영민이 말을 할수록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무언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엄청나게 괴로웠다. 마치 머리에 망치로 못을 박는 것 같은 고통이 성진의 머리에 퍼졌다. 철퍼덕.

너무나도 괴로운 듯 성진이 머리를 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정신이 혼미했다. 지금 성진은 무언가 계속 무슨 기억이 날려다가 사라지고 다시 떠오르다 사라지는 과정을 겪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기는 고통은 상당했다. 그렇게 괴로워서 쓰러진 성진에게 김영민이 다가갔다. 너무나도 아프지만 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기절을 해서 이 고통을 덜 느끼고 싶었지만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바닥에 누워서 괴로워하는 자신을 보며 다가오는 김영민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몇 번이고 그렇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성진의 몸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의식이 있는 성진을 보며 김영민은 비열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나를 건들고 네놈이 무사할 줄 알았으면 오산이야. 네놈은 이제 죽는 것보다 더 괴로워 질 테니까."

삼류 악당이나 외치는 대사를 날리고 김영민은 뭐가 신났는지 크게 웃어 재꼈다. 그런 김영민을 보며 성진은 화가 끌어 올랐다.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성진에게 힘이 없었다. 그런 울분이 터져 나와서 성진의 눈에 고여 한 두 방울씩 흘러내렸다.

"질질 짜기는. 아, 그리고 네놈이 기억이 돌아와서 불어도 다 소용없어. 이미 네놈의 진술은 끝났고, 나한테 보복을 하려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치졸한 놈이 되니까. 그리고 만일 네놈이 그렇게 행동하면 네놈뿐이 아니라 네놈의 가족까지 무사하지는 못할 거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을 받았다. 분노가 끓어올랐다.

가족을 건든다는 김영민의 얼굴을 무참히 뭉개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성진의 몸은 따르지 않았다. 몸은 지금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경고 하고 있었다. 고통이 계속 유지가 되고 있었지만 성진은 분노로 인해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계산은 해줄 테니 맛있게 먹다와. 크크큭, 인간으로써의 최후의 만찬인가? 너는 다음 주부터 내 노예나 다름없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말을 남긴 김영민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것을 본 성진은 마지막으로 김영민에게 선처를 해줬다고 감사의 인사를 하는 병신 같은 자신의 모습을 경멸하며 잃어버린 모든 기억이 돌아오고 의식을 놓아버렸다.

정말 병신 같은 짓을 해버린 성진이었다.

성진은 눈을 떴다. 불이 다 꺼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밤인 것 같았다. 쓰러지기 전에는 분명 낮이었는데 시간이 꽤나 오래 지난 것 같다.

"으윽."

다시 아파오는 머리를 만졌다.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 그 충격으로 인해서 성진이 기절을 한 것이었다.

김영민은 성진을 때린 뒤에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 것을 감추는 데에 성공을 했다. 이미 성진이 진술을 하고 난 뒤라 이것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성진에게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김영민이 원하는 데로 흘러가는 수밖에 없었다.

우연에 우연으로 김영민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성진이 그것을 모르는 것이 다

행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은 다시 병원으로 왔는지 전에 입원을 했던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퇴원한지 몇 시간도 안 되서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성진의 입가에는 어이가 없다는 쓴웃음이 지어졌다.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성진은 딱히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2억.

성진이 갚아야 하는 빚의 금액이었다.

그냥 말로는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2억이라는 그 무게가….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그냥 빚이 많구나.'

라는 느낌 이상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는 그 무게에 질식을 할 것만 같다.

지금 성진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팔을 이마에 댄 성진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갈비뼈가 폐를 찔러 폐에 피가 차는 것 보다 고통스러웠다.

빚? 그런 것은 갚으면 그만이다.

앞으로 당할 고통? 그런 것은 이겨내면 그만이다.

지금 성진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누나의 말을 믿지 않고 병신 같이 나가서 김영민이라는 쓰레기에게 머리를 숙여서 감사했다는 자신이 너무 증오스러웠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런 놈에게 실실 쪼개면서 머리를 숙인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김영민보다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또 그런 자신을 보면서 김영민이라는 자식은 얼마나 비웃었을까? 그것을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힘이 약하다는 것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희미하게 창문으로 비춰오는 자주색으로 빛나는 아르논의 빛이 성진의 눈물에 담겼다.

억울했다. 아니, 약하다는 것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원망스러웠다. 한두 가지가 아닌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서러웠다. 힘이 없다는 것이, 약하다는 것이 이렇게 서러운 것인 줄 몰랐다. 희망적인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았다. 빚을 갚아야 하는 것도 너무나도 절망적이었고, 그 대상이 김영민이라는 사실에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것은 다 성진이 자초한 일이였다.

'만일 내가 기억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만약에 김영민의 죄를 말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거기서 꺾지 않고, 그대로 달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내가 괜히 빚을 갚는다고 설치지 않고 그냥 누나와 같이 살며 누나가 하라는 일을 했

으면 어땠을까?''지금이라도 누나에게 도움을 청하면 어떨까?'이렇게 여러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가정을 하고 상상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다. 누나에게 도움? 청할 수 있다. 하지만 성진은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더 초라해진다면 성진으로써는 살 수 있는 힘을 잃을 것이다. 더 이상 성진은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일어나고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예상은 했지만 성진의 두 눈은 탱탱 불어 있었다.

'아, 꼴불견이다.'

거울로 본 성진의 소감이었다.

어제 그렇게 울었는데 눈이 불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었다.

성진은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제는 그리 절망적이었으면서 지금은 뭔가 묘하게 활기찬 모습이었다.

성진이 사고를 당하기 전에도 활기찬 모습이기는 했으나 뭔가 어두워 보였으면 지금은 정말로 활기차 보이는 사람이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했던가? 문법과 말에서 쓰이는 말이었지만 사람의 심정에서도 강한 부정이 찾아오고 그것을 견디면 긍정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도 인간이란 생명은 한 번 죽음의 위기를 겪고 나면 그 뒤에는 변하길 마련이다. 다행이도 성진의 변화는 좋은 쪽인 듯싶다.

비록 아직 2억이라는 빚이 남아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못 갚을 빚은 아니었다. 아무리 김영민이 월급을 짜게 준다고 하더라도 100만 원 이하로는 줄 수 없을 것이다. 시급으로 따진다면 보통의 매니저들은 10만원이라고 생각할 때 성진은 그에 10분에 1인 만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5년. 성진은 5년을 생각하고 있었다. 5년만 고통을 견디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을 벌어야 하지만 김영민이 사냥을 가지 않는 날에는 막노동이라도 뛸 생각이었다.

그때 어두운 얼굴을 한 유진이 성진의 방으로 들어왔다. 성진은 누나인 성유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말을 걸었다.

"누나왔어?"

"너…. 너 정말 누나 계속, 흑. 누나 걱정되게 할 거야?"

"미안. 내가 잘못했어."

"그래도, 흑. …응?"

성진이 변명을 이리저리 늘어놓을 줄 안 유진은 다음 말에 맞춰서 말을 하려고 했는데 성진이 잘못을 수긍 하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성진을 봤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

"어, 어? 아, 아냐."

"다음엔 누나말 잘 들을게."

기분이 묘했다. 항상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끼던 성진이 아닌 어릴 때 같이 놀던 성진 같았다.

"너…, 우리 진이 맞니?"

성유진은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는지 놀라했고, 성진은 뭐가 그리 새삼스럽냐는 듯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 다는 말이 떠오른 성유진은 얼굴이 핼쑥해져서 성진에게 다가가서 동공을 보기도 하고 손목으로 이마에 대서 열을 쟀다.

"동공도 정상이고, 열도 없는데…, 진아 우리 CT찍어보자."

성유진은 진심으로 성진이 걱정이 되었는지 말했다.

갑작스러운 누나의 성화에 성진이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 진짜 왜 그래!"

"휴 다행이다. 그대로구나."

"……"

성진의 심경이 바뀌어서 누나에게도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누나가 질겁하는 것으로 봐서 사람은 역시 평소에 잘해줘야 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하아."

빚이 생겼다는 말은 일단 하지 않는 것이 좋아 보였다. 누나에게 그 일을 말을 하면 능력을 써서라도 김영민을 죽이려고 들 수도 있었다.

그 자식이 죽는다면 성진이야 좋겠지만 누나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니 되도록 누나에게는 비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빚을 대신 갚아 달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그건 차라리 나중에 정말 힘들면 말할 생각이었다. 빚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지금으로써는 누나가 꼬치꼬치 캐물어 볼 것 같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김영민의 일이 나올지도 몰랐다. 김영민이 쓰레기 같은 자식인 것은 몰라도 누나가 지금 바로 빚을 갚아 준다면 왜인지 성진은 더 초라해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짐을 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짐이 되기는 싫었다. 이것은 열등감이 아닌 진정으로 누나를 위해서였다.

성진이 유진이 어느 정도 되는 계약자이고 얼마나 버는지는 몰랐지만 2억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누나에게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나 배고픈데 나가서 밥 사줘."

"성진아 진짜 CT 한 번만 찍자."

"아, 누나!"

바로 고쳐질 것 같지는 않았다. ============================ 작품 후기

==주인공이 노예계약을 했네요.

;;

< --  계약, 하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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